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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GPD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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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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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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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화.

DUMMY

도주혁은 몸을 숨긴 채 창밖으로 동태를 살폈다. 주변 건물을 수색 중이던 놈들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부렸던 잔재주가 효력이 다한 모양이었다.

‘시간이 없다.’

다른 선택지가 모두 소거된 이상 저들은 이 건물로 진입을 시도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엔 최대한의 병력을 동원해 빠른 결착을 내려 하겠지.

‘그 전에 이탈한다.’

도주혁은 심지연이 숨은 곳으로 향했다. 심지연은 공포스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의연한 표정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혁씨!”

심지연은 도주혁의 온몸에 묻은 피를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일단 나가자. 우릴 도울 사람들이 올 거야.”

도주혁이 심지연을 이끌었다.

복도를 벗어나자 심지연이 흠칫 놀라는 기색이 느껴졌다.

당연했다. 복도 끝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으니.

도주혁은 슬그머니 그녀를 끌어당겨 그녀의 눈을 가렸다.

맞잡은 손으로 심하게 떨리던 그녀의 어깨가 잦아드는 게 느껴졌다.

말하지 못한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걸까. 심지연은 맞잡은 도주혁의 손을 꼬옥 쥐며 말했다.

“나 괜찮아, 주혁 씨. 가자.”

마주친 눈 속에서 도주혁은 강한 믿음을 읽었다. 어느새 심지연은 공포와 의심을 털어내고 자신이 아는 도주혁이란 남자를 믿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그래. 가자.”

도주혁은 그녀의 믿음에 따스한 미소로 답했다.

두 사람은 지옥도가 펼쳐진 최고층 로비를 지나쳐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옥상에 다다르기 직전, 그는 심지연을 계단실에 두고 먼저 옥상으로 나섰다.

‘하나, 둘. 저격 포인트는 셋인가.’

도주혁은 가능한 저격 포인트를 살폈다. 강화 인간의 향상된 시력이 망원렌즈를 댄 듯 저격 포인트를 샅샅이 훑었다.

다행히 저격은 없었다. 그럴 장비도, 여유 인력도 없는 놈들로서는 당연한 일이었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투투투투. 도주혁은 멀리서 VTOL기의 쌍엽 로터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일반인이라면 절대로 들을 수 없는 먼 곳의 소리였다.

동시에 그는 아래에서 느껴지는 진동과 소음도 느꼈다.

‘벌써?’

육중한 체중의 인원 여러 명이 동시에 날 듯이 몸을 움직이는 소리. 그 소리는 지금도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쯧.”

도주혁이 이를 드러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엘리베이터 등 고속 이동 수단을 모조리 부숴뒀는데.

“지연아. 이리로 와.”

도주혁은 옥상 계단실 앞으로 심지연을 인도하고 그 손에 자신의 휴대폰을 쥐어주었다.

“잠시 후에 사람들이 올 거야. 헬기 비슷한 비행기를 타고서. 그들이 오면 그걸 타고 먼저 여길 빠져나가.”

“뭐? 주혁 씨는?”

“난 몇 분 뒤에 따라갈게.”

“어떻게 그래. 당신 혼자 두고 나만 어떻게 가.”

“걱정하지 마. 나 혼자 아니야. 날 도와줄 사람들이 같이 올 거거든.”

당혹해하는 심지연을 뒤로 하고 도주혁은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조금이라도 전선을 멀리에 형성하기 위해서였다.

최고층 로비의 계단실에서 잠시 아래쪽에 귀를 기울이던 도주혁은 말없이 섬광탄과 수류탄들을 모조리 핀을 뽑아 아래로 던졌다.

퍼버버벙! 폭음과 연기가 치솟았다. 세열수류탄의 파편이 계단실을 휩쓰는 소리도 들렸다.

타다다당! 곧바로 아래에서 대응사격이 터졌다.

도주혁도 고작 수류탄 몇 개로 놈들을 침묵시킬 생각은 아니었다. 입속에 넣고 터트리지 않는 한 놈들을 수류탄으로 잠재울 방법은 없었다.

타다당! 타다다당! 리드미컬하게 대응 사격을 이어가며 도주혁은 VTOL기의 로터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것은 착실히 가까워져 지금은 벌써 이 건물 근처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파바바박! 갑자기 아래쪽에서 사방으로 발소리가 퍼졌다.

‘눈치를 챘다!’

소리를 가리려 최대한 시끄럽게 판을 벌였지만 강화 인간의 청력을 완전히 가리기엔 부족했던 모양이었다.

챙그랑, 곳곳에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계단참 아래에서 방화도어로 몸을 가린 놈들이 번개처럼 달려 올라왔다.

여러 루트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옥상을 점하려는 움직임. 혼자서 그들을 막아야하는 도주혁으로써는 닭 쫒던 개가 되는 기분이었다.

“크읍!”

으득, 이를 악물며 도주혁이 맨 앞의 방화도어를 걷어찼다. 강력한 힘에 그가 밟은 바닥과 걷어차인 방화도어가 동시에 박살났다.

허공에 붕 떠 날아간 놈과 뒤엉킨 두어 놈. 그들의 발밑에 수류탄을 두 발 까 던진 도주혁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펑! 치솟는 불꽃을 뒤로 하고 도주혁은 계단실을 나섰다. 멀리 창밖에서 창틀에 매달린 채 위로 향하는 놈들의 모습이 보였다.

쐐애액! 허공에 직선을 그리며 두 자루의 나이프가 날았다. 퍼억, 퍽! 그 안에 담긴 강력한 힘에 밀려 두 놈이 창틀을 놓쳤다. 가슴에 손잡이까지 박힌 나이프를 매단 채 그들은 14층 높이의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럼에도 아직 위로 향하는 놈들은 더 있었다. 거기에도, 그리고 반대쪽 창 밖에도.

도주혁은 닥치는 대로 손에 잡히는 것들을 던졌다. 의자와 원탁, 프린터와 전화기 같은 것들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 창밖을 거미처럼 타고 올라가는 놈들의 몸을 때렸다.

하지만 그것들은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몇몇이 손을 놓치긴 했지만 곧바로 자세를 바로하고 다시 벽을 타기 시작했다.

“안돼!”

도주혁은 그런 놈들을 향해 몸을 던졌다.

타다다다당! 순간 총성이 터지며 도주혁의 머리와 가슴에서 핏물이 솟구쳤다. 두개골을 뚫지 못한 총탄들이 튕겨나가며 불꽃을 흩뿌렸다.

차에 치인 듯한 충격을 느끼며 도주혁이 바닥을 굴렀다.

눈앞이 흐릿했다. 왼팔은 감각이 없었고 폐가 뚫렸는지 호흡이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빠르게 시야가 밝아지면서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갈비뼈 사이로 폐를 뚫고 박힌 총탄이 차오르는 새살들 사이에 밀려 밖으로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호흡과 의식이 멀쩡히 기능하는 것을 확인 후 도주혁은 전투에 복귀했다. 피격 후 정확히 3초만의 일이었다.

타다다당! 빠르게 달리며 총격을 흩뿌리고 마지막 남은 나이프를 던졌다.

뻐걱, 태앵! 정확히 미간에 꽂힌 나이프가 불꽃을 뿌리며 부러져 날아갔다. 강화 인간의 두개골을 뚫기엔 나이프가 너무 약했던 모양이었다.

어느새 VTOL기의 로터 소리는 정확히 머리 위에 멈춰있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구출이 시작됐을 것이다.

VTOL을 이용한 긴급 이탈이 익숙하지 않은 심지연이기에 도주혁은 예상시간을 약 2분으로 가정했다.

겨우 2분이다. 그거만 버티면 그의 아내는 이 지옥을 벗어날 수 있다.

“그러니까 비키란 말이다!”

날아드는 총탄을 무시한 채 도주혁이 앞으로 달렸다. 9mm탄이 어깨에 박히고 눈가를 찢었지만 그는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누군가 무자비하게 잡아당긴 듯 러시아인의 얼굴이 눈앞으로 훅 다가왔다.

푸욱! 도주혁은 바닥나버린 나이프 대신 곧추세운 손끝으로 러시아인의 가슴을 찔렀다. 맨손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손은 마치 커다란 창촉처럼 거의 손바닥 끝까지 남자의 가슴에 쑤셔박혔다. 정확히 갈비뼈의 사이를 노려 찔렀기 때문이었다.

폐를 꿰뚫고 심장에 닿은 도주혁의 손 때문에 남자는 켁켁거리며 고통스러워했다.

도주혁은 그대로 주먹을 쥔 채 심장을 잡아 뽑았다. 강철 같은 갈비뼈가 부러지고 심장이 터져 엄청난 기세로 피분수가 사방을 휩쓸었다.

심장이 뽑혀 쓰러지는 상대를 걷어차고 그 뒤의 러시아인의 머리에 한 탄창을 모조리 쏴갈겼다. 두피가 뜯겨나가는 집중 포화에 놈이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빠르게 탄창을 교환한 그는 상대의 눈을 쏘아 뇌를 파괴했다.

앞을 막던 자들을 치우고 도주혁은 계단을 향해 몸을 날렸다.

가공할 무위였지만 감탄할 새도 없었다. 이미 옥상을 차지한 적들이 공격을 개시하면 이탈용 쌍엽 VTOL기 정도는 종잇장처럼 부서져 버릴 것이기에.

하지만 적은 쉽게 그를 보내주지 않았다.

타다다다당! 어느새 또 모습을 드러낸 적들이 계단을 막고 사격을 가했다. VTOL기를 발견한 포위관측조가 전투에 가세하기로 한 모양이었다.

계단실을 나선 러시아인이 연사로 탄환을 쏟아붓자 도주혁은 어쩔 수 없이 엄폐물에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으드드득! 도주혁의 입 속에서 천둥이 쳤다.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1초라도 더 빨리 옥상에 도달해야 했다.

피가 바싹 마르는 기분.

도주혁은 각오를 다졌다. 만신창이가 되더라도 저놈들을 뚫고 옥상에 오르겠다고. 죽을 때 죽더라도 옥상에 올라 죽겠다고.

그렇게 각오하고 엄폐물을 나서려는 순간.

꾸우웅.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진동이 건물을 울렸다. 무언가 어마어마하게 묵직한 무언가가 옥상에 내려앉은 것 같았다.

콰콰콰콰! 번개 수십 줄기를 동시에 퍼붓는 듯한 폭음이 옥상에서 터졌다. 동시에 옥상 한켠이 통째로 박살난 듯 엄청난 파편이 터지며 강화 인간 몇이 창밖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들이 왔다!’

도주혁은 확신에 몸을 떨었다. 그들이 왔다. 대한민국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존재들이.

푸화아악! 어마어마한 화염줄기가 옥상 반대쪽을 훑었다. 한층 아래의 창가에 놓인 화초가 열기에 바싹 말라버릴 정도였다.

- 끄아아아!

비명이 들려왔다.

투캉, 삐이익! 독특한 발사음이 들렸다. 그리고 이내 이어진 강렬한 폭음에 유리창이 터져나갔다.

도주혁은 이 무기들의 발사음을 잘 알았다. 날개안정분리철갑탄. 그리고 대전차고폭탄. 모두 아머 슈트의 분대지원화기인 자기장전식 88mm 활강포의 탄들이었다.

계단실을 가린 채 탄막을 뿌리던 러시아인들이 당황해 몸을 돌렸다. 순간 패닉이 왔는지 그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쿵. 쿵.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렸다.

어둑한 계단 너머로 흐릿하게 실루엣이 보이자 러시아인들이 사격을 개시했다.

타다다다당! 피피핑! 마치 그물처럼 촘촘하게 탄막이 계단실을 뒤덮었다. 하지만 상대는 그들을 무시하듯 불꽃을 피워올리며 천천히 거리를 좁혀왔다.

콰직, 콰지직. 단순히 걷는 행위였는데도 불구하고 계단이 바스라져 돌가루가 날렸다.

투캉, 삐이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한줄기 소음이 건물을 관통했다. 그리고 강력한 두개골로 보호받는 강화 인간의 머리가 두부처럼 폭발했다.

콰콰콰콰! 문자 그대로 파도처럼 쏟아지는 총탄의 세례가 최고층 로비를 휩쓸었다. 분당 6,000발 이상으로 쏟아지는 20mm 포탄의 화망 앞에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기둥도 뼈대만 남길 정도였다.

이후는 학살의 시간이었다. 압도적인 화력을 바탕으로 AS 한 기는 살아남은 강화 인간 모두를 말 그대로 묵사발 내 버렸다.

짧은 교전이 끝나고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도주혁은 엄폐물 뒤에서 몸을 일으켰다. 들고 있던 MP5A5 기관단총은 바닥에 버린 뒤였다.

위잉. 카키색 바탕의 위장패턴 바디 위로 복합식 다중 채널 스캐너가 반짝 빛을 냈다. 빛과 전파 양쪽을 모두 활용한 멀티 채널 레이더 장비였다.

도주혁은 차가운 기계의 눈이 자신을 훑는 걸 느끼며 양손을 머리 위로 높게 들어올렸다.

천천히 걸어 나가자 머리로 천정을 부수며 커다란 기계 인간이 계단실을 벗어나 모습을 드러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모습이었다.

러시아인 강화 인간을 발육 빠른 중학생처럼 내려다보는 거대한 체구. 위장 패턴으로 가려진 전신을 뒤덮은 복합 장갑. 양팔에 각각 매달린 화염 방사기와 20mm 발칸포. 그리고 등 뒤에 매달린 백팩 형태의 자기장전식 88mm 활강포까지.

말 그대로 걸어다니는 탱크. 두 발로 선 죽음이었다.

도주혁은 그 거대한 강철 거인 앞에 멈춰 섰다.

위이잉. 나지막이 구동음이 들리더니 20mm 발칸포의 총구가 스르륵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 오랜만에 뵙습니다. 도 소령님.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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