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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이연입니다.

내공빨로 무림 갑질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별박이연
작품등록일 :
2022.06.1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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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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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2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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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안 주인의 실력

DUMMY

# 44. 안 주인의 실력


천외비선과의 거래를 마무리하고 1층으로 내려온 홍경.

비급 대신 무공을 가르쳐 주기 위해 온 두 사람은 가게 한쪽에서 차를 마시며 얌전히 홍경을 기다리고 있었다.

홍경은 두 사람에게 다가가 공수하며 사과부터 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역시나 두 사람은 대꾸도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두 사람의 뻣뻣한 태도에 홍경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계산대 옆에 서 있던 녹수와 녹두를 손짓해 불렀다.

“녹수야, 녹두야. 이리로 오너라.”

“네. 점주님.”

녹수와 녹두가 잰걸음으로 다가오자, 홍경은 그녀들에게 두 사내를 소개하려 했다.

“여기는···.”

이름을 몰라 쳐다보니, 가면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빙.”

흑색 경장의 사내도 이어 말했다.

“염.”

아마 본명을 알리기 싫어 대충 둘러댄 듯했다.

“빙 노사(老師)와 염 노사(老師)시다. 인사드려라.”

“빙 노사님, 염 노사님.”

두 소녀가 공수로 인사하자, 빙 노사는 쳐다도 보지 않았고, 염 노사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다.

두 사람의 반응을 지켜본 뒤 홍경은 녹수와 녹두에게 말했다.

“조만간 무공을 사용해 음식을 조리해 파는 특별한 노점을 열 생각이다. 너희가 각자 빙공과 염화공을 익혀 그곳을 맡아 줬으면 한다.”

무공으로 음식을 조리하겠다는 말에 염 노사가 무릎을 치며 박장대소했다.

“신공절학을 익혀 겨우 음식을 조리하는 데 쓰겠단 말인가? 푸하하.”

홍경은 염 노사의 비웃음을 못 들은 척 무시하며, 두 소녀에게 다시 물었다.

“너희 생각은 어떠냐. 만약 배우기 싫다면 거절해도 상관없다.”

두 소녀는 이견이 없다는 듯 얌전히 고개를 조아렸다.

“점주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좋다. 그럼 누가 빙공을 배우고 누가 염화공을 배울 테냐.”

녹두가 빙공을 배우겠다고 손을 들자, 자연히 녹수는 염화공으로 정해졌다.

“빙 노사. 전수를 부탁하오.”

그러자 빙 노사가 말했다.

“구결은 전하지 않겠소. 진기로 운기 경로만 새겨줄 거요. 이 조건을 받아들이겠다면 전수하겠소.”

구결 없이 경로만 익혀선 다른 사람에게 그 무공을 전할 방법이 없다.

녹두가 다른 사람에게 이 공법을 가르치지 못하게 막겠다는 의도였다.

“문제없소. 그런데 이 공법으로 찻잔에 살얼음을 띄울 정도가 되려면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하오?”

“내공에 기본적인 소양이 있다면 그 정도는 한 달 안에 도달할 수 있소.”

“충분하군.”

네 사람을 데리고 뒤뜰로 자리를 옮겼다.

녹두와 빙 노사는 팽나무 아래 그늘에 앉아 양 손바닥을 맞대고 무공 전수를 시작했다.

“내 진기가 이끄는 경로를 기억해라.”

빙 노사의 차가운 진기가 몸속을 파고들자 녹두는 고통스러운 듯 인상을 찌푸리며 힘들어했다.

잠시 후, 경로를 새기는 작업이 끝나자 손을 떼고 일어선 빙 노사는 녹두에게 양 손바닥을 가슴 앞에 마주 보게 세우도록 했다.

“내가 새겨 준 경로로 운기하며 손바닥 사이에 하얀 공을 만든다고 상상해보아라.”

녹두는 힘겨운 얼굴로 내기를 경로대로 움직이며 빙 노사가 시킨 대로 손바닥 사이의 공간에 하얀 공을 만들어 내려 노력했다.

잠시 후 그녀의 양손에 새하얀 서리가 어리더니, 곧 손바닥 사이에 작은 얼음 공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오!”

신기한 광경에 홍경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빙 노사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단한 재능이군. 입문공에 불과하지만, 이토록 빨리 성취를 보이다니. 아무튼, 전수는 끝났소.”

“수고하셨소.”

“이제 나는 가보겠소. 경고하건대, 이 무공의 연원은 물론, 내 뒤를 캘 생각은 하지 마시오.”

얼음 같은 사내는 기분 나쁜 경고를 남기고 순식간에 떠나버렸다.

이해 못 할 행동은 아니었다.

사승 관계도 아닌 남에게 돈 몇 푼에 무공을 팔았다는 게 알려지면 어딜 가도 손가락질을 받을 테니 말이다.

그가 떠나자, 염 노사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나도 조건은 마찬가지요. 고기 굽는 데 구결까지 필요하진 않겠지.”

홍경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홍경이 조건에 동의하자, 염 노사는 자리를 잡고 앉아 녹수를 손짓해 불렀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은 양 손바닥을 맞대고 운기 경로를 새기는 작업을 했다.

경로를 완성하고 염 노사는 녹수에게 경로에 따라 내공을 움직여 손바닥에 열기를 내보라 요구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바닥은 체온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당황한 녹수가 몇 번이고 시도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염 노사가 진단을 내렸다.

“오행의 원칙에 따라 목기는 간, 화기는 심장, 토기는 췌장, 금기는 폐, 수기는 신장에서 만들어지는데, 이 아이는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해 화기를 잘 만들어 내지 못하오. 한 마디로 염화공법을 익히기 힘들다는 말이지. 나도 어쩔 수가 없소.”

어쩔 수 없다는 건 받은 돈은 되돌려 주지 않겠다는 뜻이리라.

재능이 없어 무공을 익힐 수 없다고 하자, 녹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아니, 왜 우느냐.”

“흐흑. 점주님께 도움이 돼 드리고 싶었는데, 소녀가 무능하여···. 흑···.”

“바보 같은 소릴···. 사람은 저마다 가진 재능이 다른 법이다. 무공이 안 되면 숯불에 구우면 그만인데, 뭔 무능 같은 소릴 하고 있어. 괜찮다. 그만 울음을 그치거라.”

“흐앙···.”

괜찮다고 말해도 녹수는 도통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아마도 빙공 전수에 성공한 동생과 비교돼 더 그런 모양이었다.

홍경은 녹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밥이나 먹자. 우울할 땐 매운 요리가 제격이지. 염 노사도 바쁘지 않으면 들고 가시오.”

“흐흐. 사양하지 않겠소.”

홍경은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왕 노대. 이번에 새로 개발한 그 초면을 내오시오.”

“예이. 점주님.”

왕 씨에게 요리를 주문한 후 홍경이 염 노사에게 물었다.

“좀 매울 텐데, 괜찮겠소?”

염 노사는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사천에서 맵다고 소문난 요리들을 다 먹어봤지만, 전부 그저 그랬소. 사실 내가 귀주 출신이거든.”

이런 말이 있다.

사천 사람들은 매운 걸 두려워하지 않고(四川人不怕辣), 호남 사람들은 매워도 겁내지 않고(湖南人辣不怕), 귀주 사람들은 맵지 않을까 봐 두려워한다(貴州人怕不辣).

자신은 귀주 출신이라 사천의 매운맛은 가소롭다는 것이다.

곧 아두가 주방에서 받아온 요리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시뻘건 기름에 볶아진 면발 위로 가늘게 찢은 닭고기와 땅콩 가루가 뿌려져 있어 제법 맛깔나게 보였다.

주방장 왕 씨와 상의해 새롭게 개발한 것인데, 아직 주가반점의 식구들도 맛을 보지 못한 요리였다.

홍경과 녹두가 후룩후룩 열심히 면을 흡입하고 있었지만, 녹수는 눈앞에 놓인 그릇을 보며 망설이고 있었다.

동생인 녹두와 달리 그녀는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녹두는 그릇을 잡고 열심히 젓가락을 놀렸다.

“하읏, 아흣···.”

전신을 때리는 듯한 뜨거운 매운맛에 땀을 뻘뻘 흘리며, 연신 손부채질을 했다.

“매, 맵지만 맛있어요.”

“그러냐. 많이 먹거라.”

녹두의 모습을 본 녹수는 지지 않겠다는 듯 젓가락에 면발을 잔뜩 감아 후루룩 크게 한 입 빨아들였다.

“후아, 후아···.”

제법 버틸만하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매워어어!”

뒤늦게 찾아온 고통에 녹수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동시에 화르륵, 입에서 불을 뿜었다.

“으앗!”

갑자기 솟구친 불길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물러났다.

도대체 얼마나 맵기에 입에서 불을 뿜을 정도란 말인가.

아니다.

아무리 매운 음식을 먹었기로 소니 사람이 입에서 불을 뿜을 수는 없는 일이다.

저것은 분명 염화신공이 발동한 탓이리라.

염 노사는 경악했다.

설마 부족한 화기(火氣)를 이 매운맛이 보충해 줬단 말인가?

그렇다면 이 요리는 염화신공에 있어 선약이나 다름없었다.

확인해 봐야 한다.

염 노사는 그릇에 코를 처박고 며칠 굶은 사람처럼 후루룩 면발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매워어!”

귀주 출신이라 자랑하던 염 노사도 깜짝 놀랄 매운맛이었다.

두피에서 땀이 솟고 눈물, 콧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세상에 이런 매운맛이 있다니.

혀가 너무 아파 욕이 나올 정도였다.

‘사천 놈들은 정도 것을 모르나?’

누군가 망치로 혀를 쾅쾅 때려대는 것 같았다.

‘나는 사천 놈들에게 혀 고문을 당하고 있다!’

화르륵!

끝내 염 노사도 녹수처럼 불을 뿜고 말았다.

잔뜩 불을 뿜고 탈진한 듯 축 늘어진 염 노사가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 도대체 이건 뭐라는 음식이요?”

“화계초면(火鷄炒麪). 이름하여 불닭볶음면이라 하오.”

“불닭···.”

염 노사가 홍경을 향해 정중히 공수하며 말했다.

“점주 양반. 나한테 이 요리의 비법을 전수해 주시오. 내 값은 충분히 치르리다.”

“하하. 당신은 구결도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남의 요리 비법을 캐물으려 하다니, 너무하다고 생각지 않으시오?”

“아니, 무공과 요리를 비교하는 건 좀···.”

“나는 이 요리를 사천의 명물로 만들어 볼 생각이오. 조만간 사천 전역에 내 가게가 들어서 이 요리를 팔게 될 텐데, 함부로 비법을 팔 수 있겠느냔 말이오. 그냥 생각날 때 와서 사 잡수시오 자, 다 드셨으면 일어납시다.”

홍경은 벌떡 일어나 가게 밖으로 휑하니 나가버렸다.

“점주 양반. 내 구결을 알려주겠소. 교환합시다! 점주 양반!”

염 노사는 애타게 홍경을 부르며 다급히 뒤를 쫓아갔다.

녹수가 불을 뿜은 건 사실 불닭볶음면의 힘이 아니라 홍경이 몰래 녹수의 화기를 북돋아 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평생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


천외비선에선 매년 2월과 8월, 서안과 북경에서 경매를 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서안에서 경매가 열렸는데, 경매가 끝난 직후 따로 주요 세가들만 모아 대동단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주요 문파들을 제외한 건 그들은 자기들만의 고유한 영단의 제조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공법에 상관없이 효능을 보는 영단이 등장한다면 구대 문파에서 좋아할 리가 있겠는가.

주요 세가들이 맛을 보고 난 후에 알려지는 게 가장 바람직했다.

대동단을 소개하는 일은 일대 제자인 은교교가 맡았다.

“오늘 귀인들께 이 귀한 영단을 소개해드릴 수 있어 영광입니다.”

시비들이 상자에 담긴 대동단을 들고 세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돌아다녔다.

“대동단이라 합니다. 한 가문에서 수백 년간 이어온 비전의 영단이랍니다. 한 알로 대략 20년 치의 내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단이 대단한 점은 어떤 내공을 익혔어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저희 천외비선에서 검증해본바, 지극히 안정적이고 어떤 부작용도 없어, 무림의 성약인 대환단과 비견할 만하다고 결론 내렸지요.”

누군가 손을 들고 물었다.

“가격이 어떻게 되오.”

“30만 냥이에요.”

“너무 과하군. 20년 치 내공이라 해도 30만 냥은 너무 과해.”

“대동단 세 알이면 대환단과 같은 일갑자의 내공을 얻을 수 있어요. 대환단을 90만 냥에 구할 수 있다면 오히려 싼 게 아닐까요?”

그때 또 누군가 소리쳤다.

“대환단과 비견된다니, 너무 과장된 거 아니오?”

“저분 말이 맞소. 무림맹의 제갈 신의 정도라면 모를까, 당신네 말만 듣고 믿으라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은교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 직접 몇 분을 모시고 검증할 시간을 갖도록 하겠어요. 대동단을 직접 검증해보고 싶으신 분에겐 무료로 한 알을 제공해 드릴 거에요. 대신 신분을 드러내셔야 해요. 그래야 우리와 입을 맞춘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경매에 참석한 이들은 누가 뭘 샀는지 알려지지 않도록 가면을 써 신분을 가리는 게 원칙이었다.

아무리 공짜라도 신분을 드러내는 게 부담스러워 다들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한 사람이 일어서 단상으로 다가갔다.

사내는 가면을 벗고 은교교에게 공수하며 말했다.

“초연계요.”

“초씨 세가에서 오신 초 대협이시군요. 여기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복용하고 확인해 보시지요. 저희가 호법을 서 드리겠습니다.”

초연계를 알아본 사람들은 그가 나설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가문의 장자인데도 불구하고, 무공 실력이 떨어져 가문의 형제들에게 무시 받고 있었다.

30만 냥이나 하는 거금을 들여 영단을 구할 재력도 안 되니, 이번 기회를 노린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가 단약을 삼키고 자리에 앉아 운공을 시작하자, 천외비선의 고수들이 주변을 둘러싸 호법을 섰다.

잠시 후 그에게서 은은한 향기가 피어나고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이렇게 빨리?”

“엄청나군!”

저렇게 흡수가 빠르면 탈이 날 법도 한데, 초연계는 운공에 문제가 없는 듯 은은한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

곧 초연계의 미간에 서기(瑞氣)가 어리더니, 번쩍 눈을 뜬 그가 사자후를 터뜨리며 펄쩍 뛰어올랐다.

“이야합!”

일류에 불과했던 그가 한순간에 절정 경지에 도달했다.

심법의 성취가 훌쩍 오른 덕에 무공 경지까지 돌파해 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환단과 비견할 만하다는 소리가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초연계는 양손을 아래로 내리누르며 기운을 갈무리했다.

“축하드려요. 초 대협.”

“고맙소. 이 초 모는 오늘 천외비선에 입은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소.”

경지를 돌파한 초연계에게 사람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초연계는 최대한 정성껏 질문에 답한 후 남은 기운을 수습하기 위해 천외비선에서 준비한 장소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두 사람 정도 더 지원자가 나왔고, 모두 부작용 없이 성공적으로 약효를 흡수해 사람들의 의심을 불식시켰다.

시간이 두 시진이나 흘러 이제 더는 지원자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은교교는 본격적으로 대동단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금 주문하시면 바로 제작에 들어갑니다. 단약이 완성되는 대로 저희가 세가까지 안전하게 배달해드리겠어요. 대금 또한 그때 주시면 된답니다.”

주문서를 요구하는 사람들로 종이와 붓을 든 시비들이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녔다.

은교교는 지금의 뜨거운 열기를 한층 더 데울 폭탄을 터뜨렸다.

“이번에 구매하시는 분들께는 특별한 혜택을 드리겠어요. 10개를 사시면 무료로 하나를 더 드리는 혜택이에요.”

10+1이라는 전대미문의 판매 방식에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나는 공짜로 준다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다음에 따로 주문하면 어찌 되오.”

“그땐 혜택을 드린다고 장담할 수 없어요. 제작자의 말로는 재료의 수급이 쉽지 않다고 해요. 오늘 예약하신 분들께 공급이 끝나고 나면 이후엔 재료가 소진돼 많은 양을 공급해드리기 힘들 수도 있는데, 그땐 어떻게 하나를 더 공짜로 드리겠나요.”

“그렇군. 살 거면 지금 사야 한단 말이지. 알겠소. 주문하겠소!”

“나도 주문하겠소! 여기 주문서 받아 가시오!”

한 번 불이 붙자 사람들이 너도나도 10개 묶음을 사겠다고 달려들었다.

‘이게 대체···.’

단상 구석에서 지켜보던 유연화는 속이 쓰려 배를 문질러 댔다.

벌써 열 한 세가에서 10개들이 상자를 예약해갔다.

무려 3천3백만 냥이다.

수수료 3할을 받았다 치면 9백9십만 냥을 챙길 수 있었는데, 그게 모두 날아간 것이다.

홍경에게 받은 단약은 모두 스무 알로 제값을 치르고 샀다면 6백만 냥이나 되지만, 차라리 제값을 주고 사버렸어야 했다.

6백만 냥이라는 거액에 눈앞이 흐려져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입소문이 퍼져 앞으로 대동단은 더 많이 팔릴 것이니, 수수료를 포기한 건 참으로 바보 같은 선택이었다.

수익은 한 푼도 없고,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어찌 속이 쓰리지 않겠는가.

하지만 대동단을 독점 공급하게 됨으로써 생긴 영향력을 생각하면 또 마냥 손해라고 보긴 어려웠다.

그럼에도 유연화는 홍경에게 당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인불가이모상(人不可以貌相), 해불가이두량(海不可以斗量).

사람은 외모로 평가할 수 없고, 바닷물은 바가지로 잴 수 없다더니.

‘물렁물렁하게 생겨서 이따위 여우짓을···.’

속도 모르고 신나게 팔아치우는 교교를 보니 더 짜증이 났다.

‘저년은 뭐가 좋다고 저리 열심히 야.’

사부의 불편한 눈빛을 마주친 교교는 생각했다.

‘사부님. 전 이미 주씨 가문의 안주인이 되었어요. 이제 이게 다 제 돈이나 마찬가지랍니다. 그러니 하나라도 더 열심히 팔아야지요.’

은교교는 실수인 척 슬며시 면사를 내려 아직 망설이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보여주었다.

“나, 나도 주문하겠소!”

미인방 서열 2위의 미소에 녹아내린 남자들이 주문서를 들고 달려들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쓰다보니 분량 조절에 실패해서...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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