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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GPD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최근연재일 :
2023.06.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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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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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화.

DUMMY

도주혁은 마네킨의 앞에 서서 전투복을 찬찬히 살폈다.

헬멧, 상의 하의, 장갑, 부츠로 이루어진 전투복.

전체적으로 매끈하고 타이트한 느낌의 이너웨어처럼 보였는데, 만져보니 안쪽으로 묵직한 금속들이 느껴졌다.

“전체 무게가 40kg에 달합니다. 폭발물 제거용 EOD슈트 정도의 수준이지요.”

박재준이 도주혁의 뒤를 따르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확실히 일반 병사들이 사용하기에는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방호 성능은 완벽하지요. 플레이트를 제외하고도 NIJ레벨 III등급을 획득했으며, 내부에 심어진 200여개의 플레이트는 무려 아머 슈트의 코어 메탈이 들어간 합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경량화에 중점을 둔 물건이지만 방호력은 네 배 두께의 복합장갑과 비슷합니다. 어마어마하게 비싼 녀석이지요.”

“그렇겠군요.”

도주혁은 매끈하고 탄력있는 전투복의 표면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보기보다 단단하고 탄탄한 감촉 아래로 크고 작은 플레이트들이 유기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마음에 드네요.”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박재준이 만족스레 웃었다.

“헬멧은 실프 양의 요청으로 버드 아이와 완벽히 호환되게 설계를 바꿨습니다. 필요하시면 따로 제공되는 선글래스 형태의 장비로 버드 아이만을 운용하실 수도 있습니다.”

“아, 네.”

박재준이 그를 더 안쪽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건 권 대령님께서 요청하신 물건인데... 사실 무슨 용도인지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허리 높이의 진열대 위로 총길이 40cm쯤에 손바닥만한 날을 가진 손도끼가 보였다. 전체적인 컬러는 비반사처리된 검은색이었다.

“이게 여기 있는 물건들 중 가장 비싼 물건입니다. 손잡이를 포함한 전체적인 바디는 중량과 탄성에 중점을 둔 신소재 합금강이며 블레이드 부분은 무려 100%의 코어 메탈로 대체했습니다. 무시무시한 무게 때문에 사실상 인간이 들고 휘두를 수 있는 물건은 아니지만, 무게 중심은 아주 잘 잡혀있어요. 아마 도 소령님이시라면 큰 무리 없이 사용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도주혁은 손도끼를 집었다. 묵직하게 손바닥에 꽉 차는 것이 자신을 위해 맞춘 물건인 것만 같았다.

가볍게 흔들어보니 역시나 무게 중심이 잘 잡혀있었다.

머리 위로 높이 들어 내려치면 어떨까. 자신의 근력에 이 정도의 중량, 거기다 코어 메탈제 블레이드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인천에서 마주친 아머 슈트의 장갑을 가르는 것이.

내심 도주혁은 권기탁의 안목에 혀를 내둘렀다.

이런 물건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것이 아니다. 아마 자신이 인천으로 향하기 전부터 만들기 시작했겠지. 그럼 그는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상황을 내다본 걸까.

맨몸으로 아머 슈트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런 손도끼는 엄청난 오버스펙이다.

하지만 아머 슈트가 상대라면 이 물건이 아니면 안된다. 나이프라면 강도가 약할 것이고 망치의 형태였다면 하루 종일 두들겨야 하겠지.

결국 기동력을 살려 빠르게 치고 빠질 수 있으면서, 동시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능케 하려면 지금 조건에서 이 물건만한 것이 없다.

결국 이 물건은 도주혁 자신이 아니면 그저 잘 만들어진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다.

“아주 마음에 듭니다.”

“그렇습니까? 역시 권기탁 대령이로군요.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나봅니다.”

박재준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이후에도 박재준은 몇가지 물건들을 소개해주었다. 모두 유용하게 사용할 만한 물건들이었다.

부스를 나서니 실프가 그를 이끌었다. 이번에도 20인분 가까이 음식이 차려져 있었는데, 당연하다는 듯 도주혁은 그 모든 것을 깔끔히 먹어치웠다.

간단하게 메디컬 체크를 끝내고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입었다. 말끔해진 상태로 숙소를 나와 회의실로 들어가자 전준우가 그를 반겼다.

“충성! 도 소령님 오셨습니까.”

“어, 전 대위.”

둘은 악수를 나눴다.

바로 어제 만났던 둘이었지만, 그때는 전준우가 아머 슈트에 탑승한 상태라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지금이 진짜 재회처럼 느껴졌다.

“고맙다, 준우야.”

도주혁이 전준우의 가슴을 툭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전준우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거기까지만 하지?”

두 남자의 뜨거운 재회가 못마땅했는지 실프가 입을 삐쭉거렸다.

“어... 잘 못들었습니다?”

“브로크백 마운틴 몰라? 히스 레저랑 제이크... 됐다. 맨날 국방TV나 보는 너랑 무슨 문화 얘기를 하겠냐.”

“저, 저도 문화 잘 압니다? 저번에는 극장도 다녀왔습니다?”

“어, 그래. 매버릭 보고 왔겠지.”

“... 그렇습니다.”

평소처럼 티격태격거리는 실프와 전준우를 보며 도주혁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만 좀 놀려. 준우 이제 신삥 아니다.”

“알아. 그러니까 더 강하게 키워줘야지. 이제 대위씩이나 달았는데 아직도 저렇게 어리버리타면 어떡해?”

“어리버리하지 않습니다만.”

전준우의 앞을 건장한 실루엣이 막아섰다.

구릿빛 피부에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검은 머리칼의 미녀가 도주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이다, 발키리.”

“그렇습니다.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도 소령님.”

근육질의 미녀가 실프를 향해 돌아섰다. 그녀가 눈을 흘기자 실프가 흠칫 놀라 돌아앉았다.

“아니, 뭐. 그렇다는 얘기지.”

실프의 얼버무리는 목소리에 도주혁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평소같은 투닥거리는 분위기에 마치 현역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다들 모였나.

화면이 켜지며 권기탁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주혁을 비롯한 인원 모두가 자세를 바로 하며 화면을 향해 몸을 돌렸다.

권기탁은 모인 인원 모두를 눈에 담으려는 듯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마침내 그 입이 열렸다.

- 위치를 잡았다.

적막이 흘렀다. 폭풍전야처럼.

- 정보팀에서 러시아측을 통해 빼낸 자료에 따르면 연구 자료가 든 금고에 위치 추적 장치가 되어 있다고 한다.

“전자기 차폐 정도야 기본일 텐데요.”

- 물론 그렇지. 하지만 러시아 측에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는 모양이야. 이머전시 프로토콜이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위성 신호 지점에서 위치 정보가 수신되었다고 한다.

“어딥니까.”

- 일본 미야자키 현에서 동쪽으로 76.15km지점.

“... 이미 영해를 빠져나갔군요.”

- 그렇다고 봐야겠지.

“그렇다면 연구 자료의 소재는 아직 불명입니까?”

- 지금으로서는 그렇지. 하지만 정보팀에서 유력한 장소를 한곳 지목했다.

화면이 바뀌었다. 작아진 권기택의 얼굴 옆으로 일본 열도의 지도가 떠올랐다.

- 일본 방위성 방위정책국의 산하 시설 하나가 오사카 도심에 숨겨져 있는 걸 우리 정보팀이 확인했다. 일종의 연구 시설을 중심으로 경계가 삼엄하게 펼쳐져 있더군. 연구 내용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중 책임 연구원 하나의 신원이 파악됐다.

“누굽니까.”

- 마에다 히로시. 45세. 남. 도쿄대 졸업 후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연구자로서 재작년에 논문 하나를 발표했군. 광소자 초전도체를 이용한 전방위 가시광선 우회에 관한 연구. 이런 이름의 논문을 말이야.

“클로킹이군요.”

- 정보팀은 그렇게 판단하고 있어. 만약 이 신형 기체가 오사카의 비밀 시설에서 운용되는 거라면 반파된 기체 역시 그쪽으로 옮겨지겠지.

“그렇겠지요.”

- 오사카 도심으로 아머 슈트를 옮기려면 간사이 지방의 비밀 시설에 잠수함을 입항시킨 후 뱃길을 통해 오사카항으로 와야만 한다. 지금 정보팀에서 간사이의 비밀 시설을 주목하고 있어. 만약 잠수함의 입항이 관측된다면 연구 기록의 목적지는 오사카로 확정이나 마찬가지지.

꾸욱. 도주혁은 주먹을 쥐었다. 그의 손아귀 안에서 가공할 힘이 꿈틀거렸다.

툭. 그런 그의 주먹을 실프가 툭 건드렸다. 피식 웃으며.

“출장이네. 좋겠다? 오사카면 도톤보리 가서 글리코 맨이랑 사진도 좀 찍고 그래. 맨날 인스턴트나 먹고다니고 그러지 말고.”

“그래. 알았어.”

실프의 너스레에 도주혁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자기도 모르게 긴장을 했던 건지, 분위기가 풀리자 어딘가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 그럼 자세한 작전 사항을 하달하겠다.

권기탁의 말에 도주혁은 다시 자세를 바로했다. 화면을 직시하는 그의 눈에 더 이상은 흔들림이 없었다.


****


끼이익. 비행기의 랜딩 기어가 활주로 위를 길게 미끄러졌다.

5월의 오사카는 화창했다. 도주혁은 선글래스 형태의 장비 하나만을 걸친 채 간사이 국제공항을 나섰다. 나머지 장비는 다른 루트로 들어올 계획이었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도톤보리의 도심이 보였다.

“별 거 없네.”

글리코 맨이 그려진 광고판을 뒤로 택시는 계속 달렸다.

오사카 성이 건너다 보이는 강변을 달리고 있을 때 귓가에서 실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 꼬리가 붙었어.

도주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 차량 두 대 간격으로 따라붙었어. 흰색 토요타 프리우스. 남자 둘. 무장은 미확인. 일단은 통상적인 미행인 것 같아.

툭, 툭. 도주혁은 손가락으로 선글래스를 가볍게 두들겼다. 확인했다는 뜻이었다.

택시가 멈춰섰다. 작은 강가의 싸구려 호텔 앞이었다.

택시에서 내리며 힐긋 보니 흰색 프리우스가 골목으로 사라지는 게 보였다.

체크인을 하고 객실에 들어서자 먼저 도착한 선객이 보였다. 큼지막한 슈트 케이스였다.

문을 잠그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예민한 감각이 객실을 훑었다. 인기척은 없었다.

슈트 케이스 표면에 보안 점검 완료를 뜻하는 파란 태그가 붙어있었다. 다행히 도청 위험은 덜었군.

“패키지 확인. 열어보겠다.”

- 얼마든지.

실프의 경쾌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푸쉭. 손바닥을 갖다대 장문을 스캔하자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케이스 상부가 열렸다. 안에는 자신의 전용으로 세팅된 전투복과 장비들이 가지런히 자리해 있었다.

“내용물 확인. 이상 없음.”

- 확인.

“백업이 아주 강력해졌는데.”

- 그렇지? 그 사이에 조직이 힘 좀 썼어. 물이 꽤 올랐지.

도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역 시절 해외에서 방을 잡을 때마다 늘 실시해야 했던 보안 점검을 떠올리니 지금이 얼마나 편한지 다시금 느껴졌다.

“외부는 어때.”

- 창가쪽과 입구쪽에 한명씩 캠프를 쳤어. 우리를 특정하진 못한 것 같고, 한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 중에 의심스러운 사람들한테는 무작위로 미행을 붙이고 있는 것 같아.

“인력이 남아도는 모양이지?”

- 조직은 크고 할 일은 없는 게 일본 자위대잖아. 남아도는 인력 뒀다 뭐하겠어. 이럴 때 다 쏟아붓는거지.

도주혁은 창가로 걸어가 커튼을 잡았다. 슬쩍 아래를 보니 흰색 프리우스가 시야 끄트머리에서 공회전을 하고 있었다.

“일본 답네.”

여전히 구닥다리인 것이.

- 내 말이.

실프가 피식 웃었다.

- 30분 후에 클론이 내려갈거야. 로비를 통해 나가면서 꼬리를 떼어줄테니 외부는 걱정하지 마.

도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암막 커튼을 완전히 닫았다. 방안이 완전한 어둠에 가려졌다.

막간의 시간은 빌려 도주혁은 휴식을 취했다.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몸을 푸는 사이 어느새 창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 콘보이 이동 5분전. 우리도 움직이자.

실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주혁은 일어서서 케이스를 향해 걸었다. 케이스를 완전히 열자 그 안에서 흰 빛이 치솟았다.

무심하게 장비를 걸치는 그의 얼굴 위로 창백한 흰 빛이 흔들렸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동해상을 비행하던 그 짧은 사이, 프로토타입이라던 장비들은 완벽하게 도주혁 전용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사이즈가 맞지 않던 전투복은 이제 전신을 타이트하게 조이는 최고의 착용감을 보여주었다.

도주혁은 전투복 위로 아무런 마크가 없는 흑복을 겹쳐 입었다. 양쪽 허리에는 소음기가 끼워진 검은색 글록19가 한자루씩 매여있었고, 뒤춤에는 묵직한 코어 메탈제 손도끼가 붙어있었다.

장갑과 부츠, 전술 조끼 등등 나머지 장비를 모두 착용하고 헬멧을 쓰자 바이저 안쪽으로 AR글래스가 내려오며 실프의 영상이 떠올랐다.

찡긋. 실프가 윙크를 날렸다.

- 준비됐어?

꾸욱. 손아귀 안으로 꿈틀거리는 괴력을 느끼며 도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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