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6권 - 본성 ( 本性 ) ] 빛...
“ 옜다... ”
화백이 잘 구워진 고깃덩이를 연웅의 얼굴로
들이민다...
“ 에엥..?! ”
통나무에 걸터앉은 연웅이 멍한 얼굴로 땅을
바라보고... 고기를 들이민 화백은 머리를
갸우뚱하며 그런 연웅을 살핀다...
‘ 스윽... ’
다가온 미호가 연웅의 옆으로 슬며시 앉으며...
화백에게 미소를 보인다...
“ 이건 왠 거 에요...?!! ”
그러자 화백이 활짝 웃으며 미호를 돌아본다...
“ 하하하...!! 토끼고기요... 미호씨도 드시오... ”
그 말에 미호가 깜짝 놀라며 모닥불위에
구워지고 있는 토끼를 바라본다...
“ 설마... 잡으신 거세요..?!! ”
토끼를 보던 미호가 다시 화백을 돌아보고...
눈이 마주친 화백은 눈을 찡긋하며 고기를
들이민다...
“ 제가 주워온 거예요... ”
그 말에 미호가 고기를 굽고 있는 수련을
돌아본다...
“ 땔 감을 줍다가... 그물에 걸려 죽어있는
것을 가지고 왔어요... ”
그러자 화백이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돌린다...
“ 나는 그물로 잡기만 했는데...
흐음... 이상하네... ”
두역과 화백의 싸움이 시작되려던 그때...
다급히 여신과 떠난 동화와 두오가 화백이
던져주었던 토끼를 두고 떠났다...
그 후 화백과 두역의 전투가 시작되고...
그물에 걸려 움직일 수 없었던 토끼는 화백을
향하던 두역의 검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 뭐... 어쨌든 우선 먹읍시다...
싸왔던 식량도 바닥이고... 흐흐흐... ”
화백이 너스레를 떨며 다시 고기를 권하고...
고기를 받아든 미호는 슬며시 미소 지으며
화백을 바라본다...
“ 자...! 이건 네 것이다... ”
화백이 다시 멍하니 앉아있는 연웅의 머리로
고기를 들이민다...
“ 언니...! ”
미호가 연웅의 어께를 잡고 부르자...
“ 어...?! 어.... ”
깜짝 놀라며 고기를 돌아본 연웅이 말없이
고기를 받아들고... 다시 멍한 표정으로 고기를
뜯기 시작한다...
‘ 찌익... 우물우물... ’
화백이 그런 연웅의 모습을 어이없이 바라보고...
미호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 정말..! 기억이 안나...?! ”
그러자 연웅이 뜯고 있던 고기를 내리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 응... 전혀 기억이 안나... ”
그 말에 고개를 가로젓던 화백이 돌아서 수련을
향해 걸어간다...
“ 으차...!! 꼬맹아 우리도 먹자... ”
수련의 옆에 앉은 화백이 고기를 한줌 뜯어
수련에게 건네주고... 수련은 환하게 웃으며
받아든 고기를 먹는다...
미소 지으며 수련의 먹는 모습을 지켜보던
화백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한다...
“ 어이...!! 당분간... 너는 검을 잡지 말거라... ”
그 말에 연웅이 흠칫 놀라며 등 돌려앉은
화백을 바라본다...
“ 기억조차 못하는 네가... 또 이성을 잃고
날뛰면... 그땐... 여기 있는 모두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그러니 힘 조절이 가능할 때 까지...
검은 잡지 말거라... ”
그러자 놀란 표정으로 화백을 보던 연웅이
고개를 돌려 옆에 놓여있는 자신의 검을
바라본다...
연웅은 두역과의 전투에서 각성후의 일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에 연웅은 알 수 없는 불한감에 휩싸였고...
각성한 연웅의 엄청난 힘을 본 화백은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연웅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아니.. 두려움이라기보다는 혹 이성을 잃은
연웅으로부터 수련과 미호를 지킬 수 없을 것
같은 불한감 이었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초록숲속...
평화로운 듯 고기를 뜯고 있는 연웅일행 에게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른다...
.............................
“ 처...처처...천신...!! ”
풍백과 우사가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 우사의 말이 맞았어...!! ”
풍백의 말과 함께 둘이 우사를 돌아본다...
머리 숙인 우사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 천계든... 천신이든... 관심 없습니다... ”
그 말에 웃고 있던 우사가 환웅님을 돌아본다...
“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어찌...!! 이 위험한일을
저 아이들이 해야만 하냐는 것입니다...!! ”
우사의 눈에 비친 환웅님께서 걱정과 원망이
뒤섞인 눈빛으로 환인님을 올려다보시고 계신다...
“ 여기 봉인된 저 짐승들의 힘... 아니 그 더러운
반고의 힘을 왜...!! 굳이 저 아이들이 써야만
하는 것입니까... ”
환웅님의 말씀에 환인님께서 두 눈을 지그시
감으신다...
“ 저를 내리시기 전 천신께서 직접 말씀
하셨습니다...!! 이곳 사람세상을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길잡이가 되라고...
또...!! 이곳세상은 신들이 아닌 사람들의 것이니
옳고 그름을 가르쳐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진정한 평화를 이루게 하라고...!! ”
그 말씀에 말없이 듣고 계시던 환인님께서
천천히 눈을 뜨시어 환웅님을 내려다보신다..
“ 헌대 어찌...!! 이것들의 힘으로 사람들을
다스리라 하십니까...!! 또 이것들의 힘으로
인간들의 욕심을 눌러 평화를 이룬들...
그것이 어찌...!! 진정한 사람세상이란 말입니까...
어찌...!!! ”
소리치신 환웅님께서 단호한 눈빛으로 환인님을
올려다보신다...
그러자 지그시 환웅님의 눈을 보시던 환인님께서
조용히 입을 여신다...
“ 환웅아... ”
밝은 빛을 뿜으시는 환인님과 한웅님께서
잠시 서로를 바라보신다...
“ 너는 어둠이 먼저인지... 빛이 먼저인지...
알고 있느냐... ”
그 말씀에 흠칫 놀란 환웅님께서 말없이
환인님을 바라보신다...
“ 허허허... 모르는 것이 당연하겠지...
나조차 알 수 없는 문제이니... ”
환인님께서 온화한 미소로 환웅님을 바라보시며
말을 이어가신다...
“ 하지만... 단하나 분명한 것은... 나는 이곳
사람들을 빛으로 만들었단 것이다... 저들은
하나하나가 빛인 것이다... ”
그 말씀에 삼신들이 고개를 들어 환인님을 바라본다...
“ 모든 빛은... 어둠을 밝힌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자신의 두 배 세배를 밝히는 것
그것이 바로 빛인 것이다... ”
그러자 환웅님께서 그간 겪으셨던 사람들을
떠올리시며 시선을 낮추신다...
“ 지금 이곳 인간세상은 나의 불찰로 인해
반고의 어둠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사람들과 짐승들 마음에 자리
잡은 욕심이란 것이다... ”
말씀하시던 환인님께서 막사 밖의 사람들을
바라보신다...
“ 사람들은 그 욕심으로 인해... 고통 받고...
아파하고... 분노하고... 또 때로는 기뻐하고...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욕심으로
인한 것이고... 이 또한 그들의 마음이기에
그 모든것을 느끼는 것이다... ”
그 말씀에 환웅님께서 범족과 웅족의 처절한
전투와 웃고 즐기던 잔치를 동시에 떠올리신다...
“ 헌대... 반고의 어두운 그 욕심이... 어찌...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
인줄 아느냐... ”
환인님의 물음에 환웅님과 삼신들이 고개를
들어 환인님을 바라보고... 막사 밖 사람들을
둘러보시던 환인님께선 고개를 숙이시어
환웅님과 눈을 맞추신다...
“ 저들이 빛이기 때문이다... 저들만이
어둠을 다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그 말씀에 환웅님이 눈을 번쩍 뜨신다...
“ 환웅아... 이 세상에 뿌려진 욕심은 이곳
사람들과 짐승들이 살아있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다면 다스려야 하지
않겠느냐... 하여... 그리한 것이다... 강하고
맑은 영을 가진 그 아이들이 이 짐승들의
힘들 다스려 지금보다 평화롭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리 한 것이다... ”
그러자 환웅님께서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시고... 환인님께서는 온화한
미소로 환웅님을 바라보신다...
“ 허허허... 너의 표정을 보니 아직 그 아이들을
이 일에 쓰는 것이 못마땅한 듯하구나... ”
그 말씀에 환웅님께서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계신다...
" 저는 아직 용납할수 없습니다...
반고의 욕심... 그리고 저 짐승들... 이 모든
것들은 신들에게서 비롯된 천계의 업보입니다...
헌데...! 어찌 약하고여린 이곳 사람들이 그 짐을
져야하는 것입니까...!! 그 업보를 왜...!! 상처뿐인
저 아이들이 책임져야 하는 것입니까...!! "
말씀하신 환웅님이 불만 섞인 표정으로 땅을
바라보고... 그런 환웅님을 가만히 바라보시던
환인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 좋다...! 이보다 좋은 방법이 있다면 언제든지
가지고 오너라... 너 또한 사람들과 이 세상을
아끼고 좋아하니 분명... 더 나은 방법을 찾을
것이라 믿는다... ”
그 말씀에 삼신들이 깜짝 놀라며 고개 숙이신
환웅님을 돌아본다...
환웅님을 가만히 바라보시던 환인님께서
풍백 , 운사 , 우사를 천천히 돌아보신다...
“ 풍백 , 운사 , 우사... ”
그러자 삼신들이 일제히 머리를 숙인다...
“ 예... ”
삼신들을 바라보시던 환인님께서 다시 환웅님을
돌아보신다...
“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환웅을 잘 부탁하마... ”
그 말씀에 삼신들이 일제히 대답한다...
“ 예... 천신님... ”
삼신들의 대답을 들으신 환인님께서 조용히
환웅님을 부르신다...
“ 환웅아... ”
그러자 환웅님께서 고개를 들어 환인님을
올려다보신다...
“ 기다리마... 언제든 오거라... ”
환인님과 환웅님이 지그시 눈을 맞추신다...
......................
같은 시각...
세상의 반대편...
거대한 웅덩이 속으로 보이는 많은 막사들
사이로 웅성거리는 강족들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 며칠전에 초운강을 본사람이 있다던데...?! "
" 그러게... 그런대...!! 요괴가되서 돌아왔데...!! "
" 그럼... 그게 소문이 진짜야...?!! "
" 그래..!! 시뻘건 눈으로 사람 둘을 잡아갔데...!! "
웅성이는 인파 속 두여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저벅... 저벅... ’
중천에 뜬 햇살 아래로 검은 그림자와 함께
꼬질꼬질한 발 두 쌍이... 많은 인파 속에서
수다를 떠는 여인들과 그 뒤로 보이는 수많은
막사들로 접어든다...
‘ 저벅... 저벅... 저벅... 저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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