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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GPD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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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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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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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7화.

DUMMY

“계단이 낡아서 미끄러워. 조심해.”

도주혁의 다정한 말에 심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늘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허허 웃기만 하던 사람이었는데.

저렇게 사람이 좋아서 형사 일은 어떻게 하는 걸까 궁금할 정도였었는데.

그런데 방탄조끼 위로 절걱거리는 수류탄도, 허벅지에 매여있는 권총도, 그 모든 게 왜 이렇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걸까.

“잠깐.”

도주혁이 굳은 얼굴로 주먹을 들어 올렸다. 심지연은 그 얼굴이 너무나 이질적이면서도, 동시에 그에게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여기서부터는 속도가 좀 줄더라도 발소리를 최대한 없애고 가겠습니다. 지연이도 알겠지?”

“응.”

“그럼 조심해서 따라와.”

슥. 허벅지에 매단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 든 도주혁이 고양이처럼 조용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8층. 7층. 6층. 일행은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계단을 내려갔다. 가끔 건물 안쪽에서 묵직한 소리들이 들려오곤 했지만 도주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6층에서 다시 한 번 주먹을 들어 일행을 멈춘 도주혁은 혼자 문으로 다가가 귀를 대고 내부를 살폈다. 다행히 별다른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빼꼼 문을 열고 또 한 번 내부를 살피고서 도주혁은 일행을 안으로 들였다.

“조심, 조심. 발소리를 주의하세요. 놈들의 청력은 훈련된 군견의 수준을 넘어설 겁니다.”

도주혁의 말에 두 사람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대답 대신 도주혁은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섰다.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다행히 6층 휴게동에는 부드러운 카페트가 층 전체에 깔려 있었다. 발소리를 죽이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먼저 문에 도착한 도주혁이 계단실의 동태를 살피곤 두 사람을 안으로 인도했다.

3층 문 앞에서 도주혁이 멈췄다.

“여기부터가 중요합니다. 시야에 걸리는 것이 없는 지형이라 움직이면 눈에 띄기가 너무 쉬워요. 이 문에서부터 3층 야외 정원까지는 대략 50미터. 우리는 이 거리를 낮은 포복으로 전진할 겁니다. 지연아, 낮은 포복 알아?”

“응. 해본 적은 없지만.”

“별거 없어. 그냥 기어가는 거야. 문 박사님도 아시죠? 자세는 최대한 낮게, 속도는 느려도 괜찮습니다. 대신 무슨 소리가 들렸다, 뭔가 있는 것 같다, 그러면 무조건 그 자리에서 정지. 아시겠습니까?”

“알았네.”

“좋아요. 그럼 갑시다.”

굼벵이가 기어가듯 아주아주 천천히 문을 연 도주혁이 뒤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문을 받친 그의 다리 위를 문기상과 심지연이 천천히 기어 넘었다.

마지막으로 문을 나선 도주혁이 여전히 기어가는 속도로 문을 닫았다. 이제 남은 것은 뻥 뚫린 테라스형 복도를 50미터나 기어가는 일뿐.

누구라도 3층에 들어서면 그들을 볼 수 있다. 각도에 따라서는 2층과 1층에서도 볼 수 있다. 유리로 된 엘리베이터를 타도 마찬가지.

들킬 위험은 너무 크다. 그럼 차라리 달리는 편이 나을까.

아니. 훈련받은 개 이상으로 청각이 좋은 적이 상대라면, 이 상황에서 달려나가는 것은 얼마 안 되는 가능성마저 쓰레기통에 처박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지금은 그냥 닥치고 박박 기는 수밖에 없다.

10미터. 20미터.

그들은 느리지만 꾸준히 전진했다. 어느새 야외 정원으로 통하는 방화문이 훌쩍 가까이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가능해. 희망이 있어. 그런 생각이 그들의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늘 그렇듯 절망은 희망의 목덜미를 물어뜯으며 등장하는 법.

쾅! 둔탁한 소리에 세 사람이 꽁꽁 얼어붙었다. 다행히 소리는 이 층이 아니라 다른 층에서 난 것 같았다.

문기상과 심지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움직였다. 하지만 도주혁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훈련된 귀는 여전히 이어지는 소리를 쫓는 중이었다.

‘문소리. 그래, 문을 발로 차 열어젖히는 소리다. 그것도 잠금장치가 부서질 정도로 세게.’

확실했다. 불과 30분도 채 되기 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소리였으니까. 보리스라는 러시아인에 의해서.

‘몇 층이지? 6층? 5층?’

도주혁은 점점 더 청각에 집중했다. 뒤에서 문기상과 심지연이 불안한 얼굴로 그를 툭툭 쳤다.

‘발소리. 빠르다. 그리고 보폭이 커. 황당할 정도로. 이건 이미 인간이 아니야.’

전력으로 달리는 고릴라 같은 발소리가 멀리서 계속 울렸다.

‘5층이다. 벌써 한 층을 다 훑었어. 젠장, 내려오고 있어.’

쾅! 또다시 문이 박살 나는 둔탁한 소리가 터졌다. 이번에는 문기상과 심지연도 알아챌 만큼 가까이서.

‘안 되겠어.’

갑자기 도주혁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 권총과 대검을 뽑아들며 말했다.

“지연아. 저기 저 문이 야외 정원으로 통하는 문이야. 밖으로 나가면 사다리차가 대기 중일 거야. 아래로 내려가면 특수군사령부를 찾아. 거기서 나온 사람들이 널 지켜줄 테니까.”

“어? 주, 주혁 씨는 같이 안 가?”

“금방 따라갈게. 빨리 가, 시간 없어.”

그 짧은 사이 4층을 질주하던 발소리가 다시 계단실을 향했다. 놈이 3층에 들어서는 건 시간문제.

“빨리!”

도주혁의 말에 문기상이 심지연을 잡아끌었다.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던 도주혁은 얼른 그 반대 방향으로 자리를 옮겼다.

꽝! 굉음과 함께 두꺼운 방화 도어가 폭발하듯 튕겨나갔다. 동시에 먼지 속으로 거대한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주혁은 그 실루엣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정확히 머리를 노린 사격. 하지만 반응은 없었다. 아니,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결과였다.

부웅! 커다란 부채 같은 물건이 휘저어지며 훅 먼지가 밀려들었다.

“역시 너였구나!”

걸쭉한 러시아어로 상대가 소리쳤다. 먼지가 걷힌 곳에 서 있는 것은 아까 건물 본관 앞에서 경찰들을 학살했던 거구의 러시아인, 드미트리 살라모프였다.

도주혁은 문답무용으로 사격을 이어갔다. 드미트리는 그것을 손에 들고 있는 방화 도어로 막아냈다.

따다당! 총알이 튕겨 나가 테라스형 복도의 유리 난간을 깨뜨렸다.

타다닥! 뒤쪽에서 들린 발소리에 드미트리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그의 눈이 야외 공원을 향해 달리는 문기상과 심지연을 포착했다.

“거기 서라!”

드미트리가 고함을 지르며 그들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주혁이 빨랐다.

탕, 탕! 발뒤꿈치를 향해 쏘아진 두 발의 총알이 드미트리를 멈춰 세웠다. 강철만큼이나 단단해진 그의 뼈는 총격을 버텨냈지만 피와 살이 터져나가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크윽, 이놈이!”

드미트리가 무릎을 꿇으며 손등을 휘둘렀다. 유리 난간의 금속 테두리가 엿가락처럼 휘어지며 유리가 터져나갔다.

도주혁은 침착하게 거리를 벌리며 장탄수를 계산했다. H&K P7M13은 9미리 파라블럼탄이 13발 들어간다. 이미 일곱 발을 사용했으니 남은 탄수는 여섯 발. 예비 탄창이 두 개나 있으니 시간을 버는 것은 충분했다.

그 사이에도 문기상과 심지연은 착실히 문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들만이라도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도주혁은 나직하게 안도했다.

하지만 그 희망은 무참히 깨어졌다. 야외 정원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들어서는 거구의 러시아인 때문이었다.

“꺄아악!”

심지연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미하일은 그 거구로 복도를 꽉 틀어막은 채 여유 있게 미소 짓고 있었다.

“미하일!”

“한심하군, 드미트리. 아까에 이어 날 연달아 실망시키고 있어.”

“아니, 그게-”

타다다당! 드미트리의 말은 연달아 터진 총성에 묻혀버렸다. 동시에 그의 머리에서 핏물이 솟구치며 그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철컥, 철컥! 손으로는 번개처럼 탄창을 갈아 끼우며 도주혁이 몸을 날렸다. 드미트리의 거구가 가로막은 복도를 피해 유리 난간의 금속 테두리를 밟으며 날듯이 달려오는 것이었다.

“그들에게서 떨어져!”

도주혁의 입에서 거친 러시아어가 터져 나왔다.

“오. 우리 말을 할 줄 아는군? 그것도 꽤나 유창하게 말이야.”

철컥. 미하일의 손에 들린 MP5A5 기관단총이 스르륵 떠올랐다.

“하지만 말버릇을 잘못 배웠어. 명령을 할 사람은 나라고, 옐로 몽키.”

그의 총구가 정확히 심지연의 머리를 겨누자 뭔가가 다리를 걸기라도 한 듯 도주혁의 다리가 덜컥 멈췄다. 권총을 쥔 그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원하는 게 뭐야.”

“이제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됐나 보군. 간단해. 이미 이 두 사람은 알고 있을 텐데. 연구 기록과 마스터 샘플. 이 두 가지만 건네주면 깔끔하게 사라져 주지.”

“거기 두 사람을 건드리면 니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없을 거야.”

“하하, 거래를 하자는 건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그의 시선이 도주혁의 등 뒤를 향했다. 순간 덮치는 오싹한 예감에 도주혁이 몸을 굴렸다.

부웅! 기둥처럼 두꺼운 팔이 허공을 갈랐다.

“썅! 또 머리를 노렸어, 이 새끼!”

흘러내린 피로 얼굴이 시뻘게진 드미트리가 성난 고릴라처럼 도주혁을 덮쳤다.

쾅, 쾅! 막무가내로 던지는 팔다리에 복도가 박살 나 콘크리트가 흩날렸다.

도주혁은 신들린 듯 몸을 날리며 드미트리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 사이 그의 왼손에 들린 대검이 드미트리의 몸에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휘유. 뭐야, 이건. 이거, 드미트리를 탓할 게 아니었군?”

1세대 아머 슈트 수준의 운동능력을 갖춘 드미트리를 상대로 도주혁은 대등한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이봐, 심 박사. 저놈 도대체 뭐야?”

미하일이 심지연에게 물었다. 하지만 심지연 역시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드미트리의 신체 스펙을 가장 정확히 아는 것이 바로 심지연이었다. 그는 이미 인간을 초월해 있었다. 고릴라나 불곰이라 하더라도 그에게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런 초인을 그저 평범한 경찰인 줄만 알았던 남편이 대등하게 상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설마 남편도 몰모트로 써먹는 중이었나? 당신 보기보다 비정하군그래.”

“아, 아니에요!”

심지연이 당황해 소리쳤다. 미하일은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정보는 정확한 모양이군. 좋아, 그럼 일단 여기부터 정리하자고. 그보다 급한 볼일이 있으니까 말이야.”

철컥. 미하일이 심지연을 겨눈 소총의 노리쇠를 당겼다. 그 소리에 도주혁이 놀라 고개를 돌렸다.

“지연아!”

팅! 그의 왼손에서 수류탄의 안전핀이 튕겨 날았다. 그는 그것을 드미트리의 발밑에 던지며 심지연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런, 쌰앙!”

꽈아앙!

폭음이 터졌다. 도주혁은 등을 후려치는 거센 열기를 타고 미친 듯이 몸을 날렸다. 그의 눈에 방아쇠를 당기는 미하일의 손가락이 슬로 모션처럼 비쳤다.

스르륵. 슬로 모션 속에서 미하일이 차갑게 미소를 지었다.

“사랑이라. 역시 위대하군. 자네 같은 베테랑의 눈을 가릴 정도로.”

‘뭐?’

콰직! 고통보다 무력감이 더 빨리 그를 덮쳤다. 양어깨를 덮은 거대한 손아귀가 그의 어깨와 가슴 일부를 비스킷처럼 부스러트린 것이었다.

“제법 뜨거웠다, 개새끼야!”

그를 뒤에서부터 끌어안듯 붙잡은 것은 시뻘겋게 그을린 얼굴의 드미트리였다. 그의 발치에는 폭발을 정면으로 받아내 흉측하게 우그러진 방화 도어가 뒹굴고 있었다.

“이제 좀 죽어!”

드미트리가 그대로 도주혁을 던졌다. 양어깨가 박살 나 팔을 종이처럼 흩날리며 그가 유리 난간을 들이받았다.

부우웅, 콰장창! 유리 난간과 금속 테두리를 부수고 그의 몸이 3층 아래로 떨어졌다.

텅, 터덩. 바람 빠진 공처럼 그의 몸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1층 복도의 대리석 바닥은 도주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피로 온통 피바다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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