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최종병기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GPD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최근연재일 :
2023.06.06 09: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4,153
추천수 :
146
글자수 :
144,166

작성
23.05.13 09:00
조회
185
추천
6
글자
13쪽

005화.

DUMMY

쾅!

보리스 로마노프는 5층의 문을 부서져라 걷어찼다. 5층에 들어선 그의 탐욕스런 눈이 빠르게 실내를 훑었다.

끼이익.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는 사무용 의자. 책상 밑에 몸을 숨기고 있나 본데, 어설프다.

보리스 로마노프는 흡족한 듯 웃으며 혀로 입술을 훑었다.

그는 파란색 사무용 파티션으로 나뉜 복도를 지나 오른쪽으로 휙 몸을 꺾었다. 그리고는 흔들리는 의자 너머의 책상 아래를 살폈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지?’

설마 함정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전장을 떠나 평화로운 한국 땅에서 몇 년을 보내면서 전사로서의 감각이 무뎌진 것이었다.

그 때문이었다. 그가 머리에 총을 맞은 것은.

탕!

날카로운 격발음과 함께 보리스 로마노프의 뒤통수에서 핏물이 솟구쳤다. 동시에 그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깔끔한 헤드샷. 하지만 38구경 리볼버를 들고 있는 도주혁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보리스의 뒤통수에서 반짝 불꽃이 튀어오름과 동시에 천장의 텍스 타일이 파삭 깨져나갔기 때문이었다.

찰나였지만 도주혁은 분명 보았다. 총탄이 보리스의 두피를 찢고 틀어박히는 것을.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총탄은 겨우 뼛조각에 불과한 보리스의 두개골을 뚫지 못하고 뭉개지며 튕겨져나가버렸다.

‘골격의 내구도 역시 아머 슈트 수준이로군.’

하긴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육체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는 운동능력을 발휘하려면, 그 토대가 되는 육체 또한 원래의 한계를 넘어서야 할 테니까.

도주혁은 좀 전 로비에서의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 상대의 옆 머리에 명중했던 탄환. 그리고 쓰러진 지 몇 초 만에 몸을 일으킨 드미트리 살라모프.

그때는 경황이 없어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놈들의 재생능력은 뇌가 헤집어져도 되살아나는 초자연적 수준일지도 모른다고 도주혁은 염려했었다.

하지만 단순히 두개골의 단단함으로 총탄을 막아낸 것 뿐이라면 차라리 다행인 것이다. 아직 놈들을 죽일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뜻이니까.

‘쉽지 않겠군.’

도주혁은 일단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였다. 계산이 상당히 틀어지게 생겼지만, 그걸 탓하고 있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타닥, 도주혁은 리볼버를 뒤춤에 꽂고 민첩하게 몸을 놀려 쓰러진 보리스의 등을 밟았다. 그리고는 보리스의 소총 스트랩을 잡고 왼손에 역수로 든 폴딩 나이프로 그것을 싹둑 잘라냈다.

부웅! 문득 엄습하는 위기감에 도주혁이 얼른 몸을 던졌다. 간발의 차로 그를 스친 보리스의 왼팔이 책상과 파티션을 사정없이 깨부쉈다.

도주혁은 파편 위를 굴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손에 걸린 스트랩을 당겨 능숙하게 기관단총을 어깨에 견착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다당! MP5A5 기관단총이 불을 뿜었다. 하지만 보리스의 대응은 너무나 빨랐다.

왼손 손바닥을 앞으로 쭉 내민 보리스가 번개처럼 거리를 좁혀왔다. 그의 손바닥이 총탄에 찢기며 핏물이 솟았지만 그를 쓰러트리긴 역부족이었다.

“Больно, ебать!”

욕설을 내뱉으며 보리스가 오른손을 뻗었다. 그의 오른손은 몸 중앙에서 일직선으로 뻗어나오며 도주혁의 몸통을 노리고 있었다.

도주혁은 이 동작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아머 슈트 전용으로 개발된 ‘ASCQC(아머 슈트 근접격투술)’이었다.

아머 슈트의 근접 격투 상황에서는 복잡한 몸놀림이 배제된다. 아무래도 인체와 같은 복잡한 동작을 아머 슈트로 재현하는 것은 착용자의 신체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신 ASCQC는 아머 슈트의 그 강력한 완력을 십분 살릴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바로 지금 보리스 로마노프가 하는 것처럼.

꽈광! 보리스의 오른 주먹에 걸린 모든 것이 폭풍을 만난 듯 부서져 날아갔다.

하지만 그 안에 도주혁은 없었다. 어느새 훌쩍 몸을 날려 바닥을 구른 그는 무릎 쏴 자세를 잡자마자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타다당! 경쾌한 총소리가 실내를 울렸다. 하지만 세 발의 총알은 엉뚱한 곳을 때리고 말았다. 어느새 다가온 보리스의 손등이 총구를 밀어 올렸기 때문이었다.

후웅! 무시무시한 기세로 보리스의 왼손 손날이 떨어져 내렸다. 도주혁은 이를 갈며 총을 놓고 뒤로 몸을 굴렸다.

뻐걱! 보리스의 손날에 담긴 무식할 정도의 힘에 MP5A5의 총열 덮개가 박살 나고 총열이 휘어 버렸다.

도주혁은 바닥을 뒹구는 망가진 기관단총을 보며 쯧, 하고 혀를 찼다.

이제 그의 손에 남은 무기는 날 길이 12센티미터의 폴딩 나이프 하나뿐. 보리스 로마노프는 그 초라한 칼날을 보며 차게 웃었다.

“제법 쓸만했다, 꼬맹이.”

보리스가 비웃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물론 러시아어였고 그는 도주혁이 러시아어를 한다는 걸 모르니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스윽. 보리스가 이마로 흘러내린 핏물을 닦아냈다. 그리고는 번득, 눈을 빛내며 앞으로 들이닥쳤다.

1세대 아머 슈트 수준의 스피드와 파워. 그것은 보통의 인간에게 탱크나 마찬가지다. 그런 상대와 접이식 주머니칼 하나만 가지고 싸움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짓.

하지만 지금은 다른 선택지가 없다.

‘게다가 아직 승산은 있어.’

상대는 ASCQC, 아머 슈트 근접격투술의 달인이다. 반사적인 움직임에도 ASCQC를 사용할 정도로.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장점인 것만은 아니다. ASCQC는 빠르고 묵직하지만, 상대적으로 직선적이고 단순하기 때문이다.

근접격투에서 단순하고 직선적인 공격은 항상 반격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아머 슈트는 그것을 강력한 외부장갑으로 상쇄해 왔다.

하지만 지금 놈에게는 외부장갑이 없다.

뼈가 상상 이상으로 단단하기는 했지만 그뿐이다. 그가 인간인 이상 약점은 수도 없이 많다.

게다가 또 하나의 변수는 도주혁이야말로 ASCQC의 정점에 서 있던 남자라는 것이었다.

쿵, 보리스가 묵직하게 바닥을 디디며 오른 주먹을 내밀었다.

후와앙! 무시무시한 속도 때문에 공기가 찢기며 폭음이 터졌다.

하지만 도주혁은 피하는 대신 허리를 뒤틀며 몸을 마주 앞으로 내밀었다.

파앗! 한 줄기 핏물이 길게 솟구쳤다. 보리스의 손목 안쪽을 파고든 칼날이 얇게 포를 뜨듯 그의 피부를 갈라낸 것이었다.

부웅! 보리스가 몸을 옆으로 틀며 낮은 앞차기를 날려왔다. 신체의 무게중심을 유지하면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담아.

하지만 도주혁은 이미 보리스의 동작을 읽고 있었다.

빙글, 몸을 돌리며 쓰러지듯 움직인 그의 몸이 보리스의 다리를 스쳤다. 순간 보리스의 허벅지 대퇴사두근이 결을 따라 길게 찢어졌다.

“크으윽!”

고통과 분노 때문에 보리스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손발을 놀려도 도주혁을 잡을 수는 없었다.

보리스의 주먹이, 아니 그의 몸 전체가 움직이는 루트가 도주혁의 머릿속에 그려졌다.

지금 동작에서 이어질 수 있는 동작 몇 가지가 떠오르고, 바디 포지션의 상태로 미루어 불가능한 동작들을 소거한다.

그 결과 도주혁은 보리스 로마노프의 움직임을 마치 예지하듯 움직이고 있었다.

촥, 촤악! 도주혁이 보리스의 공격을 스치듯 피할 때마다 보리스의 몸에 길쭉한 혈선이 그어졌다. 그의 손끝에 역수로 매달린 짧은 칼날이 보리스의 몸이 움직이는 궤도에 함정처럼 놓이기 때문이었다.

“이이익! 이 원숭이 새끼가!”

고통보다 분노가 더 컸던지, 보리스는 입가에 거품까지 물며 달려들었다.

도주혁 역시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스치기만 해도 전투불능이 될만한 공격을 초당 2회씩 피하는 일은 엄청난 정신력을 소모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쾅! 보리스가 어깨로 받아버릴 듯 몸을 붙여왔다. 도주혁은 그 위협적인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며 바닥에 몸을 굴렸다.

그리고는 몸을 낮추고 바닥을 박찼다. 어느새 그의 오른손에는 왼손에 있던 폴딩 나이프가 쥐어져 있었다.

휘익, 푸욱! 칼날이 완전히 모습을 감출 정도로 폴딩 나이프가 깊게 틀어박혔다.

박힌 곳은 보리스의 오른쪽 무릎 바깥쪽 측면. 겨우 12센티미터에 불과한 칼날이었지만, 이 자리라면 무릎의 측부인대와 전후방 십자인대를 모조리 끊어버리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끄아악!”

처음으로 보리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도주혁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빡! 도주혁은 전력을 다해 보리스의 오른쪽 발목을 걷어차며 그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단단하고 묵직했다. 사람이 아니라 차라리 바위를 잡아끄는 느낌이었다. 강력해진 완력과 신체 내구도 때문에 체중도 그만큼 무거워진 것 같았다.

짧은 순간, 도주혁은 인간을 상대로 하는 기술 대부분을 선택지에서 제외했다.

‘곰. 그래, 곰이라고 생각하자.’

곰. 그것도 500킬로그램에 달하는 거대한 회색곰.

지금부터 놈들은 곰이다. 그리고 나는 곰을 사냥한다.

보리스가 옷깃을 당기는 자신을 향해 손을 젓자 도주혁은 손을 놓으며 한 걸음 물러섰다.

무릎에 꽂힌 나이프가 고통스러웠는지 보리스 로마노프는 뿌득뿌득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가 나이프를 뽑으려 손을 뻗는 순간.

탕! 푸화악!

도주혁의 38구경 리볼버가 불을 뿜었다. 골반의 바로 위, 척추 옆에 위치한 콩팥을 정면으로 꿰뚫는 자리였다.

“끄아악!”

보리스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순간 도주혁은 옆으로 돌아나가며 훤히 노출된 보리스 로마노프의 기도에 총알 한 방을 더 박아 넣었다.

“퀘에엑!”

기우뚱, 보리스의 커다란 덩치가 옆으로 기울더니 마침내 쿠웅, 하고 쓰러져 버렸다.

약실에 남은 총알은 두 발. 아낄 필요 없다.

도주혁은 쓰러진 보리스의 오른쪽 안구에 남은 두 발의 총알을 박아 넣었다.

두강 내부로 들어간 총알이 대뇌를 휘저어 놓았는지 보리스의 몸이 발작적으로 꿈틀거리다가 이내 조용히 늘어져 버렸다.

“헉, 헉!”

도주혁은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실제 싸움이 벌어진 시간은 몇 분 되지 않을 텐데도, 정신력의 소모가 너무 컸다. 마치 물속에 잠긴 듯 팔다리가 무거웠다.

하지만 쉬는 대신 소매로 땀을 닦으며 도주혁은 능숙하게 리볼버의 탄을 갈았다. 그리고는 보리스의 상태를 살피며 장비를 하나씩 챙기기 시작했다.

치지직. 잡음과 함께 묵직한 러시아어로 무전이 날아왔다.

- 이봐, 보리스. 뭐가 그렇게 시끄러워.

도주혁은 그 목소리를 알아보았다. 자신을 비난하는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던 남자. 다혈질에 단순한 성격을 가진 드미트리였다.

도주혁은 무전기를 집었다. 그리고는 좀 전에 3층에서 엿들었던 보리스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아. 5층에 총을 가진 애송이가 하나 있어서. 정리 끝냈으니 신경 쓰지 마.”

- 흐흐. 너무 혼자서 기분 내지 말라고.

역시 드미트리를 속이기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무전을 듣고 있는 또 다른 남자, 미하일이었다.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한 성격으로 보였던 미하일. 과연 그도 이 무전에 속아줄까.

치지직.

- 보리스.

‘젠장.’

느낌이 좋지 않았다.

“네, 미하일.”

- 상당히 숨이 가빠 보이는군. 애송이한테 애를 먹었나?

상당히 날카로운 질문. 하지만 여기서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 모든 게 끝이다.

“별로.”

애써 심드렁한 말투로 답을 보냈다. 하지만 한동안 미하일은 답신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 초 후.

- 드미트리 살라모프. 당장 5층으로 올라가 보리스를 확인해라. 보리스는 현 위치 대기. 알았나.

- 알았다.

“알았다.”

답을 보낸 도주혁은 쯧, 하고 혀를 찼다.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놈이군.”

그러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방탄조끼를 코트 안에 받쳐 입고 무전기와 기관단총의 예비탄창, 대검, 섬광수류탄 2발, 플래시 등등 장비를 점검했다.

레그 홀스터에는 H&K P7M13 권총과 예비 탄창 두 개도 있어서 얼른 챙겼다.

마지막으로 보리스 살라모프의 무릎에서 폴딩 나이프를 쑥 뽑아낸 도주혁은 핏물을 보리스의 몸에 슥슥 문질러 닦고 나이프와 리볼버를 챙겨 넣었다.

준비를 마친 도주혁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 다음 순간 그는 6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바람처럼 달려 오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최종병기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월화목금토 오전 9시에 업로드됩니다. 23.05.14 117 0 -
25 025화. 23.06.06 173 3 12쪽
24 024화. 23.06.05 92 5 13쪽
23 023화. 23.06.03 106 5 12쪽
22 022화. 23.06.02 108 6 15쪽
21 021화. +1 23.06.01 121 6 13쪽
20 020화. 23.05.30 126 7 12쪽
19 019화. 23.05.29 119 5 13쪽
18 018화. +2 23.05.27 137 6 13쪽
17 017화. 23.05.26 127 5 13쪽
16 016화. 23.05.25 132 6 12쪽
15 015화. 23.05.24 138 7 15쪽
14 014화. 23.05.23 135 6 12쪽
13 013화. 23.05.22 146 6 14쪽
12 012화. 23.05.20 158 6 12쪽
11 011화. 23.05.19 158 6 12쪽
10 010화. 23.05.18 161 7 13쪽
9 009화. 23.05.17 159 7 13쪽
8 008화. 23.05.16 167 6 14쪽
7 007화. 23.05.15 175 7 12쪽
6 006화. 23.05.14 176 6 12쪽
» 005화. 23.05.13 186 6 13쪽
4 004화. 23.05.12 200 5 12쪽
3 003화. 23.05.11 237 6 12쪽
2 002화. 23.05.10 274 5 12쪽
1 001화. 23.05.10 443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