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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이연입니다.

내공빨로 무림 갑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별박이연
작품등록일 :
2022.06.11 16:44
최근연재일 :
2022.11.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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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11.2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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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8. 무시무종(無始無終). 3

DUMMY

# 58. 무시무종(無始無終). 3


한참 주예를 안고 뛰어가던 홍경은 그녀가 답답해하며 웅웅 소리를 내길래 한 손으로 재갈을 풀어 주었다.

바로 주예가 소리쳤다.

“주 대가? 주 대가?”

“아닌데요.”

그러자 주예가 울음을 터뜨렸다.

“으앙, 으앙.”

“맞습니다. 맞아요. 주 대가예요.”

괜한 장난에 진땀을 흘리며 홍경은 다급히 해명하고 달래야 했다.

주예를 내려놓고 손을 묶은 밧줄과 눈을 가린 천까지 다 풀어주었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홍경임을 확인한 그녀는 목을 끌어안고 매달려 더 크게 울어댔다.

“으앙, 으앙.”

조금 전은 두렵고, 서러운 울음이었다면, 지금은 마음이 놓여 우는 울음이었다.

“이제 괜찮아요. 군주님. 괜찮습니다. 안심하세요.”

등을 다독이며 안심시켰는데, 그래도 여전히 매달린 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낯선 이에게 납치당해 먼 곳까지 끌려왔으니 얼마나 무섭고 불안했겠는가.

영 떨어질 기미가 없어, 하는 수 없이 그녀를 안아 들고 다시 달렸다.

곧 해가 지고 금세 어두워져 이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소리만 들리다 보니, 품속의 주예에게서 불안한 기색이 느껴졌다.

주예는 무서워 눈을 뜨지 못했다.

홍경은 멈춰서 쉴 만한 곳을 찾아보았다.

“군주님. 날이 어두워졌으니 움직이기 힘들겠습니다. 곧 당가에서 사람들이 올 테니 그때까지 적당한 곳에서 쉬면서 기다리죠.”

알았다는 듯 주예가 머리를 끄덕였다.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있는 나무둥치를 발견해 홍경은 안에 자리를 마련했다.

나뭇잎을 모아 바닥에 깔고 다시 그 위에 가죽을 덮었다.

주예는 그 와중에도 목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았다.

비에 젖은 강아지처럼 자꾸 파르르 몸을 떨어대는 게 하도 안쓰러워 떼놓을 수가 없었다.

남녀가 유별하긴 하나, 지금은 특별한 상황이니 오라비의 마음으로 그녀를 감싸주었다.

“군주님. 편하게 여기 누워보시죠.”

아무리 달래도 떨어지지 않으려 해, 그냥 안은 채로 같이 누워 아기를 어르듯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얌전히 잠이 드는가 했더니, 또 갑자기 어깨를 떨며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흑흑···. 빙빙이랑 아저씨들이···.”

자신을 지키려다 희생된 사람들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안심하세요. 군주님. 빙빙과 다른 호위 모두 무사합니다. 제가 직접 의방에 데려다 놓았으니 마음 놓으셔도 됩니다.”

“고맙습니다. 흑···. 주 대가.”

주예는 감사를 표하며 그제야 울음을 그쳤다.

“오늘은 많은 일이 있었지요. 다행히 모두가 무사하고 힘든 일도 끝났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따뜻한 목소리가 그녀의 불안함을 가라앉혀 주었다.

지켜주겠다는 한마디가 무척이나 든든하게 느껴졌다.

만약 또 불한당들이 나타나면 어젯밤처럼 벼락을 불러, 다 때려잡아 줄 것 같았다.

“주 대가. 재밌는 이야기 해주세요.”

마음이 놓인 그녀는 평소 주가장에 있을 때처럼 어리광을 부렸다.

“그럴까요.”

홍경은 또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하나 고민하다, 밤하늘의 별을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저기 반짝이는 별들이 보이십니까? 태초에 우주는 작은 점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그게 폭발해 온갖 것들이 사방으로 날아갔지요. 날아간 것들이 서로 뭉쳐 별이 되고 해가 되고 달이 되었습니다. 어떤 별은 잔뜩 쪼그라들어 다른 별을 잡아먹고 담축성(坍縮星 블랙홀)이 되었지요. 또 오랜 세월이 지나 뭉쳐 별이 된 것 중에 수명이 다 돼 폭발해버린 별들도 생겼는데, 우리 사람의 몸엔 그런 별들의 성분이 있다고 합니다. 알고 보면 우린 별의 자손이라는 말이지요. 신기하지 않습니까?”

“······.”

대꾸가 없어 얼굴을 들여다보니, 주예는 어느새 색색, 얕은 숨을 내쉬며 잠이 들어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있다가, 이야기를 듣자마자 잠이 들어 버린 것이다.

사람이 별의 자손이라니.

이 얼마나 감동적인 이야기인가!

이 감동적인 이야기의 결말도 듣기 전에 잠이 들어버리다니!

홍경은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재미가 없었단 말인가!’


***


주예가 잠들자 홍경은 나무둥치에서 빠져나와 당가 사람들이 잘 찾아오도록 앞쪽에 모닥불을 피웠다.

뒤돌아 확인해 보니, 주예는 새록새록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지치고 힘든 하루였을 것이다.

오늘 그녀는 평생 겪어보지 못할 큰일을 겪었고, 마음속 깊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왕부 밖을 나서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쉽게 떨쳐내기 어렵겠지만, 그녀가 잘 극복하길 바랐다.

장작을 던져 넣고 타닥타닥, 불꽃을 튀기며 타들어 가는 모닥불을 지켜보고 있는데, 문득 기감(氣感)에 네 명의 인물이 포착됐다.

움직이는 방향으로 볼 때 분명 이쪽에 용무가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산속을 헤매지 않고 달려오는 걸 보면 추적술이 대단한 무림인이었고, 수로 볼 때 조완강의 곁에 있던 흑의인들로 짐작되었다.

“흠···.”

홍경이 낮은 침음을 흘렸다.

조완강이 약속을 어긴 것인가.

아니면 저들이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인가.

주예를 구해낸 이상 어떤 사정인지는 상관없었다.

어떻게 혼쭐을 내줄지의 문제일 뿐.

여기로 오길 기다려 두들겨 팰까, 아니면 먼저 가서 맞아줄까.

기껏 잠든 주예가 깰지도 모르니 이곳으로 오기 전에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를 혼자 남겨두는 것도 불안하다.

그렇다면 원거리 공격으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겠다.

홍경은 저 멀리, 적들이 다가오는 방향에 사방 천지의 자연지기를 응집해 사람 머리통만 한 기운의 덩어리를 만들어 냈다.

그때 문뜩 하늘의 별을 보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 기운을 압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주가 하나의 점이었을 때처럼, 쪼그라든 별이 담축성(坍縮星)이 되었을 때처럼.

무한으로 압축한다면···.


***


조완강에게서 쫓겨난 은월단 일행들은 버림받은 개처럼 그 자리에 서서 한참을 머물렀다.

한 사내가 단장에게 물었다.

“이제 어떡합니까.”

잠깐 고민하던 단장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들을 쫓는다.”

“네? 그럼 군주를 다시 납치하자는···.”

“이제 은월단은 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대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물러나야겠나? 지금이라면 늦지 않았다. 바로 따라잡을 수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단장의 결의에 동조해 사내들은 한마음으로 홍경과 주예가 지나간 흔적을 찾아 뒤쫓기 시작했다.

해는 져서 숲은 어두운 장막과도 같았다.

하지만 단련된 그들의 후각은 목표를 정확하게 포착해 따라가고 있었다.

“잠깐!”

갑자기 단장이 손을 들고 모두를 멈추게 했다.

“왜 그러십니까. 단장.”

“뭔가 이상해. 저기 공간이 일그러져있는 것 같지 않나?”

“예? 모르겠는데요.”

단장의 눈에는 어둠 속 한편에서 보이는 별들이 다른 별들과 달리 왠지 일그러져 보였다.

거기다 점점 그 왜곡이 심해지고 있었다.

꾸르릉.

갑자기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나무들이 휘어졌다.

일그러진 공간을 향해 누군가 잡아당기는 것처럼 가지들이 방향을 비틀고 있었다.

은월단의 사내들도 드디어 알아차리고 말았다.

뭔가 보이지 않는 힘이 그들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을.

처음에는 그저 나뭇가지가 휘어지는 정도였는데, 그 힘은 금세 사람이 버티지 못할 정도로 강해져 모두가 왜곡된 어둠을 향해 끌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뭔가가 빨아들이고 있어!”

사내들은 바닥의 풀을 움켜잡고 버티려 했지만, 종내 바닥까지 들썩이며 일어나 허공으로 끌려 들어갔다.

“아아악! 끌려간다!”

비명을 지르고 버둥거리며 몸부림쳤지만, 무력하게 끌려 들어갈 뿐이었다.

그때 갑자기 허공에서 뭔가가 퍽하고 사라지더니, 그들을 끌어들이던 기운이 사라지고, 빨려 들어가던 나무와 흙과 바위와 함께 사내들은 바닥에 철퍼덕 떨어졌다.

“허억, 허억. 뭐지? 뭐였지?”

그때 갑자기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쳤다.

콰아아!

세찬 폭풍에 휘말려 사람과 바위가 함께 굴러갔다.

“으아아!”

쿠르르···.

잠시 후 폭풍이 사라지고, 정신을 차린 은월단 사내들은 조완강과 헤어진 그 자리로 돌아왔음을 깨달았다.

반각 가까이 달렸건만 불어닥친 폭풍 한 번에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비척비척 사내들이 하나 둘 일어났다.

다들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머리는 산발에 옷은 다 찢어졌고, 깨진 돌멩이에 긁혀 온몸이 피 칠갑이었다.

단원 중 하나가 말했다.

“단장. 저 강호를 떠나렵니다.”

“저도요. 이제 무림이라면 지긋지긋합니다.”

단장이 머리를 끄덕였다.

“나도다. 이제 못 버티겠어.”

느닷없는 폭풍에 휘말려버린 그들은 은퇴를 결심했다.


***


그 시각.

허공을 향하던 손을 거두며 홍경은 몸을 떨었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도중에 멈춰야 했다.

그 정도로 엄청난 기술을 만들어 낸 것이다.

‘여기까지 와서 새로운 기술을 깨닫다니.’

주예에게 해준 이야기에서 착상한 기술이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우주를 떠올리다 깨달았기에 이 기술을 무시무종(無始無終)이라 이름 붙였다.

새근새근.

뒤에서 주예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 엄청난 폭풍이 터졌음에도 주변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홍경이 힘을 써 주변의 풍파를 차단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일각 여가 지난 뒤, 당가의 사람들이 도착했다.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는지 당소소의 입술이 새파랗게 변해있었다.

“예예!”

“언니!”

당소소를 본 주예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등에 업혀 돌아가는 길에 주예는 수시로 고개를 돌려 홍경을 바라보곤 했다.

꼭 엄마가 멀리 가지 않는지 살피는 아이 같았다.


***


당가의 무인들이 호위하여 주예는 무사히 왕부로 돌아갔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예가 편지를 보내왔다.

주가장에서 보냈던 시간과 즐거웠던 추억에 대한 소회, 그리고 홍경에 대한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홍경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으며 서신을 내려놓고 말았다.

“하···.”

고아한 단어와 고전에서 인용한 듯한 문장들.

너무 어려웠다.

홍경의 낮은 학식으론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전생의 사람들을 문과와 이과로 나눈다면, 현생은 문과와 무과로 나눌 수 있겠다.

그녀는 명명백백히 문과였다.

“무슨 문장이 이리도 어렵단 말인가···.”

이래선 답장도 제대로 보내기 힘들 것 같았다.

형식이라도 제대로 맞추려면 사람을 써야 할 듯싶었다.

“서수(書手)라도 불러야겠군.”

서수란 글을 대신 써주는 사람을 말한다.

문서를 대필하거나 공문서를 써주는 일을 하니, 이런 일에 안성맞춤이다.

나중에 생각날 때 서수를 불러 답장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음날에도 또 편지가 왔다.

또 다음날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한 통씩 편지가 왔다.

“그, 그만···.”

탁자 한쪽에 그득히 쌓인 편지 뭉치를 보며 홍경은 두려운 듯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저 많은 편지에 어떻게 일일이 답장을 한단 말인가.

왕부에선 일이 없어 심심하다더니, 그녀는 새로운 취미에 눈을 뜬 모양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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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 무시무종(無始無終). 3 +9 22.11.21 4,009 147 11쪽
57 57. 무시무종(無始無終). 2 +11 22.11.19 4,179 142 16쪽
56 56. 무시무종(無始無終). 1 +10 22.11.12 5,083 17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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