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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파람 님의 서재입니다.

수상한 남자 친구는 사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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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미파람
작품등록일 :
2021.04.20 10:18
최근연재일 :
2021.06.08 10:06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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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7
추천수 :
93
글자수 :
500,047

작성
21.04.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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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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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6. 나는 오빠의 다이엔

DUMMY

#6. 나는 오빠의 다이엔




유스틴과 다이엔은 그레이슨이 돌아오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레이슨은 집안이 난리가 난 사정을 듣고는 펄펄 뛰었다. 그는 자신의 손을 우드득 꺾으며 리자드 비에르의 사무실로 뛰어나가려고 했지만 다이엔과 유스틴이 적극적으로 말렸다.


“형 혼자 가서 될 일이 아니야.”


“계약서를 자기들 맘대로 바꿨다면서! 그거 경찰에 신고하면 되는 거 아니야?”


“소용없어, 형. ······. 그쪽 뒤에 드라질 백작이 있어. 경찰도 이미 넘어간 것 같아.”


유스틴이 힘없이 말했다.


다이엔은 깜짝 놀랐다. 작은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다이엔의 표정을 본 유스틴이 희미하게 웃었다.


“형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내가 ‘오션’에서 일하고 있거든.”


‘오션’은 회계 사무소로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 정보를 사고파는 일종의 비밀 정보 조직이었다. 드라질 백작도 가끔 하인들을 시켜 오션에서 정보를 사 오곤 했었다.


유스틴은 어린 시절부터 15년 전쟁의 기간 동안 뭔가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을 겪었다.


처음에는 전쟁의 시기에는 누구나 힘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 기간 동안 피폐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가 목격한 일부의 사람들은 더욱 부유해졌다.


이런 모순은 뭘까? 왜 같은 상황에서 누구는 가난해지고 누구는 부유해지는 걸까?


그 원인을 유스틴은 ‘정보의 불균형’ 때문으로 보았다.


어떤 상황에서든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쪽은 이를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처신했고, 그건 곧 그들에게 커다란 이익으로 돌아왔다. 정보가 없는 쪽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당하기만 했다.


그래서 그는 13세 때 정보 조직 ‘오션’에 입단했으며 그 이후 그는 정보를 다루게 되었다. 그리고 유스틴은 25살이 된 지금까지도 계속 오션에서 일하고 있었다. 지금 그는 ‘오션’의 부단장이었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이 강도를 만났다며 다이엔과 그레이슨이 골목을 뛰어가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유스틴이 나타났었지.


그때는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다이엔의 집 근방에 있던 그의 수하가 그녀를 보고 알려줬다고 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강도를 당한 이후 그는 리자드 비에르에 대해 조사를 해 오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 저들이 부모님을 데려갔어. 내가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어.”


유스틴은 고개를 떨구었다.


“오빠 잘못이 아니야. 그 백작이 나쁜 놈이지!”


다이엔이 유스틴의 손을 잡았다.


“그럼 돈을 갚는 방법밖에 없는 건가.”


그레이슨이 넋 나간 듯이 중얼거렸다.






큰오빠 그레이슨은 용병단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지금 벨라이즈는 전쟁이 끝났지만 주변의 다른 나라들은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고 있었으며, 죽어 나가는 군인들을 충당하기 위해 서로 용병을 모으고 있었다.


그는 여러 가지 조건을 알아본 후, 가장 월급을 많이 준다는 그레이하운드 용병단에 입단하기로 했다.


작은오빠 유스틴은 그동안 자신이 오션에서 모은 돈을 모두 찾아와 그레이슨에게 주었다.


“형. 전쟁에서 쓸 무기와 말을 사려면 이거 필요할 거야. 이 돈으로 좋은 거 사.”


그레이슨은 그 돈을 반으로 뚝 잘라 다시 유스틴에게 돌려줬다.


“나는 돈을 벌잖아. 너희도 돈이 필요할 거야. 걱정하지 마.”


“일주일에 한 번씩 연락해, 오빠. ······ 그레이슨, 죽지 마. 꼭 살아야 해.”


다이엔이 눈물을 글썽였다.


“내가 너니? 나는 가족들 두고 절대 안 죽어!”


그레이슨이 웃으며 다이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는 일주일 후 기차를 타고 용병단 사무실이 있는 국경 지역으로 떠났다.




유스틴은 돈은 자기가 벌 테니 다이엔은 아무 걱정 말고 집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는 부모님도 안 계신데 집에만 있으면 우울증이 도지겠다고 유스틴을 설득했다. 그리고 유스틴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조르듯이 부탁한 끝에 그는 몇 가지 일자리 광고지를 가지고 와서 다이엔에게 보여주었다.


“알아봤는데, 이 회사들은 다 괜찮은 회사들이야. 직원들에 대한 대우도 괜찮고. 이 중에서 일하고 싶은 곳이 있는지 한번 봐.”


다이엔은 광고지를 훑어보았다.


먼저 ‘플로렌스’라는 꽃 가게. 새벽에 꽃을 사 오고, 병원과 회사, 장례식장 등으로 꽃바구니를 배달할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꽃장식 만들기라면 잘할 자신이 있는데 배달은······.


그녀는 다음 광고지를 보았다.


서점 ‘라 비에’.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와서 서점에 정리해 줄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이건 힘이 센 남자가 어울리겠네.


다이엔은 한숨을 쉬었다.


중심가에 있는 ‘신선한 과일 가게’에서도 판매를 도와줄 직원을 뽑고 있었다. 하지만 주말에만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어 월급이 적었다.


여기도 안 돼.


후―.


다이엔은 학교를 다니지 않았으니 고급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 취직할 수 없었다.


벨라이즈 최고의 엘다이크 대학을 졸업한 실비아의 실력이었으면 얼마든지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일밖에 할 게 없다니.


그녀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팔랑.


광고지가 한 장 떨어졌다.


그녀는 마지막 광고지를 집어 들었다.


중심가에 있는 ‘킨슬리의 도넛’이라는 가게였다. 서빙과 주방 보조, 가게 정리를 도와줄 직원을 구하고 있었다.


“유스틴, 여기가 저번 그 가게야?”


“으응?”


유스틴은 다이엔이 내미는 광고지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네가 맛있다고 했던 도넛 가게.”


흐응. 그렇다는 말이지. 도넛의 맛과 향이 눈을 갸름하게 뜬 다이엔의 콧가에서 맴도는 것 같았다.


“나 여기에서 일하고 싶어.”




*


“다이엔, 내가 한 말 명심해. 알았지? 제일 먼저 인사 잘하고. 목소리도 크게 하고.”


유스틴은 다이엔의 리본을 다시 매주며 그녀에게 당부했다.


“아우―. 알았어, 오빠. 나 잘할게. 걱정하지 마.”


다이엔이 킨슬리의 도넛 가게에 면접을 보러 가는 날이었다.


다이엔은 가지고 있던 옷 중 제일 단정한 옷을 차려입고 유스틴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


유스틴은 그녀가 혹시라도 면접에서 떨어지면 충격을 받을까 봐 면접을 잘 보는 법에 대해 며칠 전부터 강의 아닌 강의를 해댔다.


“물론 네가 예쁘니까 사장님도 좋게 보긴 하겠지만 그래도 태도가 중요한 거야. 어제 내가 만들어준 질문지로 복습은 다 했지?”


유스틴은 심지어 면접 예상 문제까지 뽑아서 다이엔에게 연습을 시켰다.


아니, 내가 ‘오션’에 면접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기껏 도넛 가게 직원 면접 보러 가는 건데 이런 예상 문제까지 연습해야 한다고?


다이엔은 기가 막혔지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않는 오빠의 얼굴을 보고는 얼른 연습하는 척을 했었다.


“물론 다 복습했지!”


다이엔은 입꼬리를 귀까지 끌어올리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럼 가게 앞까지 데려다줄게.”


“됐어, 오빠. 중심가에 있는 거라면서.”


“중심가에서도 평민 거리 쪽이야. 너는 한 번도 안 가봤잖아. 길도 잘 모르면서 전처럼 헤매면 어떻게 해.”


다이엔은 어릴 때 혼자 밖으로 나갔다가 길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 길을 잃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 무척 컸는지 더욱더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했다고, 유스틴이 말한 적이 있었다.


“오빠. 내가 지난번에 그레이슨 찾으러 외곽까지 나갔다가 온 거 몰라? 나는 죽었다 깨어난 다이엔이야. 옛날의 그 다이엔이 아니라고. 쫌!”


다이엔은 당당히 제가 예전의 다이엔이 아니라고 유스틴에게 말했다.


유스틴은 결국 수긍했다.


“다이엔. 너 정말 다이엔 맞지?”


유스틴은 가끔 저에게 이렇게 확인하곤 했다.


“그럼. 이 얼굴을 봐. 오빠랑 닮았잖아!”


다이엔은 귀엽게 눈을 흘기면서 유스틴을 끌어안았다. 부모가 달라 닮지 않았음이 분명한데도 두 남매는 어딘가 닮았다.


“나는 오빠의 다이엔이야. 갈게. 오빠도 잘 다녀와.”


남매는 집 앞에서 헤어졌다.


다이엔이 씩씩하게 걸어가는 길을, 유스틴은 끝까지 바라보다가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했다.




*


“실례합니다.”


다이엔이 킨슬리의 도넛 가게 문을 열자 ‘딸랑’하고 가게 문 위에 달린 종이 소리를 냈다.


가게 안에는 작은 테이블이 다섯 개 정도 있었고, 가게 안쪽으로 카운터가 있었다. 그리고 카운터 옆쪽의 긴 매대에는 이미 만들어진 도넛들이 반쯤 진열되어 있었다.


도넛을 튀기는 고소한 냄새가 가게 안에 가득했다. 아직 가게 문을 열기 전이니 저 안에서 지금도 도넛을 튀기는 중인 것 같았다.


지금 막 튀긴 도넛을 생각하니 입에 저절로 침이 고였다.


날마다 도넛을 튀기면 찌든 기름내 같은 것이 남아있을 법한데도 안에는 오로지 고소한 냄새뿐이었다. 깨끗하게 관리되는 가게 안을 보니 다이엔은 기분이 좋아졌다.


“어서 오세요! 아, 혹시······ 면접?”


카운터 안쪽의 주방에서 머릿수건을 벗으며 나이가 제법 되어 보이는 여성이 나오더니 그녀를 보고 넉넉한 미소를 지었다.


여성은 짙은 남색 머리를 하나로 묶고 있었는데 사이사이에 흰 머리가 꽤 많이 보였다. 나이는 한 50대 중반? 후반? 어쩌면 그것보다 더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볼은 끓는 기름의 열기 때문인지 발그스레 해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 빨간 볼과 동그란 갈색의 눈 때문에 약간 귀여워 보이는 인상이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다이엔이 오빠가 가르쳐준 대로 허리를 구십 도 정도로 굽히며 맑고 또렷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아이고, 무척 예쁜 아가씨가 왔네. 잠깐 이리로 앉아요.”


여자는 카운터에 가까운 테이블을 손짓했다.


“지금 도넛을 튀기던 중이라. 잠깐만 기다릴래요?”


다이엔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 앉았고, 여자는 다시 카운터 뒤쪽으로 사라졌다.


다이엔은 다시 가게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 작은 가게인데도 사람이 필요한 건가?’


기다려도 여자가 나오지 않아서 다이엔은 가게 안을 걸어 다니며 둘러보기 시작했다.


가게의 한쪽 벽에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 계피 설탕 도넛 : 10티에르 / 1개 ]


‘단일 메뉴네. 10티에르면 싼 건가?’


그녀는 실비아일 때도 다이엔일 때도 돈에 대한 감각은 별로 없었다. 자신이 직접 뭔가를 사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100티에르가 1비에르니까······,


다이엔은 잠깐 계산해 보았다.


그레이하운드의 용병으로 간 그레이슨의 월급 10만 비에르면 ······


허억! 도넛을 백 만개나 살 수 있는 돈이야!


와. 오빠 돈 많이 버는구나.


다이엔은 돈을 많이 버는 만큼 위험한 일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리고 새삼 부모님이 빌린 3백만 비에르가 얼마나 큰 돈인지 깨달았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다시 머릿수건을 벗고 나온 도넛 가게의 사장, 킨슬리가 걸어오며 말했다.


그녀는 막 튀긴 도넛 몇 개를 접시에 담아서 테이블에 놓았다.


“먹어 봐요. 지금 한 거라 맛있을 거야.”


“어, 제가 먹어도······?”


다이엔이 망설이자 킨슬리가 웃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서 주는 거니까 사양 말고 먹어요.”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녀는 냅킨으로 조심히 도넛을 싼 다음에 반으로 잘랐다. 그리고 통째로 입안에 넣었다.


“으아아아! 정말 마이써요!”


흥분한 다이엔이 입안 가득 도넛을 우물거리며 녹안을 반짝였다.


“제가 얼마 전에 크게 다쳤었는데 그때 오빠가 이 도넛을 사다 줬었거든요. 저는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게 있다는 걸 이십육-, 아니, 십 구 년 평생에 처음 알았다니까요!”


“어머, 그랬어요? 호호호호.”


“네, 사장님! 사장님의 도넛은 정말 최고예요! 진심으로요!”


킨슬리는 다이엔이 말하는 것을 들으며 폭소했다.


“내가 그동안 별의별 손님들을 다 만나 봤지만 아가씨처럼 극적인 반응은 또 오랜만이네.”


“그런데요, 사장님.”


다이엔은 우물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계피 설탕에 굴린 도넛밖에 없나요?”


미소를 띠고 있던 킨슬리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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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27.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아요 21.05.06 59 1 13쪽
26 #26. 채권 채무자 말고 친구. 21.05.05 60 1 13쪽
25 #25. 좀 설렁설렁 넘어가지. 21.05.04 54 1 13쪽
24 #24. 나의 친구, 끝까지 평안하기를. 21.05.03 62 1 13쪽
23 #23. 너 늙다구리 아줌마 같애. 21.05.03 53 1 13쪽
22 #22. 수상한 여자, 더 수상한 남자 21.05.02 60 1 13쪽
21 #21. 받은 건 돌려 줘야 하는 게 상도덕 21.04.30 57 1 13쪽
20 #20. 나는 원래 얼굴이 제일 예뻐. 21.04.30 67 1 13쪽
19 #19. 방금 나 죽을 뻔한 거지? 21.04.30 67 1 13쪽
18 #18. 그렇게 그는 XX가 되었다. 21.04.29 6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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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역시 오빠는 나를 사랑하는 거지? 21.04.27 73 1 13쪽
14 #14. 공정함도 때로는 불합리할 수 있다. 21.04.27 65 1 13쪽
13 #13. 왜 이렇게 단단해? 21.04.26 71 1 13쪽
12 #12. 깍쟁이 사장님의 첫 계약 21.04.26 69 1 13쪽
11 #11. 다이엔의 도넛 21.04.25 71 1 13쪽
10 #10. 제가 살게요. 21.04.24 67 1 13쪽
9 #9. 이백만 비에르! 21.04.23 77 1 13쪽
8 #8. 오래 살아, 아가씨. 21.04.23 72 1 13쪽
7 #7. 아무한테나 웃지 마. 21.04.22 73 2 13쪽
» #6. 나는 오빠의 다이엔 21.04.22 80 2 12쪽
5 #5. 과거는 개에게 줬잖아. 21.04.22 87 2 13쪽
4 #4. 나쁜 과거를 버리는 법 21.04.21 106 2 13쪽
3 #3.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 21.04.21 131 2 12쪽
2 #2. 생일 축하해. 21.04.20 171 1 13쪽
1 #1. 플라니아 신전의 밤하늘 +2 21.04.20 295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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