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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GPD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최근연재일 :
2023.06.06 09: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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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4,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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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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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2화.

DUMMY

- 오랜만이군.

“인사 나눌 여유가 없군요. 아버지가 아직 출근을 안 하신 모양입니다.”

- 할 일이 없어서겠지.

“얘기 못 들으셨습니까? 거래처에서 전화가 왔다고 막내가 얘기했을 텐데요?”

- ... 듣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막내가 혼자 다 먹으려는 모양입니다.”

- 확인해보지.

뚝. 전화가 끊겼다.

원래대로라면 추적을 의식해 파기했겠지만 도주혁은 그 대신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었다. 자신이 아는 상대라면 이 휴대폰을 추적해 자신을 도우러 올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오감을 총동원해 도주혁은 바깥을 살폈다. 간헐적으로 폭발하는 차량들과 사람들의 비명 소리 사이로 도주혁은 묵직한 발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

‘좌, 우. 반으로 나눠졌다. 포위하려 하는군.’

적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도주혁은 안도했다.

그들이 숫자를 앞세워 무식하게 돌격했다면 오히려 도주혁은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상 14층의 건물을 포위한다는 것은 진입하지 않거나 혹은 진입조의 숫자를 줄인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휘관으로서는 합리적인 판단이다.’

도주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적의 목적이 자신의 말살이 아니라 심지연의 생포라면 이 판단은 아주 적절한 판단이었다.

1세대 아머 슈트 수준의 파워를 내는 강화 인간이 아머 슈트와 다른 점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두껍고 무거운 외부 장갑의 유무였다.

그 외부 장갑 때문에 같은 출력으로도 아머 슈트의 기동은 많은 부분이 제한된다. 최고 속도를 낼 때는 오직 전방으로 대쉬할 때뿐이며 방향 전환이나 수직 기동이 상대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강화 인간은 파워 대비 어마어마하게 경량이다. 때문에 그들의 기동은 수평, 수직 어느 방향으로도 막힘이 없으며 삽시간에 최대속력에 도달한다.

필연적으로 그들의 기동은 3차원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고층 빌딩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 이곳에서 3차원 전 방향으로 초고속 기동하는 적을 붙잡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포위가 필요한 것이다. 사각지대 없는 관측으로 적의 이동경로를 예측하고 수적 우위를 이용하여 포위망에 몰아넣기 위해서.

‘하지만 그렇게 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도주혁은 심지연을 이끌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최고층의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는 부드럽게 상승을 시작했다.

“주혁 씨.”

“응?”

“전화는 무슨 소리였어? 아버지라니. 주혁 씨는...”

도주혁은 아버지가 안 계셨다. 어머니는 일찍 여의였고 하나뿐인 아버지 역시 고교시절에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그런 히스토리를 아는 심지연이 의문을 표해왔던 것이었다.

“일종의 암호 같은 거야. 신경 쓰지 마.”

띵.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심지연이 내리자 도주혁은 엘리베이터 문을 뜯고 상판을 아래로 잡아당겼다. 그리고는 모습을 드러낸 와이어케이블을 잡아 뜯고는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아래로 처박았다.

카가가각! 비상제동장치가 급격한 마찰음을 내다가 부러져 날아가고 엘리베이터의 차체는 그대로 떨어져 지하층에 처박혀버렸다.

쿠구궁! 멀리 아래에서부터 커다란 진동이 느껴졌다.

심지연은 놀랐지만 도주혁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조금이라도 방어선을 단단하게 구축할 수 있었다.

화물용 엘리베이터까지 박살 내 처박은 그는 온갖 집기들을 모조리 엘리베이터 수직 통로에 때려넣었다.

그렇게 수직 통로는 모조리 막혔다. 이제 이 14층 건물의 최고층에 오르는 길은 중앙계단 하나 뿐.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는 캐비닛과 서랍 등 사람 하나가 들어갈 만한 물건들을 챙겨와 주변 건물들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도주혁이 집어던진 십여 개의 물건들은 각자 다른 건물로 날아가 유리창을 깨고 안쪽으로 모습을 감췄다.

강화 인간의 초인적인 시력은 분명 날아간 물체의 형태를 포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그 안을 투시할 능력은 없다.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하다.

아주 약간의 의심과 혼란. 그리고 그것으로 벌 수 있는 조금의 시간.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지연아.”

“으, 응?”

심지연은 열심히 자신을 다잡고 있었지만 그녀의 어깨는 자신도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도주혁은 그 어깨를 다정히 붙잡고 말했다.

“저 안쪽 사무실로 가서 숨어있어. 책상 밑이든 캐비닛 속이든 절대 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숨어야 해.”

“으, 응...”

“그리고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더라도 절대 나와서는 안 돼. 내가 부를 때까지. 알았지?”

“응. 알았어.”

도주혁은 그녀를 가볍게 안아주고는 그녀의 몸을 돌려세우고 부드럽게 밀었다. 약간은 기운을 되찾았는지 심지연은 안쪽으로 달려가 모습을 감췄다.

“스으읍. 후우-”

심호흡을 하며 도주혁은 몸을 점검했다. 그의 생각이 맞다면 꽤나 힘든 싸움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중앙계단이 시끄럽더니 러시아인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셋. 역시. 예상했던 정도다.’

도주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운영처장 정상수의 말이 맞다면 10층에서 풀려난 러시아인은 열한 명일 것이다.

그중 포위 및 관측에 최소 네 명이 필요하니 나머지는 일곱. 그중에서 주변 건물을 수색하면서 자신을 견제도 해야 한다.

자신의 전투력을 겪어본 미하일이라면 강화 인간 둘로는 버겁고 셋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했으리라.

물론 더 확실히 하려면 한명쯤 더 붙이는 게 나을 테고 미하일을 포함한다면 머릿수도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 온 것이 세 명뿐이라는 건.

‘겁을 먹었군.’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테지만.

도주혁이 잠시 생각하는 사이 러이아인 셋이 모두 계단을 올라섰다. 모두 똑같은 거대한 덩치에 환자복을 걸친 것이 마치 방사능에 오염된 괴물 신생아들 같았다.

치직. 도주혁을 발견한 남자가 무전기를 꺼냈다.

“미하일. 그 동양인 애송이를 발견했습니다. 비무장에 지친 것 같기도 하고. 별로 강한 건 모르겠습니다만.”

-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파비안. 위험도를 최상으로 상정하고 최대한 빠르게 정리해. 정리 및 수색 후 결과 보고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파비안이라고 불린 러시아인이 심드렁한 얼굴로 대답했다. 무전기를 허리춤에 꽂은 동료들을 향해 말했다.

“다들 들었지?”

“그래. 근데 실험체 중에 저런 놈도 있었나? 처음 보는 놈 같은데.”

“동양놈들은 다 똑같이 생겨서 그래. 그리고 얼굴 알아 뭐하게? 곧 죽을 놈을.”

“흐흐, 그건 그렇지.”

그들은 도주혁이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걸 모르는지 무방비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보 전달이 부정확하군. 그렇다면 나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확률이 높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전력을 줄인다.’

도주혁은 그렇게 판단했다.

“자, 자. 잡담은 그만. 별로 위험해보이지는 않지만 미하일의 지시니 최대한 빨리 처리한다. 좌우로 벌려 포위하고 사격해서 구석으로 몰자고.”

타다다당! 아무 전조도 없이 그의 손에 들린 MP5A5가 불을 뿜었다.

도주혁이 콘크리트 기둥 뒤에 몸을 숨기자 불꽃이 튀며 돌가루가 휘날렸다.

철컥. 파비안의 탄이 바닥나자 그가 탄창을 가는 사이 옆에서 사격이 이어졌다. 그렇게 탄막을 구성하면서 그들은 좌우로 넓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포위망이 완성되어 갔지만 도주혁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리고 그들 사이의 거리가 충분히 멀어졌다고 판단했을 때.

휘익! 빨간 물체가 허공에 선을 그리며 날았다. 허공을 수놓은 9mm 파라블럼탄의 탄막에 물체가 부딪히자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하얀 가루가 사방으로 퍼졌다.

“소화기다! 연막에 대비해 몸을 엄폐해!”

파비안의 지시가 떨어지고 러시아인들이 일제히 몸을 숨겼다.

하지만 도주혁은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우측의 러시아인이 기둥 뒤로 몸을 숨김과 동시에 도주혁의 몸이 연막을 뚫고 그의 면전에 당도했다.

러시아인은 깜짝 놀랐으나 이내 침착히 대응 사격을 시작했다.

타다당! 총이 불을 뿜었지만 총탄은 상대를 찾지 못했다. 어느새 달려든 도주혁이 총구 아래를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파바바박! 도주혁은 마치 커다란 그림을 그리듯 양손을 휘저었다. 그 손끝에 달린 나이프는 붓이었고 캔버스는 러시아인의 하체였다.

촤아악! 사방으로 핏물이 튀며 러시아인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풀썩 주저앉았다. 어느새 그의 하체 대부분의 인대가 칼날에 갈기갈기 찢겨있었다.

“이런 씨ㅂ-”

그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목젖을 부드럽게 가르며 날아든 나이프가 그의 목에 자루까지 틀어박혔기에.

도주혁은 그 상태로 나이프를 강하게 비틀었다. 경추의 틈 사이에 박힌 나이프가 비틀어지자 으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추간판이 찢기고 터지며 목뼈가 벌어졌다.

도주혁은 그 상태로 러시아인의 턱을 붙잡고 우악스럽게 머리를 잡아 뜯었다.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핏물이 솟구치며 남자의 머리가 몸에서 찢겨나왔다.

“루드린! 유리를 깬다!”

타다당! 그들의 사격에 건물 외벽의 유리창이 깨지면서 임시 연막이 급격히 옅어졌다.

옅어진 연막 너머로 전방을 주시하던 파비안과 루드린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말을 잃었다. 머리를 잃은 동료의 시신이 피웅덩이 위에 누워 있었고 그 옆으로 그의 머리가 바닥을 구르고 있었으니까.

“이바아안! 이런 개 같은 새끼!”

루드린이 쿵쾅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멈춰, 루드린! 합류한다!”

파비안이 루드린을 만류하며 그를 향해 거리를 좁혔다. 루드린이 제압사격으로 도주혁을 잡아놓은 사이 파비안이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파비안! 이반이 죽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루드린, 진정해. 전투중이다. 평정을 잃지 마.”

파비안의 말에 루드린이 화를 삼켰다.

겉으로는 침착했지만 파비안 역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반은 자신들과 같은 강화 인간. 강철 같은 뼈대와 힐링 팩터로 죽고 싶어도 죽기 어려운 존재였다.

그런데 그런 동료가 죽었다. 그것도 연막에 시야가 가린 그 짧은 순간에.

파비안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작고 보잘것없는 동양인이 그 누구보다 위험한 적이라는 사실을.

“루드린. 우리가 멍청했다. 미하일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놈을 과소평가했어.”

“파비안!”

“정신 차려. 놈은 이반을 몇 초 만에 침묵시켰다. 너는 그게 가능할 것 같나?”

“...”

“놈은 미하일의 말대로 아주 위험한 놈이야. 루드린, 내 뒤에서 절대 떨어지지 마라. 제압사격으로 거리를 좁히고 근접전으로 승부를 본다.”

“라져.”

거대한 덩치 둘이 하나로 뭉쳐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도주혁은 혀를 찼다.

‘쯧. 어부지리는 여기까지군.’

뜻밖의 기회로 한 명은 빠르게 정리했다. 다른 한 녀석도 발끈하는 모습으로 볼 때 각개격파가 가능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저쪽에 냉철한 자가 있는 모양이었다.

‘뭉쳐서 거리를 좁히는 걸 보니 판단도 빠르군.’

저들의 입장에서 시간을 끌 여유 따윈 없었다.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이니 경찰이건 군이건 언제 출동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서로 은엄폐한 상태에서 소모적인 총격전만 이어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포위를 위해 둘이 찢어지면 방금 전의 경우처럼 각개격파의 위험도 있다.

결국 빠르게 결착을 짓기 위해서는 수적 우위를 살린 근접전이 답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주변 건물의 수색을 마친 자들이 이쪽으로 합류하게 된다면 전투는 더욱 불리해진다. 그 전에 머릿수를 줄이는 것만이 답이었다.

도주혁은 탄약과 무장을 살폈다. 방금 빼앗은 MP5A5 한 정과 탄창 하나, 그리고 날 길이 11센티의 군용 대검 하나.

무장은 부실하지만 그에겐 강화 인간의 육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승산이라면 충분하다.

기관단총은 어깨에 빗겨 걸어 늘어트리고 왼손에 역수로 나이프를 쥔다.

가만히 소리로 적의 위치를 가늠한 그가 엄폐물을 박차며 튀어나갔다.


작가의말

조금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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