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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님의 서재입니다.

크루세이더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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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그림/삽화
최고재벌
작품등록일 :
2024.02.04 21:46
최근연재일 :
2024.07.04 14:05
연재수 :
107 회
조회수 :
61,240
추천수 :
2,347
글자수 :
614,048

작성
24.03.03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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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2
추천
29
글자
12쪽

18. 활쏘기.

DUMMY

18. 활쏘기.


활로 기사의 갑옷을 뚫을 수 없었다.

그건 이 시대의 상식이었다.

투사체(投射體, Projectile)에 취약한,

사슬 갑옷을 입은 기사에게도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 정도로 활의 위력이 좋지 않았다.

기사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건 웨일스의 장궁(長弓, Longbow)과 제노바의 쇠뇌병(Balestrieri genovesi, Genoese crossbowmen 정도였다.

장궁을 제대 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의 훈련이 필요했다.

제노바 쇠뇌병은 비용이 많이 드는 병종이었다.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나 돈 많은 영주만 고용할 수 있었다.

장궁과 쇠뇌병이 널리 보급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주로 사용되는 활은 단궁(Short bow)이었다.

자작나무나 물푸레나무로 만들어지는 사냥꾼용 활(檀弓)은 장력이 부족해서 사거리나 관통력이 약했다.

무기로서 효과가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활은 전쟁에서 잘 활용되지 않았다.

사냥꾼이 많은 지역에선 그나마 그들을 궁수로 동원할 수 있었다.

관통력이 약한 활이지만···.

방어구(防禦具)를 갖추어 입지 못한,

징집병에게 효과적인 무기였다.

그러나 중장보병과 기병에 쉽게 무너지기에···.

전장의 주역은 되지 못했다.

궁수는 징집병보다 좀 더 나은 정도였다.

숫자도 많지 않아···.

전투를 보조하는 용도였다.


“너에게 궁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법이 있는 거야?”

“그건 아니야. 한동안 궁수는 전장의 주인공이 될 수 없어.”


장궁은 병력을 키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쇠뇌병은 장비가 비쌌다.

필요하면 용병으로 고용해 쓰는 게 더 나았다.

그들을 육성하는 비용으로 보병을 키우는 것이 더 나았다.

창과 방패를 사용하는 보병과,

기사로 이루어진 기병을 운용하는 게 전투에 더 효과적이었다.

보병이 모루가 되고 기병이 망치가 되는···.

망치와 모루 전술(Hammer and Anvil Tactic)은 전장의 꽃이었다.

망치와 모루에서 궁수는 보조 역활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


“그럼. 사라센인들처럼 궁기병을 활용할 생각이야?”


사라센인들 중 일부는 유목민이었다.

유목민들의 중요한 전술은 스웜(Swarm)이었다.

사거리가 긴 합성궁(合成弓, Composite Bow)을 사용해 벌 떼처럼 오가며 화살을 쏘아 대었다.

빠른 속도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해서···.

보병과 중기병으론 대처하기 매우 곤란했다.

그들의 숫자는 많지 않지만, 위협적인 부대였다.


“그렇게 말을 탈 수 있는 사람도 귀하고···. 마상에서 활을 쏘려면 보통 실력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말과 함께 생활하는 유목민이 아니라면,

그런 부대를 구성하기 힘들었다.

사라센에도 그런 부대가 많지 않았다.

아랍인도 대부분 정주민족(定住民族)이었다.

그중 일부만 유목민이었다.

사라센에 그런 부대가 많았다면···.

유럽은 이미 그들의 영토가 되었을 것이다.


“그럼. 왜 활쏘기를 배우라는 거야. 궁수 부대를 만들려는 게 아니야?”

“말 그대로 활쏘기야.”

“그러니까.”

“다른 사람은 필요 없어. 너만 배우면 돼.”

“......”


베르트랑은 오해했다.

활쏘기를 배우라는 말이 궁수를 키우라는 말로···.

악마는 개인의 무력을 위해 활쏘기를 배우라고 한 것이다.


***


“기사에게 활쏘기는 의미가 없어.”


유럽에서 활을 사용하는 기사는 없었다.

활은 보병의 무기였다.

말을 타고 쏠 수 있는 활은 한정되어 있었다.

사냥꾼용 작은 활이었다.

그건 사냥꾼이 토끼나 사슴을 잡는 데나 적합했다.

멧돼지만 되어도 활로 사냥이 쉽지 않았다.

사나운 멧돼지는 사냥개와 화살로 상처를 입힌 후 창으로 잡았다.

전쟁에서 갑옷을 입지 않은 징집병이나 효과가 있었다.

징집병을 상대하는 데는 창과 칼이 최고였다.

막아서는 이들은 창으로 찌르고 도망치는 녀석은 칼로 베면 되는 것이다.

일일이 활로 맞히는 게 더 번거로웠다.

활은 기사에게 맞지 않는 무기였다.


“너는 사라센인이 사용하는 합성궁(Composite Bow)을 사용할 거야.”

“합성궁?”


합성궁(合成弓)은 목재와 짐승의 뿔, 힘줄 등의 재료를 조합하여 만들어 낸 활이었다.

초원의 유목민이 사용하는 활이었다.

악마가 환상을 보여주었다.

먼 대륙의 동쪽 끝 한 무리 사람들이 말을 타고 활을 쏘았다.

화살에 큰 뿔 사슴과 무섭게 생긴 맹수가 쓰러졌다.

그들이 사용하는 활은 맥궁(貊弓)으로 유명했다.

합성궁 또는 각궁이라 불리는 그것은 유목민들과 함께 유럽까지 퍼졌다.

일부는 취미용이나 소장용으로 보관하기도 했다.


“괜찮아 보이지만···. 내가 쓰기엔 애매한데.”


각궁이 엄청나게 성능이 뛰어난 건 아니었다.

다른 활보다 좀 더 멀리, 좀 더 강하게 쏠 수 있는 것뿐이었다.

활이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 봐야 몇 명을 더 죽일 수가 있는 정도잖아.”


말 탄 기사 한 명이 병사 수십 명을 쓸어버릴 수 있었다.

기사는 전장의 꽃이었다.


“네가 사용하면 활로 기사를 잡을 수가 있어.”

“활로 기사를 잡는다고?”

“그래. 사슬 갑옷이 의외로 화살에 약하거든···.”


사슬 갑옷은 바이킹과 노르만에 의해서 서유럽에 정착했다.

바이킹은 뛰어난 궁수가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서 궁술은 전사답지 않은 무술로 치부되었다.

그건 서유럽의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검과 같이 베는 무기에 강한 사슬 갑옷이 기사의 보편적인 방어구가 되었다.

사슬 갑옷이 화살에 취약하지만,

널리 사용된 것은···.

유럽에 강력한 활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웨일스 장궁병과 제노바 쇠뇌병이 아니라면···.

기사들에게 활은 큰 위협이 아니었다.

전장에서 그런 이들을 만나는 건 재수가 없었다.

그 두 병종이 전투에서 보편화되면서 갑옷도 변화했다.

화살과 쇠뇌를 튕겨낼 수 있는 판금 갑옷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네 힘과 합성궁이라면 기사를 활로 쏴 죽일 수가 있어.”


베르트랑의 힘은 악마의 도움으로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다.

그 힘과 합성궁이 어울리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음.”


화살로 기사를 잡을 수 있다는 말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들렸다.

전투에서 적장을 죽이거나 사로잡긴 쉽지 않았다.

기사나 귀족은 말을 타고 있었다.

말은 도망치는 데도 유용했다.

전투에서 가장 큰 피해가 나는 건 도망칠 때였다.

움직임이 느린 보병이 죽어 나가는 것이었다.

기병은 피해가 적었다.

튼튼한 방어구로 무장한 기사는,

더더욱 죽이기 어려웠다.

원거리에서 기사를 죽일 수 있다면,

전투가 매우 쉬워졌다.


***


“활로 죽이는 건 명예롭지 않아.”


베르트랑은 악마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활로 기사, 특히 고귀한 피(귀족)를 죽이는 건 명예롭지 않은 일이었다.

베르트랑이 그런다면 평판이 크게 떨어질 것이다.

그는 일반 기사도 아니고 대영주가 될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활을 사용하는 건 내키지 않았다.

그에 악마가 반문했다.


“귀족에게 독을 사용하는 건 명예롭고?”

“.....”


독은 경쟁자를 치워버리기 좋은 방법이었다.

수많은 영주나 왕이 그런 유혹에 빠졌다.

실제로 이 시기엔 독을 많이 사용하였다.

알게 모르게···.

독은 인류와 함께 오래 했다.


“그건 들키지만 않으면 문제가 안 되잖아. 반면에 화살은 눈에 보이잖아.”


독살은 성공하면 무죄고,

실패하면 유죄였다.

독은 은밀하기에 범인을 밝히기 어려웠다.

범인이 밝혀지더라도 흐지부지 넘어가기 일 수였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야.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도 마찬가지이지. 전투에 왕이 죽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럼. 군대가 무너지겠지.”


전투에서 왕이 죽으면 군대는 무너진다.

더 이상 싸울 의미가 없어졌다.

아니면, 그다음을 준비했다.

권력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음을 생각한다면,

전투에서 최대한 세력을 보전하는 것이 좋았다.

그건 싸우지 않고 물러나는 것이다.

모든 영주가 그런 생각을 가진다면···.

그대로 군대가 무너지고 흩어지게 되었다.

왕이 죽음으로,

소수의 기습에 무너지거나···.

다 이긴 전투에서 패하는 경우도 많았다.

참수 작전은(Decapitation Strike) 망치와 모루와 함께 고대부터 널리 사용된 방법이었다.

아주 효과적인 전술이었다.


“무얼 하든 이기는 게 중요해. 그게 독이 건, 화살이건 중요하지 않아.”


이기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었다.

독을 쓰건 활을 쓰건, 역사는 이긴 자의 편이었다.


***


먼 거리에서 적을 공격한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베르트랑은 합성궁, 각궁에 끌렸다.


“좋아. 정말로 각궁(horn bow, 角弓)이 괜찮다면···. 그것으로 따로 궁수 부대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때?”


괜찮은 생각이었다.


“너와 비슷한 생각을 한 이들이 많아. 그들 대부분이 실패했지.”


각궁과 합성궁은 오래전부터 유럽에 흘러 들어왔다.

로마 시대에 이미 로마군은 파르티아 궁기병과 전투를 벌였다.

그들의 화살은 파르티아 샷(Parthian Shot, 背射)이라고도 불렸다.

로마인이 그걸 모르지 않았다.

로마는 훗날 그들을 용병으로 사용했다.

로마 시대 이후에도 사라센인이 합성궁을 가지고 유럽으로 왔다.

이미 몇백 년 전이었다.

아는 사람은 각궁의 유용성을 알고 있었다.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합성궁에는 목재와 짐승의 뿔, 힘줄, 아교 등이 들어갔다.

대부분 이곳에서 구하기 힘든 값비싼 재료였다.

각궁으로 궁수 부대를 구성하려면 많은 돈이 들었다.


“너의 계획대로 된다면 돈은 아를에서 충분히 벌 수 있지 않아.”

“그건 맞아.”

“네가 소를 키우라고 한 건 이것 때문이 아니야?”

“하하. 맞아. 알고 있었네.”

“그럼. 문제가 없잖아.”“궁수는 키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그건 지금부터 하면 되지.”

“기술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사라센인···. 아니, 너에게 가르쳐달라면 되지 않아.”

“이왕이면 사라센인에게 부탁하면 좋겠군. 슬쩍 옆에서 돕는 게 더 나아.”

“그렇네. 그럼, 문제가 없네.”

“아니, 생각보다 큰 문제가 있어.”

“무슨 문제?”

“관리가 힘들고 비에 취약해.”

“.......”


그건 심각한 문제였다.

이곳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북부, 독일 지방은 가을부터 봄까지 비가 많이 내렸다.

비가 오는 진흙탕에서 벌어진 전투가 생각보다 많았다.

아교를 사용한 쇠뇌도 그런 경우 제 기능을 못 했다.

합성궁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제대로 관리가 안 된 각궁은 아교가 풀려 못쓰게 되었다.

합성궁은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선 쓰기 힘든 무기였다.

몰라서 안 쓴 것이 아니라···.

맞지 않아 안 쓴 것에 가까웠다.


“그럼, 나도 마찬가지 아니야.”

“대규모 부대 단위로는 힘들지만···. 몇 개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지.”


각궁이 그 정도로 못 쓸 물건이었으면···.

먼 동방의 나라에서도 주력 무기로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잘 관리해 주면···.

비 오는 날만 아니라면 사용할 수 있었다.


“네가 가야 할 지역 중엔 비가 잘 내리지 않는 곳도 많아.”


뜨겁고 건조한 황무지와 사막이었다.


“게다가 사라센인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도 있어.”

“아!”


굳이 이곳에서 궁수를 육성할 필요가 없었다.

아를과 가까운 곳에 사라센인들이 살았다.

필요하면 그들을 활용하면 되었다.


“그러니. 우선 너부터 활쏘기를 연습하라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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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선순환 고리. 24.04.26 516 16 12쪽
43 43. 모든 건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법. +2 24.04.25 515 15 13쪽
42 42.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안. 24.04.24 508 15 13쪽
41 41. 에릭, 에드몽. 피에르. +3 24.04.23 525 1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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