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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이연입니다.

내공빨로 무림 갑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별박이연
작품등록일 :
2022.06.1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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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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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9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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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34. 인생은 고해(苦海).

DUMMY

# 34. 인생은 고해(苦海).


토굴에서 나온 홍경은 녹수와 녹두를 데리고 가게로 돌아왔다.

천외비선을 통해 홍미단의 독물은 당문에 넘겼고, 단원들은 무림맹에 연락해 잡아가게 했다.

나중에 총단에서 알아챈다 해도 무림맹을 상대로 복수할 생각은 못 할 테니, 적절한 조처라 하겠다.

가게 사람들에게 녹수와 녹두를 소개하고, 2층 객실에 방 하나를 내주었다.

녹수와 녹두는 열다섯으로 아두보다 네 살이 많았다.

“아두. 네가 저 녀석들에게 일을 가르쳐주도록 해.”

“제, 제가요?”

“그래. 네가 선배잖니.”

“···네. 점주님.”

예쁜 누나들이 생기자 아두는 바짝 얼어버렸고, 아미는 새 식구가 생긴 게 기쁜지 손을 잡고 직접 객실로 데려갔다.

아이들이 객실로 들어가자, 은교교가 다가와 말했다.

“설마 혼자 힘으로 홍미단을 사로잡을 줄은···.”

“당신이 구해준 비급 덕이오. 난 그냥 이삭 줍듯 기절한 놈들을 챙겼지.”

“설마 그걸 그렇게 쓸 줄이야. 그런데 의뢰자는 알아냈나요?”

“알아냈소. 그것도 당신이 구해준 가루 덕분이오. 잘 먹히더군.”

“잘 풀려서 다행이네요.”

은교교는 덕분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홍경에게 은혜를 입히는 게 자신의 임무니 이제야 밥값을 한 것 같았다.

“범인은 어떻게 처리할 건가요. 원한다면 괜찮은 살수를 수배해 줄 수 있어요.”

홍경은 필요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자비를 베풀 생각은 없소.”

“자, 자비? 그게 자비라고요?”

“부처님께서도 말씀하셨지. 인생은 고통의 바다(苦海)라고. 고통의 바다에서 오래도록 허우적거리게 만들어 줘야지. 산다는 게 얼마나 힘겨운 일이지 깨닫게 해줄 생각이오.”

“······.”

죽는 것보다 더 힘들게 만들겠다니.

홍경의 말에 은교교는 살짝 소름이 돋았다.


***


이날 양추는 단골 기루로 향하고 있었다.

홍미단에 일을 맡긴 지 석 달이 넘었는데, 아직도 홍경은 살아서 잘만 돌아다니고 있다.

도대체 언제 착수할 생각인지.

일이 끝난 뒤에 잔금을 치르면 된다기에 살수치곤 양심적이라 생각했는데, 어째 계약금만 날린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기다리다 지친 양추는 오늘 홍미단을 소개한 기녀를 족칠 생각으로 기루로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기루엔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기녀들을 관리하는 노보(老鴇 포주)를 불렀다.

“대랑! 무슨 일이야. 소설이가 안 나오다니!”

“말도 마시오. 공자. 그년이 내빼버렸소.”

“내빼? 야반도주했단 말이냐?”

“어제 그년을 찾는 사람이 있었는데, 보자마자 냅다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버리지 않았겠소. 도대체 이전에 무슨 사고를 친 건지, 원···.”

뒤통수가 얼얼했다.

딱 봐도 사기 친 게 걸려 도망친 것 같지 않은가.

계약금으로 천 냥이나 냈는데, 은덩이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씨벌! 내 돈!”


***


성도의 양가장.

오늘 양가장의 주인 양소는 큰 손님을 맞아 접대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돈황(燉煌)에서 온 화북상인회의 상인들로 양소가 직접 접대를 해야 할 정도의 큰손이었다.

화북상인회는 여러 상단이 모여 구성된 조합으로 큰 상행을 앞두고 사천의 비단을 구매하러 내려온 것이다.

이들이 주문한 비단은 물경 6만 필로 창고에 쌓아둔 재고를 몽땅 털어낸 수준이었다.

근래 이 정도로 큰 거래는 없었다.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까지 받았으니 거래는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5일 뒤, 수레가 도착하는 대로 물건을 넘기고 잔금을 받으면 되는 상황.

“자, 이 양모가 여러분께 술 한 잔 올리겠소.”

“하하하. 좋소!”

술이 몇 순배 돌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양소가 은근한 목소리로 금화상방의 강회에게 물었다.

“그런데 강 방주. 이번 상행이 크긴 큰 모양입니다. ”

“이를 말이오. 아마 비단길이 열린 이래 이보다 큰 규모의 상행은 없을 것이오.”

“허어···. 그 정도입니까?”

“양 장주. 서역으로 가는 상단은 보통 300에서 500마리 정도의 낙타로 대상(隊商)을 꾸리오. 그런데 이번 상행은 낙타 1만 마리를 동원했소. 이 정도면 감이 오시오?”

“1만 마리! 어마어마하군요.”

“그렇지요? 이런 규모의 상행은 준비에만 몇 년이 걸리오. 여러 부족에서 낙타를 빌리고, 길잡이와 짐꾼, 호위대까지 수많은 인원을 동원해야 하니 말이오. 이 정도 규모면 상단 하나로는 낙타의 등을 다 채우는 건 불가능하지. 그러니 우리 같은 상인 조합이나 여러 중소 규모의 상단도 한자리 들어갈 기회가 생기는 거요. 이런 상행에 낄 수만 있다면 한몫 잡는 건 일도 아니라오.”

“이문이 그렇게 많이 남습니까?”

“허허. 이를 말이오. 사막 너머 파사(波斯)만 가도 비단값이 열 배로 뛰는데.”

“열 배!”

“하지만 이번 상행의 끝은 거기가 아니거든. 대진(大秦 로마제국)까지 들어가면 거기선 백배 값을 받을 수 있다오.”

“배, 배, 백배!!!”

백배라는 말에 양소는 까무러칠뻔했다.

급기야 마음이 급속도로 허무해졌다.

누에를 치고 실을 뽑아 베를 짜고 자수를 놓아 똥줄 빠지게 만들어 놓으면 저 치들은 그냥 그걸 들고 가 떼돈을 번다는 걸 알게 됐으니 마음이 허할밖에.

자신이 고생고생 은자를 벌 때 저들은 자신이 짠 비단으로 금자를 가을 낙엽처럼 긁어모으고 있었다.

“사막을 통한 교역으로 재미를 보는 건 늘 색인(塞人 사키인)들의 차지였소. 그동안 우리 중원 사람들은 손가락만 빨아야 했지. 하지만 이번엔 경우가 다르오. 이번 상행의 물주가 바로 화신교의 어른이시거든. 게다가 소요산장의 검마, 도강지 어른께서도 상행에 함께 하신다오. 상행이 실패하는 건 대부분 마적 떼 때문인데, 소요산장의 고수들과 검마 어르신이 계시니 마적 따윈 우습지도 않지. 으허허.”

양소는 목이 타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물주는 청해성의 패자인 화신교.

호위대를 이끄는 사람은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검마.

성공이 보장된 기회가 아닌가.

자신도 한 발 걸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방주. 혹시 대상(隊商)에 빈자리는 없습니까?”

양소의 안달 난 표정에 강회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 백배라는 말에 회가 동하시나 보오.”

“저도 상인 나부랭인데, 어찌 아니 그렇겠습니까.”

갑자기 강회가 정색하며 물었다.

“양 장주. 혹시 우릴 속인 것이오?”

“예? 무, 무얼 말입니까?”

“분명 창고에 남은 비단을 전부 넘기기로 계약하지 않았소. 그런데도 빈자리를 원한다는 건, 따로 빼둔 물건이 있다는 소리가 아니오?”

양소는 크게 손을 저으며 부인했다.

“아니외다. 아니외다. 낮에 창고를 보시었지 않소. 혹시 자리가 난다면 내 성도의 가게를 싹 쓸어서 물량을 맞출 생각이오. 성도에 깔린 비단은 전부 우리 양가장의 물건이니, 되사는 건 문제가 없을 것이외다.”

“흐음···.”

강회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다, 옆자리의 동료들과 귀엣말을 나누었다.

“우리 몫에서 몇 마리 떼드릴 수 있겠소. 원래 남은 자리는 차와 도자기로 채우려 했지만, 그리 큰돈이 되지 않으니 양보해 드리리다. 이만한 물량을 팔아주셨으니, 감사의 표시요. 단, 이번 상행에 참여하려면 먼저 우리 상인회에 가입해야 하오. 그래야 우리 몫을 양 장주에게 돌릴 수 있으니 말이오. 또 낙타의 권리금을 내야 하오. 낙타를 사는 게 아니라 짐을 실을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거요. 마리당 1천 냥인데, 이건 짐꾼과 길잡이, 호위대의 비용으로 쓰이오. 1년을 부려먹는 금액이니 비싼 건 아니라 보오.”

한 자리 끼워준다고 하니, 양소는 크게 기뻐하며 물었다.

“몇 마리나 받을 수 있습니까?”

“300마리를 배정해 드리겠소. 300마리 중 50마리는 식량을 실어야 하니, 250마리분의 비단을 준비하시면 되겠소.”

“낙타 한 마리에 비단을 얼마나 실을 수 있습니까?”

“보통 마리당 40필을 실을 수 있소.”

한 마리에 40필이니 250마리면 총 1만 필을 준비해야 한다.

상인회 가입비 1만 냥에 또 낙타의 권리금으로 30만 냥을 내야 하니, 지출이 상당했다.

하지만 비단을 100배 값으로 팔 수 있다면 그 정도 지출은 티도 나지 않을 것이다.

“기한 안에 마련하실 수 있겠소? 우린 닷새 후엔 무조건 돈황으로 돌아가야 하오. 단 하루도 늦출 수 없소. 하루를 지체해도 손해가 막심하니, 행수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을 거요. 빈자리에 짐 대신 식량을 싣고 떠나 버릴게요.”

“할 수 있습니다. 절대 폐를 끼치지 않을 터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양소는 기한 내에 1만 필을 마련할 수 있다며 자신했다.

여기가 어딘가.

비단 마을, 금리(錦里).

마을 전체가 비단 상점이나 마찬가지다.

소매가로 되사야 한다는 건 아쉽지만, 1만 필을 마련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1년만 기다리면 수백만 냥이 들어온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강회는 다시 동료들과 귀엣말을 나누더니, 갑자기 앞서 계약한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계약서의 위약금 부분을 조절해야겠소.”

“아, 아니, 왜 그러십니까.”

“혹시라도 양 장주가 딴생각할까 봐 그러오. 만약 우리를 거치지 않고 행수와 직접 거래를 틀겠다 하면 우린 꼴이 뭐가 되겠소.”

이익에 눈이 멀어 6만 필을 넘기지 않고 행수와 거래하려 들까 봐, 걱정된다는 말이었다.

“제가 어찌 그러겠습니까. 이 양소, 신의(信義) 하나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습니다.”

“그저 최소한의 안전장치요. 이해해주시리라 믿소.”

“···알겠습니다.”

상대가 불안하다는데 어쩌겠는가.

물건을 제때 넘기지 못한다면 위약금을 다섯 배로 물어야 한다고 계약서를 수정했다.

무려 6만 필이다.

도적이 든다 해도 수백 대의 수레가 필요한 데, 누가 무슨 수로 훔쳐 가겠는가.

그러니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양소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


다음 날.

양소는 사람을 보내 금리에서 도매상 세 곳에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았다.

황당하게도 세 곳 모두 재고가 없다고 했다.

얼마 전에 남은 재고를 모두 주가장에 팔았다는 것이다.

양소는 인상을 쓰며 혀를 찼다.

하필 주가장이라니.

주가장은 일전에 어음으로 장난을 친 일이 있어 껄끄러운 상대였다.

그래서 도매상 중 가장 큰 주가장엔 연락도 안 했는데, 이렇게 엮이게 된다니.

그래도 큰 이문이 걸린 거래를 포기할 순 없으니, 연통을 넣어 주인걸을 불렀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 속을 바짝 태우더니, 저녁 시간이 다 돼서야 소식이 왔다.

“주인어른. 주가장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응접실로 안내해라. 내 곧 그리로 갈 테니.”

아쉬운 소릴 해야 하니, 짜증 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응접실로 향했다.

응접실에서 양소를 기다리는 건 주인걸이 아니라 아들인 주홍경이었다.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 아비는 어쩌고, 네가 나왔느냐.”

“아버님께선 일이 있어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분부가 있으시다면 제게 말씀하십시오.”

만만한 주인걸이 아니라 아쉬웠다.

하지만 없는 사람을 찾아 어쩌겠는가.

“크흠···.”

헛기침 한 번 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 이번에 큰 거래가 있어 창고를 털었는데, 하필 재고가 다 떨어지고 말았지 뭔가. 주변 도매상에 연락해 보니, 다들 주가장에 팔았다 하더군. 가진 물량이 얼마나 되든 내가 다 사줌세. 나한테 넘기게.”

홍경은 옅은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안 됩니다!”

“뭐, 뭐이?”

“저희도 계약이 들어와서 사들인 물건입니다. 재고가 없어요.”

“이보게. 이 바닥에서 그 정도 물량을 거래한다면 내 귀에 안 들릴 리가 없네. 정도껏 하게.”

“이거 참. 계약서를 보여드릴 수도 없고. 아무튼, 곤란합니다. 우리 쪽 사정으로 거래가 깨지면 위약금으로 물건 가액의 2배를 내야 합니다. 아무리 장주님의 부탁이라도 이건 정말 무리죠. 볼일 끝났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홍경이 일어서려 하자 양소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앉아! 내 말 안 끝났어!”

버릇없는 행동에 쌍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일단 참았다.

“위약금은 우리가 내주겠네. 거래는 파기하고 우리 쪽으로 넘기게.”

위약금을 내준다는 대도 홍경은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우리 주가장이 얻는 게 뭡니까?”

“뭣?”

“위약금이야 당연히 내주셔야 하는 거고, 힘들게 맺은 계약이 깨지면 우리 주가장의 신용은 어찌합니까? 이런 식이면 앞으로 누가 우리 주가장과 거래하려 하겠습니까? 결국, 우리더러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라는 말씀 아닙니까!”

“허어···.”

“세 배. 그 정도면 생각해보겠습니다.”

양소가 벌떡 일어나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

“이 미친놈이! 포목점을 아주 접을 생각이냐? 그리 배짱을 부리고 앞으로 성도 땅에서 장사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예.”

“엉?”

“그리 겁박하시는데, 겁이 나서 어떻게 장사하겠습니까. 접어야죠. 이번 거래 끝나면 다 정리하렵니다.”

“이, 이···.”

손가락으로 허공만 찔러대며 말을 잇지 못했다.

뒤가 없는 것처럼 배짱을 부리니 도저히 말로 이겨 먹을 방법이 없었다.

“후욱, 후욱. 세 배. 줌세.”

거친 숨을 내쉬며 세 배의 가격을 허락했다.

원래 이리 급하게 굴 일이 아니었지만, 마음이 급했고, 시간도 없었다.

원래 값의 세 배를 내고 사게 됐지만, 100배를 먹는다면 이 정도는 손해도 아니라 속으로 위안했다.

“이거 참···. 이렇게까지 원하시니 손해를 감수하고 양보할 수밖에 없겠군요. 계약서 쓰시죠.”

“······.”

이를 악물고 하인을 불러 지필묵을 가져오게 해 그 자리에서 계약서를 썼다.

계약서를 다 쓰고 비단값을 치르려는데, 홍경이 또 딴죽을 걸었다.

“아, 어음은 안 됩니다.”

“······.”

양소의 얼굴이 와그작 일그러졌다.

말하려면 진작 안 된다고 하지, 어음을 내미니까 안 된다고 하다니.

세상에 이렇게 얄미운 인간이 다 있단 말인가!


“전표는 금가전장과 천하전장 것만 받겠습니다. 아니면 원보로 주셔도 됩니다.”

“끄윽···.”

혈압이 올라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결국, 금가전장의 전표로 값을 치렀다.

“가게에 수레가 몇 대 없는데, 어쩌죠? 천천히 보내드려도 된다면···.”

“되었다. 내가 가져갈 테니.”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보중하십시오.”

전표를 들고 약 올리듯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사라지는 홍경.

양소는 끝내 참지 못해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으아! 으아아!”


***


나흘 뒤.

돈황의 상인들에게 비단을 넘기기로 한 날이다.

양가장 앞으로 수백 대의 빈 수레가 줄지어 밀려오고 있었다.

양소는 직접 하인들을 지휘하며 수레를 창고 앞까지 이동시켰다.

억지로 끌려 나온 양추는 입을 쩍 벌리고, 하품하며 지켜만 보고 있었다.

때마침 상인회 사람들이 양소를 향해 걸어왔다.

“강 방주. 일찍 오셨구려.”

“하하. 마음이 급해서 절로 걸음이 빨라지더군요.”

“이해합니다. 자, 그럼 창고로 가시지요.”

상인회 사람들을 이끌고 양소가 창고로 가려는데, 갑자기 안색이 하얗게 질린 총관이 달려와 양소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장주님! 크,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창고에···.”

“창고에 무슨 일이 생겼느냐?”

“물건이 사라졌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냐. 창고에 물건이 왜 사라져!”

양소는 총관을 밀치고 창고로 달려갔다.

뭔가 좋지 않은 사태가 벌어진 듯해, 상인회 사람들도 함께 달려갔다.

활짝 열린 창고 앞에 하인들이 웅성거리며 서 있었다.

양소가 달려오자 하인들이 허겁지겁 비켜섰다.

창고 앞에서 걸음을 멈춘 양소.

믿을 수 없게도 창고 안은 휑뎅그렁하게 비어 있었다.

단 하나의 비단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뒤쫓아 온 상인회 사람들도 텅빈 창고 안을 보게 되었다.

“양··· 소···.”

분노가 잔뜩 담긴 강회의 목소리에 양소는 고개를 돌렸다.

“가, 강 방주. 이, 이건···.”

“이 개자식이 기어코!”

강회가 양소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아이코!”

다른 상인들도 달려와 쓰러진 양소를 짓밟기 시작했다.

“이 쓰레기 같은 놈이! 이렇게 우릴 엿 먹여?”

“아니오! 내가 한 짓이 아니오. 아악, 살려주시오.”

강회가 쓰러진 양소의 멱살을 잡고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소리쳤다.

“가자! 당장 관아로 가자! 이 사기꾼놈아!”

분노한 상인회 사람들은 양소를 붙잡아 관아로 끌고 갔다.

“정말 억울하오. 내가 한 짓이 아니오. 믿어 주시오!”

끌려가며, 양소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누구도 믿어 주지 않았다.

늘어선 빈 수레만이 끌려가는 양소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셔서 엊그제 동네 안과에 갔는데, 하필 명절 연휴가 걸려 12일까지 쉬더군요. ;

연휴 끝나고 병원에 들러 치료받을 예정입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들, 명절 잘 보내시고, 즐거운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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