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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이연입니다.

내공빨로 무림 갑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별박이연
작품등록일 :
2022.06.1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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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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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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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8. 오월동주(吳越同舟).

DUMMY

# 38. 오월동주(吳越同舟).


다음날.

두 사람은 아침을 먹은 후 다시 방으로 돌아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의논했다.

“내 생각에 설삼을 그냥 주는 거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소. 그래서··· 듣고 있소?”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그녀의 시선은 쭉 홍경의 가슴에 머물러 있었다.

“여기에 뭐 묻었소?”

가슴을 문지르며 물어보자, 교교가 은근히 흘겨보며 물었다.

“나한테 뭐 할 말 없나요?”

“음? ···아!”

머리를 긁적이던 홍경은 뒤늦게 무슨 말인지 알아챈 듯 앗 소리를 내며 벌떡 일어나 교교에게 다가갔다.

그녀를 꼬옥 끌어안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하오. 교매.”

“으엣?”

예상하지 못한 고백 공격에 얼굴이 불에 덴 듯 화끈거리고 정신이 혼미해진 교교는 홍경을 밀어 버리고, 침상으로 달려가 머리만 숨긴 꿩처럼 이불 속에 숨어 버렸다.

꼭지 문제를 따지고 자시고 할 정신 따윈 증발해버리고 없었다.

웃음을 참으며 침상에 걸터앉은 홍경은 이불 속으로 손을 넣었다.

“교매. 내 말이 들리면 손가락을 잡아 주시오.”

이불 속에서 뭔가 꼬물꼬물 움직이더니 새끼손가락을 살짝 잡는 게 느껴졌다.

“설삼을 단약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오. 대환단 수준의 단약으로 말이오. 제자들에게 직접 단약을 제공하면 누가 빼돌릴 걱정도 없을 테니까.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오.”

교교는 알겠다는 듯 이불 속에서 손가락을 꾹꾹 잡아당겼다.


***


그리고 윤선당.

홍경은 이춘관에게 천외비선에서 맡기는 의뢰인 양 천년설삼으로 단약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눈앞에 놓인 설삼을 보며 이춘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걸로 대환단 같은 단약을 만들어 내라고? 나 원, 어이가 없어서. 미친놈한텐 매가 약이다. 예끼 이놈! 이거나 먹어라!”

이춘관이 날린 주먹을 잽싸게 피하며 홍경이 말했다.

“아니, 뭐가 문젭니까. 재료도 있고, 실력도 있고. 천외비선에서 들어가는 비용까지 다 댄 다잖습니까. 이숙은 제가 본 의원 중 최곱니다. 이숙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네가 아는 의원이 나 말고 또 누가 있는데?”

“그게 중요합니까.”

“하이고···.”

골치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젓던 이춘관이 탁자를 탁탁 두드리며 말했다.

“왜 말이 안 되는지 내 찬찬히 설명해 줄 테니 들어보거라.”

“예.”

“약재를 목적에 맞게 배합하고 구성하는 것을 방제(方劑)라고 한다. 방제의 기본은 군신좌사(君臣佐使)다. 군은 임금, 신은 신하, 좌는 보좌관, 사는 사령을 말한다. 주된 약효를 내는 임금 약을 신하가 보조하고, 보좌관이 독성을 낮추며, 사령은 질병 부위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기력을 돋우려 인삼을 쓸 때 비장이 약하면 인삼의 약효가 듣질 않는다. 그래서 신약으로 비장을 강화하는 백출을 써 인삼의 약효를 돕는다. 백출을 돕고 기를 보하려 좌약으로 백령을 쓴다. 이제 인삼의 기운을 혈맥으로 이끄는 역할로 감초를 더한다. 군신좌사의 원리가 대충 이해되느냐?”

“네.”

“약재가 조화롭게 배합되려면 군약 1개에 신약은 2개에서 3개, 좌약은 3개에서 9개, 사약은 5개에서 9개까지 조합해 써야 한다. 그런데 약방도 없이 덜렁 천년설삼만 주면 맨땅에 22개의 약재를 찾아내서 조합하라는 소리 아니냐. 내가 전설의 화타 정도나 되면 모를까. 나는 천년설삼 정도로 약성이 강한 군약을 보조하고 강화할 약재를 알지 못한다. 역사가 오랜 명문가들도 만들어 내지 못한 걸 내가 뭔 수로? 한다 해도 2〜30년은 걸릴 일이다. 그런 걸 뚝딱 만들어 내라고 하면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차라리 당가에 맡겨.”

이춘관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땅콩 껍데기 같은 걸 홍경의 얼굴에 계속 던져댔다.

“당가는 안 됩니다. 아무리 우호적이라도 거긴 무림 세가예요. 천년 설삼의 존재를 알게 되면 어떻게 돌변할지 모릅니다.”

껍데기를 맞아주며 계속 고민하던 홍경이 뭔가 떠오른 듯 이춘관에게 물었다.

“예전에 먹어보면 어떤 약재가 들어갔는지 다 맞힐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대환단을 먹어보면 대충 약방문을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있으면! 있으면! 대환단이 있으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탁자 위에 밀랍으로 감싼 환약 한 알을 올려놓는 홍경.

납환(蠟丸)을 멀뚱멀뚱 보던 이춘관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하.”

홍경도 따라 웃었다.

“하하하하.”

웃음을 멈춘 이춘관이 손에 잡히는 대로 홍경에게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이 자식이! 어디서 약을 팔아!”

“아, 진짠데!”

억울해하는 홍경을 한심하다는 듯 노려보던 이춘관은 한숨과 함께 다시 말했다.

“내가 이야기 하나 해주마. 대충 30년 전이니까,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구나. 어떤 영문인지 몰라도 소림에서 대환단 하나가 흘러나왔다는 소문이 났다. 강호엔 그야말로 피바람이 불었지. 누가 그걸 들고 사천까지 왔는데, 그 과정에 주인만 스무 번이 넘게 바뀌었다고 하더구나. 그때 성도에 얼마나 많은 무림인이 들락거렸는지···. 내 생전 그리 많은 무림인은 처음 봤다.”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대환단은 결국, 소림에서 회수해갔다. 대환단을 노린 그 많은 무림인이 단 한 명의 무승에게 쪽도 못 쓰고 쫓겨났지. 정말 대단했다.”

“그래서요.”

납환을 쪼개 안에 든 환약을 흔들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요는 뭐가 그래서요 야! 한 알만 튀어나와도 강호가 뒤집히는 물건을 맛이나 보라고 줘? 이게 어딜 봐서··· 진짜잖아! 뭐야, 이게 왜 진짜야!”

너무 놀란 나머지 떨어뜨릴 뻔한 이춘관은 허겁지겁 양손으로 환약을 붙잡았다.

손을 저어 냄새를 맡고, 표면을 긁어 가루를 입에 넣어 맛을 보더니,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내가 본 적이 없어 진짜 대환단인지는 모르겠다만, 이게 대환단 수준의 단약인 건 알겠다. 도대체 천외비선 이놈들은 이런 걸 어디서···.”

“이숙. 일단 먹어보세요. 약방문을 뽑을 수 있나 확인해 보라고요.”

환약을 든 손끝이 떨려왔다.

이춘관은 무공을 모른다.

건강을 위해 오금희 같은 동공을 조금 익혔을 뿐이다.

그러니 대환단을 먹어도 효용을 제대로 얻을 수 없었다.

무림의 성약이라는 대환단을 그저 약방문을 뽑아내기 위해 먹는다니, 망설여질밖에.

하지만 의원으로서 강렬한 호기심이 망설임을 넘어섰다.

천하의 명약은 도대체 어떤 재료로 구성된 물건인가!

이걸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공부가 될 것인데.

이춘관은 붓과 종이, 벼루와 먹을 꺼내 올려놓고 소리쳤다.

“먹을 갈아라. 얼른!”

홍경이 먹을 가는 사이 이춘관은 대환단을 네 조각으로 쪼개 그중 한 조각을 삼킨 후 의자에 앉아 약 기운이 어떤 장기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살폈다.

“으음. 오장을 보호하고··· 으음. 심장의 화기가 내려가는군. 수승화강(水昇火降)인가? 으음···.”

한참 후 눈을 뜬 이춘관은 붓에 홍경이 갈아놓은 먹을 찍어 종이에 약재의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다시 한 조각을 삼킨 후 한참을 우물거리더니, 또 약재의 이름을 잔뜩 적어 내렸다.

또 한 조각을 먹고 같은 작업을 반복하더니, 마지막 한 조각을 삼킨 후 이번에는 적어 놓은 약재에 선을 그으며 하나씩 지우기 시작했다.

“아니고,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결국, 써넣은 약재의 반을 지워버렸다.

그러고도 확신이 안 서는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한 알만 더 있었어도···.”

이춘관이 중얼거리자, 홍경이 또 대환단 한 알을 아무렇지 않게 툭, 올려놓았다.

“······.”


***


12월하고도 열닷새.

영단 제작은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홍경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었다.

은교교 때문이었다.

이제 곧 해가 바뀐다.

보통 새해맞이 준비는 섣달 초여드레부터 시작된다.

설에 쓸 물건을 사고, 붉은 종이에 좋은 글귀를 써 기둥에 붙이는 춘련(春聯)도 준비하고, 설에 먹을 떡도 만든다.

그믐날에는 제야 밥을 먹는데, 제야 밥은 음식을 풍성하게 준비해야 하고 무엇보다 온 집안사람이 다 모여야 한다.

타지로 나간 사람도 그믐 전에는 돌아오는데, 돌아오지 않아도 그 사람의 몫으로 수저를 놓아 그가 돌아온 것처럼 꾸민다.

함께 모여 밥을 먹는다는 것.

그것보다 가족이라는 의미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 있을까.

그래서 홍경은 교교를 데려와 제야 밥만큼은 함께 먹이고 싶었다.

기껏 아내로 맞아놓고는 이런 가족 행사에 끼지도 못하고 혼자 쓸쓸하게 춘절을 보내게 만들 수는 없었다.

더는 미룰 수 없어 수향을 따로 불러내 사실을 털어놓았다.

“부인. 참으로 미안하오. 당신에게 몹쓸 짓이란 걸 알지만, 사내로서 한 여인의 순결을 망쳐놓고 책임을 회피할 순 없었소.”

손가락 끝에 옮겨온 수궁사까지 보여주며 해명했지만, 수향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결국, 수향의 눈에서 주룩주룩 눈물이 흘러내렸다.

“알고 있었어요. 언젠가 당신이 다른 여자를 데려올 거라는 걸. 하지만 이렇게 빨리 새 여자를 들일 줄은 몰랐어요. 흐흑···.”

“아니, 향매! 그렇지 않소.”

“저는 못난 며느리니까요. 집안일은커녕 무림인이라고 늘 밖에서 도는데, 누가 예뻐하겠나요.”

“그건 내가 애초에 약속한 게 아니오. 사문의 일도 무림맹의 일도 다 허용하겠다고. 우리 부모님도 허락한 일인데.”

“그래도요. 제가 며느리로서 제 할 일을 못 하는 건 사실이잖아요.”

“여보, 향매. 그렇지 않소. 나는 정말 당신 말곤 다른 여자를 들일 생각이 없었소. 이번 일은 내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 어쩔 수가 없었지만, 나는 평생 당신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소. 약속하리다. 앞으로 다시는 어떤 여인도 들이지 않겠소. 설령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오.”

“부군! 어찌 그런 불효를!”

“내 진심이오.”

원래 아내가 집안일을 돌보기 힘들 경우 첩을 두는 게 상례였다.

수향도 언젠가 홍경이 첩을 들일 거로 예상했다.

다만 첩이 아닌 둘째 부인을, 그것도 같은 무림인을 데려오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교교 또한 천외비선의 일을 봐야 하니, 수향과 마찬가지로 집안 살림에 손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홍경은 설령 자손을 보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절대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수향도 마음을 풀고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홍경은 수향을 끌어안고 진심을 다해 사죄했다.

“미안하오. 향매.”

수향은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자를 만나보고 싶어요. 괜찮나요?”

“당연하지. 바로 날을 잡겠소.”


***


다음 날.

주가반점. 은교교의 방.

둥근 탁자에 교교와 수향이 마주 보고 있었다.

사이에 낀 홍경은 답답한 침묵에 입이 바짝 타들어 갔다.

“저기···.”

뭐라도 말을 꺼내 분위기를 바꿔보려 하는데, 갑자기 수향이 홍경에게 말했다.

“상공. 안주라도 좀 만들어 오세요.”

자리를 비켜달라는 의미였다.

“아, 알겠소.”

홍경이 나가고도 눈싸움만 이어지고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먼저 입을 연 건 수향이었다.

“반가워. 동생.”

은교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동생? 나이는 내가 더 많은 거로 아는데?”

수향이 코웃음을 쳤다.

“흥. 내가 첫째 부인이니, 날 언니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어? 둘째 부인.”

‘이년이 초장부터 기를 죽이려고 하네?’

기가 세기로는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교교였기에 그녀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하! 첫째 부인? 그 자리가 언제까지 계속될 거로 생각하나 보네?”

강렬한 도발!

서로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사람은 누구나 다면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다.

홍경 앞에선 늘 순둥순둥했던 수향이지만, 같은 여인 앞에서도 그런 모습인 건 아니었다.

탕!

수향이 사납게 탁자를 내려치자, 술잔이 허공에 떠올랐다.

“술이나 한잔하지?”

팽이를 때리듯 손등으로 후려치자, 술잔이 맹렬하게 회전하며 교교에게로 날아갔다.

“사양하겠어.”

교교가 나비의 날갯짓 같은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술잔을 받아내 반대로 돌려주었다.

날아오는 술잔을 향해 장력을 뿌리자, 교교도 손바닥을 마주 뻗었다.

쿠쿵! 술잔을 중심에 두고 두 사람의 장력이 부딪혔다.

서로의 내공이 교차하는 중심에 위치해 술잔은 떨어지지 않고 허공에서 계속 맴돌았다.

실력이 비슷한 탓에 내력 싸움은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누구도 물러설 수 없었다.

여기서 밀리는 상대는 큰 부상을 입을 것이다.

한쪽에 상대의 내력이 몰려들어 내상을 입을 것이고, 술잔은 폭발해 그 잔해를 몽땅 덮어쓸 테니까.

그때였다.

덜컥, 문이 열리고 안주를 손에 든 홍경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당황함 속에 눈빛을 교환했다.

하필 이 시점에 들어오다니.

하지만 멈추고 싶다고 멈출 상황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경지는 일류 수준으로 내공을 마음먹은 대로 거둬들일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뭐요. 벌써 술을 나눌만큼 친해졌소? 하하.”

홍경은 껄껄 웃으며 뚜벅뚜벅 걸어 들어와 두 사람 사이에 낀 술잔을 덥석 잡아 들었다.

수챗구멍으로 물이 빠져나가듯, 두 사람 사이에서 정체돼 있던 내공의 덩어리가 홍경을 향해 쑥 빨려 들어가 버렸다.

두 사람은 기겁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 경랑!”

“상공, 상공, 상공!”

이런 경우 중간에 개입한 사람은 두 사람의 공력을 더한 만큼의 충격을 받게 된다.

홍경은 아무렇지 않게 술잔을 비운 후 탁자에 내려놓으며 활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들 호들갑이오.”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두 사람은 홍경의 몸을 살피고, 맥을 짚어보는 등 홍경에게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벼락에 맞은 이후 몸이 튼튼해져 웬만한 무림인들의 수법은 나한테 통하질 않소. 걱정 안 해도 되오.”

“하지만···.”

홍경은 이미 두 사람이 다툰 걸 알고 있었다.

쉽게 사이가 좋아지진 않을 거로 생각하긴 했지만, 만나자마자 무림인답게 주먹부터 나누다니.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째야 할까.

전생에 어느 정치인이 한 명언이 떠올랐다.

한국과 일본은 사이가 나쁘지만,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공통의 적이 있다면 내부의 갈등은 사라진다.

‘내가 외계인이 돼야겠군.’

방법을 떠올린 홍경은 두 사람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우리 놀러 갑시다.”

“예?”

“강가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술도 마시고 하루 놀고 옵시다.”

주가장에서 마차를 꺼내 가까운 남하 강으로 갔다.

홍경이 마부석에 앉았는데, 마차 안이 둘만 있기 어색했는지, 두 사람도 홍경의 좌우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홍추야. 흑수야. 강으로 가자.”

두 마리 말은 홍경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삐를 놓아도 알아서 마차를 잘 이끌고 갔다.

손이 자유로워진 홍경은 호궁을 꺼내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수향과 교교에게도 따라부르라고 눈짓하자, 어색해하던 두 사람도 곧 홍경을 따라 노래를 불렀다.

기분 좋게 떠들고 노래하다 보니 어느새 강가에 도착했다.

홍경은 인적이 드문 강변에 마차를 세우고 마차 안의 짐을 끄집어냈다.

홍경은 모래톱에 천막을 설치하고 돌멩이를 모아 화덕을 만들었다.

수향과 교교가 모아온 땔감을 화덕에 넣고 불을 붙인 후 손질한 고기를 나뭇가지에 꽂아 화덕 위에 세워놓았다.

이제 고기가 익기만 기다리면 되는데, 홍경은 갑자기 옷을 훌렁훌렁 벗더니 긴 나뭇가지 두 개를 들고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나뭇가지 두 개를 3장 거리에 하나씩 꽂아 놓더니, 홍경은 한 손에 가죽으로 만든 공을 들고 두 사람을 손짓해 불렀다.

“고기가 익는 동안 물놀이나 합시다.”

“이 겨울에 무슨 물놀이에요!”

“물이 차서 얼어 죽는다고요!”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거부했다.

“내공을 익힌 무인이 이 정도도 못 버틴단 말이오?”

홍경은 손에 든 공을 흔들며 소리쳤다.

“두 사람이 편을 먹고 나와 시합합시다. 이 공으로 나뭇가지를 건드리면 1점. 상대가 점수를 내는 걸 방해하며 점수를 얻어야 하는 경기요. 5점을 먼저 내는 쪽이 이기는 거로 합시다. 나한테 이기면 용돈으로 10만 냥을 주겠소.”

“네?”

“용돈이 10만 냥?”

용돈으로 10만 냥이나 주겠다고 하니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용돈이니 마음대로 써도 되는 돈이오. 예쁜 장신구를 사도 되고 맛있는 걸 사 먹어도 되고, 아예 도박장에서 다 날려 먹어도 상관하지 않겠소. 용돈이니까!”

수향의 머릿속에 사고 싶은 것들이 잔뜩 떠올랐다.

귀여운 사질들에게 선물을 잔뜩 안겨줄 수 있을 것이고, 사부와 사모에게도 값비싼 담비털 외투를 선물할 수도 있겠다.

교교도 눈빛을 반짝반짝 빛냈다.

10만 냥이면 살 수 없는 걸 찾은 게 오히려 빠를 것이다.

“우리가 지면요.”

수향이 물었다.

“내 방에서 알몸으로 하루 동안 지내시오. 천 한 조각도 걸쳐선 안 되오.”

“네?”

“말도 안 돼!”

“우리 남편은 변태인가요!”

“하하하.”

두 사람의 야유에 홍경은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내공이든 무공이든 다 쓰시오. 무기든 독이든 무슨 수단을 써도 상관없소. 해볼 만하지 않소?”

무공을 익힌 두 사람이 일반인 한 사람을 상대하는 경기다.

지는 게 이상하게 여겨질 상황이었다.

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했다.

함께 하긴 싫지만, 지금은 힘을 합쳐야 했다.

“흐흥. 어쩔 수 없네.”

“이번만이야.”

투덕거리던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동맹을 맺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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