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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GPD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최근연재일 :
2023.06.06 09: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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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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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4,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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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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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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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1화.

DUMMY

“어, 도 형사. 오늘 비번 아니었어?”

“맞습니다.”

“근데 뭐하러 나왔어?”

“뭐 좀 놓고 온 게 있어서요.”

“그래? 뭔데?”

“왜 전에 산 거 있잖습니까. 선물한다고 했던.”

“아아, 오늘이 그 날이야? 와이프가 무슨 발표 한다고 했다던?”

“네.”

“그래, 빨리 챙겨서 가봐.”

“네.”

도주혁이 지나가자 그가 중얼거렸다.

“와이프가 그렇게 좋나? 난 이해를 못 하겠네.”

“이런 멍청한 소리를 보게. 형님, 형님 와이프랑 같으우? 저놈 와이프는 박사 아뇨, 박사! 그것도 무슨 연구소 부소장에다가. 아, 돈을 갈퀴로 벌어다 주는데 그럼 안 이뻐? 나 같애도 맨날 업고 다니겄네.”

“니 와이프를? 야, 아서라. 허리 작살 난다.”

“크크크크. 그죠? 하긴 우리 와이프는 안돼. 차라리 하마를 업지.”

“하마면 땡큐다, 인마. 우리 와이프는 맘모스다.”

제 얼굴에 침 뱉는지도 모르고 두 사람이 킬킬거렸다.

그때 막내 형사 하나가 후다닥 들어와 TV를 켰다.

“야. 무슨 일이야?”

“아,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

“난리? 뭔데?”

다급한 시선들이 TV를 향했다.

TV 화면에는 커다란 빌딩이 잡혀 있었고 화면 하단의 빨간 띠 위로 문구가 지나가고 있었다.


- 무장 괴한, 삼진 연구소 인질 잡고 대치 중


“뭐야, 인질극이야? 미친놈,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인질극을 벌여?”

“근데 저기가 어디래? 야, 막내야. 삼진 연구소가 어디냐?”

“아, 그게 저 강남 쪽으로 가다 보면···.”

우당탕!

갑작스런 소음에 사람들이 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휘둥그런 눈으로 TV를 보고 있는 도주혁이 서 있었다.

“도 형사, 뭔 일···. 잠깐만. 주혁아, 너네 와이프가 어디서 일한다고 했었지?”

도주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이 순간 어떤 대답보다도 효과적인 대답이었다.

모두의 등줄기에 소름이 치달렸다. 늘 웃던 도주혁의 얼굴이 싸늘하게 얼어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 모인 형사들은 도주혁의 저런 얼굴을 딱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지금은 옷을 벗은 김하룡 경사가 허벅지 인대가 끊어져 평생 다리를 절게 된 바로 그날이었다.

그날 그들은 소위 빽치기라 부르는, 여성들의 핸드백을 노리는 일당들을 검거하는 중이었다.

검거 과정에서 놈들은 칼을 꺼내 닥치는 대로 휘둘렀다. 그리고 그 눈먼 칼날에 당시 형사였던 김하룡의 허벅지가 뭉텅 잘려나간 것이었다.

도주혁의 얼굴에 싸늘한 한기가 내려앉은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리고 2분.

회칼과 쇠파이프로 무장한 건장한 남자 여섯은 평생 침대에 누워 죽만 먹고 살아야 할 정도로 망가져 버렸다.

당연히 과잉진압이었다.

하지만 놈들 때문에 형사 하나가 평생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되어 버렸고, 그 때문에 경찰은 조직력을 동원해 도주혁의 혐의를 깨끗이 지워버렸다.

그 이후로 도주혁은 예전처럼 싹싹하고 밝은 모습으로 지냈다. 마치 그런 일이 언제 있었냐는 것처럼.

그리고 오늘, 다시 한 번 그의 얼굴에 한기가 내려앉은 것이었다.

철컥. 여전히 눈은 TV에 고정시킨 채 도주혁이 허리춤에서 총을 꺼냈다. 38구경 탄환이 다섯 발 들어가는 은색 S&W 모델60이었다.

그는 보지도 않고서 빠르게 실린더에서 공포탄 한 발을 꺼내고 그곳에 실탄을 채워 넣었다.

꿀꺽. 누군가의 침 삼키는 소리가 조용한 형사과를 울렸다.

좌르륵. 주머니에 실탄 한주먹을 쑤셔 넣은 도주혁이 출입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야! 저 새끼 말려!”

그 외침이 터져 나오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형사 여덟 명은 도주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무조건 말려야 했다. 안 그러면 저 미친놈이 뭔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그것도 전국의 TV 화면에 생중계되는 채로.

동료를 생각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형사들이 몸을 날렸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붙잡으려 날아드는 우악스런 손들을 도중에 붙잡아 비틀었고.

달려드는 상대는 발목을 걷어차며 골반을 밀어 멀리 던져버렸다.

허리를 붙들어오는 상대는 엄지를 꺾어 바닥에 거꾸로 메쳐버렸고.

날아드는 삼단봉은 손날로 빗겨 막아 빼앗아 버렸다.

잘 훈련된 강력반 형사 여덟 명이 늘씬하게 뻗어버리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1분 남짓.

텅그렁. 빼앗은 삼단봉을 바닥에 떨어트린 도주혁은 끙끙거리는 형사들에게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뿐이었다. 돌아와서 죗값을 치르겠다는 말도 없었다.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도 안다는 뜻이었다.

몸을 돌린 도주혁이 바람처럼 멀어졌다.

“아이구, 허리야. 저 새끼, 진짜 괴물은 괴물이네.”

“그르게요, 형님. 진짜 저 새끼, 경찰 되기 전엔 뭐 했답니까?”

“몰라.”

“왜 몰라요? 전에 조사했다면서.”

“했지.”

“근데요?”

“근데 몰라.”

“... 그게 무슨 개소리래요?”

“개소리는, 썅, 선배한테.”

“죄송함다.”

“조사했는데, 아무것도 안 나와.”

“에?”

“아무것도 안 나온다고. 저 새끼 인생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경찰 되기까지 15년은 없다고. 아무것도 없다고.”

“그게 가능해요?”

“그렇더라. 나도 이번에 알았어.”

가뜩이나 침울하던 형사과가 한층 더 침울해졌다.

“어이구구. 아, 다들 안 일어나? 누운 김에 그냥 처 잘 생각이야?”

“아, 일어납니다.”

“얼른들 일어나서 저기 관할 어딘지 확인해봐. 확인해서 협조 공문 넣고 우리도 특경 애들 호출하고. 출동 준비해, 빨리빨리!”

“형니···. 아니, 반장님?”

“뭐. 그럼 도주혁이 저 새끼 저기 가서 깽판치고 인생 조지게 놔둬? 그래도 우리 식군데, 나중에 깨질 때 깨지더라도 일단 애는 살리고 봐야 할 거 아냐!”

“알겠습니다!”

“오우, 쿨내 진동?”

형사들이 사방으로 뛰어나갔다. 싸늘하던 형사과에 갑자기 활기가 돌았다.


***


2시간 전.


“운영처장님. 저희 쪽은 준비 완료예요.”

“아, 심 박사님. 저희 쪽도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시간만 기다리면 되겠군요.”

“네. 그렇네요.”

“아마 세계가 들썩일 겁니다.”

“그렇겠죠.”

“어떻게 알았는지 유럽과 북미에서도 기자들이 들어왔어요. 아마 우리 예상보다도 더 빨리 소식이 퍼질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정보가 어디까지 샜는지 걱정이네요.”

“이제 한 시간 후면 다 공개될 텐데 뭐가 걱정입니까.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그렇겠죠.”

띠리리리. 그때 심지연의 전화가 울렸다. 화면에는 ‘도주혁’이라는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잠시만요, 전화 좀.”

“네네, 편하게 통화하십시오.”

심지연은 전화를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어, 자기.’하는 달달한 목소리에 정상수 운영처장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통화를 마친 심지연이 다시 정상수에게 다가왔다.

“처장님, 그럼 저는 잠깐 눈 좀 붙일게요. 혹시 제가 또 늦으면 최소한 30분 전에는 깨워주세요.”

“네, 그렇게 하죠. 마음 놓고 푹 쉬세요.”

“네, 감사해요.”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숙인 심지연이 멀어졌다.

“저 차가운 심 박사도 여자는 여자로군.”

그렇게 중얼거리는 정상수에게 하얀 가운을 걸친 백발의 남자가 다가왔다.

“정 처장.”

“아, 문 박사님.”

정상수는 얼른 허리를 숙였다. 눈앞의 노인은 여기 삼진 연구소의 연구소장직을 맡고 있는 문기상 박사였다.

“방금 심 박사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기자회견 준비가 다 끝났다고 하더군요.”

“그래, 나도 보고받았네. 그런데 말이야, 도와주시는 분들 몇 명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군. 자네가 한번 찾아봐 주겠나?”

문기상이 말한 ‘도와주시는 분’은 실험대상으로 자원한 사람들을 말했다. 서류상의 명칭으로는 ‘피실험체’라고 하지만, 사람을 향해 그런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문기상의 말에 그런 방식으로 완곡하게 부르는 것이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정상수는 보안실과 무전을 주고받은 후 휴대폰 화면에 CCTV를 띄워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아, 여기 있군요. 미스터 미하일과 미스터 드미트리, 미스터 보리스, 이렇게 세 명입니다. 그런데 방향이···. 11층 샘플룸으로 향하는 것 같은데요?”

“샘플룸? 그분들이 샘플룸에는 무슨 볼일이지?”

“글쎄요.”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다시 무전이 들어왔다.

- 처장님.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말해.”

- 10층 레지던스 로비에서 도와주시는 분들끼리 시비가 붙었습니다. 이번에도 불곰이 문제입니다.

무전의 내용에 정상수가 인상을 찌푸렸다.

‘불곰’은 러시아인을 부르는 그들끼리의 은어였다.

이상하게도 이번 연구의 피실험체 중에는 러시아인이 많았다. 거의 50%에 육박할 정도로.

물론 백그라운드 체크를 완벽하게 통과했으니 정상수 입장에선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지만 문제는 다른 쪽에서 발생했다. 자연스레 러시아인과 비 러시아인으로 패가 갈려 파벌이 생기더니 시시때때로 시비가 붙곤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연구소 측은 그들의 알력다툼을 묵인해왔다. 그들이 진행하는 연구의 특성상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루 이틀 일이야? 그냥 놔둬, 그러다 말겠지.”

- 그렇긴 한데···. 왠지 오늘은 분위기가 더 험악합니다.

“기자회견 당일이라 신경이 예민한 거겠지. 일단 그쪽은 지켜보기만 하고, 샘플룸에 연락 넣어봐. 도와주시는 분들 몇 분이 그쪽으로 가시는 것 같아. 무슨 용무인지 확인해서 무전 때리라고.”

- 알겠습니다.

정상수는 무전기를 허리에 걸고 문기상을 향해 몸을 돌렸다.

“문 박사님, 제가 연락 오는 대로 확인해서 레지던스에 모두 모여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잠시 후에 큰 발표가 있는데, 조금 더 쉬시지요.”

“그래야지. 근데, 정 처장. 10층 로비 한번 보여주겠나?”

“레지던스 층 말씀이십니까?”

“그래. 분위기가 험악하다니 좀 신경이 쓰이는구먼.”

“네, 그러시죠.”

정상수가 다시 휴대폰을 꺼내 10층 레지던스의 로비 CCTV를 화면에 띄웠다.

화면 속에서는 건장한 러시아 남자들이 상대적으로 왜소한 동양인들을 상대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그중 한 러시아 남성이 옆으로 손을 뻗더니 ㄴ자 형 테이블 하나를 한 손으로 쑥 들어 올렸다.

“이야. 완력 수준이 엄청나군요. 저 정도면 다르파(DARPA 미 국방 연구소)에서 규정한 1세대 아머 슈트 수준은 될 것 같은데요.”

“그야 당연하지. 3세대 AS가 모습을 드러낸 게 벌써 4년이네. 그 정도도 못하면 ‘강화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없지 않겠나.”

“그건 그렇군요. 아무튼,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박사님. 저런 수준의 완력에 신체 내구력, 근지구력, 급속 회복력, 거기다가 가속화된 사고 능력까지. 이건 그야말로 인류라는 종의 진화나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여태까지 그 누구도, 어떤 나라도 성공시키지 못한 연구를 우리가 해냈다는 것에 저는 정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박사님.”

“칭찬 고맙네만 아직 한참 멀었다네. 근데, 정 처장. 저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아무래도 손을 써야 할 것 같은데.”

“네? 무슨···.”

정상수는 문기상의 말에 다시 휴대폰 화면으로 시선을 내렸다. 화면 속에서는 자기 키만 한 책상을 한 손으로 들어 동양인의 머리를 내리치는 러시아 인이 큼지막하게 잡혀 있었다.

“아나! 이 양반들이 내내 얌전히 있다가 왜 오늘 같은 날 저 지랄이야! 보안실! 당장 리미터 작동시키고 요원들 투입해! 저 괴물들이 지들끼리 싸우면 이 빌딩 무너진다고! 당장!”

정상수는 무전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문기상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빠르게 발을 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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