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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GPD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최근연재일 :
2023.06.06 09: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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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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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4,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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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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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2화.

DUMMY

10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정상수는 초조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화면 속의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안실!”

- 네!

“리미터 걸라는 말 못 들었어? 왜 저 지랄을 그냥 보고만 있는 거야!”

- 그, 그게! 리미터가 말을 듣질 않습니다!

“뭐라고?”

- 아까 지시하시자마자 피실험체에 이식된 리미터를 전부 최대로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피실험체의 리미터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게 뭔 소리야!”

정상수는 무전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면서 다시 화면에 시선을 던졌다. 그러자 바뀐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목 뒤쪽에 이식된 리미터는 피부를 뚫고 척수에 다이렉트로 연결되어 있다. 원격으로 작동하는 리미터에 신호를 넣으면 리미터가 척수를 통해 전기신호를 흘려 넣어 피실험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과연 리미터는 정확하게 피실험체를 무력화시켰다. 문제는, 그것이 러시아인들 외의 피실험체에게만 통했다는 것이었다.

원래도 다른 피실험체보다 월등한 능력을 보여주던 러시아인들이었다. 그런데 상대 쪽의 리미터가 작동하고 나자 힘의 균형이 급격하게 틀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정상수는 비상정지를 눌러 엘리베이터를 멈췄다. 러시아인 피실험체 한 명이 동양인 피실험체의 머리를 몸에서 뜯어내는 장면을 보고 난 뒤였다.

“보안실!”

- 네, 처장님!

“10층 격리조치 들어가. 차단벽 전부 내리고 아무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해.”

- 알겠습니다!

“그리고 비상조치 실시해. 아무래도 우리 선에서 정리될 문제가 아니야. 그쪽에서 손을 써 줘야···.”

- 처장님!

“할 것 같다고···. 왜, 뭐야, 또!”

- 샘플룸 쪽에서 총격이 발생했습니다! 11층 보안요원 대부분은 총에 맞아 중상을 입었고, 연구원들은 전부 7호 연구실로 끌려갔습니다!

총격? 허무맹랑할 정도로 어색한 단어에 정상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손은 빠르게 샘플룸 쪽의 CCTV 영상을 휴대폰에 띄우고 있었다.

어디서 손에 넣었는지, 샘플룸으로 향하던 두 명의 러시아인들은 저마다 권총을 한 자루씩 들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은 1층 로비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샘플룸이 있는 11층 중앙연구소의 7호 연구실에 연구원들을 몰아넣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정상수의 손이 빠르게 CCTV 화면을 교체했다.

잠시 후 그는 나머지 한 명의 러시아인을 발견했다. 그는 샘플룸 안에서 철제 아이스박스에 샘플들을 챙기고 있었다.

“이런 미친···.”

빠르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샘플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정상수는 상황을 파악했다.

레지던스 층의 로비에서 싸움을 벌인 것도, 그 시점에서 세 명이 빠져나가 샘플룸으로 향한 것도 전부 계획적이었다.

어쩌면 2년 전, 임상시험을 시작할 때 러시아인들이 연구소에 들어온 것부터가 계획적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분명 정보사령부와 국정원의 크로스체크에서도 안전한 인원들로 확인됐었는데···. 만약 그것도 다 조작된 것이라면 도대체 어느 선에서부터 부정한 세력이 개입된 건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경찰 선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특수군사령부에 비상사태임을 알려야 해. 아니, 고 장군님한테 직접 연락을···.’

정상수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화면 속의 러시아인이 철제 아이스박스 뚜껑을 탁, 하고 닫았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CCTV를 바라보았다.

치지직. 들려오는 무전 소리.

- 보안실. 보고 있나.

굵은 목소리와 어눌한 발음. 러시아인 피실험체 중에서 한국말을 가장 잘 구사하는 미하일 디미트리엔코였다.

- 이 건물은 우리가 접수했다. 이미 다 봐서 알겠지만 말이지.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이미 로비에 도착한 또 다른 러시아인 피실험체, 드미트리 살라모프가 권총으로 사람들을 위협하며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 연구원들도 우리가 데리고 있다. 지금부터 5분 간격으로 두 명씩 사살할 계획이니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는 게 좋을 거야.

화면 속에서 미하일 디미트리엔코가 걸음을 옮겼다.

- 첫째. 닥터 문과 닥터 심을 당장 11층으로 올려보내. 5분 내로 그들이 11층에 도착하지 않으면 연구원 두 명을 사살한다. 만약 그들이 건물 밖으로 나갔거나 나가려고 시도한다면 여기 있는 연구원 서른네 명은 전부 죽게 될 거야.

철컥. 무전기 너머로 권총의 장전 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

- 둘째. 샘플룸에 가압탱크 하나가 비어있더군. 숨기고 싶었겠지만, 우리는 거기에 마스터샘플이 들어있었다는 걸 알고 있어. 지금 당장 마스터샘플을 11층 연구동으로 가지고 와라. 역시 5분 내로 가져오지 않는다면 연구원들이 죽어 나갈 거야.

미하일 디미트리엔코는 계속해서 무전기에 대고 말을 하면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것을 확인한 정상수는 화면을 조작해 엘리베이터 내부 CCTV를 띄웠다.

- 숨어도 소용없어. 우리가 다 찾아낼 테니까.

삑. 미하일이 버튼을 눌렀다. 8층. 보안실이 있는 층이었다.

불길한 예감이 정상수의 뇌리를 스쳤다.

보안실을 빼앗기면 저들이 건물 전체의 CCTV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직 저들에게 붙잡히지 않은 사람들을 저들이 찾아내게 되리라.

그렇게 놔둬서는 안 된다. 하지만 지금 저들을 막아설 수 있는 자들은 이 건물 안에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

“보안실!”

정상수는 얼른 무전기의 송신 버튼을 누르고 소리쳤다.

“지금 당장 CCTV 중앙처리기를 부숴라! 전원을 끄는 걸로는 안돼! 절대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박살을 내버려!”

그는 할 말을 마치고도 송신 버튼을 떼지 않았다. 미하일이 듣고 있겠지만 상관없었다.

“피실험체 하나가 그리로 가고 있다! 그들이 CCTV를 장악하면 건물 내부에 남은 생존자들이 위험해진다! 그러니 빨리 중앙처리기를 부수고 거기를 탈출해! 지금 당장!”

정상수의 무전 내용을 들었는지, 화면 속의 미하일 디미트리엔코가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상수는 송신 버튼을 누른 채였다.

“이 무전을 듣고 계실 심 박사님, 문 박사님, 그리고 다른 여러분.”

정상수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들은 이제 우리의 동료가 아닙니다. 이들은 테러리스트입니다. 그리고 테러리스트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절대로 약해지지 마십시오. 지지 마십시오. 군이 오고 있습니다. 특수군사령부가 여러분을 구하러 오고 있습니다. 숨으세요. 그리고 버티세요. 용기를 갖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그들이 우리를 구하러 올 것입니다. 그들을, 그리고 조국을 믿어 주십시오.”

말을 마친 정상수는 무전기의 볼륨을 줄이고 송신 버튼을 놓았다. 곧바로 미하일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정상수는 무전기를 그대로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마음이 무거웠다. 그가 한 조치는 테러 대응의 기본 원칙에 부합된 행동이었지만, 동시에 억류된 인원들에게는 최후통첩이나 마찬가지로 들렸을 것이었다.

‘아니, 고민할 때가 아니야. 최대한 빨리 비상령을 내려야 해.’

정상수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


도주혁은 신호와 과속을 모두 무시하며 도로 위를 질주했다. 그러면서도 한 손으로는 끊임없이 통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며···.

“후···.”

지겹도록 들은 그 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 수십 차례나 전화를 걸었음에도 그의 아내인 심지연은 단 한 번도 받지 않고 있었다.

물론 이런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사실 꽤 자주 있었다.

심지연은 워커홀릭이었다. 일에 몰두하면 종종 시간을 잊었고, 그러다 보니 식사도 수면도 늘 불규칙했다.

그래서 그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쪽잠을 자곤 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녀는 아주 깊이 잠이 들었다. 소위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그러니 전화가 아무리 울려봐야 받을 리가 없었다.

그걸 잘 아는 도주혁이니 전화를 받지 않는 것쯤은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았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그녀가 근무하는 삼진 연구소에 무장괴한이 침입했다는 오늘만큼은 절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끼기기긱! 뒷바퀴를 사정없이 미끄러트리며 도주혁이 탄 차가 사거리를 통과했다.

멀리 번쩍이는 사이렌들이 보였다. 어느새 심지연이 있는 삼진 연구소에 도착한 것이었다.

도주혁은 아무렇게나 차를 대고 차에서 내렸다.

달리듯 다가오는 그를 정복 경찰이 막아섰지만 경찰 신분증을 내밀자 군소리 없이 비켜주었다.

도주혁은 빠르게 눈으로 현장을 훑었다. 이미 경찰특공대 2개 팀이 파견되어 현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누구십니까?”

현장 정리를 맡은 경찰이 다가와 도주혁에게 물었다. 도주혁은 경찰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제 아내가 삼진 연구소 부소장입니다.”

“아.”

다행히 그는 관할 구역 따위의 말을 꺼내지 않았다.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겠습니까.”

“아직 확실히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일단 인질범은 내부에 상주하던 러시아인들 같습니다. 총기를 어떻게 구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권총 두 자루를 확인했다고 합니다.”

“내부에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인원이 있습니까?”

“네, 운영처장인 정상수라는 사람과 연락이 닿고 있습니다.”

정상수. 도주혁도 몇 번 만나 아는 사람이었다. 군 출신으로 현장 경험도 풍부하고 무엇보다 수완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때 삼진 연구소 건물의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졌다.

“뭐야! 무슨 일이야!”

“누가 밖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뭐? 누가!”

“러시아인입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도주혁은 입구를 바라보았다.

삼진 연구소 입구의 커다란 회전문이 핑글 돌아가자 회갈색의 짧은 머리를 가진 건장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총은 가지고 있지 않았고, 흰색 환자복 같은 옷을 걸치고 있었다.

남자가 입을 벙긋거렸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경특 1번 팀 투입. 무장했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신병을 확보하라. 확보가 끝나면 곧바로 내부 상황 진술 녹취 시작하고.”

- 알겠습니다.

지시가 떨어지자 경찰특공대 1개 팀이 빠르게 그 남자에게로 다가갔다. 잰걸음으로 걸으면서도 사위를 경계하는 것에서 높은 훈련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다.

“Да, подойти ближе.”

주위가 조용해져서일까. 좀 전과는 다르게 러시아인의 이번 말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귀에 똑똑히 들려왔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뱉은 러시아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덥석! 도주혁은 방금 무전을 통해 지시를 내린 정복 경찰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뭐야!”

“경특 대원들을 멈추라고 하십시오! 뭔가 이상합니다!”

“뭐? 당신 누구야? 야! 인원 통제 똑바로 못해!”

그는 도주혁의 말을 듣기는커녕 그를 잡상인 취급하며 밀어냈다.

그리고 또다시 러시아어가 들려왔다.

“Да. Спасибо за хороший материал.”

그렇게 말하는 러시아인의 눈은 경찰특공대가 들고 있는 MP5A5 기관단총에 달라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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