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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GPD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최근연재일 :
2023.06.06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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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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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4화.

DUMMY

타닥,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바닥을 구른 도주혁은 얼른 벽에 붙어 내부의 소리에 집중했다. 다행히 별다른 움직임은 느껴지지 않았다.

도주혁은 주머니에서 휴대폰과 블루투스 헤드셋을 꺼냈다. 휴대폰을 무음 모드로 바꾼 그는 한쪽 귀에 블루투스 헤드셋을 걸었다.

여전히 심지연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도주혁은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어보고 싶은 유혹을 참고서 다른 번호를 찾았다.

정상수.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전화번호.

혹시나, 만약을 대비해 심지연 주변인의 전화번호를 확보해 둔 것이 다행이었다.

띠리리리. 철컥.

- 여보세요.

정상수는 신호가 울리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정상수 씨. 저 심지연 박사 남편 되는 도주혁입니다.”

- ... 아, 네.

살짝 당황한 목소리. 아마 와이프가 걱정돼 무작정 전화를 건 남편으로 여기는 모양이었다.

- 주혁 씨, 물론 걱정되시겠지만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리고 제가 지금 통화를 오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정상수 씨. 제 말 잘 들으세요. 특수군사령부에 연락은 하셨습니까.”

- ... 네? 뭐라고요?

“대한민국 땅에서 트렌센던스 프로젝트 관련 연구를 하면서 특수군사령부와 줄이 없다고 하실 겁니까.”

- 누, 누구야, 당신.

“말씀드렸잖습니까. 심지연 박사 남편 도주혁입니다.”

- 그, 그런데 어떻게 그 사실을 알지? 심 박사도 모르는 일인데?

휴. 도주혁은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신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심지연도 군과 연구소의 연결고리를 모른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녀가 자신의 과거 역시 모를 확률이 크다.

도주혁은 정상수의 수다스러움이 너무나 반가웠다.

“그건 알 필요 없습니다. 현재 코드 퍼플을 요청한 상황입니다. 제대로 받아들여진다면 저쪽에서 ‘철군’을 파견하겠지요.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 그래서 일단 제가 먼저 건물로 들어왔습니다.”

- 지금 연구소 안에 있습니까?

“네. 3층 야외 공원입니다.”

- 도, 도대체 당신···. ‘그쪽’ 사람이었습니까?

“목적을 갖고 심어졌느냐는 질문이면 아니오, 라고 대답하겠습니다.”

- 하지만···.

“지금 이렇게 잡담할 시간이 없습니다. 현재 상황을 아는 대로 전부 다 알려 주십시오.”

마침내 정상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인 듯했다. 그가 빠르고 간결하게 상황을 요약하기 시작했다.

- 11층 7호 연구실에 연구원들 대부분이 억류되어 있습니다. 다행히 문 박사님과 심 박사님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적들은 총 몇 명입니까.”

- 피실험체 30명 중 러시아계 인원 14명이 한패입니다. 그들은 리미터 작동을 유도해 나머지 16명의 피실험체를 약화시키고 모두 제거했습니다.

“그럼 현재 이 건물 내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적이 모두 14명이라는 말입니까.”

- 아, 그건 아닙니다. 현재 10층 레지던스는 3중 격벽으로 완전히 격리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곳에 11명의 러시아인이 갇혀 있습니다.

“그럼 실제적으로 상대하게 될 적은 모두 셋이군요.”

- 그렇습니다.

“10층의 격벽을 그들이 부수고 나올 가능성은 없습니까. 완력이 상당하던데.”

- 피실험체에게 1세대 AS 수준의 완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0층의 강화 격벽은 군 기준의 폭발 강화 격벽 수준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전문 장비를 들이대도 몇 시간은 걸릴 테니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렇군요. 혹시 CCTV룸은 확보가 되어 있습니까.”

- 보안실을 빼앗길 위험이 있어 CCTV 중앙처리기를 파괴해 버렸습니다. 그러니 CCTV는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덕분에 저도 건물 내부 상황을 확인할 수 없긴 하지만.

“잘하셨습니다. 혹시 심 박사와 문 박사의 위치에 대해서는 알고 계십니까.”

- 심 박사는 수면실에서 발표 전까지 조금 자두겠다고 하고 갔습니다. 문 박사님은 잘 모르겠군요.

“연락도 없습니까.”

- 네.

“수면실은 위치가 어떻게 됩니까.”

- 6층 휴게 공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상수 씨가 있는 곳은 안전합니까?”

- 네, 엘리베이터 통로를 통해 위로 올라와 기계실에 숨어있습니다. 여기를 찾지는 못할 겁니다.

“좋습니다. 그럼 저는 일단 건물 내부 수색에 들어가겠습니다. 연락은 이쪽에서 먼저 할 테니 전화기는 무음으로 하고 기다리세요.”

- 네. 잘 좀 부탁드립니다.

“네.”

띠리릭. 전화가 끊어졌다. 도주혁은 휴대폰을 점퍼 주머니에 넣고 지퍼를 잠갔다.

습, 후. 잠시 심호흡을 하고 나서, 도주혁은 옥상 정원의 철문을 열었다.

끼이익. 생각보다 소음이 커서 도주혁은 손을 멈췄다. 그리고는 몸을 낮추고 문틈으로 들어선 후 천천히 문을 닫았다.

“그래서 이게 전부라고?”

멀리서 그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친 억양의 러시아어였다.

도주혁은 얼른 바닥에 엎드렸다. 소리는 한층 아래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 건물은 3층까지가 가운데가 텅 빈 구조로 되어 있었다. 로비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3층 천장이 보이는 식이었다.

도주혁이 있는 곳은 3층 동쪽의 테라스형 복도였고, 러시아인들이 모여있는 곳은 로비 정면의 2층이었다.

‘하나, 둘, 셋. 여기 다 모여있었군.’

목소리의 주인공을 세어본 도주혁은 격리되지 않은 러시아인 셋이 모두 여기 모여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낮은 포복으로 천천히 다가가 그들의 대화를 엿듣기로 했다.

“지금 날 비난하는 겁니까, 미하일?”

“그건 아니지만 아쉽긴 하군. 이제 곧 나머지 동무들이 10층을 벗어날 텐데, 겨우 MP5 다섯 정으로는 모자라지 않겠나.”

“... 더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겠지. 그나저나 한국의 경찰 수준을 다시 봐야겠어. 드미트리 살라모프를 작전 중에 패퇴시킬 정도라니 말이야.”

“...”

자존심이 상했는지 드미트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자, 일단 우리 장비부터 챙깁시다. 드미트리는 이미 자기 몫을 챙긴 것 같으니 저도 한 벌 가져가겠습니다, 미하일.”

“알았다. 보리스 로마노프, 자네는 무장을 챙긴 후 건물의 수색 작업을 책임진다.”

“네.”

“드미트리 살라모프, 자네는 이 건물에 아무도 드나들지 못하도록 해. 가능하면 장비를 더 확보하고.”

“알겠습니다.”

“자네들도 알다시피 연구 기록과 마스터샘플을 구하지 못하면 우리 작전은 실패다. 우리가 확보한 샘플 만으로는 불완전해.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두 가지를 확보해야 한다. 알았나.”

“네.”

“네.”

“좋아. 그럼 나는 12층 연구소장실로 가서 연구 기록을 수색하겠다. 보리스, 마스터샘플은 자네에게 맡긴다.”

“네.”

그때 치지직, 하고 무전 소리가 들렸다.

“미하일이다. 말해.”

- 외부 회선으로 코드 퍼플의 요청이 들어왔다. 상황이 좋지 않아.

‘코드 퍼플?’

그 소리를 들은 도주혁의 미간이 사정없이 찌푸려졌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무전 속의 인물은 분명 특수군사령부의 인물이다. 그것도 명령 계통에 있는 인물.

“시간이 좀 더 필요해.”

- 최대한 벌어보겠다. 길게는 불가능해.

“좀 더 노력해 보라고.”

- 시도는 해보겠다.

띠릭. 무전이 끊어졌다.

“다들 들었겠지. 조금 더 바빠지겠어. 움직이자고.”

타닥. 부산하게 흩어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남은 걸로 봐서 드미트리라는 러시아인은 로비 정면 2층에 남은 것 같았다.

도주혁은 낮은 포복으로 테라스형 복도를 가로질렀다. 그리고는 안쪽 방화도어를 조심히 열고 계단실로 나갔다.

보리스 로마노프라는 러시아인은 다른 통로를 택했는지 계단실은 조용했다.

도주혁은 발소리를 주의하며 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그의 목적지는 6층의 수면실이었다.

계단을 오르며 도주혁은 생각을 정리했다.

샘플을 확보했다는 말, 그리고 마스터샘플과 연구 기록을 찾고 있다는 말.

그것으로 도주혁은 결론을 내렸다. 저들은 애초부터 연구 결과를 노리고 이곳 연구소에 잠입한 인원이 확실했다.

저들이 훈련받은 전문가라는 도주혁의 생각은 옳았다. 게다가 특수군사령부 내부에 첩자를 심었을 정도로 저들은 용의주도했다.

거기에 조금 전 로비에서 보여줬던 초인적인 운동능력과 회복력.

그런 자들이 경찰특공대의 장비로 무장까지 했다. 반면에 자신이 가진 무기라고는 38구경 리볼버 한 정과 날 길이 12센티미터의 폴딩 나이프 한 자루뿐.

정면으로 붙는다면 절대로 승산이 없다. MP5A5의 9mm 파라블럼 탄을 막아줄 만한 엄폐물이 전혀 없는 이런 곳에서는 더더욱.

그러니 영웅이 되려 해서는 안 된다.

빠르게 6층으로 올라가 아내 심지연을 확보하고 그대로 건물을 빠져나간다.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자신은 그들 모두를 구할 수 없다. 그것은 경찰과 군의 몫이다.

어느새 6층에 도착했다. 문을 열려던 그는 문득 안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손을 멈췄다.

엄습하는 불안감에 도주혁이 인상을 찡그렸다.

생각해보면 저들은 이곳에 상주하던 인원이다. 당연히 건물의 구조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심지연의 습성도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6층을 가장 먼저 수색하려 했는지도 모르지.

자세를 낮춘 채로 도주혁은 빼꼼 문을 열었다. 다행히 문소리는 나지 않았다.

카펫이 깔린 6층 휴게동은 은은한 주광색 조명에 유리 파티션으로 공간이 구획되어 있는 깔끔한 곳이었다.

그리고 유리 파티션 너머 저쪽으로 거구의 러시아인이 보였다.

경찰특공대의 방탄조끼를 흰색 환자복 위에 걸친 우스꽝스런 모습. 하지만 그의 손에 들린 기관단총을 보면 절대 웃을 수 없다.

도주혁은 그의 진행방향을 앞질러 확인했다. 그는 곧장 수면실로 다가가고 있었다.

으득. 도주혁은 이를 악물었다.

영웅이 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게 고작 몇 초 전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저자를 그냥 놔두면 심지연은 저자의 손에 들어갈 테고, 인질을 구하는 것은 인질이 되기 전에 막는 것보다 수십 배 더 어렵다는 것을 그는 잘 알았다.

도주혁은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러자 문 손잡이가 벽에 부딪히며 쾅! 하고 커다란 소리를 냈다.

덜컥, 수색에 나섰던 보리스 로마노프의 몸이 멈춰 섰다. 그가 홱 몸을 돌리자 멀리 계단실로 나가는 문이 서서히 닫히고 있는 게 보였다.

“흐흐흐.”

보리스 로마노프가 나직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스트랩에 매달린 기관단총을 놓고 가슴에 꽂힌 새카만 날의 대검을 뽑았다.

“숨바꼭질이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지.”

보리스 로마노프의 눈이 폭력에 대한 기대감으로 번들거렸다. 다음 순간 그는 바람처럼 문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5층의 방화 도어를 열고 나가던 도주혁은 벌써 위층의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개새끼. 존나게 빠르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랐다. 그것은 갑자기 얻게 된 초인적 운동능력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좋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좋은 소식이기도 했다.

저들은 1세대 아머 슈트 수준의 힘을 능숙하게 다룬다.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 아머 슈트의 중장갑은 없다.

그것은 겨우 20센티미터짜리 38구경 리볼버로도 그들에게 중상을 입힐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을 그들이 깨닫지 못했다면, 내게도 승산은 있다.

도주혁은 5층 사무실의 파란색 파티션 사이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자신이 방금 열고 들어온 문을 향해 돌아섰다.

이제 영웅이 되어야 할 시간이다. 어쩔 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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