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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이연입니다.

내공빨로 무림 갑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별박이연
작품등록일 :
2022.06.11 16:44
최근연재일 :
2022.11.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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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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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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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6.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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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04. 어느새 여름.

DUMMY

# 04. 어느새 여름.


환골탈태(換骨奪胎).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바뀐다는 의미로 무공에선 무공을 익히기 적합한 육체로 변하는 걸 말한다.

애벌레가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되는 과정이 바로 환골탈태라 할 수 있다.

원래 임독양맥과 생사현관을 뚫은 고수가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서 극히 드물게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홍경은 과도한(?) 영약 섭취의 힘으로 만들어진 결과였다.

다만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진 않았다.

피부가 벗겨져 매끈한 새살이 돋고 가슴의 흉터가 옅어졌으며, 내부적으로는 단전이 조금 커졌다.

알아채지 못한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나, 확인할 수 있는 건 그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변화는 점진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환골탈태는 거의 하루에 한 번꼴로 이루어졌고, 자고 일어나면 몸 안의 노폐물이 빠져나와 세수를 안 해도 피부가 뽀송뽀송했다.

단전도 계속 커져 내공은 좁쌀에서 밤톨, 밤톨에서 감자만 한 크기로 증가했다.

고수의 길이 멀지 않았다.


***


한 달을 넘길 무렵, 수련이 벽에 막혔다.

아무리 영약을 먹어도 더는 내공이 늘지 않았고, 환골탈태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계가 온 것이다.

쓰레기 심법과 쓰레기 같은 재능.

물량으로 극복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벽은 견고했다.

‘여기서 하산해야 하나.’

지금 내공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다.

기준을 잡아 줄 스승이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목표로 하던 천하제일의 내공 수위에 도달하지 못한 건만은 확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목표로 잡은 한 달을 채우긴 했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대환단도, 천년설삼과 공청석유도 900개씩이나 남았다.

경지를 뚫지 못하면 저 많은 영약이 다 무용지물이 된다.

훗날을 위해 적어도 벽은 깨고 하산하고 싶었다.

‘아! 그게 있었지!’

방법을 고민하던 홍경은 한 가닥 희망을 품고, 행낭에서 인형처럼 생긴 작은 뿌리 하나를 꺼내 들었다.

태왕 동자삼.

동자삼은 100레벨 점핑용 아이템이다.

쪼렙을 순식간에 고레벨로 만들어 주는 아이템이니 분명, 이 꽉 막힌 순간을 뚫어낼 기적을 보여주리라.

동자삼은 이름 그대로 어린아이와 꼭 닮은 모습이었다.

크기는 손바닥만 해 한입에 털어 넣을 수 있을 정도였다.

줄기를 잡고 입으로 가져가다 멈칫했다.

지금 이걸 먹으면 절대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쩔까.

다음에 더 좋은 심법을 구한 뒤 시도할까.

아냐.

한참을 망설인 끝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입에 쑤셔 넣은 뒤, 와삭와삭 씹어 삼켰다.

직후, 심장이 쿵쾅쿵쾅 터질 듯이 뛰기 시작하더니, 눈앞이 흐릿해지고, 귀에서 웅웅- 이명이 울렸다.

온몸이 덜덜 진동하더니, 갑자기 바닥에서 튕겨 올랐다.

퉁퉁-

벽이며, 천정이며, 바닥이며, 이리저리 부딪혀대니 전혀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선 쾅쾅,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고, 눈앞이 캄캄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철퍼덕, 바닥에 떨어지자 겨우 떨림이 멈췄다.

이제 끝났거니 했는데, 갑자기 온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옷이 다 찢겨 나가고, 손목에 묶어둔 요술행낭도 떨어졌다.

끝내 사람의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둥근 공이 된 순간, 홍경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터진다!’

뻐엉!

엄청난 굉음과 함께 거대한 기운의 폭풍이 터짐과 동시에 홍경의 의식도 날아갔다.

······.

잠시 후 홍경은 자신이 허공으로 치솟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마치 수직으로 상승하는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청선산이 주먹만 해지고, 주변 마을이 콩알만 해지더니, 현(縣), 주(州), 부(府), 드디어 사천성(四川省)을 한눈에 내려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대륙과 바다.

종내에는 달처럼 지구를 내려다보게 되었다.

이제 우주로까지 나가려던 의식이 갑자기 아래로 쭈욱 빨려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토굴까지 되돌아왔다.

의식이 몸으로 돌아온 순간, 홍경의 육신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갑자기 단전에서 번쩍, 눈 부신 빛이 터져 나오더니, 몸의 중심을 따라 꽃송이 같은 형상을 이루며 올라가 정수리에서 금빛 연꽃의 형상으로 만개했다.

‘태을금화(太乙金花)!’

세 개의 양(陽)이 정수리에서 만나(三陽聚顶) 다섯 기운이 합을 이루니(五氣朝元) 황금꽃이 피어난다.

그 지극한 경지에 이른 것이다.

황금빛의 기운은 다시 단전으로 돌아와 또 한 번 폭발했다.

전신 세맥(細脈)까지 퍼져나간 기운은 뼛속까지 스며들어 신체를 완벽하게 탈바꿈시켰다.

지금까지 수십 번을 겪은 환골탈태는 가짜였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환골탈태였다.

경지에 오르고 보니, 이제 남은 영약들을 남김없이 흡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홍경이 손을 한 번 휘젓자, 바닥의 행낭에서 영약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공중에서 제멋대로 합쳐졌다.

허공섭물(虛空攝物).

내공의 고수가 멀리 떨어진 사물을 기(氣)로 움직이는 기술.

홍경은 몸에 익은 기술처럼 자연스럽게 허공섭물을 사용했다.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었고, 익히지 않아도 쓸 수 있었다.

어떤 것들은 경지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알게 되는 도리(道理)가 있다.

마치 벌이나 개미가 배우지 않아도 선천적으로 종족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커다랗게 뭉친 영약의 덩어리에서 연기 같은 기운이 흘러나와 홍경의 코와 정수리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기운을 전부 흡수한 홍경은 영약의 정수를 소화하기 위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운기조식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너무나 거대한 기운을 흡수한 탓에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었다.


***


한 달 뒤.

마침내 홍경이 눈을 떴다.

‘드디어···.’

영약의 모든 기운을 소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홍경은 자신이 경지를 구분하는 게 무의미한 수준에 올라섰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래서 더 평범해 보였다.

완벽한 것은 되려 부족해 보이는(大成若詘 大直若屈) 이치였다.

너무 거대한 것은 도리어 볼 수 없다.

누구도 홍경이 내공의 고수임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이제 무공 같은 건 익힐 필요도 없었다.

제아무리 대단한 무공이라도 결국, 사람을 상대하기 위한 기술이다.

천하제일 고수라도 하늘을 뒤덮은 폭풍을 지우거나, 몰아치는 파도를 밀어낼 수는 없는 법.

홍경이 품은 내공은 산천초목을 뿌리째 뽑아버릴 폭풍이자 대륙을 뒤덮을 거대한 파도와 비견할 만했다.

‘이제 하산하자.’

평생 이룰 목표를 다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마음이 몹시 가벼웠다.

대환단과 공청석유는 10개씩, 천년설삼은 100뿌리를 남겨뒀다.

이제 이걸 팔아 떵떵거리고 살 일만 남았다.

힘을 가졌다고 천하를 제패하고 어쩌고 할 마음은 없었다.

그저 평범하고, 행복하게 인생 꿀 빨며 살 생각뿐이었다.

‘아, 평범해 보이려면 이것도 있어야지.’

가슴을 살짝 문지르자 환골탈태로 지워진 벼락 맞은 흔적이 다시 만들어졌다.

행낭에서 준비해 둔 옷을 꺼내 입었다.

금색 내의를 입다,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났다.

‘아버지한테 혼나겠는걸···.’

연락도 없이 약속한 한 달을 훌쩍 넘겼으니 걱정이 많으시리라.

머문 흔적을 지우고 주변을 정리한 후 토굴을 나왔다.

무성한 푸른 잎으로 뒤덮인 울창한 나무들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올 때는 봄이었는데, 두 달이 지나 어느새 여름의 초입이다.

세상 만물이 달라 보였다.

‘세상은 그대로이나 내가 바뀐 것이지.’

감상에 젖은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던 홍경이 슬쩍 발을 굴렀다.

살짝 발을 디딘 것뿐인데, 홍경의 몸은 아주 가볍게 숲을 벗어나 하늘 위로 떠 올랐다.

공중에 멈춰선 홍경은 계단을 밟듯, 허공을 밟으며 걸어 내려왔다.

그대로 개울에 내려 물 위에서 흘러가는 나뭇잎 하나를 밟고 섰다.

전설의 경지라는 허공답보(虛空踏步), 일위도강(一葦渡江)을 아무렇지 않게 구사했다.

처음 펼쳐보는 재주가 신기하고 재밌어, 홍경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첨벙첨벙 물 위에서 발장구를 쳤다.

그때 계곡 아래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어떤 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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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2

  • 작성자
    Lv.53 Kkjj2
    작성일
    22.06.29 17:18
    No. 1

    아니 생각해보니 저걸 가장 먼저 먹었으면.. 음..

    찬성: 5 | 반대: 0

  • 작성자
    Lv.99 학교
    작성일
    22.08.11 15:06
    No. 2

    좋아요.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세비허
    작성일
    22.08.31 15:29
    No. 3

    재밌네요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2.09.02 22:18
    No. 4
  • 작성자
    Lv.43 06***
    작성일
    22.09.14 22:21
    No. 5

    무슨게임이 시작하자마자 지존부터시작이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사비천애
    작성일
    22.09.16 06:35
    No. 6

    동자삼 먹기전에 900개씩 남아있었는데 먹고나서는 10개씩 남았다는거 설정 오류인듯?

    찬성: 0 | 반대: 2

  • 작성자
    Lv.64
    작성일
    22.09.24 12:40
    No. 7

    이제 하산하면 가족다죽어잇는걸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워리제이
    작성일
    22.10.12 20:29
    No. 8

    진짜대책없..당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7 에이던
    작성일
    22.10.22 09:33
    No. 9

    주인공 뇌없음?? 아 그게 있었지?? 라니 주머니에 손만 넣으면 목록 자동으로 표시되는거 아니었음??
    999개에서 900개 됬으면 99번 곱하기 3 최소 297번 손을 넣어서 꺼내먹었다는 건데 뒤늦게 아 그게 있었지? 라니 저런 머리로 무공은 어떻게 익힘 ???? 차라리 그냥 스킬처럼 무공도 배우는 설정으로 가던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지존
    작성일
    22.11.27 19:41
    No. 10

    100렙까지 점핑인데 100렙 일반인과
    80렙 전문 고수가 싸우면
    전문고수가 일반인 순삭 시킵니다.

    화경의 고수가 왜
    현경의 고수를 이기는게
    불가능에 가깝겠습니까?
    스팩만이 아닌 기술의 숙련도와 활용도,
    전투센스도 만렙을 찍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인이 만렙 찍은건데 50짜리 한테도 얻어 맞다가 단전이 파괴되어서 힘의 원천을 잃고 죽임을 당할겁니다.
    그나마 볼만한게 내공으로 인한 거력인데 그걸 잃으면 그냥 만렙샌드백에 지나지 않겠습니까?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1 threeon
    작성일
    22.11.30 14:29
    No. 11

    ㅋㅋㅋ 이렇게 바로 먼치킨 되는건 오랜만이네 전 갠적으로 좋다고봄 이상한 한계 벽 같은걸로 억지로 약화시키는것보단 그냥 신으로 시작하는게 낫지 ㅋㅋ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64 끝입니다
    작성일
    22.11.30 14:57
    No. 12

    그냥 무지성이였네 영약 갯수가 문제가 아님 10개있어도 빡머갈로 초급심법 1개먹고 세계가 날 도와준다아아악!!!하고 신 될설정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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