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6권 - 본성 ( 本性 ) ] 그 날...
“ 윽... 으으으... ”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뜬 시호한이
주위를 둘러본다...
여인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 쿡쿡쿡쿡... ’
몇몇의 여인들이 약초를 빻아 즙을 짜고...
그것을 넘겨받은 여인들은 다급히 또 다른
여인들에게 다가간다...
“ 이리로... 이 분부터 먹여요... ”
“ 예....!! ”
여인이 장정을 일으켜 세우자... 다가온
여인이 즙을 장정의 입으로 가져다 댄다...
“ 이거 드세요... ”
범족의 여인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수련으로 몸이 상한 장정들과 훈련과
일상생활 중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장정과 여인들을 돌보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던 시호한이 상체를 일으키려다...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다시 쓰러진다...
“ 으윽...!! 으으으... ”
“ 며칠은 누워있어야 할거요... ”
그 말에 시호한이 고개를 돌리자 머루가
한심한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
“ 어찌 그리 아둔하오... 그러다 죽었으면
어쩔 뻔 했소...?!! ”
머루가 훈계하듯 소리치자 시호한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슬쩍 고개를 돌린다...
“ 저 땅을 가짐으로 그대들에게 얻어지는
것이 도대체 뭐요...?!! 뭐기에 이리 목숨까지
걸어가며 저 땅을 가지려는 것이요...?!! ”
그러자 고개 돌린 시호한이 얼굴 곳곳이
터진 체 쓰러져있는 범족의 장정을 바라본다...
“ 어제도... 말했다 시피... 우린 우리의 몫을
찾겠다는 것뿐이요... 그것을 그대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고... ”
말하던 시호한이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린다...
“ 흐윽...!! 마...말로... 안 되면 힘으로
할 수밖에... 윽..!! ”
그 말에 머루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흔든다...
“ 그래서... 얻었소...?!! 힘으로 가지려던
그 땅 얻었냐는 말이요...?!! ”
그러자 시호한이 대답을 피하는 듯 눈을
지그시 감는다...
“ 눈이 있으면 이곳을 보시오...
이곳에 우리 범족들만 있소...?!! ”
머루의 말에 시호한이 눈을 떠 주위를
천천히 둘러본다...
부산하게 움직이는 범족의 여인들 사이로
범족 , 웅족 그리고 호족과 호환족등 여러
부족의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거나 쓰러져
누워있다...
“ 그대의 말대로라면 우리도 우리의 몫을
챙기거나 다른 부족사람들은 치료를 하지
말아야하는 것이요..?!! ”
그 말에 시호한이 뜨끔한 듯 눈을 번쩍
뜨며 소리치고 있는 장정들을 바라본다...
“ 어떻게 좀 해줘요...!!! 너무 아파요...!!! ”
“ 나부터...!!! 나부터 봐줘...!!! ”
곳광이에 발등이 찍힌 호환족의 장정과
부어오른 팔목을 들어 올린 범족의 장정이
소리치고 있다...
“ 그 쪽은 조금만 참아요...!!
저 분상처가 더 심해요...!!! ”
여인이 범족의 장정에게 소리치고 다급히
호환족 장정의 발등을 살핀다...
“ 자신의 부족을 아끼는 마음은 그대나
나나 상처를 살피는 지금 저 여인들도 같을
것이요...!! 하지만 저 여인들은 같은 범족
보다 상처가 더 깊어 보이는 그대의 부족을
먼저 살피지 않소..!! ”
시호한은 멍한 얼굴로 머루의 말을 들으며
고통스러워하는 호확족의 장정과 다급히 그를
살피는 범족의 여인을 바라보고 있다...
“ 저렇듯 이곳 신시사람들은 자신들의
부족애보다 이곳 사람을 먼저 생각하며
지내고 있소...”
말하던 머루가 시호한을 내려다본다...
“ 그대가 보기엔 저것이 틀린 것이요...?!! ”
그 말에 시호한이 멍한 얼굴로 머루를
돌아보고... 잠시 시호한의 눈을 보던
머루는 다시 조용히 입을 연다...
“ 그대의 말대로라면 저 장정보다...
우리부족의 장정이 먼저여야 합니다...
진정 그것을 원하는 것이요..?!! ”
놀란 표정으로 머루를 보던 시호한이 눈을
내리깔며 생각에 잠긴 듯 땅을 바라본다...
그때...
“ 머루야...!! 안에 있느냐...?!! ”
환웅님께서 막사로 들어오시며 머루를
찾으시고... 환웅님을 돌아본 머루는 고개를
숙인다...
“ 예... 환웅님... ”
시호한이 머루를 보며 환하게 웃으시는
환웅님을 돌아본다...
“ 좀 어떠하냐...?!! ”
환웅님께서 활짝 웃으시며 시호한을
돌아보시고... 환웅님과 눈이 마주친
시호한은 흠칫 놀라며 다급히 고개를
돌린다...
“ 어허...!! 쯧쯧쯧... ”
환웅님께서 시호한의 옆에 앉으시며
그의 상처를 살피신다...
‘ 꾸욱... ’
“ 아아...!!! ”
환웅님께서 손가락으로 시호한의 상처를
누르자... 시호한이 발끈하며 환웅님을
노려본다...
“ 많이 아프냐....?!! ”
그러자 시호한이 짜증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 어쩔 수 없이... 며칠 누워있어야겠구나...
허허허허... 이참에 한 며칠 푹 쉬 거라...
허허허허... ”
환웅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일어서
막사입구를 향하시고... 시호한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환웅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 머루야... 시간되었다... 가자... ”
환웅님의 말씀에 시호한을 보던 머루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다...
“ 예...!! 예... ”
......................
“ 야압...!!! 야압...!!! ”
목검을 든 우사가 장정들의 기압소리를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고... 풍백과 운사는
장정들 사이를 걸으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따사로운 정오의 햇살아래...
일렬로선 장정들이 기압과 함께 목검을
휘두르자... 장정들의 우렁찬 소리가 신시
전체로 울려 퍼진다...
“ 야압...!!! 야압...!!! ”
그리고...
장정들의 소리가 닫는 작은 숲길...
“ 우사님 말입니다...!! ”
환웅님과 머루가 나무그늘을 지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우사가 왜...?!! ”
머루가 멀리보이는 우사를 째려본다...
“ 풍백님이나 운사님이라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우사님이 그러실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
“ 그래서...
우사가 뭘 어찌 하였다는 것이냐...?!! ”
머루가 빠르게 환웅님께 따라붙으며
미소 짓고 계시는 환웅님을 바라본다...
“ 우사님이 저 둘을 싸움을 붙여 저지경이
된 것입니다... 그게 신이 할 짓입니까...?!!
환웅님께서 야단 좀 쳐주세요...!! 예...?!! ”
“ 허허허허... ”
환웅님의 반응에 머루가 심각한 얼굴로
환웅님을 가로 막으며 얼굴을 들이민다...
“ 그렇게 웃으실 일이 아닙니다...!!
우사님 때문에 저 시호한 이라는 놈이
우리부족에게 앙심을 품었으면 어쩝니까...?!!!
분명 저놈이 몸을 회복하면 또 싸움이
벌어질 것입니다...!! ”
그러자 지그시 머루를 바라보시던 환웅님께서
머루의 얼굴을 손으로 치우시며 다시 걷기
시작하신다...
“ 그럴 일 없을 것이다... 허허허허... ”
삐친 듯 환웅님을 째려보던 머루가 다시
따라붙으며 환웅님을 바라본다...
“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부족 간에 전쟁이 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그 말에 환웅님께서 멈춰서시며 심각한
얼굴로 머루를 돌아보신다...
“ 흐음... 전쟁이라... ”
머루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인다...
“ 예... 전쟁... 그렇게 될지도 몰라요...!!! ”
머루가 눈을 반짝이며 생각에 잠기신
환웅님을 바라본다...
“ 역시... ”
환웅님께서 눈을 번쩍 뜨시며 머루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신다...
“ 그럴 일 없을 것이다... 허허허허.... ”
환웅님께서 활짝 웃으시며 다시 걸으시고...
머루는 김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흔든다...
“ 환웅님...!!! 웃을 일이 아니라니까요...?!!! ”
“ 그럴 일 없다... 허허허허허... ”
나무그늘 아래 웃음소리와 함께 걸어가시는
환웅님과 빠르게 따라붙으며 설득하는 머루가
서서히 멀어져 간다...
“ 아니...!! 그게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라니까요...!!! ”
“ 어.. 허허허허허.... ”
...........................
같은 시각...
“ 으악... 아아악...!!!! ”
“ 조금만 참아요...!! 조금만...!!! ”
호환족의 장정이 고통을 호소하며 소리치고...
범족의 여인은 다급히 약초를 바르며 장정의
발을 천으로 감싼다...
‘ 흐음.... ’
진지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시호한이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고개를 돌린다...
.......................
숲길이 끝나는 곳...
머루가 긴장한 표정으로 한곳을
주시하고 있다...
‘ 꼴깍...! ’
그 소리에 환웅님께서 미소 지으시며
머루를 돌아보신다...
“ 걱정 말거라... ”
그 말씀에 머루가 환웅님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깎아진 절벽아래...
환웅님과 머루가 입구를 막고 있는 커다란
바위를 바라보고 있다...
잠시 후....
“ 무사하겠죠...?!! 무사히 돌아오겠죠...?!! ”
머루가 고개를 돌리자 환웅님께서 극도로
긴장하신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계신다...
“ 그...그래... ”
환웅님을 본 머루가 당황하며 고개를 돌린다...
‘ 덜덜덜덜... ’
들어 올리신 환웅님의 손이 미친 듯이
떨리고 있다...
‘ 환웅님...!! ’
환웅님의 미소로 잠시 안정을 찾았던 머루가
환웅님의 표정과 떨리는 손을 보며 다시 긴장한
표정으로 바위를 돌아본다...
‘ 지이잉... ’
환웅님의 떨리는 손이 하얀 빛으로 휘감긴다...
“ 뭐... 뭘 하시려 구요... ”
“ 저... 저것을 치워야... ”
긴장한 표정으로 바위를 바라보는 환웅님과
머루가 말을 더듬으며 대화하고 있다...
그때...
‘ 찌지지지직...!!! ’
큰 바위가 금이 가며 갈라지기 시작한다...
‘ 꼴깍...!! ’
환웅님과 머루는 침을 삼키며 바위를 바라본다...
‘ 찌지지지직... 지잉...!! ’
갈라진 바위틈으로 하얀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 지이잉... 찌지지직...!! 찌이잉...!! ’
빛이 점점 강하해지자... 바위가 빠르게
갈라지기 시작하고... 그 것을 본 환웅님과
머루는 서로를 돌아보며 눈을 껌뻑인다...
그 순간...
‘ 찌이이잉...!!!! 퍼버벙...!!! ’
바위가 폭발하며 시커먼 흙먼지와 함께
사방으로 크고 작은 돌덩이들이 날아가고...
환웅님께선 하얀빛이 돌던 손으로 빠르게
막을 만들어 머루를 감싼다...
‘ 츄르르륵... 츄륵... ’
뻥 뚫린 동굴의 입구 주위로 크고 작은
바위들이 굴러다닌다...
“ 괜찮으냐...?!! ”
환웅님께서 다급히 머루를 살피시고...
고개를 끄덕이던 머루는 고개를 돌려
입구를 바라본다...
‘ 휘이잉... ’
동굴 속에서 불어나온 바람이 흙먼지를
걷어가자... 환웅님도 고개를 돌리신다...
‘ 꼴각... ’
환웅님과 머루가 긴장한 표정으로 동굴을
바라보고 있다...
그때...
‘ 탁...! ’
꼬질꼬질한 발이 동굴 밖을 내딛고...
그 것을 본 환웅님과 머루는 놀란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다...
‘ 뚜벅... 뚜벅... 뚜벅... ’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