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별박이연입니다.

내공빨로 무림 갑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별박이연
작품등록일 :
2022.06.11 16:44
최근연재일 :
2022.11.29 18:46
연재수 :
61 회
조회수 :
724,646
추천수 :
15,819
글자수 :
366,925


작성
22.10.27 12:00
조회
6,932
추천
187
글자
12쪽

54. 하늘의 마음.

DUMMY

# 54. 하늘의 마음.


충격적인 사건을 목격한 당소소는 밤새 잠을 못 이루다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가, 해가 중천에 떠서야 일어났다.

하인이 가져온 밥을 먹고 정원으로 나갔더니, 홍경과 주예 일행이 모두 거기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편히 주무셨소.”

“···네, 네.”

어젯밤 일이 생각나 홍경과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빈자리에 앉아 시선을 내리깔고 조용히 차를 마셨다.

그때 주예가 홍경을 불렀다.

“주 대가, 주 대가.”

“네. 군주님.”

주예는 당소소를 따라 홍경을 큰오빠라는 뜻으로 주 대가라 불렀다.

“재밌는 이야기 해주세요.”

홍경은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주예가 모르는 한국의 전래동화나 그리스 신화 같은 걸 들려주곤 했는데, 재밌었는지 틈만 나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댔다.

이제 해줄 이야기도 바닥이 났는데, 뭘 들려줘야 하나 고민하다 한 이야기가 떠올라 그걸 들려주기로 했다.

“그러면 현명한 솔로몬 왕에 관한 이야기를 해드리지요.”

주예가 눈을 반짝이며 집중했다.

“어느 날 이색렬(以色列)의 왕이자 솔로몬의 아버지인 다윗이 세공사를 불러 이렇게 말했습니다.

날 위한 반지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전쟁에서 이겨 환호할 때도 교만하지 않게 하며, 내가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 좌절하지 않도록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글귀를 새겨넣어라!

이에 세공사는 반지를 만들긴 했는데, 반지에 새길 글귀를 정하지 못해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답니다. 결국, 현명하기로 소문난 왕자 솔로몬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는데요. 솔로몬이 알려준 글귀를 새겨 왕에게 바치자, 다윗 왕은 흡족해 큰 상을 내렸다고 합니다.

자, 솔로몬이 알려준 글귀는 과연 무엇이었겠습니까?”

주예가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정답! 너, 쌓여 있잖아.”

화들짝 놀란 홍경이 더듬거리며 물었다.

“그, 그,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죠?”

“낙심할 땐 창고에 가득 쌓인 보물을 생각하며 힘을 내라는 거죠.”

“···그럼 이겼을 때는요.”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지금의 승리에 교만하지 말고 계속 싸워나가라는 뜻이에요.”

“···두 문장이군요. 오답 처리하겠습니다.”

“아, 왜요〜.”

“너무 길면 반지에 새길 수 없으니까요.”

“으으···.”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다는 반응이라, 홍경이 답을 말해주었다.

“정답은 시역과의(是亦過矣). 이 또한 지나가리라.”

“와-.”

적절하다며, 감탄한 여인들이 손뼉을 쳤다.

홍경은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제 다윗 왕이 왕위를 넘겨줘 왕자 솔로몬은 왕이 됩니다. 현명한 솔로몬 왕 앞에 두 여인이 아기를 들고 찾아와 서로 자신이 아기의 어머니라 주장하며 판결을 내려달라 합니다. 솔로몬은 어떻게 진짜 엄마를 찾아냈을까요?”

주예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정답! 빨아보면 안다!”

“······.”

한순간 말문이 막힌 홍경이 멍하니 쳐다보자, 주예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진짜 엄마는 젖이 막 나올 거니까!”

“대단하다!”

“너 솔로몬이니?”

여인들이 손뼉을 치며 주예의 재치를 칭찬했다.

“······.”

할 말이 많았지만, 다들 주예를 둥개둥개 띄워주는 분위기라 홍경은 그냥 입을 다물고 말았다.

여인들이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가운데, 왠지 당소소만 표정이 안 좋았다.

“언니. 왜 그래? 몸이 안 좋아?”

“아, 아니야. 괜찮아.”

안 그래도 어젯밤의 일로 마음이 싱숭생숭했는데, 하필 주예가 이상한 말을 하는 바람에 당소소는 그걸 상상해 버리고 말았다.

‘안 돼! 음란 마구니가···.’

고개를 저으며 얼른 머릿속 환상을 지워버리고 방긋 웃으며 괜찮은 척했다.

그때 빙빙이 눈치를 주예에게 줬다.

이제 그만 가자.

오늘은 좀 출발해야 한다.

눈빛으로 압박했다.

주예는 빙빙의 눈빛을 못 본척하며 번쩍 손을 들고 말했다.

“우리 저번에 했던 사물 맞추기 놀이해요!”

사물 맞추기 놀이는 종이에 그린 그림을 보고 몸으로 표현하면 같은 편이 그걸 맞추는 놀이였다.

“이긴 편은 상으로 달콤한 소산(酥山 아이스크림)을 먹고, 진 편은 오리걸음으로 정원 한 바퀴 돌기.”

“좋아.”

가위바위보로 편을 갈랐는데, 홍경과 주예, 당소소가 같은 편이고, 교교와 수향, 그리고 빙빙이 편이 되었다.

앞에 나와 몸으로 설명할 사람은 홍경과 빙빙.

남은 사람은 종이에 그림을 그린 후 상대편과 교환했다.

홍경 팀이 선을 잡았다.

주예와 소소 뒤에 빙빙이 서서 그림을 들어 올렸다.

첫 번째는 개의 그림이었는데, 홍경은 두 손을 짚고 엎드려 멍멍, 개 짖는 소리를 표현했다.

“멍멍이!”

“정답입니다.”

다음 그림은 활과 화살이 그려져 있었다.

살짝 고민하던 홍경은 손으로 활의 모양을 표현했다.

양쪽이 솟아있고 가운데가 들어간 모양을 표현하니, 주예가 소리쳤다.

“가슴! 가슴!”

“땡, 틀렸습니다.”

“아무리 봐도 가슴인데!”

주예의 말에 옆에 있던 당소소는 눈을 질끔 감았다.

주예의 말을 듣자 진짜 그렇게 보여, 당황했기 때문이었다.

한숨을 쉬며 홍경은 손가락으로 화살을 잡고 시위를 당기는 시늉을 했다.

“꼭지 당기기?”

“큿!”

갑자기 당소소가 가슴을 잡고 괴로운 신음을 내뱉었다.

주예의 엉뚱한 소리에 상상해 버리고 말았다.

그녀 또한 심상화의 폐해에 빠져버린 것이다.

“언니?”

“아, 아무 일도 아냐.”

당소소는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다.

놀이는 이어졌고, 몇 번의 오답 끝에 결국 활과 화살을 맞추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번엔 홍경이 눈을 치뜨며 경악했다.

‘누가 이따위 그림을···.’

엉덩이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는 그림.

아무리 봐도 똥침이었다.

그때 교교가 돌아서서 어깨를 들썩거리고 있었다.

‘이런 장난질을···.’

이를 악물었다.

못된 아내에겐 절대 아이스크림을 못 먹게 하리라.

‘해주겠어!’

양손을 벌리고 천천히 내리며 손으로 여체를 그려냈다.

잘록한 허리에서 부드럽게 퍼져나가는 골반.

누가 봐도 둔부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양 손가락을 모아 위로 힘껏 찔러 넣는 시늉을 했다.

주예가 손을 번쩍 들고 답을 말하려는 찰나!

“아악!”

갑자기 당소소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


주가반점.

삐걱, 삐걱, 덜덜덜.

홍경이 수레를 끌고 가게에 도착했다.

수레엔 말할 수 없는 곳에 상처를 입은 당소소가 타고 있었다.

상상 속에서의 당한 타격으로 부상을 입고 심마에 빠진 당소소에게 심상화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을 소개해 주겠다고 데려온 것이다.

“여긴가요. 그분이 계신다는 곳이.”

“그렇소. 우리 가게에 묵고 계시오.”

홍경이 당소소를 부축해 내려주며 물었다.

“당 소저. 혹시 어제 내가 양가기를 치료하는 걸 보셨소?”

흠칫한 당소소가 되물었다.

“치, 치료요?”

“그렇소. 사실 양 형은 남에게 말하기 어려운 병 때문에 오랫동안 속앓이하다, 얼마 전 나에게 털어놓고 도움을 청했소. 사방으로 수소문해 어렵게 치료법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소. 어제 그를 불러 치료하는 과정에 때마침 주변에서 인기척이 나더란 말이오. 만약 그 인기척의 주인이 당 소저였다면, 그 일이 당 소저가 심마에 빠진 원인일 수도 있으니 말씀드리오.”

“그, 그랬군요. 제가 오해를 했네요.”

얼떨결에 목격한 걸 이실직고하고 말았다.

“다행히 원인을 알았으니 당 소저의 심마는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거요. 걱정하지 마시오.”

“···네.”

그녀는 힘든 걸음으로 가게 뒤뜰로 가 팽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후 홍경이 한 사람을 데려왔다.

바로 궁 노인이었다.

“당 소저. 이분은 궁기, 궁 노인이시오. 심마를 다스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분이시지.”

“궁 노야.”

당소소는 인사를 하면서도 노인의 왜소한 몸을 보고 못 미더워하는 눈치였다.

홍경은 간단하게 그녀의 상태를 설명하고 궁 노인이 그녀에게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궁 노인께선 이미 심상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습니까.”

“흠···. 그렇지.”

아주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홍경이 아무리 허공을 쥐어도, 이제 궁 노인은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심상화의 폐해에서 벗어나는 특별한 심결을 개발했기 때문이었다.

심심하면 허공을 쥐어 잡고 손짓만으로 사람을 괴롭히니, 어쩔 수 없이 만들어 낸 건이지만.

그 때문에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해 당소소를 데려온 것이다.

궁 노인은 그녀의 고통을 크게 공감하며 위로했다.

“나도 심상화로 큰 고통을 겪어봤기에 소저의 마음을 이해하오. 저 녀석이 걸핏하면 심상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바람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저놈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일 수련한 끝에 한 가지 심결을 깨닫게 되었소. 내, 같은 고통을 겪은 동지를 위해 마땅히 전수해 주리다.”

“감사합니다. 궁 노야.”

궁 노인은 당소소에게 구결을 알려준 후 구체적인 입문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맑은 하늘을 떠올리시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온 세상을 담아도 모자람이 없고, 아무것도 거칠 게 없는 창공을 자신의 마음으로 삼으시오.”

구결을 외우며 궁 노인이 말한 하늘을 머릿속에 떠올리던 그녀는 어느 순간 마음이 하늘처럼 넓어지는 신기한 체험을 하게 되었다.

눈을 감은 채 감격한 얼굴로 그녀가 말했다.

“모든 걸 다 끌어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세상 전부를···.”

“아주 좋군. 나는 그 상태를 창천지심(蒼天之心)이라 명했소.”

“창천지심···.”

창천지심을 깨달은 당소소는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꼈다.

“얽매이지 마시오. 하늘을 묶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소.”

심상화 속에서 고통받는 건 결국, 얽매임 때문이다.

어떤 말도, 어떤 소리도, 어떤 냄새도, 육신을 제약하는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의도에도 끌려 들어가지 않고 벗어날 수 있었다.

오성이 뛰어난 그녀는 궁 노인의 가르침을 순식간에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이렇게 빨리 심결을 이해하다니.”

궁 노인이 감탄했다.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심상 속에서 모든 족쇄를 떨쳐버리고 대 자유를 경험한 그녀는 무공까지 크게 진일보해 경지를 돌파해버렸다.

벅찬 함성을 지르며 솟구쳐 오르는 당소소를 보며 궁 노인이 무릎을 쳤다.

“기연이로다!”


***


은월단이 관도에 잠복하길 벌써 20일째.

오늘은 오겠지, 오늘은 오겠지 하며,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20일이 지나버렸다.

기나긴 기다림에 속에 지쳐가던 이들에게 결국 사고가 나고 말았다.

“막내야! 막내야!”

부단주가 눈을 뜨지 않는 막내를 흔들며 소리쳤다.

“무슨 일이냐!”

부단주가 허망한 얼굴로 단주에게 말했다.

“단주. 막내가, 막내가 숨을 거뒀습니다.”

“뭐라고?”

잠복 중엔 불을 피울 수도 없었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밥이라곤 말라비틀어진 건량뿐.

제대로 된 휴식도 없이 부실한 식단과 계속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 극한 상황이 반복되자, 무공이 약한 막내에게 심장마비가 온 것이었다.

은월단은 목표를 구경도 못 한 상태에서 한 번도 싸워보지도 않고, 어이없이 단원을 잃고 말았다.

“어찌···. 어찌 이런 일이!”

단주가 울부짖었다.

“단주. 이대로 계속 기다리기만 해선 답이 없습니다.”

부단주의 말에 단주는 눈을 질끈 감고 생각했다.

철수?

뭘 해본 게 있어야 철수할 명분이라도 서지, 아무것도 못 해보고 포기할 순 없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마냥 기다리기만 해선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단원들의 체력이 이제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뭔가를 결심한 듯 단주가 눈을 번쩍 떴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공빨로 무림 갑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44 22.12.07 6,465 0 -
공지 감사합니다. +87 22.12.01 3,735 0 -
61 61. 양심도 없느냐. +18 22.11.29 4,126 134 15쪽
60 60. 이빨 보이지 마라. +8 22.11.26 3,661 131 13쪽
59 59. 비동개방 +4 22.11.23 3,984 131 15쪽
58 58. 무시무종(無始無終). 3 +9 22.11.21 4,008 147 11쪽
57 57. 무시무종(無始無終). 2 +11 22.11.19 4,178 142 16쪽
56 56. 무시무종(無始無終). 1 +10 22.11.12 5,083 172 12쪽
55 55. 함정. +14 22.11.08 5,498 179 13쪽
» 54. 하늘의 마음. +17 22.10.27 6,933 187 12쪽
53 53. 황금의 손 2 +21 22.10.26 6,383 185 13쪽
52 52. 황금의 손 1. +12 22.10.25 6,183 178 16쪽
51 51. 나도 강해지고 싶어. +11 22.10.22 6,380 200 14쪽
50 50. 보아선 안 되는 것. +12 22.10.21 6,423 163 16쪽
49 49. 형부는 허풍쟁이 +8 22.10.19 6,512 192 15쪽
48 48. 외상 사절. +8 22.10.18 6,410 186 14쪽
47 47. 채무 정리 +7 22.10.16 6,732 189 15쪽
46 46. 심장이 쿵쿵. +14 22.10.14 7,090 201 11쪽
45 45. 이빨을 뽑다. +6 22.10.14 6,721 175 15쪽
44 44. 안 주인의 실력 +9 22.10.12 7,213 211 17쪽
43 43. 이글이글 +9 22.10.11 7,149 195 14쪽
42 42. 사랑의 힘! +12 22.10.07 7,597 200 13쪽
41 41. 사람 살려! +14 22.10.06 7,620 205 12쪽
40 40. 불심이 깃든 단약 +12 22.10.05 7,835 191 15쪽
39 39. 그릇을 깨닫다. +14 22.09.26 8,699 210 14쪽
38 38. 오월동주(吳越同舟). +11 22.09.23 8,984 213 18쪽
37 37. 이게 왜 있지?(수정 13:19) +15 22.09.20 9,524 236 13쪽
36 36. 쾌락 없는 책임. +18 22.09.18 9,960 225 20쪽
35 35. 동방화촉(洞房華燭) +16 22.09.15 10,116 245 15쪽
34 34. 인생은 고해(苦海). +9 22.09.09 10,885 249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