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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GPD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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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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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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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3화.

DUMMY

“움직이지 마!"

"손 높이 들고 무릎 꿇어!"

열 명으로 이루어진 경특 1번 팀이 막 문을 나선 러시아인, 드미트리 살라모프를 둘러쌌다.

드미트리 살라모프는 무릎을 꿇고 양손을 들어 손바닥을 펴 보였다.

비무장을 확인하자 특공대원들이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여덟 명이 사방을 경계하는 사이 두 명의 대원이 기관단총을 놓고 두 손으로 드미트리 살라모프의 팔을 붙잡았다.

거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드미트리의 양손이 두 대원의 목을 붙잡는 순간 모든 게 잘못되어가기 시작했다.

콰드드득!

고목 뿌리가 뽑히는 듯한 소리에 여덟 명의 특공대원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드미트리가 죽은 대원들의 총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는 총기의 스트랩에 죽은 대원들의 시체를 매단 채 총구를 휘둘러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당! 타다당!

리드미컬하게 끊어지는 기관단총의 격발음과 동시에 두 명의 특공대원이 허물어지듯 그 자리에 쓰러졌다. 방탄고글을 뚫고 미간을 꿰뚫은 세 발의 총알 때문이었다.

철컥, 타다다당!

과연 군 특수부대 출신의 특공대원들은 반응이 빨랐다. 동료의 죽음을 감지한 순간 반격에 들어간 것이었다.

하지만 드미트리 살라모프의 움직임은 그들의 그것을 아득하게 넘어서 있었다.

부우웅, 꽝!

목이 빨대처럼 비틀어져 죽은 대원 하나가 허공을 날았다. 공중에서 아무렇게나 까딱거리던 시신이 왼쪽의 대원 넷을 볼링핀처럼 쓰러트렸다.

같은 순간 드미트리 살라모프는 바람처럼 오른쪽으로 쇄도했다. 그는 목이 부러져 죽은 또 한 명의 시신을 방패처럼 앞에 세운 채였다.

타다다다당!

총알이 빗발처럼 날아들었다. 하지만 드미트리는 몸을 웅크린 채 죽은 대원으로 그것을 모두 막아냈다.

그리고 거리가 0으로 수렴한 순간 그가 주먹을 휘둘렀다.

쾅!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대원 하나가 수직으로 치솟았다. 그는 건물 로비의 높다란 천장에 등을 부딪친 후에야 바닥에 떨어져 숨이 끊어졌다.

그 놀라운 위력에 잠시 넋을 잃은 순간 나머지 한 명의 대원 역시 목숨을 잃었다. 그의 목을 엿가락처럼 휘어버린 드미트리 살라모프의 손날 때문이었다.

타다다다당!

쓰러진 왼쪽의 대원들에게 총알이 빗발쳤다.

빗발치는 총알에 대원들이 몸을 숨기는 사이, 드미트리는 죽은 대원들을 한 손에 한 명씩 붙잡고 안으로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콰장창! 로비의 두꺼운 강화유리를 뚫고 대원 네 명이 건물 안으로 사라졌다.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탁탁, 손을 턴 드미트리 살라모프의 탐욕스런 눈이 왼쪽에 몸을 숨긴 대원들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가 움직이는 순간.

탕!

날카로운 총성과 함께 드미트리 살라모프의 몸이 옆으로 쓰러졌다.

사람들의 고개가 일제히 뒤를 향해 돌아갔다. 이번 총성은 그들의 뒤에서 들려왔기에.

그곳에는 어느새 차량 지붕에 올라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도주혁이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은색 S&W 모델60에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솟고 있었다.

“저격수들 뭐하나! 위치 확보했으면 그대로 사격 개시해!”

도주혁이 무전기에 대고 고함을 쳤다. 현장을 책임지던 서울청 경비2과장은 문득 자신이 들고 있던 무전기가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이, 이봐, 당신!”

그가 소리를 치는데 다시 현장이 시끄러워졌다. 쓰러진 드미트리 살라모프가 몸을 일으킨 것이었다.

“일어설 수 있다고? 머리를 맞았는데?”

경비2과장은 도주혁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머리를 맞고도 일어선다고?

과연 드미트리 살라모프의 머리는 피투성이였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결코 중상을 입은 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탕! 도주혁이 다시 한 번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이미 드미트리는 두 구의 시신으로 자신을 가린 상태였다.

“Сдаться. Тогда я не убью тебя.”

느닷없이 들려온 러시아어에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시선이 뒤를 향했다. 놀랍게도 러시아어를 뱉은 것은 도주혁이었다.

“다, 당신! 러시아어 할 줄 압니까?”

“네.”

“지금 뭐라고 한 겁니까?”

“투항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살려는 주겠다고.”

“Пошел на хуй, мудак!”

그때 드미트리의 대답이 들려왔다.

“뭐랍니까?”

“좆이나 까라는군요.”

“...”

그 사이 드미트리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여전히 두 구의 시체로 자신을 가린 상태로.

“Спасибо за пистолет, ублюдок.!”

충분히 거리를 벌렸다 싶었는지, 드미트리 살라모프는 그렇게 외치고는 그대로 안으로 사라졌다.

“저건 뭐라는 겁니까?”

“애초에 빈손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저것 때문인가 봅니다. 챙겨간 장비 잘 쓰겠다고 하는군요.”

“... 그럼 고작 총 몇 자루 챙기기 위해 우리 경찰특공대원 여섯을 죽이고 이 난리를 피웠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이런 씨ㅂ···. 아, 그런데 누구십니까?”

“정동서 형사과 형사1팀의 도주혁 경장입니다.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도주혁의 말에 서울청 경비2과장은 넋 나간 표정을 지었다. 자기도 모르게 그는 무궁화 네 개가 달린 자신의 어깨를 힐끔거렸다.

“일단 이거 받으십시오.”

차 지붕에서 훌쩍 내려선 도주혁이 그에게 무전기를 건넸다.

“그리고 경특은 뒤로 물리시는 게 좋습니다.”

“그건 왜···. 인가.”

반사적으로 존대를 할 뻔한 그는 급히 말꼬리를 바꿨다.

“저놈들, 절대로 일반적인 인질범이 아닙니다. 최소한 특수교육을 이수한 전투의 전문가입니다.”

“뭐라고?”

“게다가 저 몸놀림. 저건 일반적인 군의 CQB(근접격투) 테크닉이 아닙니다.”

“그, 그러면?”

“마라도르. 이름은 들어 아시겠지요.”

경비2과장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러시아 특수부대 스페츠나츠에서 갈라져 나온 아머 슈트 대응 부대, 마라도르(Мародер).

그들은 러시아 국영 무기수출공사 로스오보론엑스포르트에서 개발한 3세대 중장갑형 아머 슈트, ‘프리즈라크(при́зрак)’를 운용하는 부대였다.

“저들은 아마 마라도르 출신일 겁니다. 만약 아니더라도, 최소한 1세대 이상의 AS를 운용했던 전문가일 겁니다. 힘을 사용하는 방식이 아머 슈트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했기 때문입니다.”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나?”

“특수군사령부에 연락하십시오. 저들이 강화 인간을 들고 나왔다면 우리도 같은 카드로 맞대응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철군(鐵君)을?”

“그렇습니다.”

현시대의 세계 각국은 당연히 아머 슈트 대응 부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한민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은 자체개발한 ‘철군’이라는 3세대 중장갑형 아머 슈트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이나 러시아, 일본, 프랑스 등과 비교하면 한두 단계 아래라고 평가받지만, ‘3세대’의 조건에 부합하는 만큼 그 전투력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이보게. 저들은 AS를 운용하지 않고 있잖나. 규정상 이런 경우에는 철군을 사용할 수 없어.”

그 말이 옳았다.

3세대 AS(아머 슈트)가 등장한 이후로 현대전의 양상은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총 무게 1톤에 분당 6,600발을 쏘는 항공기 탑재용 20mm 발칸포를 소총처럼 들고 뛰고, 5톤에 달하는 88mm 대공포를 박격포 다루듯 하는 보병이 등장한 것이다.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리며 자유롭게 방향을 조절하고 모든 보병 화기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으며 모든 지형에서 작전이 가능한 보병.

그 앞에서 탱크나 장갑차, 헬리콥터 같은 기존의 장비들은 무력했다.

그러다 보니 AS의 남용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너무나 강력한 무력 탓에 반인륜적 무기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AS 사용 규제에 관한 법률안, 일명 AS 레귤레이션이었다.

AS 레귤레이션은 국제 공용의 법률이었다. 자세한 사항으로 들어가면 복잡했지만, 요약하자면 간단했다.

AS의 사용은 AS를 상대할 때만으로 제한한다, 는 것.

지금 저들에게는 AS가 없다. 그러니 이쪽에서도 AS를 꺼낼 수 없는 것이다.

“맞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죠.”

“그게 무슨 소린가?”

“시간이 없어 자세한 말씀은 못 드리겠습니다. 특수군사령부에 전화를 걸어 코드 퍼플 상황임을 알리십시오. 그러면 뒷일은 그들이 알아서 할 것입니다.”

“뭐라고? 코드 퍼플? 그게 뭔데?”

“죄송합니다. 그럼 전 이만.”

할 말을 마친 도주혁은 얼빠진 얼굴의 경찰들을 뒤로하고 빠르게 몸을 날렸다.

코드 퍼플. 그것은 비정규적 은밀 기동을 요구하는 특수군사령부의 작전 신호였다.

설명에서부터 ‘비정규’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만큼, 코드 퍼플 상황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아니, 발생하더라도 기록이 남지 않았다. 그것은 보고체계를 통하지 않고 특수군사령부의 사령관이 독단으로 결정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주혁은 지금 이 상황이야말로 코드 퍼플이 발동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믿었다.

AS 없이 맨몸으로도 1세대 AS에 필적하는 운동 능력.

거기에 머리에 38구경 탄환을 맞았음에도 수 초 내로 몸을 일으키는 회복력.

그런 존재를 막아낼 존재는 대한민국에 ‘철군’뿐이었다.

그 세계의 정점에서 몇 년을 군림한 도주혁도 그런 존재는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소문은 들은 적이 있었다.

‘트렌센던스 프로젝트였나.’

분명 그런 이름이었다. 외골격 슈트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아머 슈트 프로젝트’에 반해, ‘트렌센던스 프로젝트’는 인간이라는 종 그 자체를 진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연구 초반에 더 주목을 받은 것은 ‘트렌센던스 프로젝트’였다. 이것이 실현되면 모든 인류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들어가는 천문학적 돈과 인력에 비해 아무런 발전이 없자 사람들은 빠르게 흥미를 잃어갔다.

게다가 때맞춰 강화 외골격 슈트의 한계를 크게 향상시킨 CFFC, 상온 핵융합 연료 전지가 개발되었다.

이것은 AS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충족시켜 주었다. 높은 출력과 휴대성 모두를 만족시킨 것이었다.

세계 각국은 곧바로 2세대 AS를 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3세대의 연구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서 ‘트렌센던스 프로젝트’ 쪽은 완전히 사장되고 말았다.

적어도 그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그런데 그게 성공했다? 그것도 한국의 삼진 연구소에서?’

바람처럼 달려가면서 도주혁은 전기실 벽에 걸린 빠루를 집었다.

‘어디까지 성공한 거지? 양산이 가능한 수준인 건가?’

타다닥, 한 번에 세 계단씩, 도주혁이 계단을 올랐다.

‘러시아 놈들은? 분명 놈들은 내부에 상주하던 인원이라고 했다. 그럼 실험 초기부터 참여했던 피실험체? 그렇다면 애초부터 실험 결과를 노리고 잠입한 건가?’

벌컥! 복도를 지나친 그가 한쪽 벽에 붙은 문을 열어젖혔다.

‘지연이는···. 지연이는 그 연구와 무슨 관계일까.’

그의 아내 심지연을 떠올리자 도주혁의 발이 덜컥 멈췄다.

심지연은 삼진 연구소의 부소장이다. 소장이 연구소의 관리책임자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어쩌면 그녀는 그 연구의 총책임자일 수도 있었다.

문제는 대한민국 땅에서 ‘트렌센던스 프로젝트’ 관련 연구가 진행되는 것을 특수군사령부가 모를 리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특수군사령부는 그에게 아무런 언질을 해 주지 않았다. 심지어 그의 아내가 그 연구에 관련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까득. 그의 입속에서 천둥이 쳤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빠루가 굳게 닫힌 철문 틈을 후려쳐 자물쇠를 부숴 버렸다.

휘이잉.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가 선 곳은 삼진 연구소 옆 건물 4층의 폐쇄된 장비 반입구였다. 그리고 그곳은 삼진 연구소 건물 3층의 야외 공원을 바로 내려다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말해주지 않겠다면···. 직접 듣겠다.”

양쪽 모두에게서.

도주혁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빠루를 던지고 뒤로 훌쩍 물러났다. 그리고는 전력질주로 달려와 반입구 바깥으로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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