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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가R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촉한대장위연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완결

조작가R
작품등록일 :
2021.05.23 18:30
최근연재일 :
2021.10.11 01:14
연재수 :
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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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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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52
글자수 :
553,687

작성
21.05.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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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글자
12쪽

위연의 난(亂)(1)

DUMMY

병졸들의 눈에는 하나하나 독기가 서려있었다.

그것은 승상을 잃은 슬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의 분노에서 비롯된 것일까...


단순히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들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조금 더 남달랐다.

근처에만 가도 몸이 저려올 정도로 음습하고 싸늘한 기운, 죽음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수많은 전장에서 생사를 넘나들었던 역전의 용사들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곳의 대장이 그러한 기운을 똑같이 품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정서장군 위연의 부대는 그런 부대였다.

언제나 촉한의 선봉에 서왔던 부대,

언제나 최전선을 떠나본 일이 없는 부대.

언제나 사지를 온몸으로 돌파해 온 부대.


어쩌면 촉군은 이 부대를 적으로 돌리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지금 장군을 만나보면 알게 될 것이다.


“사마(司馬) 비의 입니다.”


막사 앞을 호위하던 병사들이 길을 막기에 그렇게 외치자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길을 터라.”


살벌하고 삼엄한 경계였다. 같은 촉군이 왔는데도 이런 식이라니...

이미 우리를 적으로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려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정서장군을 뵙습니다.”

“어서 오시오.”


서로 간의 인사치레를 마치고 비의는 자리에 앉았다.


위연은 아까부터 살기등등한 눈을 하고 비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강렬하여 숨이 막히고 입을 뗄 수 없었다.

전장에서 그를 마주했을 장수들이 느꼈을 죽음의 공포를 체험할 수 있었다.


“승상께서 돌아가셨다고 들었소.”


먼저 입을 연 것은 위연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어제 늦은 저녁 침소에서 눈을 감으셨습니다.”


“사마의가 틈을 노리고 공격해 올 수 있어, 전선을 떠날 수 없음이 한스럽구려.”


“승상께서도 이해하실 겁니다.”


“그래, 당연히 승상께서도 이해하실 것이오. 그 누구보다 북벌을 원하셨으니까. 이 위연은 승상의 유지를 받들어 원정을 계속할 생각인데, 그대들은 어쩔 생각이오.”


역시나.. 이렇게 나오는구나.


“전장을 지휘하던 승상께서 돌아가셨으니... 상여를 운구해 장례도 치러야 하고... 아무래도 철군을 하는 것이...”


비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위연은 팔을 걸치고 있던 의자를 내리치며 분노했다.


“어찌 한 사람이 죽었다고 천하 대업을 그만둘 수 있단 말인가!! 승상이 돌아가셨다고 해도 이 위연을 비롯한 촉한의 장병들은 건재하다. 나는 응당 이들을 이끌고 적을 토벌할 것이다!!”


아... 역시 이 사람은 철군할 생각이 없구나... 그래도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봐야 한다. 그것이 승상의 뜻이니...


“장사 양의와 호군 강유가 함께 승상의 마지막을 지켰습니다. 승상께서는 본인이 죽은 이후 장사 양의가 지휘를 맡아 본대를 이끌어 철군하고, 호군 강유가 다음을 잇게 하며, 위연 장군이 후위를 지키도록 하였습니다. 이것이 승상의 뜻이고,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입니다.”


위연은 콧방귀를 뀌고 단호하게 말했다.


“개소리다. 나도 승상을 뵈었다. 승상은 끝까지 북벌을 꿈꾸고 계셨다. 나로 하여금 대장을 맡아 그대들을 이끌고 이 촉한의 숙원을 이루길 기원하셨다. 한데 양의의 지휘 하에 철군을 하라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인가. 이는 양의가 꾸민 일이 분명하다. 문위, 그대도 알 것이 아닌가!! 승상이 얼마나 북벌을 원하셨는지!!”


“승상께서 본인이 돌아가시면 사기가 꺾일 것이니, 일시적으로 물러나 지키며 다시 기회를 노리라고 하셨습니다. 이 비의에게 무리해서는 안된다고 수차례 당부하셨습니다.”


“척박한 촉한 땅에서 10만의 정병을 길러내셨고, 매번 발목을 잡던 군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목우, 유마를 개발하셨다. 그것으로도 부족하다 여기시고 남중에 있던 장익을 불러올려 둔전까지 실행하셨다. 이번에야 말로 끝을 보겠다는 승상의 뜻을 자네라면 누구보다 잘 알 것이 아닌가!!”


비의는 질끈 눈을 감았다. 역시 듣질 않는구나!! 당신의 말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승상의 그러한 뜻에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다. 지금 그것은 완전히 엇나가고 있다.


“보아라, 승상의 질문에 언제나 막힘없이 답해오던 그대 조차도 확실히 답을 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이는 분명 그대의 마음속에도 양의에 대한 의심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전선의 장군들에게 서신을 보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동의를 얻어 폐하에게 청하여 마음대로 국가의 대업을 망치려 하는 양의를 성도로 압송하도록 할 것이다. 그러니 문위 자네도 어서 이 죽간에 서명을 하시게!!”


그렇게 말한 위연은 비의에게 죽간을 던졌다. 비의는 죽간을 들어 읽어보고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승상, 이자는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안타깝지만 이자의 용맹을 다룰 수 있는 것은 오직 승상뿐이었습니다. 승상이 없다면 이자는 지금처럼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을 것입니다. 이 비의의 판단은 그렇습니다. 그러니 차선(次善)을 택하겠습니다.


비의는 말없이 위연이 던진 죽간에 서명을 했다.


“장군의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줄곧 양의의 말에 의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오! 이해해 주는 것인가! 역시 그대라면 말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어!!”


“장군 하지만 장군이 하려고 하는 일에는 작은 문제가 있습니다.”


“무엇인가?”


“만약 전선의 장군들 중 장군과 뜻이 다른 자들이 있다면, 서신을 받을 경우 큰 혼란이 올 수 있습니다. 분명 양의의 명에 따라 철군을 준비하고 있던 장수들도 있을 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촉군 전체가 위험에 빠질 것입니다.”


“그렇겠군....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나.”


“장군, 제가 생각건대 양의가 이렇게 일을 벌인 것은 승상이 갑자기 돌아가셨기에 겁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양의는 본래 문관의 일을 맡아보던 자로 소심한 면이 있다는 것을 장군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자가 좀 겁이 많기는 해, 어제도 내가 조금 윽박질렀다고 울음을 터트리더군.”


어지간한 무장이 아니고서야 당신이 그리해서 울지 않는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렇습니다. 그러니 제가 가서 그를 설득해 보겠습니다. 어차피 승상의 상여를 운구할 사람도 필요하니 그가 그 역할을 맡아 성도로 내려가고, 병권은 장군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렇게 하면 문제없이 북벌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군기를 어지럽히고, 승상의 유언을 날조한 양의에 대한 탄핵은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고요.”


“흠... 그렇게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위연은 흡족한 듯 수염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다시 본진으로 가 보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게.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네.”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비의가 막사를 나서려고 할 때, 뒤에서 누군가 그를 다급하게 잡았다.


순간 누군가 자신의 속내를 눈치챘다고 생각한 비의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뒤를 돌아보니 놀랍게도 위연이 그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

놀란 비의는 그 순간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문위, 나의 뜻을 알아줘서 기쁘네, 이렇게 도와줘서 고맙고, 나 혼자 계획을 실행했다면 전선에 큰 혼란을 가져올 뻔했어. 승상께서도... 사실 확답을 주시진 않았지만, 분명 북벌을 계속하길 원하셨을 것이네.”


“그럴 것입니다. 잠시나마 철군하는 것이 옳다고 여겼던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연은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하하, 뭐 자네도 그리 생각을 하고 있던 거니까... 뭐 깨우치다니 그런 거창한 표현을... 아무튼 몸조심해서 다녀오시게.”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을 변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결국 북벌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고집하고 있지 않은가... 철군하라는 승상의 명이 있었다는 말도 묵살하지 않았는가... 그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처세일 뿐이다. 북벌을 계속하기 위해 그런 것이다. 그는 변하지 않았다.


비의는 말을 달려 본진으로 향했다.


‘’‘


“내가 쓸데없는 일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흉악한 놈은 오로지 싸울 생각뿐입니다. 승상도 왜 그런 놈을 아직까지 내버려 두셨는지. 쯧쯧.”


“하지만 당장 군사를 움직이거나 싸울 생각은 없어 보였습니다. 이제 폐하에게 고하여...”


“승상이 돌아가신 날 이미 폐하에게 서신을 올렸습니다.”


“벌써요?”


“그 자가 이렇게 나올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기다릴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럼 폐하의 명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비의의 말에도 양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습니다. 곧 이변을 눈치챈 사마의가 움직일지도 모릅니다. 그놈이야 죽든 살든 본진을 이끌고 철군하겠습니다. 둔전을 실행하고 있는 장익 장군과 무당감 왕평에게도 이미 전갈을 보내 놨습니다.”


그 말을 들은 비의가 놀라, 확인하듯 강유를 바라보자 강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양 장사!! 정말 위연 장군과 그들의 부대를 이곳에 버려두고 떠날 참입니까!! 그럼 정말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자가 승상의 철군 명령을 무시하고 홀로 남아 싸울 것을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는 군령을 어긴 것입니다. 당장 목을 날려도 될 상황에 승상도 그렇고, 왜 그렇게 그자를 싸고도는 것입니까!!”


“사사로운 감정을 세울 때가 아닙니다. 일단은 다 같이 철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그래서 당신이 그 자의 진영에 다녀온 것이 아닙니까!! 이제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봤습니다. 그 자 때문에 전군을 위기에 처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나는 승상에게 병권을 물려받은 자로서 병력을 이끌고 철군할 것입니다.”


양의는 단호하게 말했으나 비의는 다시 한번 간청했다.


“선봉에 세워둔 장수를 버리고 철군을 하는 일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만약 그들이 잘못된다면, 앞으로 어떤 장수와 병졸들이 앞장서려 하겠습니까. 아직 사마의도 소수 부대만 보내며 눈치만 살필 뿐, 본진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디 다시 한번 생각을...”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내가 직접 가서 위연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제발 철군하자고 빌기라도 할까요? 그럼 그 오만 방자한 놈은 더더욱 신이 나서 싸우고자 할 것입니다. 승상도 그가 이렇게 싸우자고 고집부릴 것을 알았기에 철군하라 지시하고 병권을 나에게 맡긴 것이고요. 항상 출병을 청할 때마다 사마의의 목을 따겠다고 자신해왔던 그이니 알아서 이곳을 빠져나올 것입니다. 그러니 이 일을 더 이상 논할 생각을 하지 마시오.”


이 자도 위연과 다를 것이 없구나!! 승상.. 이 놈들은 모두 글러먹었습니다. 두 사람이 섞일 수 없음을 알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두 사람 다 자신의 주장만 고집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무엇에 희망을 거셨던 겁니까... 위연을 더 설득해 봤어야 했던 겁니까... 양의를 더 몰아붙였야 하는 것입니까... 승상 답을 알려주십시오.


“제가 남아서 사마의를 교란하겠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그러다 저 흉악한 놈이 본진으로 쳐들어오면 어쩌려고요!”


양의가 놀라며 말하자 강유는 뒤돌아 외면하며 말했다.


“왕평 장군과 장익 장군이 곧 합류하시니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강유 장군!!”


강유는 더 이상 말하는 일 없이 막사를 나섰다.


“이 놈이나 저 놈이나 하나 같이 제멋대로군... 이제 내가 승상이나 다름없거늘... 전부 잊지 않을 것이야.”


양의는 이를 갈며 분통해했고, 비의는 하늘을 보고 탄식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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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대장의 의미(2) +4 21.09.11 1,490 5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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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촉한대장위연 +3 21.08.27 1,725 5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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