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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가R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촉한대장위연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완결

조작가R
작품등록일 :
2021.05.23 18:30
최근연재일 :
2021.10.11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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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53,687

작성
21.09.27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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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의지의 실현(1)

DUMMY

밤하늘 달빛 아래서, 혹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 위연은 수도 없이 병사들을 헤아려 보았다. 수성을 하는 성벽 위에서 내려다본 일도 있었고, 적을 습격하기 위해 고지에서 적의 진영을 내려다본 일도 있었다. 그것은 단지 적의 숫자를 헤아리기 위함은 아니었다. 적들의 움직임을 살피고, 적들의 기운을 느껴 숫자만으로 알 수 없는 적의 전력을 헤아려 보기 위함이었다.


장완의 일로 계속해서 눈물이 앞을 가렸으나, 이제는 본능적으로 적들의 움직임과 기운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 갈고닦아온 본능과 여러 전장으로 갖춰진 이성은 지금이야말로 저들을 공격할 때라 말하고 있었다.


위연은 곧 눈물을 거두고, 창을 비껴 들고 성문으로 내려가


지치지 않은 말을 선별하고, 정예 병사들을 불러 모았다.


그 모습을 본 위일이 달려와 물었다.


“아버지,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위연은 위일을 보고 말했다.


“너도 준비를 하거라. 철군하고 있는 적을 추격할 것이다. 그리고 강유에게 일러 이곳은 하후패에게 맡기고, 진을 칠 준비를 하여 곧바로 나를 따르라 일러라.”


그 말에 위일은 당황하며 말했다.


“아직 병사들이 지쳐있습니다. 적어도 하루 정도는 쉰 이후에 출진하여 업현을 공격하는 것이...”


위일의 말을 잠자코 듣던 위연은 갑자기 그의 말을 끊고 물었다.


“내가 당장 출진하여 저들을 추격하려는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이번에는 맞출 수 있겠느냐?”


그 말에 위일은 전에 없던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무언가 생각난 듯 어렵게 입을 열었다.


“갑작스럽게 황도가 위협받아 병사들의 사기가 좋지 않을 것인데, 최후의 보루인 호관마저 이미 함락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가는 병사들의 사기는 더욱더 참담할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저들을 지켜보다가 그것을 간파하신 것 같습니다.”


그 답을 들은 위연은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을 재촉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위일은 또 그것에 답하지 못했다. 위연은 한시가 급하기에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말했다.


“그 답은 강유에게 듣도록 해라. 그라면 내가 전하는 말을 들으면 나의 뜻을 이해하고 두 번째 이유를 알려줄 것이다. 빠르게 다녀와라!!”


위일은 여러 이유로 다급하게 강유를 찾았고, 그를 찾아 물었다.


“장군, 아버지께서 당장 적을 추격하고자 하십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시는데, 적의 사기가 낮은 것을 제외한 나머지 한 가지 이유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강유는 다짜고짜 그렇게 묻는 위일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진정하시게, 나에게 온 이유는 그것을 묻기 위함인가?”


그 질문에 잠시 당황하던 위일은 무언가 기억난 듯 말했다.


“아버지께서 장군에게 진을 칠 준비를 하여 곧바로 뒤를 따르라 하셨습니다.”


그러자 잠시 생각에 잠겼던 강유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과연, 대장군의 생각이 지극히 옳으니, 나는 당장 진을 칠 물자들을 준비해야겠네.”


그렇게 말하고 움직이려는 강유를 잡고 위일은 애타게 물었다.


“적의 사기가 낮은 것을 제외하면 남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강유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


“다잡은 물고기가 도망치면 안 되지 않겠는가. 심지어 어린 물고기는 겁이 많으니, 더욱 그물망을 촘촘히 하여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네.”


위일은 그제야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였다.


...


함락된 호관을 뒤로하며 군을 이끌고 온 사례교위 왕경은 서럽게 눈물 흘리며 말했다.


“태조 무황제(조조)께서 태평도의 난 이후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야심을 드러내는 군웅들을 차례로 제압하시고, 천하를 평정하여, 태평성대를 여셨으며, 문제(조비)께서는 법제를 정비하고 인재를 고루 등용하여 이 왕아무개(某)와 같은 천한 농민도 관직에 오를 수 있는 세상을 만드셨는데, 이 왕모의 용맹이 보잘것없고, 지략은 적들만 못하니 나라가 위기에 처했음에도 보살핌을 받은 은혜를 갚지 못하는구나!!”


함께 온 왕침은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


“아직 황도가 함락된 것이 아니고, 폐하께서 건재하신데 어찌 벌써 눈물을 흘리십니까. 또한 대장군께서 이곳으로 오고 계시고, 황도의 병사 2만과 우리가 이끄는 3만 병사, 그리고 대장군의 병사를 합치면 그 숫자가 10만에 육박하니, 저들과 천하를 두고 일전을 벌여볼 만합니다. 그러니 눈물을 흘리는 것은 그 이후로 미뤄야 할 것입니다.”


그 말에 왕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옳은 말씀입니다. 이 왕경 사지가 부서져 가루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적들과 맞서 싸워 반드시 폐하를 지키고 다시 한번 위국의 태평성대를 이끌어 보일 것입니다.”


왕침 또한 비장하게 말했다.


“아버지(왕기) 또한 서촉의 흉적들로부터 나라를 지키다 돌아가셨으니, 후에 아버지를 뵈어도 부끄러움이 없도록 그 기개를 이어받아 저 또한 목숨을 바쳐 이 업성을 지킬 것입니다.”


대화를 하던 도중 잠시 생각에 잠겼던 왕경이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격렬한 전투가 이어질 것인데, 아직 어리신 폐하께서 상하실까 두렵습니다. 비록 천도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임시로 폐하를 남피현으로 피신시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왕침 또한 그것을 생각해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과연, 그리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하지만 일단은 대장군과 이것을 논의해 봐야 할 것입니다.”


“대장군께서도 분명 이 일에 동의하실 겁니다. 그리하여 폐하께서 남피현으로 거처를 옮기시면 우리는 저들과 마음 놓고 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왕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성에 도착하는 데로 전령을 보내어 대장군에게 이것을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면 내일 중으로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왕경은 비장하게 말했다.


“좋습니다. 그러면 저는 성벽을 보수하고 병장기를 점검하며 적과의 일전에 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대 위국의 깃발을 높이 걸어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을 것입니다!! 그리하면 적들은 감히 업성을 넘보지 못할 것이니!!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병사들의 함성이 이어졌다.


자신의 발언에 감명받은 병사들의 함성이라 여긴 왕경은 기세 등등하게 칼을 뽑아 들고 외쳤다.


“대 위국의 병사들이여!! 우리가 폐하를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소리는 먼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고, 그가 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그것이 적의 함성이었음을 깨달았다.


멀리서 본 적들의 숫자는 많지 않아 보였으나, 적장은 선봉에 서서 곧바로 후방의 병사들을 베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왕침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적들이 우리를 우습게 본 모양입니다. 중군의 부관들에게 좌우로 진형을 펼치고 적들을 포위하여 섬멸하라 전해라!”


왕침의 그러한 명령이 전해 젔음에도 불구하고 진형은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다. 왕침은 곧 혀를 차고 직접 나섰다.


“고작 저런 놈 하나 잡지 못해서야 어찌 촉의 흉적들을 상대하겠느냐!! 내 지휘에 따라라!!”


그는 촉군의 장수가 돌파해 오고 있는 곳으로 향하여 병사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겁을 먹고 감히 접근하지 못했던 병사들도 왕침이 접근하여 직접 지휘하자 진형을 펼치며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적장은 그러한 움직임에 아랑곳하지 않고 진격하였다. 그와 그를 따르는 병사들은 이러한 상황에 익숙한 듯 포위하려는 병사들보다 빠르게 움직이며 위기를 벗어나고 있었다.


어느덧 그 장수 점점 왕침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왕침 또한 이제는 그의 휘날리는 하얀 수염과 범상치 않은 용맹을 보고 그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차리자 그는 곧바로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병사들을 지휘하던 그가 도망치기 시작하자, 병사들은 겁을 집어먹고 무기를 버리고 그와 함께 등을 보이며 도망치기 시작했고, 병사들이 대열을 이탈하여 진형이 무너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도망치던 왕침은 선두에 있던 넋이 나간 듯한 왕경과 눈이 마주쳤으나, 애써 그를 외면하고 지나치며 전력을 다해 달렸다.


하지만 그를 뒤따라오던 장수는 곧 목표를 바꿨는지 곧바로 왕경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왕경은 눈앞에 벌어진 일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가 자랑스러워하던, 무려 3만에 이르는 위국의 병사들은 5천도 되지 않아 보이는 적들의 병사 앞에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등을 보이며 달아나고 있었고, 그중에는 조금 전까지 자신과 함께 분골쇄신(粉骨碎身)하여 충의를 지킬 것을 다짐한 장수도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왕경은 깨달음을 얻고 쓴웃음을 지었다.


“두려움에 찬 병사들의 숫자만 믿고 거짓 위세를 빌렸으니, 이 어찌 어리석지 아니한가, 또한 위선으로 가득 찬 소인배와 충의를 논했으니, 이 얼마나 한심한 장수인가. 어리석고 한심한 장수의 갈 길은 하나뿐이다.”


그리고 창을 고쳐 잡고 자신에게 달려오는 위연을 향해 전력을 다해 달려들며 외쳤다.


“네 이놈 위연아!! 대 위국에도 충의지사가 있음을 기억하라!!”


곧 그의 창이 위연의 창과 교차하였고


위국의 마지막 충신은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전력을 다해 도망하던 왕침은 앞질러 매복하고 있던 위일의 손에 목숨을 잃었고, 3만에 이르던 병사들은 대부분 도망하거나 투항하여, 업현으로 귀환한 자는 없었다.


이후 위연은 쉬지 않고 업현을 포위하기 시작했고, 곧이어 강유, 왕준, 양호, 부첨 등이 출진하여 포위진을 완성하였다.


사마사가 도착한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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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후기 +36 21.10.11 1,751 70 3쪽
107 외전 - The Last Dance(4) +6 21.10.10 1,609 56 16쪽
106 외전 - The Last Dance(3) +5 21.10.09 1,348 47 11쪽
105 외전 - The Last Dance(2) +2 21.10.07 1,414 49 11쪽
104 외전 - The Last Dance(1) +8 21.10.06 1,587 49 16쪽
103 에필로그 +13 21.10.04 1,924 67 6쪽
102 의지의 실현(6) +11 21.10.04 1,564 57 13쪽
101 의지의 실현(5) +3 21.10.02 1,371 47 15쪽
100 의지의 실현(4) +6 21.10.01 1,299 48 11쪽
99 의지의 실현(3) +4 21.09.30 1,371 44 12쪽
98 의지의 실현(2) +7 21.09.29 1,367 46 12쪽
» 의지의 실현(1) +3 21.09.27 1,351 53 10쪽
96 대장의 의미(7) +9 21.09.26 1,348 54 10쪽
95 대장의 의미(6) +4 21.09.17 1,422 45 11쪽
94 대장의 의미(5) +5 21.09.17 1,349 50 13쪽
93 대장의 의미(4) +5 21.09.16 1,387 50 11쪽
92 대장의 의미(3) +13 21.09.12 1,477 53 12쪽
91 대장의 의미(2) +4 21.09.11 1,476 52 13쪽
90 대장의 의미(1) +6 21.09.09 1,459 58 10쪽
89 선택(2) +5 21.09.08 1,399 55 13쪽
88 선택(1) +3 21.09.05 1,521 47 11쪽
87 기회(3) +8 21.09.04 1,436 52 9쪽
86 기회(2) +1 21.09.02 1,456 47 10쪽
85 기회(1) +1 21.09.01 1,509 48 11쪽
84 촉한대장위연 +3 21.08.27 1,711 54 9쪽
83 각자의 길(6) +8 21.08.26 1,513 61 15쪽
82 각자의 길(5) +3 21.08.25 1,495 5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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