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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GPD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최근연재일 :
2023.06.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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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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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10화.

DUMMY

“앞으로 걸어.”

미하일은 MP5A5의 총구로 심지연의 등을 쿡 찔렀다.

심지연은 공포에 떨면서도 앞으로 나아갔다. 찢긴 캐비닛이 토해낸 서류더미 위로.

경리과 사무실을 나서 복도 끝 계단실이 가까워지자 심지연도 들을 수 있었다. 여러 명의 인원들이 부산스럽게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를.

미하일은 창문과 같은 저격 포인트를 점검하며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그의 민감한 청력은 연구원들의 다급한 발소리와 목 끝까지 차오른 호흡을 하나하나 구별해내고 있었다.

‘인원은 전부 17명. 무장도, 전투원도 없다. 역시 특수군사령부는 아니군. 그들이라면 분명 호위를 붙였을 테니.’

미하일은 안도했다. 무방비하게 달려내려오는 인질들의 상태가 그의 예측을 뒷받침해주고 있었기에.

하지만 낙관하기엔 아직 일렀다. 그는 아직 상대가 누군지 확인하지 못했으니.

‘어차피 계단실은 좁고 시야도 제한된다. 저격 포인트는 없어. 앞뒤 상황은 모르겠지만 일단 인질을 재확보한다.’

미하일은 그렇게 판단했다.

연구원들의 발소리가 거의 문 앞까지 다다른 순간 미하일은 계단실의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멈춰!”

철컥! 문을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한 덩치가 소총을 겨누며 들어서자 연구원들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으아악!”

다급히 멈춘 인원과 뒤에서 내려오는 인원들이 부딪히며 연구원들이 계단을 굴렀다. 그 난리통에 뒤쪽에서 멈춘 인원들이 몸을 돌려 달아나려 한 순간.

탕! 좁은 계단실에 날카로운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동시에 맨 뒤에 있던 연구원의 머리가 퍽 터져나갔다.

“멈추라고 했다! 죽고 싶나!”

벽을 빨갛게 물들인 핏물을 보며 연구원들이 비명을 삼켰다. 개중 몇몇은 실신해 쓰러지기까지 할 정도였다.

“인질은 많다. 몇 명 더 죽여도 남아 돌 정도야. 또 죽고 싶은 놈 있나?”

연구원들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저 목덜미까지 차올라온 죽음의 공포에 덜덜 떨 뿐이었다.

미하일은 그 정적이 마음에 들었다.

“전부 일어서. 기절한 것들은 깨우고. 4층 경리과 사무실로 간다. 움직여!”

연구원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4층 경리과 사무실로 움직였다.

미하일은 그들에게 창문을 가리고 장애물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관측과 진입을 막기 위함이었다.

문득 그의 눈에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문기상이 보였다.

‘문 박사? 어떻게 문 박사가 여기 있지? 11층의 감금이 풀리면서 샘플룸도 같이 풀린 건가? 그렇다면... 놈은?’

미하일의 눈이 빠르게 실내를 훑었다. 어디에도 도주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죽었어도 벌써 죽었을 상처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자꾸 그가 신경이 쓰였다.

“거기, 너. 샘플룸에서 문 박사를 데려올 때 또 다른 누가 거기 있었나?”

“아, 아닙니다.”

“없었다고? 시체라도?”

“네.”

연구원의 대답에 미하일은 원인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그로서도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이었다.

아마도 그 덕이었을 것이다. 창문에 덕지덕지 붙은 종이들 너머로 희미하게 가까워지는 흐릿한 그림자를 보게 된 것은.

콰장창! 창문이 폭발하듯 깨져나갔고.

미하일은 겁에 질린 심지연을 향해 팔을 뻗었으며.

얼굴을 가린 팔뚝 밑으로 도주혁은 그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


드미트리를 11층에서 밀어버리고 난 직후.

도주혁은 계단실 밖의 전실 소화전에서 소방호스를 꺼내 둘러멨다. 이동시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노즐과 연결부를 모두 제거한 상태였다.

그 상태로 도주혁은 대략 두 층 정도의 거리를 둔 채 연구원들을 쫓았다. 미하일과 심지연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나보다 아래층이다. 꼭대기 층에선 드미트리가 내려왔고 내가 바로 그 아래층이었으니까.’

그런 확신을 가지고 도주혁은 끈기 있게 계단을 내려갔다.

6층을 막 지나는 순간 도주혁은 아래에서 발소리를 들었다. 내려가는 연구원들의 것이 아닌, 하지만 가볍고 비틀거리는 걸음걸이.

‘지연아.’

그것은 아내 심지연이었다. 도주혁은 그렇게 확신했다.

그리고 얼마 후 4층의 문이 벌컥 열리며 미하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주혁은 6층과 5층 사이에 몸을 숨긴 채 아래쪽의 소리에 집중했다. 총성이 울리고 사람이 죽었지만 도주혁은 침묵했다. 그저 조용히 분노의 불꽃을 피워올릴 뿐이었다.

연구원들이 4층으로 들어서는 소란을 틈타 도주혁은 5층으로 숨어들었다. 그곳에는 도주혁에 의해 죽임을 당한 보리스 로마노프의 시체가 있었다. 마구잡이로 발사된 총격 때문에 창문은 모조리 깨진 채였다.

도주혁은 무심하게 보리스의 시체를 넘어 창문으로 다가섰다. 군데군데 떨어진 유리 파편들 때문에 발소리를 주의 하면서 그는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창문에 가까운 기둥에 소방호스를 묶은 도주혁은 아래층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발소리. 종이. 분무기. 책상 끌리는 소리. 창문을 막고 장애물을 쌓는군.’

정석적인 대응이었다. 대테러 특수팀의 레펠 진입을 막는.

‘어디냐.’

그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물론 창문이 완전히 장애물로 막힌다 해도 지금의 그라면 수월히 뚫고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분명 몇 초는 의미 없이 허비될 것이며 상대는 강화 인간이다. 그 몇 초 만에 모든 걸 바꿔버릴 수 있는. 그러니 농성이 더 단단해지기 전에 진입해야 한다.

“스으읍, 후-”

도주혁은 깊은 호흡으로 조급함을 잠재웠다. 그리고는 천천히 눈을 감고 청력에 집중했다.

의미 없는 소리들이 한동안 이어지고. 마침내 기다리던 소리가 들려왔다.

- 문 박사? 어떻게 문 박사가 여기 있지?

번쩍. 도주혁의 눈이 뜨였다.

부드럽게 창틀을 박찬다. 그의 몸이 날아오르듯 둥실 떠오른다.

손에 쥔 소방 호스가 팽팽해진 순간. 활처럼 휜 등을 비틀어 튕기며 중력에 힘을 보탠다. 한순간 사람 모양의 진자가 된 그의 몸이 무서운 속도로 4층 유리를 덮쳤다.

콰장창! 젖은 종이가 덕지덕지 붙은 유리가 깨져나가는 것을 도주혁은 눈도 감지 않은 채 지켜보았다. 눈 주위로 깨진 유리 파편이 스쳤지만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 너머로 펼쳐진 장면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기에.

미하일 디미트리엔코. 2미터에 달하는 거구에 뱀처럼 교활한 눈을 가진 강화 인간.

그런 그가 심지연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한순간 조급함이 치밀어 올랐지만 도주혁은 이를 악물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어떤 경로로 진입하더라도 미하일보다 더 심지연과 가까울 순 없었으니.

그래서 미하일을 저지할 방법이 필요했다.

MP5A5의 9밀리 탄은 불가능. 그의 피륙을 뚫을 순 있다 하더라도 그를 멈춰 세울 순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나이프였다. 나이프의 질량에 자신의 근력이라면 필요한 스토핑 파워를 충족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에.

여전히 공중에 뜬 채 도주혁은 뒤춤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양손에 하나씩 나이프를 잡고 앞으로 뿌렸다.

전력으로 집어던진 나이프 두 자루가 순식간에 허공을 갈랐다.

퍼퍽! 쭉 뻗은 미하일의 팔뚝에서 핏물이 터졌다. 그 힘이 어찌나 강했는지 미하일의 몸이 휘청이며 반쯤 회전해버릴 정도였다.

“크윽!”

한순간 흔들린 균형을 되찾으며 미하일이 반대편 손을 뻗었다.

타닥! 어느새 바닥을 디딘 도주혁이 날 듯이 달려와 미하일의 손을 쳐올렸다. 미하일의 손아귀가 억세게 쥐어졌지만 겨우 그녀의 머리칼 몇 가닥만 쥐었을 뿐이었다.

뻐억! 낮게 내지른 도주혁의 발차기에 빗겨 메고 있던 미하일의 MP5A5가 박살나고 그의 몸이 주르륵 밀려났다.

으득! 미하일이 이를 악물며 손에 잡힌 책상을 잡아 던졌다. L자형 책상이 허공을 날아 머리 위로 떨어지는 모습에 심지연의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턱. 갑자기 책상이 공중에서 멈췄다. 그 귀퉁이를 잡은 손 때문이었다.

도주혁은 커다란 책상을 가볍게 옆에 내려놓았다.

눈은 여전히 미하일을 바라본 채 그가 입을 열었다.

“미안해. 많이 늦었어.”

심지연은 울컥 눈물이 솟았다.

“아... 아니야... 괜찮아, 진짜...”

도주혁은 돌아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아냈다.

“그래. 잠깐 뒤로 물러서 있을래? 금방 끝낼게.”

도주혁의 말에 심지연과 연구원들이 뒤로 물러났다.

미하일이 으르렁거리듯 그들을 돌아봤지만 딱히 그들을 제재할 수단이 없었다. 총은 부서졌고 길목은 도주혁이 막고 있었으니.

“어떻게 된 거지?”

미하일이 물었다.

“알 거 없어.”

도주혁이 대답했다.

미하일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작은 도주혁에게서 항거할 수 없는 힘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가 팔에 박힌 나이프를 빼냈다. 나이프에 담긴 힘이 어찌나 강했던지 강철과도 같은 강도를 지닌 자신의 뼈에까지 박혀있었다.

두 자루의 나이프를 쥔 미하일과 팔을 늘어트린 도주혁이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고 아무런 전조도 없이 나이프가 허공을 날았다.

텁. 도주혁이 손을 뻗어 나이프를 잡아챘다. 심지연의 바로 코앞에서.

쐐애액! 도주혁의 목을 노리고 나이프가 날아들었다. 2미터의 거구에 걸맞지 않은, 고양이처럼 날렵한 몸동작.

도주혁은 나이프를 쥔 미하일의 손목을 손날로 받아내며 역수로 쥔 나이프를 그었다.

촥, 경쾌한 소리와 함께 미하일의 팔뚝에서 핏물이 솟았다.

도주혁은 베고 지나간 나이프로 미하일의 팔뚝을 얽어매며 미하일의 손목을 꺾어 돌렸다.

정석적인 나이프 파이팅의 기술에 미하일은 당황했다. 이런 식의 전투가 너무 오랜만이었기 때문이었다.

AS를 운용할 때도, 강화 인간 프로젝트에 지원한 이후로도 이런 식의 싸움은 없었다. AS는 애초에 그런 정교한 동작이 불가능했고 이후로는 일반적인 CQC 기술이 통하기에 그의 육체가 너무나 강해졌으니.

하지만 미하일 역시 달인의 영역에 들어선 인물. 그는 꺾인 손목을 버티는 대신 나이프를 놓았다. 그리고 어느새 회복이 완료된 반대 손으로 떨어지는 나이프를 받아 찔렀다.

도주혁은 미하일의 손을 놓고 다급히 몸을 물렸다. 그런 그의 옆구리가 길게 찢기며 핏물이 번졌다.

도주혁의 상처에 미하일은 반색하며 나이프를 고쳐 쥐었다. 그리고-

뻐버벅! 날카로운 타격음과 함께 눈앞이 번쩍했다. 다음 순간 미하일은 자신이 바닥에 누워있음을 깨달았다.

‘무슨?’

얼른 일어서려던 미하일이 기우뚱거리더니 다시 한 번 꼴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그제야 그는 보았다. 자신의 왼쪽 무릎이 기형적으로 꺾여있는 것을.

‘내 다리가 부러져?’

믿을 수가 없었다.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도주혁은 말없이 쓰러진 미하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른손에 역수로 나이프를 쥔 채.

미하일의 눈이 떨렸다. 인정하지 못하겠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었다. 자신은 눈앞의 남자를 절대 이길 수 없음을.

‘진정해. 진정하고 생각하자.’

부러진 무릎을 억지로 맞춰 넣고 미하일이 몸을 일으켰다.

‘놈의 목적은 심 박사야. 그렇다면 굳이 부딪힐 필요 없잖아. 놈은 심 박사를 구하고 난 연구 기록을 손에 넣고. 그러면 돼.’

미하일은 벌써부터 회복이 시작되고 있는 다리를 천천히 옮겼다. 그가 슬금슬금 문으로 다가가는데도 도주혁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 차라리 잘 됐다. 특수군사령부가 아니라 저놈 하나라면 연구 기록은 여전히 드미트리가 가지고 있을 테니까. 죽었다 하더라도 말이야.’

그가 움직이지 않을 생각임을 깨달은 미하일은 벌컥 문을 열고 4층을 나섰다.

꼬리를 만 개처럼 사라지는 미하일의 뒷모습을 도주혁은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도망치는 미하일을 보며 심지연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주, 주혁 씨?”

심지연의 말에 도주혁이 돌아보았다.

심지연은 문득 말을 잃었다.

뭐라고 한단 말인가. 저 괴물을 쫓으라고? 왜 도주혁이 그래야 하나. 그는 우연히 이 일에 휘말린 제3자일뿐인데.

“괜찮아. 군이 출동했어. 곧 도착할거야. 그쪽에 맡기면 돼.”

심지연이 하지 않은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도주혁이 그녀를 달랬다.

그 말에 심지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도주혁은 표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애초에 적을 뒤에 남기지 않도록 철저히 말살하는 게 그의 방식이었다. 때문에 승기를 잡은 싸움에서 적을 놓아준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심지연이 100퍼센트 안전할 수 있다고는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고개를 흔들어 감정을 털어내고서 그가 몸을 돌렸다.

“자, 움직일 수 있는 분들은 주변의 부상자들을 챙겨주세요. 이 건물을 나갈 겁니다. 따라오세요.”

도주혁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람들을 이끌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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