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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GPD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최근연재일 :
2023.06.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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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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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1화.

DUMMY

미하일은 날 듯이 계단을 뛰어올랐다.

‘도대체!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저 놈이 살아났지? 그리고 저 말도 안 되는 힘은 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냐고!’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평소의 그였다면 빠르게 진실에 다가갈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공포와 수치심에 잔뜩 찌든 두뇌로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진정해. 일단 목표부터 확보하자. 연구 기록을 손에 넣으면 샘플들과 함께 이곳을 뜬다. 그거면 돼. 그거면 임무는 완수...’

우뚝. 그의 발이 멈췄다.

그곳에는 전투의 흔적인 듯 사방에 부서진 흔적과 핏물이 널려 있었다.

벽에 뻥 뚫린 구멍과 함께.

미하일은 폭발할 것처럼 붉어진 얼굴로 구멍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의 초인적인 시각이 11층 아래 바닥에서 핏물 속에 자빠진 드미트리의 모습을 포착해냈다. 그리고 어깨에 빗겨 맨 가죽가방도.

“이런 멍청한 자식!”

쾅! 화가 치밀어 미하일은 벽을 후려쳤다.

“왜! 왜 뒤져도 하필 떨어져서 뒤졌단 말인가! 아니, 떨어져 뒤질 거라면 가방이라도 놔두고 떨어졌어야 하는 것 아니냔 말이다!”

뇌가 녹아버릴 것처럼 치미는 분노에 미하일은 닥치는 대로 주변을 후려쳤다. 콘크리트가 박살나고 돌가루가 휘날렸다.

한참을 날뛰던 미하일이 고개를 떨궜다. 마음껏 화를 쏟고 나니 머리가 좀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아직이야.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차갑게 식은 머리로 그는 계획을 세웠다. 임무를 완수하면서 동시에 치미는 분노도 해소할 수 있는 계획을.

몸을 돌린 미하일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곳은 아직도 쾅쾅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는 10층이었다.


***


1층 로비에 도착할 때까지 막아서는 자는 없었다.

처저적! 도주혁이 사람들을 데리고 1층 현관을 나서자 수많은 총구가 그를 향했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 그의 모습은 핏물로 이뤄진 바다에서 막 헤엄치다 나온 것처럼 생겼으니.

도주혁은 두 손을 하늘로 들어 올린 채 소리쳤다.

“쏘지 마십시오! 경찰입니다! 인질들을 구출하고 귀환했습니다!”

도주혁의 외침을 들은 경특대원들이 천천히 다가왔다. 앞서 드미트리의 공격에 경각심이 높아져서였는지 3미터 이내로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그들은 인질들 먼저 안전한곳으로 옮겼다. 심지연은 버티려 했지만 우악스런 경찰들은 그녀를 질질 끌다시피 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경특대원 하나가 수갑을 던졌다.

“손목에 채워!”

도주혁은 말없이 뒷짐을 지고 수갑을 찼다. 이런 수갑 따위 언제라도 수수깡처럼 부술 수 있으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가 수갑을 차고 무릎을 꿇자 경특 대원들이 그를 거칠게 잡아끌었다.

도주혁은 경찰들에게 끌려가면서 심지연을 확인했다. 그녀는 경찰과 응급구조사들 사이에서 필요한 처치를 받고 있었다.

‘군은 아직인가.’

아무리 둘러봐도 특수군사령부가 출동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어? 자네!”

그때 누군가가 도주혁에게 다가왔다. 얼굴을 보니 아까 건물 앞에서 만났던 서울청 경비2과장이었다.

“자네 아까 그 사람 맞지? 러시아어 잘 하던.”

“네,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건물 안에서...?”

“건물 안에 남아있는 정상수 씨와 연락이 닿아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아서 인질들을 구출할 수 있었고.”

“운이 좋아?”

경비2과장은 믿을 수 없었다. 환자복 하나 걸치고서 경특 대원 10명을 맨손으로 학살한 놈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다. 그곳에 혼자 들어가 살아나왔다고? 그것도 인질들까지 구하고서?

“그런데 군에 연락은 하셨습니까?”

“응? 아, 그렇지. 자네 말대로 특수군사령부로 전화를 걸어 코드 퍼플을 요청했네. 그런데...”

경비2과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자신이 전화로 코드 퍼플을 말하자 상대가 보인 반응 때문이었다.

- ... 코드 퍼플 수신 완료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령부의 비인가 코드는 어디서 입수하셨습니까?

상대는 분명 그렇게 물었다. 내부의 인원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코드라면서.

‘특수군사령부 관련 인물인가? 그래서 뭔가 특별한 방법을 동원한 건가?’

장비도 없이 혼자서 뭘 할 수 있는지 그는 알 수 없었지만, 특수군사령부 관련 인물이라면 무슨 방법이 있지 않을까. 경비2과장은 대충 그렇게 생각했다.

“잘하셨습니다. 혹시 언제쯤 도착하는지 언질은 없었습니까?”

“그에 대해선 없더군. 그러고보니 이상하긴 하네. 벌써 시간이 한참 흘렀는데 말이야.”

도주혁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자신이 정신을 잃고 있던 시간이 얼마쯤 되는지 모르기에, 진입 후 귀환까지 정확히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동한 시간만 따져도 대략 두 시간은 지났다고 확신할 수 있었고 그 정도 시간이면 특수군사령부의 강습용 VTOL기가 현장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확실하다. 명령 계통에 스파이가 있어. 그것도 영향력이 아주 큰.’

외부회선에서 인입되는 통신은 본부중대 통신대에서 수신한다. 거기서부터 사령관에게로 이어지는 지휘 계통은 대략 서너 명 정도.

부대 특성상 인원 교체가 거의 없는 곳이니 도주혁은 그들 모두를 알았다. 그리고 그들 중 누군가가 변절했다는 것에 도주혁은 깊은 분노를 느꼈다.

“이 친구 풀어주게.”

“안됩니다. 일단 본청으로 데려가 취조부터 해야 합니다.”

“꼭 그렇게 해야겠나? 같은 경찰이야.”

“신원 확인이 안 되었지 않습니까. 비켜주십시오.”

“뭐, 임마? 너 소속이 어디야!”

경특 대원의 딱딱한 태도에 경비2과장이 역정을 냈다.

도주혁은 답답했다. 그들의 입장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이대로 심지연과 떨어져버리는 것은 좋지 않았다. 잠재적 위협들을 모두 소거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니.

보다못한 도주혁이 직접 나섰다.

“정동서 형사과 형사1팀의 도주혁 경장입니다. 제가 이곳에 온 건 팀원들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전화로 확인해주십시오.”

도주혁의 요청에 경특대원 하나가 전화를 들었다.

“총경님께선 특수군사령부에 다시 전화를 걸어주십시오. 언제쯤 도착할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알겠네.”

경비2과장이 전화기를 꺼내는 순간. 도주혁이 홱 고개를 쳐들었다.

콰장창!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고 그제야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저게... 뭐야?”

누군가가 넋이 나간 듯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책상과 의자, 복사기와 책꽂이 등 사무실에나 어울릴법한 물건들. 그런 것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허공을 날고 있었다.

“피, 피해!”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콰과과광! 11층 높이에서 떨어진 묵직한 사무용품들이 건물을 둘러싼 차량들과 사람들을 덮쳤다.

퍼엉! 철제 실험기기에 납작하게 눌린 차량 한 대가 불길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꺄아아악!”

“사, 살려줘!”

순식간에 거리가 아비규환이 되었다. 융단폭격처럼 쏟아진 사무용품들에 차량들이 폭발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깔려 죽었다.

유리창이 깨지는 순간 도주혁은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했다.

즉시 그는 손목의 수갑을 비틀어 부수고 자리를 박찼다. 차량들을 밟으며 날 듯이 달려간 그는 날아드는 철제 캐비닛 하나를 발로 차 날려버리고 심지연 앞에 내려섰다.

그녀를 몸으로 가리듯 등을 돌리고 도주혁은 건물을 바라보았다.

창문을 깨고 날아드는 물건들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9층, 8층, 7층을 지나 이제는 6층 창문에서도 물건이 날아들고 있었다.

그것은 절대로 혼자서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개의 물건이 여러 층에서 던져지고 있었으니까.

그래. 적어도 미하일 디미트리엔코 수준의 괴물이 열 명은 있어야 가능할, 말도 안 되는 폭력.

으득. 도주혁이 이를 악물었다. 그가 예상했던 최악의 일이 벌어지고 말았기에.

10층에 격리되어 있던 강화 인간들의 탈출. 그리고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억제제인 특수군사령부의 아머 슈트, 철군의 부재.

이제 목줄이 풀려난 괴물들은 내일이 없다는 듯 미친 듯이 날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억제할 철군은 여기 없다.

즉, 희망이 없다.

도주혁은 그렇게 판단했다.

“지연아, 꽉 잡아.”

도주혁은 지체 없이 몸을 돌려 심지연을 안아 들었다. 그리고 몸을 날렸다.

아니, 날리려고 했다.

타다다다당! 사방에서 불꽃이 튀었다. 심지연을 가린 도주혁의 등판에서도 몇 줄기 핏물이 튀었다.

“크읏!”

도주혁은 황급히 앰뷸런스 뒤로 몸을 숨겼다.

총격은 쉼 없이 그가 숨은 앰뷸런스 주변을 두들겼다. 마치 그를 여기에 붙잡아두기 위한 것처럼.

도주혁은 심지연을 보호하며 총격 속에서 전방을 살폈다.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도주혁은 상대를 보았다. 3층 창가에서 자신을 향해 사격을 이어가고 있는 상대는 미하일 디미트리엔코였다.

“으하하하! 도망칠 수 있으면 도망쳐봐라, 겁쟁아!”

광기에 찬 웃음을 터트리며 미하일은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심 박사가 저기 있다! 목숨만 붙여서 데려와!”

미하일의 말에 십여 명의 덩치가 유리창을 뚫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콰과광! 그들이 땅에 발을 딛는 소리마저 폭탄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전부 2미터에 달하는 덩치를 가진 괴물들. 목줄이 풀려 밖으로 나온 그들은 그대로 폭력의 파도가 되어 경찰들을 덮쳤다.

“끄아아악!”

“사, 살려줘!”

인간의 육체를 종잇장 찢듯 찢어발기며 날뛰는 괴물들 사이로 경찰들이 비명을 질렀다.

순식간에 수십에 달하는 경찰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들이 남긴 무기들은 고스란히 괴물들의 손아귀로 들어갔다.

이제 날아드는 총탄은 거의 폭우나 마찬가지였다. 각종 총기를 주워든 놈들이 사방에서 총격을 가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도주혁은 벌집이 되어버린 앰뷸런스가 폭발하기 직전, 심지연을 데리고 근처의 트럭 뒤로 몸을 날렸다.

퍼어엉! 연료통을 피격당한 앰뷸런스가 폭발했다. 후끈한 열기에 심지연은 얼굴이 타버릴 것 같았다.

“흐으읍!”

도주혁이 전력으로 SUV차량을 걷어차자 옆구리가 움푹 파인 차량이 그대로 날아가 러시아인 하나를 덮쳤다.

퍼어엉! 차량이 폭발하며 폭염이 치솟았다.

“파블로!”

놀란 러시아인 하나가 불길로 뛰어들어 손을 휘저었다. 그리곤 이내 무 뽑듯 쑥 손을 당기자 기름을 흠뻑 뒤집어쓴 러시아인이 불길에 휩싸여 고통스럽게 날뛰며 바닥을 굴렀다.

“불을 꺼! 소화기를 가져와!”

동료의 비명에 총격이 잦아들자 도주혁은 심지연을 이끌고 빠르게 몸을 날렸다. 차량과 차량 사이, 총격을 최대한 엄폐할 수 있는 루트를 통해서.

마침내 맞은편 건물의 로비까지 도착한 도주혁은 심지연과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몇 개의 휴대폰이 들려있었다. 전부 주인이 난리통에 떨어트린 물건들이었다.

빠르게 안쪽으로 이동하면서 도주혁은 휴대폰들을 훑었다. 개중에 잠금이 풀린 것을 찾은 그가 다이얼을 눌렀다.

- 여보세요.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응답했다.

“도주혁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도주혁의 눈 속에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유 되시면 댓글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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