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자네를 홀로 전선에 보내려 하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군.”
위연의 말에 강유는 웃으며 말했다.
“대도독, 이제 촉한의 전선이 저 황하보다 길게 이어져 있는데, 홀로 그 전선을 감당하실 생각이셨습니까? 그리고 왕준, 나헌 등 장군들과 방굉님까지 함께 가기로 하였는데, 어찌 혼자 보낸다 말씀하십니까?”
둘은 각자의 부임지를 향하여 가고 있었고, 이제 막 동관을 지나던 중이었다.
“손권은 분명 전선이 혼란한 틈을 노리고 예주와 서주를 공략해 올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도 자네와 함께 가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내가 다시 폐하께 고하여...”
“위가 멸망하며 오로 귀순한 마무라는 자가 얼마 전, 손권에게 불만을 갖고 있던 호족들과 연합하고 손권을 암살하려 했다 합니다. 안타깝게도 실패로 끝났으나, 그 일로 손권은 귀순해오는 자들을 크게 경계하기 시작했고, 조정은 아직도 태자의 문제로 양분되어 싸우고 있다 하니, 한동안 저들도 전선에 나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 말에 위연은 헛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지금이 동오를 멸할 절호의 기회이거늘, 갑작스럽게 영토가 너무 넓어져 버리니 마음대로 출진할 수조차 없군.”
강유는 그의 말을 듣고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대도독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한동안은 내실을 다져야 할 시기입니다. 위에서 귀순한 이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요.”
“5년이라니 너무 길지 않은가!”
위연이 탄식하며 말하자. 강유는 미소를 보이다 말했다.
“처음 기산으로 출진했던 그날부터 쉬지 않고 달려오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리하여 위를 멸하였고, 이제 천하가 양분되었으며 적들은 혼란에 빠져있으니, 이 기회에 잠시 휴식을 취하셔도 누구도 감히 대도독께서 태만(怠慢)하다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말에 위연은 노(怒)하여 말했다.
“지금 이 위연에게 은퇴를 권하는 것인가? 아직 남쪽에 손권이 버티고 있고, 북쪽의 이민족들이 항시 촉한을 위협하고 있거늘 아직 이 위연에게는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네!”
“그리고, 오랫동안 전장을 벗어나 있으면 긴 세월 갈고닦은 무예도 녹슬게 되어있으니 항시 이것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네, 역시나 폐하에게 고하여 내가 서주를 맡는 것이 좋겠네, 만약 그곳에 전장이 없다면 북방으로 가 오환이나 선비를 정벌하거나.”
그러자 강유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도독, 내실을 다져야 한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꼭 감을 유지하시고 싶다면 위일 장군과 대련이라도 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놈은 창을 쥐는 법부터 나에게 배웠는데, 대련하는 재미가 있겠는가. 처음부터 가르치는 것이라면 모를까, 아직 손자는 너무 어리니...”
잠시 무언가 떠오른 듯한 위연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래,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는데 잊고 있었군. 마침 허현으로 가고 있으니 그들도 함께 가는 것이 좋겠네. 그의 고향이 초현이라 하였으니, 허현에서 가까울 것이고, 잘되었군.”
강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말했다.
“문흠의 처와 자식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몇 해 전 서신을 받았는데, 문앙이라 이름 지었다 하더군,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장사라 서너 살이 많은 아이들도 감히 상대가 되지 못한다 하니, 이 위연이 가르치는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이제 열 살은 되었을 것이네.”
“과연, 대도독께서 쉬면서 하실 일을 찾아 다행이군요. 그렇지 않았으면 어딘가와 전쟁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강유가 비꼬아 말하자, 위연은 크게 웃으며 그것을 넘겼다. 강유 또한 함께 웃다가 물었다.
“대도독, 승상께서 남기신 죽간들은 잘 가지고 계십니까?”
“그래, 잘 가지고 있다네, 내가 그것을 어찌 함부로 대하겠는가...”
나에게 기연을 가져다준 물건을... 새로운 생을 살아 염원을 이룰 수 있게 해 준 물건을...
“제가 필사(筆寫)해 놓았던 것이 지난 장마에 상하였는데, 기회가 된다면 제가 다시 한번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빠르게 다시 필사하고 돌려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위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자네가 나에게 처음으로 전해주었으니, 이제는 내가 자네에게 주는 것이 순서이겠지.”
그렇게 말한 위연은 직접 자신의 짐을 뒤져 곱게 모셔놓은 제갈량이 남긴 죽간을 가져왔다.
강유는 당황하며 말했다.
“대도독, 이것은 승상께서 하사하신 것인데...”
“자네와 내가 함께 보라 하시지 않으셨나, 이미 이것을 예측하고 계셨을 것이네, 나보다야 자네가 앞으로 더욱 볼일이 많을 것이니 가져가시게, 나는 이제 눈도 침침하여 보는 것이 쉽지 않네, 본래 이런 것을 잘 읽지도 않았었고.”
그것을 내려다보고 있던 강유를 보자니 옛 생각이나 말을 이어갔다.
“그것을 보며 자네의 염원(念願)을 담아보시게, 그리하면 반드시 그 염원이 이루어질 것이니.”
그 말에 미소 지은 강유는 위연을 보고 물었다.
“대도독께서 이것을 보며 담았던 염원은 이루어졌습니까?”
그 말에 위연은 곧바로 답하지 못하고,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물론”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중도에 포기하려 했던 작품이었으나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비록 짧지만 내일 부터 이어질 외전이
여러분에게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부터 외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내용은 큰 어려움 없이 이어질 것이니
많은 성원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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