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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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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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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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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바이킹의 유산.

DUMMY

74. 바이킹의 유산.


최근 레오 선장은 할 일이 크게 줄었다.

론강의 물류가 마비된 까닭이었다.

레오 선장의 상업용 대형 갤리선은 아비뇽과 마르세유를 왕복했다.

아비뇽에 물류가 모이지 않게 됨으로써 항해를 나서는 빈도가 크게 준 것이다.

이것은 그의 수익으로 연결되었다.

레오 선장의 배는 전적으로 성과제였다.

항해한 수익을 선주와 나누는 방식이었다.

항해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비용은 꾸준히 나갔다.

선박의 큰 수리는 선주가 부담하지만,

간단한 유지보수는 레오 선장이 해야 했다.

나무는 관리하지 않으면 쉽게 썩는다.

물과 염분, 부착생물은 끊임없이 배를 훼손했다.

배를 유지보수하는 인력은 일이 없어도 계속해서 고용해야 했다.

그들의 비용은 전적으로 레오 선장의 몫이었다.

선박에는 쉽게 대체하기 힘든 필수 인력이 있었다.

항해사와 갑판장, 숙련된 노잡이 등은 일이 없다고 해고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들이 배에 남아 있게 하기 위해서는 수익배분과 관계없이 기본금을 주어야 했다.

수익배당에서 선장의 배분이 높은 건 이런 비용까지 책임지기 때문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아비뇽에 들르는 것만으로 그런 모든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한동안은 버틸 수 있지만···.

이번 사태가 오래 지속되면 그가 파산할 수도 있었다.

그런 그에게 아를 상단의 시몽이 접촉해 왔다.


[아를에서 마르세유로 가는 운송 건이 있는데 맡아보겠습니까?]

[아를 말이요. 거긴 들린 적이 없는데···.]

[얼마 전에 아를이 주군의 영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거기는 대주교의 영지가 아니었소?]

[아를은 처음부터 주군의 영지였습니다. 이번에 되돌려 받은 셈이지요.]

[아···. 그랬소. 아를이라···.]

[왜.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뱃사람들 사이에 그곳에 대해 여러 소문이 있소.]

[어떤 소문입니까?]

[사라센 해적의 소굴이라던가···. 이단이 살고 있다던가···. 이런저런 소문이오. 그래서 가능한 아를의 근처로 가지 않는 편이오.]

[해적의 소굴이라는 소문은 헛소리에요. 그곳에 해적이 있다면 론강에 배가 다닐 수가 있겠습니까?]


아를은 해적의 소굴은 아니었다.

카마르크 지역의 사라센 해적이 장물과 물품을 거래하는 장소일 뿐이었다.

가끔 포스의 새끼 돼지 가문도 장물 처리를 위해 들렸다.

아를은 일종의 회색지대(gray zone)였다.

허용 한계선(red line)을 넘지 않은 모호한 영역이다.

합법은 아니지만 불법도 아닌 그 애매한 영역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레오 선장은 마음이 흔들렸다.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아를이라···. 한 달에 몇 번의 일이 있소?]

[처음은 한 달에 한 번 정도가 될 겁니다.]


나쁘지 않았다.

아비뇽과 아를,

한 달에 두 번의 항해라면 어떻게든 선박 유지비는 나올 것이었다.

안 그래도 항해의 운임이 오르고 있었다.

해적들이 설치게 됨으로써 작은 배들은 운항 못 하고 있었다.

대형 갤리선의 경우 해적이 쉽게 덤비지 못했다.

제노바식 갤리선은 노잡이가 전투 시엔 병사가 되었다.

대형 갤리선은 선원이 많은 편이라 잘못하면 해적이 당할 수도 있었다.


[아를은 비싼 운임을 줄 수 없습니다.]


아비뇽에 비하면 아를은 항해 거리가 짧았다.

그에 맞추어 운임을 낮추어야 했다.


[그 부근엔 해적이 있지 않소. 위험 부담이 큰 만큼 운임을 낮출 수는 없소.]


론강을 다니는 배가 줄어들자,

해적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다.

큰 배도 여러 해적이 뭉쳐서 덤벼들었다.


[해적은 공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오.]

[선박에 아를의 깃발을 달면 됩니다.]

[아를의 깃발이라면···.]

[저의 주군의 깃발이지요.]


베르트랑(아를 왕국)의 문장을 단 깃발이었다.

아를 도시에 그 깃발이 매달려 있었다.

사라센 해적들도 그것을 알았다.


[그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소.]

[깃발을 달아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해적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추가로 깃발을 다는 것은 손해 볼 것이 없는 일이었다.

레오 선장은 시몽의 말을 들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해적이 공격하지 않았다.

숨어 먹잇감을 노리던 해적선은 레오 선장의 배를 본체만체했다.

아를의 깃발이 마르세유의 깃발보다 효과가 더 좋았다.

레오 선장의 배는 정기적으로 아를에 들르게 되었다.

아비뇽에서 구하기 힘들어진 상품이 배에 실렸다.

그렇게 아를을 방문하는 게 한 번에서 두 번이 되었다.

세 번이 되었을 때 레오 선장은 수익이 내게 되었다.


‘이곳이 그 폐허로 알려진 아를인가?’


아를의 항구는 접안 시설이 잘되어 있었다.

로마 시대에 건설된 부두(埠頭)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것이라 쉽게 부서지지 않았다.

낡고 부서진 부분도 수리되고 있었다.


‘이게 아를의 베르트랑의 힘인가···.’


아를은 베르트랑에 의해 변하고 있었다.

좀 더 나은 도시로···.

그렇게 아를을 항해하던 어느 날 시몽 상단주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


***


“레오 선장. 주군 밑으로 올 생각은 없습니까?”

“그대의 영주를 모시라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대들은 배가 없지 않소.”


레오는 선장이었다.

배가 없으면 쓸모없는 사람이었다.

베르트랑이 무슨 일로 자신을 쓰려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저의 주군은 이곳에서 배를 건조할 생각입니다.”

“배를 건조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오.”


좋은 목재와 뛰어난 조선공이 필요했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선박을 건조할 목재를 구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론강의 지류의 대부분은 알프스에서 발원했다.

주위에 산지가 많아 목재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용골로 사용할 크고 긴 참나무가 많이 남아 있었다.

아비뇽에서 통행세를 받는다고 해도,

강을 따라 흘러가는 목재에 세금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런 뗏목은 아비뇽을 거치지도 않았다.

거기에 아직 아를의 인근에도 숲이 많이 남아 있었다.

알필 산맥은 바람을 막아 비를 내리게 했다.

비는 시내를 이루어 숲을 이루었다.

부근에 선박용 목재로 쓸만한 나무가 많았다.

아를은 선박을 건조하기 좋은 위치였다.


“나무는 구한다고 해도 조선공은 어떻게 할 것이오?”

“간단한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선공은 이곳에도 있습니다.”

“이곳의 사라센인들을 말하는 것이오.”


레오도 아를이 돌아가는 사정을 알았다.

해적이 자신의 배를 공격하지 않는 일이 반복되었다

아를이 해적들의 도시는 아니지만···.

연관성이 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네. 그들은 어선도 만들지만···. 소형 갤리선을 만들거나 수리할 수도 있습니다.”


아를의 사라센인은 어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어선은 기본적으로 만들 수 있었다.

아를엔 로마 시대의 항구와 조선소가 있었다.

그곳에 카마르크의 사라센 해적이 선박의 수리를 맡겼다.

선박의 수리를 맡다 보니.

자연스럽게 건조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카마르크의 해적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아를에 의존하고 있었다.

사라센 해적이 마르세유의 배를 공격해도 아를의 선박은 공격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아를과 적대시하면 상당히 피곤해졌다.

장물 처리와 물자 보급뿐만 아니라···.

선박의 수리도 문제였다.

아를이 아니면 수리를 위해 팔마나 튀니스까지 가야 했다.

해적용 소규모 갤리선으로 지중해를 횡단하는 일은 위험했다.

지중해 연안을 따라 발렌시아로 가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기독교도의 영토를 지나야 할 뿐만 아니라···.

발렌시아의 조선업은 크게 쇠퇴했다.

기독교 국가인 카스티아-레오네 연합에 함락되어 도시가 파괴되었다.

도시의 복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독교 왕국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결국 엘시드(El Çid, 챔피언)라 불리는···.

로드리고 디아스 데 비바르 (Rodrigo Díaz de Vivar)에게 도시가 넘어가게 된다.

그 후 발렌시아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양쪽을 오가게 되었다.

이베리아반도의 사라센 세력은 점차 축소되고 있었다.

카마르크의 사라센 해적은 점차 고립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아를은 그들의 마지막 보루였다.


***


“상업용 대형 갤리선은 소형 갤리선과 다르오.”


해적용이라는 말은 빠졌지만···.

소형 갤리선의 용도는 빤했다.

선체가 작아서 많은 짐을 실을 수가 없었다.

그에 비해서 노를 젓는 인원은 많이 필요했다.

소형전함이나 해적선으로 활용되었다.

반면에 대형 갤리선은 전함뿐만 아니라···.

상선으로 많이 활용되었다.

수송량 때문이었다.

소용 갤리선으론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었다.

그런 배를 만들 수 있는 곳은 로마의 유산이 남아 있는 곳이었다.

이탈리아 북부의 자유도시와 그리스의 동로마 도시였다.

그리고 이슬람 세력은 이집트의 알렉산드라와 같은 대규모 항구 도시였다.

모두 고대 로마의 유산이었다.


“내가 모는 배도 제노바에서 만들어진 것이오.”


마르세유에선 대형 갤리선을 못 만들었다.

그것이 마르세유가 십자군 원정과 지중해 패권에 도전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다.


“레오 선장과 선원들도 제노바 출신이시지요. 그래서 주군께서 영입하려는 것입니다.”


마르세유는 상인들의 도시이지.

뱃사람의 도시는 아니었다.

지중해 서부는 제노바와 피사가 분점하고 있었다.

그들이 대형 갤리선을 건조하고 뱃사람을 육성했다.

제노바의 노잡이는 선원이면서 병사이기도 했다.

해적이 자주 출몰하는 남프랑스의 해안을 항해하기 좋은 이들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뱃사람과 조선공은 엄연히 다르오.”

“아는 사람은 있지 않습니까?”

“제노바는 그런 이를 보내주지 않을 것이오.”


선박 건조 기술은 군사 기밀이기도 했다.

제노바와 피사는 그런 조선공을 철저히 관리했다.

검과 갑옷을 만드는 뛰어난 대장장이도 관리하는 상황에서 당연한 일이었다.

로마 시대의 많은 기술이 잊혔다.

뛰어난 기술이 돈이자 힘이었다.

쉽게 기술을 내어주지 않으려고 했다.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이 제노바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혹시 사라센인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오?”


대형 갤리선은 알렉산드리아뿐만 아니라 튀니스에서도 건조했다.

튀니스 로마 시대엔 그리 크지 않은 도시였지만···.

이슬람이 자치한 이후에는 지중해의 해군과 해적의 거점으로 번성했다.

튀니스는 해적의 도시답게 상당히 개방적이었다.

아를의 사라센인이 원한다면 방문할 수 있는 도시였다.


“가능하다면 그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레오 선장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겠지만···.

조선(造船) 기술에 종교와 국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라센의 조선 기술은 그리스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갤리선은 그리스의 대표적인 배였다.

카르타고와 이집트, 페르시아, 로마에 이르기까지···.

지중해 무역은 갤리선에 의해 번성하였다.


“사라센 해적의 배라면 몰고 싶지 않소.”


레오 선장의 사라센 해적에 대한 혐오는 상당했다.

지중해를 오가는 상선의 선장이라면 사라센 해적은 가장 많이 부딪치는 존재였다.

배가 나포라도 당하면 평생을 노예로 살아야 했다.

감정은 이성을 압도했다.


“사라센의 배가 아니라면 해볼 마음이 있다는 말이군요.”

“사라센과 제노바나 피사가 아니라면···. 어디에서 조선공을 구한단 말이오.”


제노바와 피사가 아니더라도 베네치아와 아말피와 같은 해상 도시가 있었다.

베네치아는 비잔틴에서 독립한 후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었다.

제노바와 피사의 해상 패권에 도전하고 있었다.

베네치아인은 제노바와 피사를 견제할 수만 있다면 사라센인들에게도 기술을 팔 사람들이었다.

아말피는 얼마 전 로베르 기스카르에게 정복당했다.

노르만인들의 압제에 저항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노르만인에 대항할 수 있는 병력을 보내준다면 조선공을 아를로 보내줄 것이었다.

그러나 베르트랑이 생각하는 장소는 그곳들이 아니었다.


“발트해와 저지대가 있지 않습니까?”

“거기는···.”


레오 선장이 생각도 못 한 곳이었다.


“그곳의 배는 이곳의 바다와 맞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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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5. 청어와 코그(Cog), 플루트(fluyt). +2 24.05.28 362 16 13쪽
» 74. 바이킹의 유산. +4 24.05.26 386 20 12쪽
73 73. 최선을 고를 수 없다면 차악을. +4 24.05.25 383 18 13쪽
72 72. 알폰소. +2 24.05.24 394 15 15쪽
71 71.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4 24.05.23 383 19 12쪽
70 70. 인구를 단번에 증가시킬 방법. +4 24.05.22 404 16 12쪽
69 69. 물류의 거점. +2 24.05.20 414 19 12쪽
68 68. 에릭의 조언. +2 24.05.19 405 20 12쪽
67 67. 문전 걸치기. +2 24.05.18 409 15 12쪽
66 66.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사람. +2 24.05.17 395 17 12쪽
65 65. 호의적일 수밖에 없는 사람. 24.05.17 364 13 12쪽
64 64. 아를의 특산품. 24.05.16 416 18 13쪽
63 63. 인재를 등용하다. +2 24.05.15 434 17 12쪽
62 62.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 +2 24.05.14 404 21 14쪽
61 61. 세금을 내게 하는 법. +2 24.05.13 418 18 14쪽
60 60. 아를의 사람들. +4 24.05.12 433 17 14쪽
59 59. 날아오를 때. +6 24.05.11 439 20 12쪽
58 58. 내부의 에너지가 쌓이다. 24.05.10 440 21 12쪽
57 57. 모두의 머리를 모으다. 24.05.09 435 17 12쪽
56 56. 은과 금. 24.05.08 429 17 13쪽
55 55. 보 가문에 원하는 것. +6 24.05.07 457 19 12쪽
54 54. 레 보 드 프로방스. 24.05.06 477 22 13쪽
53 53. 멧돼지 사냥. 24.05.05 484 17 13쪽
52 52. 중세의 숲. 24.05.04 494 20 12쪽
51 51. 거짓된 예언자. +4 24.05.03 497 17 14쪽
50 50. 어머니의 마음. +2 24.05.02 505 15 14쪽
49 49. 마음을 되돌리는 일. +2 24.05.01 496 12 12쪽
48 48. 교역의 조건. 24.04.30 475 13 13쪽
47 47. 마르세유 상인 길드. +2 24.04.29 501 13 13쪽
46 46. 겨울의 지중해 항해. +2 24.04.28 517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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