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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이연입니다.

내공빨로 무림 갑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별박이연
작품등록일 :
2022.06.11 16:44
최근연재일 :
2022.11.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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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6.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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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영약으로 삼시 세끼.

DUMMY

# 03. 영약으로 삼시 세끼.


홍경은 밤새 초급 심법서를 탐독했다.

학업이라곤 소학을 간신히 뗀 정도고 덮어쓴 기억도 온전하지 못해 제대로 읽지 못할까 걱정했으나, 고맙게도 한글로 번역돼 있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홍경은 심법서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인생을 날로 먹을 계획의 출발점이자 근본이니 대충 읽고 넘어갈 순 없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힘이 없다면 지킬 수 없을 것이고, 무엇보다 이번 생의 목표로 정한 무릎 꿇지 않는 삶을 이뤄낼 수 없을 것이기에.

꼬끼오~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에 홍경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책을 덮었다.

‘이건 쓰레기다!’

심법을 완벽히 파악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한 번도 무공을 접해보지 못한 홍경도 알 수 있었다.

이 심법으론 평생을 매달려도 내공의 고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호흡을 통해 단전에 내기(內氣)를 쌓는 걸 축기(蓄氣)라고 한다.

이 축기는 특정 혈도(血道)를 경로로, 진기를 움직이는 운기(運氣) 과정이 필수다.

어떤 경로를 타느냐에 따라 축기의 속도는 물론, 내공의 속성까지 달라진다.

그래서 문파마다 공법이 다르고, 무공마다 적합한 공법이 따로 있는 것이다.

하지만 초급 심법엔 그게 없었다.

축기의 기본인 주천(周天)과 운기가 없으니 이건 삼류무사한테 줘도 뺨을 맞을 물건이다.

홍경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다 생각했다.

‘아니, 이거면 충분하겠어.’

그런 확신이 들었다.

초급 심법의 유일한 장점은 지극히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경락과 혈을 자극하지 않으니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었다.

부족한 효율은 영약으로 때우면 되니, 효율은 낮아도 안정적인 게 백배, 천배 나았다.

영약은 약성이 강해 법제(法製)나 가공 없이 먹으면 극독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걸 수백 개나 생으로 먹어 치우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홍경이 초급 심법으로 충분하다는 확신을 가진 것도 그래서였다.

효율 똥망의 최하급 심법이지만 지금 시점에선 최적이랄 수 있었다.

영약을 다 소화한 후 훗날 좋은 심법을 구해 갈아타면 그만이다.

‘한 달만 달려보자.’

우선 한 달만 시험 삼아 수련해 보기로 계획을 세웠다.

생각대로 잘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단 부딪혀봐야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있을 테니까.


***


그날 저녁.

“도련님. 주인어른 돌아오셨습니다.”

“알았어.”

가게 일을 마친 아버지가 돌아오셨다고 하인이 알려주었다.

홍경은 동경으로 자신의 낯빛을 살폈다.

어딜 봐도 아픈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의관을 정제한 후 바로 부모님을 찾아뵈었다.

“몸은 좀 어떠냐.”

아버지, 주인걸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홍경은 과장된 몸짓으로 팔뚝을 들어 보이며 답했다.

“아주 좋습니다. 벼락을 맞고 기혈이 뚫렸는지, 오히려 전보다 더 건강해진 기분입니다. 오전에 다녀간 의원도 별문제 없다고 하더라고요.”

주인걸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이게 다 부처님의 가피를 입은 덕이다. 네 어미가 밤낮으로 불공을 드리지 않았겠느냐.”

귀하디 귀한 5대 독자가 벼락을 맞고 죽을 지경에 처했으니 그 심정이 오죽했을까.

어머니, 유부인은 밤낮으로 홍경이 무사히 깨어나기를 부처님 전에 기원했다.

홍경은 기억과 달리 부쩍 수척해진 어머니의 모습에 그 마음과 정성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되었다.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어쨌거나 천만다행이다. 이제 비 오는 날은 외출을 삼가도록 해라.”

홍경은 어머니께 감사를 드리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버지. 저 한 달 정도 여행이나 다녀올까 합니다.”

“뭐? 여행? 아니, 이제 막 깨어난 놈이 갑자기 여행은 무슨 여행이냐.”

인걸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한 달을 정양해도 모자랄 판에 무슨 여행이니. 그냥 집에서 쉬다 기력이 돌아오면 그때 나가던가 하고.”

어머니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만류했다.

“제가 이번에 죽다 살아나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제 행실이 바르지 못해 벼락을 맞은 것 같아서요.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열심히 살아야겠다 싶어요. 마음도 다잡을 겸, 명산을 돌며 호연지기도 기르고, 또 절에 들러 불공도 좀 드릴려고요.”

그러자 인걸은 유부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호연지기라니··· 여보, 임자. 이 녀석 벼락 맞고 갑자기 철이 들어나 보오. 으허허.”

“상공! 지금 웃음이 나와요? 얘를 말려도 모자랄 판에!”

“부인. 장부가 뜻을 세웠는데, 부모 된 자로서 그걸 꺾는 게 옳은 일은 아니지 않소.”

늘 흐리멍덩하게 굴며 술만 마시고 허송세월하던 아들이 정신을 차린 듯해 몹시 기꺼웠다.

인걸이라고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뭔가 해보겠다는 홍경의 의지를 꺾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몸이나 좀 추스르고 움직여야지요.”

“됐소. 시간이 지나면 의지도 식는 법이요. 의원도 괜찮다고 했다잖소. 그래. 경아. 다녀오너라. 여비도 넉넉히 챙겨가고. 여기저기 마음껏 둘러보고 오너라.”

“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지자, 홍경은 꾸벅 절을 하고 일어섰다.


***


다음 날 홍경은 바로 행장을 꾸려 집을 나섰다.

저잣거리에 들러 박병(薄餠 말린 빵)과 말린 과일, 육포 등을 샀다.

수련을 시작하면 한 달 이상 머물 테니 되도록 조리 없이 바로 먹을 수 있고, 장기보존이 가능한 종류로 준비했다.

식기와 등불에 쓸 기름, 나무를 다듬을 작은 손도끼도 샀다.

봄이지만, 밤은 아직 쌀쌀하니 이부자리용 털가죽도 장만했다.

이것저것 다 챙겨보니, 그 양이 수레에 실어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하지만 몽땅 요술행낭에 집어넣으니 실제로 들고 다닐 짐은 없었다.

요술행낭은 왼팔에 감아둬 소매 속으로 손만 넣으면 바로 물건을 넣고 뺄 수 있도록 해두었다.

소매 주머니에 작은 물건이나 금전을 넣어두는 게 일반적이니 뭘 넣고 빼도 이상해 보이지 않게 말이다.

지팡이에 보퉁이를 꿰어 매고 발걸음도 가볍게 성을 나섰다.

목적지는 성도 북서쪽의 청성산(靑城山).

청성산은 도교의 성지라 수도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또 청성파라는 거대 문파가 자리를 잡고 있어 산적이나 흉악한 마두를 마주칠 걱정이 없어 수련에 안성맞춤이었다.

늦은 오후에 도착해 산 아랫마을 객잔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산을 올랐다.

한 시진 정도를 걸어 도착한 곳은 남쪽 산기슭 으슥한 곳에 자리한 토굴이었다.

어릴 때 친구들과 산을 타며 놀다 발견한 장소였다.

원래 양조장에서 술 항아리를 보관하는 창고로 쓰던 곳인데, 버려진 지 꽤 오래돼 누구도 찾지 않는 곳이었다.

게다가 이곳은 근처에 개천이 있어 식수를 마련하기도 좋았다.

토굴 안에 들어가 청소부터 시작했다.

관목으로 빗자루를 만들어 흙먼지를 쓸어내고, 깨진 항아리 조각들을 치웠다.

식기와 옷가지를 올려 둘 선반도 만들고, 들짐승이 들어오지 못하게 나무로 대충 문짝을 짜 입구를 막았다.

몇 시진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니 제법 그럴듯한 생활공간이 만들어졌다.

땀을 닦으며 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해가 기울고 있었다.


***


건량으로 대충 끼니를 때운 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제부터 수련 시작이다!’

심법서에 적힌 대로 토납법으로 호흡의 기틀을 잡았다.

토납법은 일종의 준비운동이라 할 수 있다.

보통 토납법은 사흘에서 일주일을 잡는데, 홍경은 그냥 하루 만에 끝내 버리고, 이튿날부터 바로 본격적인 심법 수련에 들어갔다.

내공 수련의 출발은 단전에서 기(氣)를 느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얼마나 수련해야 기운을 느낄 수 있는지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빠른 이는 일주일이면 충분하지만, 일 년이 넘게 걸리는 예도 있었다.

갈 길이 바쁜데 기감(氣感) 찾는 일로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홍경은 바로 영약을 도움을 받기로 했다.

행낭에서 대환단 한 알을 꺼냈다.

납환(蠟丸, 밀랍을 둥그렇게 뭉쳐 만든 것)을 깨고 안에 든 환약을 망설임 없이 입에 툭 털어 넣었다.

금세 아래쪽에서부터 뜨끈한 느낌이 올라오더니, 온몸에 후끈한 열기가 퍼져나갔다.

차분히 호흡을 조절하며 집중하자 곧 단전에 실오라기 같은 기운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역시 대환단! 효과 확실하네.’

홍경은 효능에 감탄했지만, 사실 흡수한 기운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쓰레기 심법의 효과로 대환단의 기운 태반은 허공으로 흩어졌고 흡수하지 못한 약성은 그대로 똥이 되었다.

대환단은 이렇게 쓰일 물건이 아니었다.

무림의 성약(聖藥)이자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보물(無價之寶)이다.

고대의 수련서에 따르면 내공 수련 시, 기가 새는 걸 막기 위해 혀로 입천장을 막고 똥구멍에 힘을 줘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처절하게 똥구멍에 힘줘가며 매일 한 톨 한 톨 육십 년을 모아야 일갑자(一甲子)다.

즉, 한 사람이 평생을 바쳐야 도달할 수 있는 수위가 일갑자인 것이다.

누군가의 평생을 단 한 알로 대체할 수 있는 게 바로 대환단이다.

그 대단한 물건을 고작 기감을 느끼는 데 소모해버린 것이다.

무공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가 봤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져 뇌출혈로 사망하거나 피를 토하며 혼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홍경에게 이건 낭비가 아니었다.

아껴야 하는 건 영약이 아니라 시간이다.

젊어서 즐겨야지, 다 늙어서 천하무적이 되면 무엇하나.

돈으로 시간을 사는 과금전사의 자세로 달려야 한다.

일각(一刻 약 15분) 정도가 지나자 기운이 사그라들었다.

잠깐 휴식을 취하며, 홍경은 밖으로 나가 푸성귀를 뜯어왔다.

잘 씻어 그릇에 담은 후 말린 과일과 으깬 견과류를 넣고 식초와 소금, 후추, 참기름으로 간을 했다.

여기에 천년설삼을 송송 썰어 넣고 드레싱으로 공청석유까지 뿌리자, 지금껏 누구도 먹어보지 못한 초호화 샐러드가 완성됐다.

천년설삼에 공청석유까지 더해지자 효과는 대환단 이상이었다.

그릇을 다 비우기도 전에 뱃속에서부터 감당할 수 없는 기운이 터져 나왔다.

온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이러다 터지겠다 싶어 얼른 자세를 잡고 심법을 운용했다.

심법의 구결을 외우며 의식을 집중하자, 폭발할 것 같던 기운 대부분이 밖으로 배출되었다.

남은 건 좁쌀만 한 기운의 찌꺼기 정도.

쓰레기 심법의 효능이었다.

‘와, 죽는 줄 알았네.’

위기를 넘긴 홍경은 단전에 남은 좁쌀만 한 기운을 데굴데굴 굴렸다.

한참을 굴리다 보니 좁쌀은 쌀알 크기로 증가했다.

눈 뭉치를 굴리면 거대한 눈덩이가 되는 이치다.

감을 잡은 홍경은 이런 식으로 수련을 이어갔다.

가져온 건량 대신 삼시 세끼를 영약으로 대체하고, 먹은 즉시 심법으로 기운을 소화했다.

수련하면 할수록 홍경은 자신이 수련에 재능이 없음을 절감했다.

저 대단한 영약들을 사용하면서도 진도가 워낙 느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

압도적 물량은 어떤 문제라도 해결해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지루해지면 일어나 심법서에 적힌 도인술(導引術 일종의 맨손체조)로 몸을 풀거나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산책했다.

그리고 다시 수련, 수련, 수련···.

이렇게 이어진 날이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보름 만에 초급 심법서를 대성했다.

그리고 이날 처음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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