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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가R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촉한대장위연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완결

조작가R
작품등록일 :
2021.05.23 18:30
최근연재일 :
2021.10.11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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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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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53,687

작성
21.05.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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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추풍오장원(秋風五丈原)(2)

DUMMY

“이렇게 빠르게 부르실 줄은 몰랐습니다.”


“자네와 나는 오랜 시간 격조하지 않았는가.”


제갈량은 차분하게 차를 우려내며 말했다. 날은 어두워졌으나, 소란이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 군을 움직이기 위해 절 부르신 것이 아닙니까.”


위연은 인상을 쓰며 말했으나 여전히 제갈량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보다 중요한 일 때문이네.”


“지금 우리 군에 그 보다 중요한 일이 무엇이 있습니까? 당장 사마의의 목을 따고 장안으로 진격하여 선주의 한을 풀어드리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무엇입니까?”


그의 격정적인 말에 순간 제갈량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뻔 했으나,

아직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아니, 자신이 죽는 그 순간까지도 위연이 알아서는 안되었다.

그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으니...


“가장 중요한 일이네, 촉한의 대장인 자네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이지.”


“...”


위연은 촉한의 대장이라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언제나 선봉에 세우고, 중책을 맡겼음에도 제갈량이 자신을 그렇게 불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으나 가장 큰 것은 인정받았다는 기쁨이었다.


“제가 알아야 할 것이 무엇입니까.”


“대장으로서 당연히 갖추어야 할 것들이네.”


“말씀해주시면 뼈에 새겨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제갈량은 잠시 우려내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눈을 감은 채로 입을 열었다.


“먼저 대장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 하네, 이제 자네는 평범한 한 사람의 장수가 아니네, 이미 용맹으로는 돌아가신 관우, 장비님 못지않고, 전장을 읽는 눈은 조운 장군을 넘어섰으며, 사졸을 다루는 능력은 천하를 통틀어 비견할 만한 사람이 없네. 그런 자네를 잃는 것은 마치 일만의 병력을 잃는 것과 같으니 아까와 같이 목숨을 걸겠다는 말을 쉽게 해서는 안되네.”


“승상... 어찌 그런...”


위연은 제갈량을 폄하했던 자신의 지난날들이 떠올랐는지 감히 제갈량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자신의 옹졸했던 언행들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제갈량은 눈을 떠 그의 반응을 살핀 뒤 차분하게 다음을 이어갔다.


“둘째로 일의 경중을 판단할 줄 알아야 하네. 자네도 알겠지만, 무당감(無當監) 왕평과 휘하의 비군(飛軍)들은 평범한 이들이 아닐세, 만족의 전사들로 이루어져 있고,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그들을 통솔할 수 있는 것은 지역은 다르지만 특수한 표현력을 가진 파족 출신의 왕평뿐이네. 한마디로 다시 길러내기 어려운 부대이고 보기 드문 지휘관이라는 이야기네. 그들을 잃는다는 것은 지금 당장 미성을 함락시키는 것과 비교하면 득 보다 실이 많을 수 있네. 대장 된 자는 그러한 것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하네.”


“명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거기까지 말한 제갈량은 잠시 차를 따라 목을 축였다. 그리고 한잔을 따라 위연에게 건넸다. 위연은 두 손으로 공손하게 찻잔을 받았다.


“마지막이 가장 중요한 것이네.”


“경청하겠습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주변을 살펴야 하네. 이것을 잘해야만이 진정한 대장의 역할을 해낼 수 있네, 천하에 이것을 가장 잘 한 사람으로는 감히 선주를 들고 싶네, 그분은 부하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고, 부하들을 항상 주시했으며 그를 토대로 적재적소에 인재를 활용하는 능력이 있으셨네, 자네가 일개 병졸에서 대장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이나, 촌부에 불과했던 나의 허무맹랑한 계획을 듣고도 나를 군사로 삼아주신 것을 일례로 들 수 있을 것이네.”


“반면교사(反面敎師) 해야 할 것은 안타깝게도 선주의 형제들이었던, 관우, 장비 장군이네. 두 사람 다 무능하다는 이유로 아랫사람을 매질하고 모욕하여, 생사를 함께 해야 할 부하들의 두려움을 사, 종국에 국가의 존망(存亡)이 걸린 중요한 전투에서 크나큰 실책을 유발했네. 이는 대장으로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일이네.”


“.... 그렇군요”


거기까지 말한 제갈량은 다시 한번 차로 목을 축였고, 위연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내가 무슨 말이 하고 싶었는지 알겠는가?”


“.... 알 것 같습니다.”


위연은 꺼림칙한 표정이었다. 제갈량은 이제 돌려 말하지 않았다.


“자네는 이제 촉한의 대장이고, 양의는 자네가 반드시 품어야 할 사람이네. 병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자네가 아닌가. 지난 북벌들을 떠올려보게.”


“...”


“사람이 매사에 불만이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네, 그러한 불만을 표현하면 무능하거나 무지하다고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그의 주장을 들어주고 어느 정도 의견을 수용해 주는 모습도 보여주어야 하는 법이네. 자네는 이제 대장이 아닌가. 그것은 단지 직위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네.”


“...”


“자네가 낮에 이야기했듯이 자네는 선주가 형주에서 조조에게 도망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 촉을 위해 일해왔네, 이제 그 시절을 함께했던 여러 사람들이 세상을 등졌고, 자네와 나만이 남아 이 나라를 지탱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그대의 불만만 이야기할 생각인가. 이젠 자네의 말을 들어줄 사람은 없네. 자네가 들어줄 차례지.”


위연은 답하는 일 없이 조용히 입을 닫고 있었다. 머리로는 제갈량이 하는 말을 이해하려 하고 있었으나, 감정적으로 낮에 다투었던 양의의 말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제갈량은 그러한 위연의 생각을 간파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몸소 그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으며 간곡히 부탁했다.


“문장, 갑작스럽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지금부터는 주변을 돌봐야 하네, 자신의 주변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사태의 경중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네, 그리한다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자네를 촉한의 대장이라 여길 것이네. 그래 줄 수 있겠는가?”


위연의 두텁고 뜨거운 손과 대비되게 제갈량의 손은 차갑고 가늘어 마치 앙상한 나뭇가지와 같았다. 그런 제갈량의 손이 자신의 손을 힘껏 감싸는 것을 느낀 위연은 차마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소장,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위연의 답을 들은 제갈량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믿고 있겠네. 그대도 끝까지 나를 믿어주길 바라네. 우리가 함께 염원하던 북벌을 이룰 그날까지...”


“제가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승상이 말씀해 주신 것을 믿고 의지하겠습니다.”


...


본진의 군영을 벗어나 말을 타고 이동하던 위연은 상념(想念)에 젖었다.


병졸로 난세에 발을 들여, 공을 세워 아문장이 되고 선주의 은혜를 입어 한중 태수, 북벌의 공을 세워 양주자사 그리고 정서장군이 되기까지, 30년의 세월이 마치 한 순간처럼 그의 머리를 스쳐갔다.


형주 시절 관우, 장비, 조운, 진도 등 오랜 시간 선주를 모신 기라성(綺羅星) 같았던 고참들이 있었기에 그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유비군의 힘은 아직 미약했고 위에 언급된 우리 군의 장수들 못지않게 적들 또한 조인, 서황, 악진, 이통, 하후돈 등 중원에 이름난 명장들이었다. 양의에게 말했던 것처럼 전투 하나하나가 모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치열한 전장이었다.


지옥 같았던 전장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 보니 선주의 눈에 들었고, 입촉의 시기가 왔을 때, 선주는 잊지 않고 그를 데리고 갔다.


그때부터 전장을 누비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갈수록 전선은 넓어져 갔고, 그가 할 일은 많아졌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제갈량이 말했듯이 오랜 기간 촉을 지탱하던 장수들이 하나 둘 모습을 감췄고, 어느덧 그는 군의 최고참 반열에 올라있었다.


‘그래,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었다.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지. 돌아가신 조운 장군이나, 한중에 있는 오의 장군은 항상 주변에 의견을 물었었는데 말이야...’


문득 자신의 손을 잡았던 앙상한 나뭇가지 같던 제갈량의 손이 떠올랐다.


‘어쩌면 승상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럼 이제 전장을 제대로 아는 것은 오직 이 위연뿐이다. 그렇기에 나를 촉한의 대장이라 추켜세워준 것인지도 몰라... 그래, 응당 승상의 뒤는 내가 잇게 될 것이다. 오늘 나를 불러 격려한 것도 그러한 이유였을 것이야. 그렇기에 중요한 일이라 한 것이고... 이제야 승상의 뜻을 완벽히 이해하는군. 그렇다면 승상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해야겠지.’


생각이 거기에 미쳤을 때,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이 올라왔다. 스스로 해야 할 일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내서 양 장사에게 사과를 하러 가야겠군.’


...


“아버지!! 아버지!!”


“무슨 일이냐? 적습인가?”


어제는 막사에 돌아와 잠을 청했으나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조금 늦은 시간 잠이 들었다. 그 때문인지 그는 조금 몽롱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위일은 그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 같은 소식을 전했다.


“승상께서 지난 밤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뭐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분명 어제 나와 담소를 나눌 때만 해도...”


순간 앙상했던 그의 손과 자신의 손에 전해졌던 냉기가 다시금 떠올랐다.

그리고 부쩍 수척해졌던 얼굴도, 그리고 자신에게 했던 말들도.

더 이상 그의 불만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말은 그런 뜻이었다.

그는 하늘을 보고 탄식했다.


“아! 승상이 나에게 뒤를 부탁한 것이었구나!! 이 위 아무개가 어리석어 승상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했다!”


위연은 눈물을 흘렸으나, 아들 위일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정말 승상께서 아버지에게 뒤를 맡기셨습니까?”


“그래... 승상께서 어제 나를 불러 촉한의 대장이라 칭하시고, 대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 그것이 승상의 유지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좀 더 많은 말을 들어둘 것을...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나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스럽구나.”


“...”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은 위일의 표정은 갈수록 일그러졌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이 분명했다.


“왜 그러는 것이냐? 너의 표정을 보니 무언가 더 보고할 것이 있는 모양이구나. 어서 말해보아라.”


“그것이...”


위일은 말하기를 망설였다. 위연은 불길하여 그를 다그쳤다.


“어서 말을 해보래도!! 승상이 돌아가신 것에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이냐!! 그런 것이야!!”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돌아가신 이후의 상황이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과 너무 달라서...”


“이후의 상황이 다르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답답하게 하지 말고 어서 고해라!”


망설이던 위일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장사 양의를 중심으로 철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승상의 뜻이라고 합니다.”


“철군이라니 그게 무슨 개 같은 소리냐!!!”


위연의 얼굴은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작가의말

추천, 선호작 등록, 댓글 모두 감사합니다.


ㅠㅠ 아직도 형님전을 기억해주신 분들이 있어서 너무 기쁩니다.


더 나은 작품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하루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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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61 환후마유상
    작성일
    21.05.27 19:37
    No. 1

    양의 이 놈 가만 두지 않겠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n8******..
    작성일
    21.06.09 13:05
    No. 2

    양의가 위의 충신인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굽네인간
    작성일
    21.07.23 21:09
    No. 3

    위연은 진짜 저리 생각했을듯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n2******..
    작성일
    21.11.02 19:19
    No. 4

    위연은 유비에게 충성충성하고 제갈량에겐 좀 틱틱거리는 맛이 있어야 위연다운데 제갈량이랑 너무 사이좋은거 아님? 말하는거 보면 위연이 아니라 조운인줄? 솔까 인상가지고 반골의 상이라고 평생 까대면서 중용안하다가 나중에 자기 디지기전에 반란일으킬거 같다며 숙청까지 했는데 제갈량이랑 사이가 좋을수가 있나. 문관끼리라도 원수되고도 남을텐데 위연은 딱히 유학 공부한적도 없는 병사출신 무장이잖아. 속으로라도 시원하게 쌍욕 박는게 위연답지.

    찬성: 0 | 반대: 2

  • 작성자
    Lv.99 에스테노스
    작성일
    22.10.10 23:48
    No. 5

    그래도 저당시 무장중에 믿을만한건 의연밖에 없지 않았을까..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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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외전 - The Last Dance(1) +8 21.10.06 1,592 49 16쪽
103 에필로그 +13 21.10.04 1,934 67 6쪽
102 의지의 실현(6) +11 21.10.04 1,572 57 13쪽
101 의지의 실현(5) +3 21.10.02 1,379 47 15쪽
100 의지의 실현(4) +6 21.10.01 1,305 48 11쪽
99 의지의 실현(3) +4 21.09.30 1,377 44 12쪽
98 의지의 실현(2) +7 21.09.29 1,372 46 12쪽
97 의지의 실현(1) +3 21.09.27 1,357 53 10쪽
96 대장의 의미(7) +9 21.09.26 1,356 54 10쪽
95 대장의 의미(6) +4 21.09.17 1,427 45 11쪽
94 대장의 의미(5) +5 21.09.17 1,354 50 13쪽
93 대장의 의미(4) +5 21.09.16 1,393 50 11쪽
92 대장의 의미(3) +13 21.09.12 1,484 53 12쪽
91 대장의 의미(2) +4 21.09.11 1,484 52 13쪽
90 대장의 의미(1) +6 21.09.09 1,465 58 10쪽
89 선택(2) +5 21.09.08 1,405 55 13쪽
88 선택(1) +3 21.09.05 1,527 47 11쪽
87 기회(3) +8 21.09.04 1,442 52 9쪽
86 기회(2) +1 21.09.02 1,461 4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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