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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GPD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최근연재일 :
2023.06.06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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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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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6화.

DUMMY

삐걱. 작은 소음과 함께 6층의 문이 열렸다. 도주혁은 빠르게 내부를 살폈다.

인기척이 없음을 확인한 도주혁은 빠르고 가벼운 걸음걸이로 6층 휴게동을 가로질렀다.

남자 수면실을 지나치자 여자 수면실이 나왔다. 까맣게 도색된 문은 묵직했지만 부드러웠다.

안은 어두웠다. 도주혁은 오른쪽 허벅지에 매어둔 레그 홀스터에서 P7 권총을 꺼내 들고 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벽을 따라 배치된 2층 침대들. 모두 열두 개의 침대는 전부 비어있었다.

도주혁은 그중에서 침구가 흐트러진 가장 안쪽의 침대로 가까이 다가갔다. 베개 밑에 빼꼼 모습을 드러낸 핑크색 물체 때문이었다.

그것은 휴대폰이었다. 도주혁 자신이 선물한 핑크색 범퍼 케이스가 끼워진.

마음이 다급해졌다.

분명 심지연은 여기서 잠을 잤다. 그리고 침구를 정리할 새도 없이 방을 나섰다. 휴대폰을 챙기는 것도 잊고서.

왜지? 설마 벌써 놈들에게 잡혀간 걸까?

잠시 생각을 더듬은 도주혁은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안 된다.

정상수에게 들은 사건 발생 시각과 드미트리 살라모프가 로비에서 경찰특공대와 충돌한 시각, 그리고 자신이 보리스 로마노프와 조우한 시각.

각 사건들 사이를 연결해보면 격리되지 않은 세 명의 러시아인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짐작이 간다. 아마도 그들에게 6층을 수색해 심지연을 잡아갈 시간적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황을 눈치채고 수면실을 빠져나갔나?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그렇다면 왜 휴대폰은 놓고 갔지?

경황이 없었다?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

글쎄. 러시아인들과 직접 조우한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가 그녀를 그렇게 급하게 만들었을까. 전화가 오는지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든 그녀를.

누가 흔들어 깨웠다면 몰라도.

‘... 그래. 누가 그녀를 깨워서 데리고 나간 거다.’

누가? 문 박사?

가능성이 높다. 문기상 박사는 이 연구소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참여한 인물이다. 건물의 구조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KFC 할아버지같이 부드럽고 인자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무섭도록 유능한 인물이었다. 세계 각국의 대학과 연구소가 그를 모셔가려고 물밑 경쟁까지 벌일 정도로.

‘문 박사가 지연이를 데리고 나갔다. 그렇다면 어디로? 설마 최상층 자신의 사무실?’

만약에 그랬다면 그건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문 박사를 찾는 자들이 곧바로 12층으로 향할 테니.

도주혁은 심지연의 휴대폰을 집어 무음 모드로 바꾸고 코트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가 수면실을 나서는데 지지직, 하며 무전이 들려왔다.

- 미하일! 젠장, 보리스가 죽었습니다!

-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죽다니! 보리스도 우리처럼 힐링 팩터를 가지고 있잖아!

- 모, 모르겠습니다! 호흡, 박동 전부 없어요! 아무래도 안구에 입은 총상 때문에 대뇌가 망가진 것 같습니다!

- 드미트리! 보리스의 무전기 거기 있나?

- 아니요, 없습니다! 무전기뿐만 아니라 방탄조끼부터 해서 장비를 전부 챙겨갔습니다!

- 젠장. 드미트리, 너는 거기서부터 로비까지를 샅샅이 수색해라. 절대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나는 여기서부터 아래쪽으로 수색을 시작하겠다. 알겠나.

- 알겠습니다.

- 무전 내용을 놈이 들을지도 모르니 지금부터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무선 침묵한다. 이상.

놈들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도주혁은 마음이 급해졌다. 불곰 이상으로 위협적인 두 인물이 자신을 찾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저들은 자신이 그들 중 하나를 죽였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러니 절대 방심하지 않고 처음부터 전력으로 덤벼올 것이다.

그런 자들을 상대로 자신은 두 명의 비전투요원을 탈출시켜야 했다.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인 상황.

“쯧.”

도주혁은 혀를 차며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이럴수록 행동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일단 그는 문틈으로 6층의 상황을 살폈다. 5층까지 올라왔던 드미트리는 다행히 한 층을 더 오르는 대신 로비로 내려간 것 같았다.

다시 문을 닫고 도주혁은 전화기를 꺼냈다.

- 여보세요.

신호가 울리자마자 전화를 받은 것은 정상수였다.

“도주혁입니다.”

- 괜찮습니까? 아까 총성이 들린 것 같았는데.

“네. 충돌이 있었지만 다행히 저는 괜찮습니다.”

- ...

정상수는 순간 대답을 잃고 말았다.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일반인에 비해 재앙과도 같은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위력의 피실험체와 충돌해 멀쩡하다고? 도대체 저 도주혁이라는 작자는 어떤 존재인 거야?’

“정상수 씨?”

- 아, 네. 다행이군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일단 저를 좀 도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 뭘 말입니까?

“지금 6층인데, 수면실에 심 박사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문기상 박사님이 심 박사를 데리고 도주 중인 것 같습니다.”

- 문 박사님이요?

“제 추측입니다만, 가능성은 높다고 봅니다. 그래서 말인데, 두 분이 어디로 향했는지 짐작 가는 곳이 있습니까.”

- 글쎄요···. 12층은 아닐 것 같고.

“저도 그랬길 바랍니다.”

- 네. 지금 이 상황에서는 거기가 가장 위험한 곳이기도 하니까요. 그럼, 어디 보자···. 아, 어쩌면 폐쇄된 비상계단을 이용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정상수의 말에 도주혁의 눈이 번쩍 뜨였다.

“폐쇄된 비상계단이 있습니까?”

- 네. 탕비실을 지나 안으로 더 들어가시면 잠긴 문이 하나 있을 겁니다. 건물 바깥으로 연결된 비상계단으로 나가는 문인데, 사람들이 자꾸 그곳에서 흡연을 하는 바람에 폐쇄된 지 오래된 상태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그 계단이 어디까지 연결됩니까.”

- 1, 2층은 완전히 폐쇄되었고 3층에서 옥상까지 연결됩니다. 하지만 현재는 10층 레지던스에 격리가 들어간 상태라 비상계단도 10층에서 막혔을 겁니다.

“그럼 9층까지군요. 일단 알겠습니다. 그쪽을 확인해보고 또 전화드리겠습니다.”

- 네. 부디 조심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도주혁은 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다시 한 번 문틈으로 6층을 살폈다. 6층 휴게동은 여전히 적막했다.

빠르게 문밖으로 나온 그는 문을 소리 없이 닫아 놓고 허리를 숙인 채 달렸다. 목적지는 탕비실 안쪽의 비상계단 입구.

“역시.”

비상계단의 입구에 도착한 도주혁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라면 굳게 잠겨있어야 할 문의 자물쇠가 열린 상태로 걸려있었기 때문이었다.

끼이익. 문을 열자 찬 바람이 들이쳤다. 문밖은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녹슨 철계단이었다.

밖으로 나온 도주혁은 문을 닫고 지그시 눈을 감았다.

휘이잉. 들리는 것은 오로지 바람 소리뿐. 이래서야 두 사람이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도 알 수 없다.

상식적으로는 내려가는 것이 옳다. 비록 3층까지라 할지라도 지상과 가까워지니 도망칠 기회를 찾기 쉬워질 테니까.

하지만 반대로, 그쪽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실제로 드미트리라는 러시아인이 로비를 단단히 틀어막고 있기도 했고.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어딘가 안전한 곳에 숨어 도움을 기다릴 수도 있다.

안전한 곳이 있다면 말이다.

‘불길한 생각은 하지 말자.’

도주혁은 고개를 흔들어 불길한 생각을 털어버렸다. 그리고는 올라가는 계단을 밟았다. 일단 위쪽을 먼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불행히도 7층으로 통하는 문은 잠겨있었다. 8층, 9층 역시 마찬가지였다.

“쯧, 방향을 잘못 잡았나.”

도주혁은 허망한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다 문득 위로 오르는 계단을 보았다.

정상수는 10층이 격리되면서 비상계단도 10층에서 통행이 제한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비상계단이 폐쇄된 지 오래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그사이에 뭔가 변화가 있지는 않았을까.

의문이 듦과 동시에 도주혁은 위로 오르는 계단을 밟았다. 머리로만 생각하기보다는 눈으로 확인하는 편이 그의 성격에 맞았다.

10층의 계단참에는 굵은 쇠창살이 내려와 있었다. 그런데 뭔가에 걸렸는지 쇠창살이 아래까지 닿지 않았다. 바닥에서 대략 50센티미터 정도 틈이 나 있는 것이었다.

‘이걸 미리 알고 있었나?’

글쎄. 문기상이라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도주혁은 얼른 그 틈으로 몸을 굴려 넣었다. 그리고는 날듯이 계단을 올라 옥상에 도착했다.

커다란 헬리포트를 제외하고는 옥상은 텅텅 비어 있었다.

도주혁은 실외기나 파이프 등등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을 전부 샅샅이 뒤졌지만 문기상과 심지연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도주혁은 도로 계단을 내려오며 12층과 11층의 문을 열어보았다. 두 문 모두 잠겨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10층. 힘주어 문을 밀자 뻑뻑했지만 문이 열렸다.

쾅! 쾅! 10층은 무언가 묵직한 충격음으로 시끄러웠다. 아마 격리된 러시아인들이 격벽을 부수려는 것 같았다.

도주혁은 얼른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어두컴컴한 공간을 펜슬형 플래시로 비추며 천천히 탐색하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소음과 거친 억양의 러시아어를 참으며 어둠 속을 탐색하길 5분여. 드디어 도주혁은 구석에 웅크린 두 남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연아.”

도주혁의 나직한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플래시 라이트를 보고 두려움에 떨던 작은 실루엣이 도주혁의 목소리에 흠칫 몸을 일으켰다.

“주, 주혁 씨?”

도주혁은 얼른 심지연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

“쉿. 목소리가 너무 커.”

“어, 어떻게 여길 온 거야, 주혁 씨.”

“어떻게는. 데리러 왔지.”

그렇게 말한 도주혁이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 한쪽에 백발의 문기상이 앉아 있었다.

도주혁은 그에게 작게 고개를 숙였다. 긴장한 표정의 문기상도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연아, 잠시만.”

도주혁은 그녀를 잠시 옆으로 떨어트려 두고 전화기를 꺼냈다.

- 여보세요.

“찾았습니다.”

- 정말입니까? 두 분 모두 건강합니까?

“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혹시 옥상으로 올라가면 헬기로 구조하러 올 수 있겠습니까?”

- 헬기는 소리 때문에 어려울 겁니다. 놈들을 불러모으는 꼴이 될 테니까요.

“그러면 3층 야외 공원으로 내려가겠습니다. 사다리차를 대기시켜 주세요.”

- 그렇게 하겠습니다.

“문 박사님. 혹시 3층의 비상계단 문도 열 수 있습니까.”

“아니, 안될걸세. 10층을 제외하면 전부 안쪽에서 자물쇠로 잠겨있어. 밖에선 열 수 없을 거야.”

“어쩔 수 없군요. 그럼 일단 6층으로 돌아가 내부 계단으로 3층까지 내려가죠. 정상수 씨는 사다리차 지금 바로 부탁합니다.”

- 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띠릭. 전화가 끊겼다.

“문 박사님. 걸을 수 있겠습니까.”

“괜찮네, 아직까진.”

“다행이군요. 그럼 일어나시죠. 지연아, 너도 일어나.”

“어딜 가려고?”

“여기서 나가야지.”

듬직한 그의 목소리에 심지연이 눈물을 글썽였다. 그의 단단한 팔이 허리를 감싸자 없던 힘이 막 솟는 것만 같았다.

꽝! 꽝! 여전히 고막을 울리는 굉음을 참으며 세 사람은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끼익. 나직한 마찰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문틈으로 새어드는 차가운 공기가 폐를 깨끗이 씻어내는 것만 같았다.

오후의 햇살에 심지연이 눈을 찡그리자 도주혁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가 눈을 떴을 때 도주혁은 눈부시게 미소 짓고 있었다.

“집에 가자.”

붉어진 얼굴로 심지연이 눈물을 글썽였다.

“응.”

두 사람은 손을 맞잡았고, 이내 세 사람이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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