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작가R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촉한대장위연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완결

조작가R
작품등록일 :
2021.05.23 18:30
최근연재일 :
2021.10.11 01:14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279,142
추천수 :
7,414
글자수 :
553,687

작성
21.09.12 18:30
조회
1,467
추천
53
글자
12쪽

대장의 의미(3)

DUMMY

잘 훈련된 병사들이다. 용맹을 뽐내다가도 퇴각의 징소리가 들려오면 바로 물러난다. 북소리가 울리면 목이 쉴 때까지 함성을 멈추지 않으며 망설임 없이 전장으로 뛰어든다.


장수들의 표정은 비장하기 그지없다. 그것은 원한으로 인한 분노나, 성을 함락시키기 위한 조급함에서 나오는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저런 표정은 자신들을 지휘하고 있는 지휘관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육손과 정봉은 훌륭한 지휘관이다.


하지만 떠나기 전 남긴 대장군의 전언으로 볼 때, 분명 저들은 머지않아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근심과 걱정이 떠나질 않는다.


나는 과연 대장군이 말한 그때까지, 이 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어려울 것 같다. 함곡관이 무너지고 낙양이 위태롭다는 소문은 이미 병사들 사이에 파다하게 퍼져있다. 게다가 대장군과 원군들이 이곳을 떠나는 것을 모든 장병들이 목격하였다.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그것을 끌어올릴 방도는 떠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관구검 장군마저 패퇴하였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날로 탈영병들은 늘어나고, 성문을 열고 투항하려는 자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앞으로 길게 버티면 2~3일, 짧으면 하루... 이성은 함락될 것이다.


내 나이도 60이 다 되었다. 장수로서는 정남장군에 올랐고, 오랫동안 형북을 지킨 공을 인정받아 작위 또한 수여받았다. 내 삶에 후회는 없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 또한 아쉽지 않으나.


내 아들은 다르다. 아직 아무런 것도 이루지 못한 나의 아들들은 다르다. 그들은 반드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할 것이다.


왕창은 아들 왕혼을 불렀다.


“금일 저녁, 왕륜(둘째)과 함께 탈영병으로 위장하여 성을 빠져나가라. 적들이 탈영병들을 크게 경계하고 있지 않으니,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버지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끝까지 아버지와 함께...”


“멍청한 것!! 여기서 모두 죽으면 누가 허현과 낙양을 지킬 것인가!! 나아가 누가 폐하를 지킬 것인가!! 너를 살리는 것은 사사로운 정 때문이 아니라, 대의를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버지도 함께 가십시오.”


“어린아이 처럼 굴지 마라, 누군가는 당연히 성을 지켜야 한다. 대장이란 자가 몸을 숨겨 빠져나간다면, 누가 남아서 이 성을 지키겠느냐. 또한 어떤 병사가 앞으로 장수를 믿고 전장에 나서겠느냐.”


왕혼은 아버지를 설득하고 싶었으나, 대의를 내세운 아버지의 말을 반박할 수 없어 그져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충분히 백 마디 말보다 왕창의 가슴을 파고들었으나, 왕창의 결심은 확고하였다.


“또한, 어린 동생을 생각하거라, 네가 무사히 탈출하여 동생을 안전한 곳으로 보내고, 허현을 지키고 나아가 폐하를 보필한다면 나는 저승에서도 기뻐할 것이다.”


“아버지...”


“가거라, 내가 할 말은 끝났다.”


그렇게 말한 왕창이 뒤돌아서자, 왕혼은 그에게 엎드려 절하고 길을 나섰다.


...


“위연이 관구검을 기습하여 대파했다는 소문까지 나 탈영병들은 더욱 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말로 완성을 함락시킬 때입니다.”


정봉의 말에 육손은 고개를 끄덕였고,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10만에 이르는 오군의 진격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성문이 열렸다.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 이들이 성문을 열고 투항한 것이다.


오군은 망설이지 않고 성내로 진입하였다. 단숨의 성문을 장악한 오군은 성벽에 있던 위군을 몰아붙이기 시작했고, 결국 왕창은 궁지에 몰렸다.


오랫동안 그를 보좌해왔던 부관들과 호위병들만이 그의 편에 서서 끝까지 저항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병사들은 죽거나 투항하였다.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정봉이 나섰다. 몇 차례 창을 휘두름으로 왕창을 지키던 호위병 너댓 명을 쓰러트린 정봉은 왕창을 보며 말했다.


“쓸데없는 희생을 늘리지 말고 나와서 목을 내밀어라.”


왕창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쓸데없는 희생 따위는 없다. 나는 여기서 쓰러질 것이지만, 분명 내 뒤를 잇는 자가 있을 것이며 내가 버틴 시간으로 인해 너희는 분명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물러나게 될 것이다.”


“흥, 너희를 모두 도륙하는 것은 일각(15분)이면 충분한데, 그걸로 무엇이 바뀐단 말이냐?”


그렇게 말한 정봉은 창을 휘두르며 왕창에게로 달려들었고, 그의 병사들 또한 나섰다.


왕창과 휘하의 병사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여 저항하였으나, 정봉의 말대로 일각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남은 것은 왕창과 너댓 명의 병사들 뿐이었다. 정봉은 그것을 보고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


“일각은 넘겼군, 수고 많았다. 그만 죽어라.”


호위병들은 쓰러지고, 왕창은 전력을 다해 마지막까지 저항하였으나, 열합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 그의 창이 왕창의 심장을 꿰뚫었다. 하지만 왕창은 거기서 쓰러지지 않고 그의 창을 잡은 채로 말했다.


“너희는 결코... 더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정봉은 그의 마지막 말에 불길함을 느껴 미간을 찌푸렸고, 곧 창을 뽑아내어 그의 숨통을 끊었다.


공성이 끝나고, 모두가 기뻐하였으나 왕창의 마지막 말은 계속해서 정봉의 귓가를 맴돌았다. 그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본 육손이 와서 물었다.


“부상이라도 당한 것인가? 오늘같이 기쁜 날 어째서 표정이 그러한 건가?”


육손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기에, 그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별 일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는 정봉을 잠시 바라보던 육손은 곧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완성을 무너트리고도 불안한 자네의 마음을 이해하네, 오랫동안 이곳을 노리고 공격해 왔으나 번번이 실패했었으니까, 이렇게 간단히 무너지는 것은 불안할 수밖에 없지.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희생을 치르지 않았는가. 의미 없다 여겼던 여러 희생들이 힘을 발휘하여 오랫동안 난공불락이라 여겼던 조위를 무너트리고 있는 것이네. 그러니 너무 불안해할 것 없네.”


육손은 정봉을 안심시키고자 한 말이었으나, 그 말은 오히려 정봉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이것은 마치 죽은 왕창의 말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왕창이 했던 말들에 대해서 말하려 할 때, 육손이 말했다.


“내일, 날이 밝는 데로 허현으로 진군할 것이네, 위연과 사마사가 낙양에서 다투는 사이, 그곳을 포위하고 강하로 이어지는 길을 끊는다면, 주연 장군은 충분히 강하를 무너트릴 수 있을 터, 그와 합류하여 허현을 함락시키고, 여남으로 진군하여 예주를 손에 넣을 것이네. 나아가서 염원하던 합비, 회남까지... 우리는 계속 진군할 것이네.”


육손의 말을 듣고 정봉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이면 허현으로 진군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왕창의 말은 그저 죽어가는 자의 저주로 공허하게 남게 될 것이다. 괜히 이상한 말을 전하여 육손을 불안하게 할 필요 없다. 오랜만에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그의 심기를 흐릴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한 정봉은 그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육손에게 화답하였다.


다음날 정봉은 일찍부터 병사들을 정비하도록 하고 출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다급한 전령 하나가 도착하였다.


“우 대사마께서 5천 군사를 이끌고 이곳으로 오고 계십니다.”


“전종 장군이? 원군으로 오시는 건가?”


정봉은 그렇게만 생각하고 곧 그 소식을 육손에게 전하였다. 하지만 육손은 그 소식을 듣자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것을 본 정봉이 물었다.


“폐하께서 원군을 보내신 게 아니겠습니까. 합류하여 출진할 준비를 하고 있겠습니다.”


하지만 육손은 그것에 답하지 않고 고개를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야... 아닐 것이다.”


장고 끝에 나지막이 내뱉은 그 말에 정봉이 영문을 모른 채 당황하고 있을 때, 전종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육손과 정봉이 그를 맞이하기 위해 나갔으나, 전종은 그들을 찾아 이미 근처에 와있었다. 그들을 보자마자 전종이 말했다.


“육손과 정봉은 칙령을 받으시오.”


그 말에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자 전종은 칙서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승상 육손은 군을 움직이며 황제의 허락 없이 여러 차례 독단으로 서촉과 협정을 맺어왔고, 이것은 대부분 국가의 이득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서촉에 이득을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짐이 여러 차례 이것을 경계하고 승상 육손에게 서촉과 손을 잡지 말라 일렀으나 그가 이번에도 이것을 무시하고 사사로이 군사를 움직여 서촉을 도왔다. 짐은 더 이상 이것을 좌시할 수 없어 육손의 승상직과 군권을 박탈하니, 그와 협조한 정봉과 함께 도성으로 돌아와 이것에 대한 해명을 하고, 죗 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전종은 이것을 읽기를 마치고, 곧 병사들로 하여금 그들을 포박하도록 하였다.


정봉은 분개하여 출수하려 하였으나, 육손은 다급히 그것을 막고 물었다.


“이것이 정녕 폐하의 뜻인가.”


전종은 말없이 칙서를 육손에게 건넸다. 그곳에는 분명 손권의 날인이 되어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확인한 육손은 전종에게 말했다.


“이것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조위의 공작이라는 것을 자황(전종의 자) 자네가 모르지 않을 터, 어째서 그저 좌시하여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인가.”


하지만 전종은 답하지 않고 병사들에게 그를 포박할 것을 재촉하였다.


“손패의 편을 들고 있는 자네의 아들들 때문인가? 내가 자네의 아들(전기)을 비난한 일로 원한을 가져 전공주(손노반)가 이러한 일을 획책(劃策)한 것인가!? 지금이 천하의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 협잡(挾雜)질로 이러한 기회를 놓친다면 다시는 우리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을 모르는 것인가!!”


육손의 말에 전종은 한숨을 내쉬고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게 입장을 확실히 했어야지.”


그 말을 들은 육손은 크게 분노하였고, 무언가 말하려 하다가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말았다. 정봉은 다급하게 그를 부축하였다.


“대도독!! 대도독 정신 차리십시오!!”


하지만 그러한 외침에도 육손은 답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다.


그가 다시 눈을 뜬 곳은 동오로 향하는 선상(船上)이었다.


정봉은 그가 깨어난 것을 보고 급히 의원과 육항을 불러오도록 하였으나, 육손은 그에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정봉에게 말했다.


“폐하를 뵙거든, 그저 모든 것을 나의 탓으로 돌리시게.”


“대도독!!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라도 남아야 형주를 지킬 수 있을 것이네, 출수를 막았던 것도 그 때문이니, 주연과 함께 형주를 지키시게... 그리고 나의 아들... 육항을 부탁하겠네. 지혜롭고 제 몸하나 지킬 능력은 갖추고 있으니...”


“대도독!! 제발 그런 말씀을 하지 마십시오!!”


정봉의 말에도 육손은 말을 계속하였다.


“폐하께서 태자의 일을 물으시면 스스로를 낮추고 아무것도 모른다 하시게, 이 일에 쓸데없이 휘말려서는 안 될 것이네, 내가 출진 전에 쓸데없는 말을 하여 스스로 화를 자초했던 것 같네. 자네는 부디 화를 피하시게.”


정봉은 그 말에 답하지 못하고 그저 눈물을 흘렸다. 육손은 그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엇을 위해 싸웠던가... 허망하구나...”


파직당한 육손은 오군으로 향하던 선상에서 숨을 거두니,


245년 초, 그의 나이 62세의 일이다.


작가의말

댓글 추천 선호작등록 감사합니다.


9/11일 휴재분입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 촉한대장위연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늦었지만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21.10.11 175 0 -
공지 두번째 추천글 감사드립니다. +1 21.07.24 230 0 -
공지 추천 글에 대한 감사글 + 비하인드 +5 21.07.18 2,237 0 -
108 후기 +36 21.10.11 1,732 70 3쪽
107 외전 - The Last Dance(4) +6 21.10.10 1,590 56 16쪽
106 외전 - The Last Dance(3) +5 21.10.09 1,334 47 11쪽
105 외전 - The Last Dance(2) +2 21.10.07 1,400 49 11쪽
104 외전 - The Last Dance(1) +8 21.10.06 1,571 49 16쪽
103 에필로그 +13 21.10.04 1,904 67 6쪽
102 의지의 실현(6) +11 21.10.04 1,551 57 13쪽
101 의지의 실현(5) +3 21.10.02 1,360 47 15쪽
100 의지의 실현(4) +6 21.10.01 1,288 48 11쪽
99 의지의 실현(3) +4 21.09.30 1,360 44 12쪽
98 의지의 실현(2) +7 21.09.29 1,356 46 12쪽
97 의지의 실현(1) +3 21.09.27 1,340 53 10쪽
96 대장의 의미(7) +9 21.09.26 1,339 54 10쪽
95 대장의 의미(6) +4 21.09.17 1,412 45 11쪽
94 대장의 의미(5) +5 21.09.17 1,339 50 13쪽
93 대장의 의미(4) +5 21.09.16 1,378 50 11쪽
» 대장의 의미(3) +13 21.09.12 1,468 53 12쪽
91 대장의 의미(2) +4 21.09.11 1,467 52 13쪽
90 대장의 의미(1) +6 21.09.09 1,449 58 10쪽
89 선택(2) +5 21.09.08 1,390 55 13쪽
88 선택(1) +3 21.09.05 1,511 47 11쪽
87 기회(3) +8 21.09.04 1,426 52 9쪽
86 기회(2) +1 21.09.02 1,446 47 10쪽
85 기회(1) +1 21.09.01 1,498 48 11쪽
84 촉한대장위연 +3 21.08.27 1,698 54 9쪽
83 각자의 길(6) +8 21.08.26 1,503 61 15쪽
82 각자의 길(5) +3 21.08.25 1,485 5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