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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GPD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최근연재일 :
2023.06.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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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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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화.

DUMMY

도주혁은 눈을 떴다.

어느새 도착한 군용 차량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어, 어...”

군의관으로 보이는 군인 둘이 그의 앞에서 낑낑 힘을 쓰며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다. 그럴법도 하다. 겉보기에 도주혁은 그저 건장한 남성 정도로 보이니.

188cm에 몸무게 200kg의 도주혁은 제발로 일어섰다. 어느새 말라붙은 피딱지가 후두둑 떨어져내렸다.

“소, 소령님. 괜찮으십니까?”

“괜찮다, 대위.”

도주혁은 헬멧을 툭툭 두들겼다.

“실프.”

- 어. 일어났어?

“상황 보고 부탁해.”

- U-1, U-2는 하일로베이츠랑 나머지 팀들이 쫓고 있어. T-2는 러시아 놈들이 상륙선에 실어서 옮기는 중이고.

“그럼 T-2 회수에 합류해야겠군.”

- 아니. 일단 복귀해.

“왜?”

- 이제부터는 정규 작전이야. 우리가 낄 자리가 아니라고.

“그렇지만-”

- 그리고 문기상 박사가 깨어났어. 일단 복귀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들을 게 많잖아.

“... 알았다.”

- 차량 준비해뒀어.

실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남자가 옆으로 다가섰다. 사복 차림이었지만 절도있는 몸놀림이 잘 단련된 군인 같았다.

“모시겠습니다.”

끄덕. 도주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남자를 따라 움직였다.

큼지막한 SUV에 도주혁이 올라타자 차량이 크게 출렁였다. 놀라 돌아보는 남자에게 도주혁이 말했다.

“미안하군. 내가 좀 무거워서.”

“아, 아닙니다. 출발하겠습니다.”

차량이 부드럽게 출발했다. 한동안 달려 인천을 빠져나온 차량은 한 외곽의 건물 지하로 들어섰다.

지하 주차장 안쪽에는 차량용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문을 여는 보안 장치가 꽤나 거창했다.

- 보안 승인 완료.

장문에 홍채, 목소리 인식까지 거치고서야 보안 승인이 떨어졌다.

차량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곳은 바깥보다 훨씬 크고 넓은 지하공간이었다.

차량에서 내린 도주혁은 다가오는 가냘픈 실루엣을 보고서야 헬멧을 벗었다. 땀에 젖은 머리칼이 시원했다.

“왔어? 다시 보니 좋네.”

파랗게 염색한 긴 머리칼에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은 미녀가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도주혁은 그 손을 바스라트리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했다.

“그래. 좋아보이네, 실프.”

실프는 환하게 웃으며 그의 손을 흔들었다.

“이쪽으로 와.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좀 배가 고프네. 그거 빼곤 괜찮아.”

“그래. 그럴 줄 알고 준비했어. 먹으면서 기다리자고.”

주차공간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텅빈 공간 한가운데 커다란 텐트가 쳐져있었다. 안쪽에는 길다란 테이블이 있었는데 그 위에 각종 배달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얼핏 봐도 10인분은 훌쩍 넘을 것 같은 양이었다.

“... 뭐가 이렇게 많아?”

“문 박사님이 요청하셨어. 지금쯤 배가 엄청 고플거라고.”

“고프긴 한데... 이걸 다 어떻게 먹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도주혁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화상 회의의 영상이 연결되기도 전에 테이블은 깨끗이 치워졌다.

“진짜 잘 먹네. 나랑 먹방 할래? 우리 떼돈 벌 거 같은데.”

- 헛소리는 치워, 실프.

영상이 연결되며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기탁이었다.

- 건강해보여서 다행이다.

권기탁이 화면 너머로 도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상황은 어떻습니까?”

- 좋지 않아.

영상 속의 권기탁이 얼굴을 찌푸렸다.

- U-1, U-2는 완전히 사라졌어. 만석동 인근에서 대규모 교전이 있었는데, 이후 폭연에 몸을 숨기고 자취를 감춘 것 같다고 하는군. 클로킹이라니. 완전히 허를 찔렸어.

“자료 회수도 못한 겁니까?”

- 그렇게 됐지. 현재는 잠수함을 이용한 퇴각에 대비해 영해 내부를 뒤지는 중이야.

“일본측은 뭐라고 합니까?”

- 딱 잡아떼고 있어. 패밀리룩도, 일본어를 사용한 것도 전부 자기들을 모함하려는 시도라 이거지. 물증이 없으니 반박할 거리가 없다고 하는군.

후우. 답답함에 한숨이 나왔다.

“미하일은 어떻게 됐습니까.”

- 그것도 골치아프게 됐어. 러시아 놈들이 항공모함까지 끌고 와 무력시위를 하고 있거든. 덕분에 미7함대에 중국 동해함대까지 출동해서 동중국해 인근이 초긴장상태야.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도주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결과적으로 그가 했던 작전은 완벽히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 아직 실망하기는 일러. 작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

“그렇습니까?”

- 그래. 정보팀에서 다른 루트를 통해 연구 자료의 행적을 쫓고 있다. 클로킹까지 도입된 신형 기체를 운용할 수 있는 부대는 전 세계를 통틀어도 몇군데 되지 않으니, 어쩌면 손쉽게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

끄덕. 도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도주혁은 그가 속한 ‘팀’의 역량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라면 확실하게 목표를 찾아내 줄 것이다.

- 문 박사님이 준비가 되셨다는군. 연결하지.

반짝. 권기탁이 등장한 스크린 옆으로 또다른 화면이 켜졌다. 화면에는 침상에 누운 문기상 박사가 있었다. 아직 약기운이 다 가시지 않은 듯, 몽롱한 표정이었다.

- 도주혁 씨... 아니, 도 소령이라고 불러야 하나...

“편하게 부르십시오.”

- 그러지. 먼저 사과를 하고 싶군. 자네에게 일절 상의도 하지 않고 그런... 그런 일을 자네에게 했으니... 미안하네... 그땐 달리 방도가 없었어...

“이해합니다.”

도주혁은 담백하게 대답했다. 자신의 동의 없이 자신을 실험체로 삼은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결과적으로 그 덕에 자신도, 그리고 아내도 구해낼 수 있었으니 지금으로선 나쁜 감정은 없었다.

- 고맙네...

쿨럭, 쿨럭. 작게 기침을 내뱉은 문기상 박사는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 한참 중요한 이런 때에 자네를 붙잡아 둔건 다름이 아니야. 꼭 해줘야 할 말이 있었네.

“말씀하십시오.”

- 정신을 차리고 나서 자네의 활약을 전해 들었네. 정말... 정말 놀라웠지. 다른 실험체들처럼 거인화라던가 말단비대증 같은 부작용은 하나도 없고. 반면에 퍼포먼스의 상승은 실험 설계 과정에서 예측한 최종 상승 수치의 180% 이상. 자네는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이건 대성공이야. 실험은 자네로 인해 완성된 거나 마찬가지란 말일세.

“그렇군요.”

도주혁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실험의 성패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으니.

- 문제는 그 다음일세. 아직 실험은 초기 단계라 완성 이후는 전인미답의 경지나 마찬가지거든. 혹시... 몸에 이상 증세같은 것은 없나?

이상 증세?

도주혁은 갸웃거리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처참하게 망가졌던 부분들은 완벽하게 돌아와 있었고 온몸에서 탄탄한 힘이 느껴졌다. 그의 상태는 만전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건 모르겠습니다만.”

-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조만간 살아남은 연구진들을 보내 정밀 검사를 진행하도록 하지. 일단은 식사량을 충분히 늘리도록 하게. 자네의 신체가 발휘하는 초인적인 파워와 재생능력은 공짜로 발휘되는 게 아니야. 다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지. 지금은 그걸 식사로 보충하는 게 가능한 모양이지만... 그게 앞으로도 그럴지는 확신할 수 없네. 계속 지켜보는 것 밖에는 답이 없어.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 그리고 심 박사 말일세.

도주혁의 몸이 그대로 멈췄다.

- 알고 있겠지만, 이대로라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걸세. 전신에 멀쩡한 뼈가 없을 정도로 골절이 심하고 신경계도 손 쓸 수 없이 망가졌어. 그나마 군의 최첨단 장비 덕에 연명은 하고 있지만... 이대로는 어렵다는 걸 자네도 알걸세.

“...”

- 그러니 남은 방법은 한가지 뿐이야. 자네처럼...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것 뿐.

“...”

도주혁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게 맞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지만, 차마 동의를 표하지 못했다. 자신은 운이 좋게 성공했지만, 이 실험의 성공률이 극히 희박하다는 걸 그도 알기 때문이었다.

- 걱정하는 부분 잘 알고 있네. 하지만 괜찮을 거야. 이미 성공한 샘플인 자네가 있고, 또 심 박사에게는 전체 실험이 아닌 힐링 팩터만 추출하여 이식해보려 하니까 위험도는 현저히 낮을 걸세.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도주혁은 화면 속의 문기상에게 고개를 숙였다. 지금으로선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었다.

- 그래서 말인데.

권기탁의 중저음이 불쑥 끼어들었다.

- 연구 자료.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셨지요. 맞습니까?

권기탁이 문기상에게 물었다.

- 음, 그렇지. 그게 없다면 다시 처음부터 일일이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고... 그러면 실험 성공률은 현저히 낮아지게 될 테니까.

권기탁의 시선이 도주혁을 향했다.

- 그렇다는데.

“준비는 되어있습니다. 어딘지 알아만 주십시오.”

도주혁이 불타는 눈으로 대답했다. 그 모습에 권기탁은 만족스런 미소를 흘렸다.

- 표정 좋네. 걱정 마, 내가 정보팀을 조져서라도 확실한 위치를 잡아다 줄테니까.

“감사합니다.”

화상 회의가 끝났다. 자리에서 일어서자 실프가 텐트의 출입구를 걷으며 앞장 섰다.

탁, 탁. 발소리가 울렸다. 급조한 시설인지 커다란 규모에 비해 텅 빈 공간이 많아 어딘지 공허한 느낌이었다.

“좀 휑하지? 곧 이런 저런 시설들이 들어올거야. 에이스가 복귀한 지 얼마 안되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

찡긋. 그의 마음을 읽은 듯 실프가 윙크를 날리며 말했다.

한쪽 구석으로 다가가자 한 남자가 그들을 맞았다.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다, 도 소령님.”

“아, 박 소장님?”

도주혁은 푸근한 인상의 중년인과 악수를 나눴다. 그는 현역시절 자신의 아머 슈트를 담당했던 ADD 산하 아머 슈트 연구소의 소장 박재준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셨지요?”

“네. 도 소령님도 잘 지내신 것 같네요.”

박재준이 탄탄한 도주혁의 어깨를 두드리며 밝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여길...”

도주혁은 말끝을 흐리며 주변을 살폈다.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기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 녀석은 오지 못했어요.”

“아... 네. 당연합니다. 죄송하긴요.”

도주혁은 내심 실망을 감췄다. 전역을 결정했을 때 이미 감수했던 일이었다. 받아들여야 했다.

그 실망을 알아챈 걸까. 박재준은 도주혁을 토닥이며 나직하게 말했다.

“아직은 비공식이지만 연구소 내부적으로는 벌써 재정비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대통령님 승인만 남았다고 하던데...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은 어떤 볼일이십니까?”

“아. 그건 이쪽으로. 권 대령이 하도 닦달을 하길래 부랴부랴 달려왔습니다. 부디 충분했으면 좋겠는데...”

박재준이 도주혁을 이끌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에는 커다란 이동식 밀폐 부스가 있었다. 대충 20피트 컨테이너 네 개를 두 개씩 나란히 쌓아놓은 정도의 크기였다.

“들어가지요.”

푸쉬익.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밀폐 부스의 큼지막한 문이 열렸다.

“이건?”

문이 열리자마자 정면에 선 물체가 도주혁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것은 마네킨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커먼 색의 전투복을 걸친.

“폐기된 차세대 전투복의 프로토타입입니다. 방호력은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종류의 개인용 방어구를 뛰어넘지만, 현실적으로 착용 후 기동이 불가능하다고 판명된 물건이죠. 뭐, 지금의 도 소령님께는 해당사항이 없을 것 같지만.”

박재준이 손가락으로 전투복의 매끈한 표면을 툭, 튕기며 시원하게 웃었다.

“당연한 말씀을.”

도주혁도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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