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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가R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촉한대장위연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완결

조작가R
작품등록일 :
2021.05.23 18:30
최근연재일 :
2021.10.11 01:14
연재수 :
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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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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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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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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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추풍오장원(秋風五丈原)(1)

DUMMY

해몽가(解夢家)는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기린(麒麟)은 뿔이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싸우지 않고도 적이 격파된다는 길조(吉兆)입니다.”


“그래? 머리에 뿔이 돋아났으니 필시 흉조라 여겼거늘.”


“당치 않습니다.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이는 분명 좋은 징조입니다.”


“하하, 보십시오. 아버지, 괜한 걱정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들 위일은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흠... 시기가 시기니까 말이지... 국운(國運)을 건 일전이 눈앞이지 않느냐.”


위연이 진지한 얼굴로 임하자. 위일은 금세 눈치를 보고 태도를 바꿨다.


“하긴, 아버지께서 고민하시니 저도 신경 쓰이기는 했습니다.”


“... 수고했으니 너는 이만 물러가도록 해라.”


아들의 말에 답하지 않고 고갯짓을 하며 말하자 명을 받은 해몽가 조직(趙直)은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용하다는 해몽가를 불러 해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연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위일은 아버지의 기분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해몽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기분이 풀리지 않으신 것은 혹여, 전장의 일이 걱정되시기 때문입니까?”

“...”


잠시 입을 열기를 망설이던 위연은 탄식하며 말했다.


“북원에서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그들을 격파했어야 했어. 저들이 먼저 그곳을 점령했다고 해도 아직 제대로 진을 치지 못한 상태였는데... 나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주었다면 곽 아무개 따위는 언제나처럼 울며 도망했을 것이야.”


“호준의 원병도 오고 있었고, 우리 군의 움직임도 적들이 눈치채서...”


위이가 눈치 없이 말하자, 위일은 곧바로 동생의 입을 닫게 하며 말했다.


“원병 따위야 얼마가 오든 우리 군의 상대가 되진 못했겠죠. 곽회가 우리의 움직임을 알아봤자고요... 역시 북원을 점령했어야 하는 거군요.”


잠시 불쾌한 듯한 표정이 되었던 위연은 혀를 차며 말했다.


“북원을 점령했어야 위수를 건너, 위군이 농서로 가는 길을 끊어 버리고, 강유와 마대를 보내 그 지역의 백성과 강족들을 동원할 수 있었다. 그게 당초 승상의 대계(大計)였어. 한데 그렇게 쉽게 포기해 버리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단 말이야.”


“승상께서 좀 더 아버지를 믿어 주신다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하~ 선주(先主)께서 살아계셨다면 이 위문장을 선봉에 세워 벌써 곽아무개를 격파하고 장안으로 들이닥쳤을 텐데 말이지... 승상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전장에서는 너무 겁이 많아. 답답할 때가 있다는 말이지.”


“그러게 말입니다. 좀 답답한 면이 있죠.”


“아무래도 내가 다시 한번 승상에게 위수를 건너자고 이야기해봐야겠어. 적이 싸울 생각이 없다면 강제로라도 싸움을 걸어봐야 할 것이 아닌가. 또 이대로 군량만 축내다 퇴각할 수는 없다.”


“그럼 채비를 해놓겠습니다.”


위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두 아들이 먼저 막사를 나섰다.


...


“아버지의 성정(性情)을 모르느냐. 지금 같은 때 괜한 입바른 소리를 했다가는 아무리 상대가 아들이라도 칼부터 뽑으실 것이야!”


“... 아무리 그래도. 이제 와서 위수를 건너려고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어차피 승상께서 제안을 받아들이실리 없다. 일단은 아버지 흥분을 가라앉히는 것이 우선이야.”


“알겠습니다.”


그렇게 형제의 대화가 끝날 무렵,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던 해몽가 조직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러자 위일은 준비해 뒀던 돈을 건넸다.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그 모습을 본 위이는 놀라며 물었다.


“이 자도 거짓을 고한 것입니까?”


동생의 반응에 위일은 귀찮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 아버지의 기분을 푸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 답답한 소리 그만하고 말이나 준비해라.”


그렇게 말한 위일은 자리를 피했다. 곧이어 떠나려는 조직을 붙잡고 물었다.


“이보시오. 당신 해몽가는 맞는 거요?”

“네.”

“그럼, 제대로 된 해몽을 한번 해보시오.”

“그건...”


그는 입을 열기를 망설였다. 위이는 그것이 제법 불길하여 추궁을 계속했다.


“네놈이 감히 아버지에게 거짓을 고했다는 것만으로도 당장 네놈의 목을 날릴 이유는 충분하다. 죽고 싶지 않으면 말해라!!”


위이의 호령에 새파랗게 질린 조직은 벌벌 떨며 말했다.


“휴... 흉몽입니다. 뿔 각(角) 자를 파자하면, 칼 도(刀) 아래 쓸 용(用)이 있는 꼴이니, 머리 위에 칼을 쓴다는 것인데... 흉조 중의 흉조라 할 수 있습니다.”


‘머리에 칼을 쓴다니... 이는 필시 죽음에 이른다는 뜻이 아닌가...’


위이는 한참을 고민했다. 해몽에 대해 아버지에게 사실대로 말한다고 해도 아버지의 기분만 상할 뿐이다. 현실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의 생각에 꿈은 그저 꿈일 뿐 현실이 될리는 없었다. 형 위일이 했던 것처럼 입을 닫는다면 적어도 기분이 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 괜히 벌집을 들 쑤실 이유는 없지. 아버지 대신 내가 좀 더 조심하면 될 일이다.’


그렇게 결정한 위이는 본진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


“정서장군, 어서 오시오.”

“승상을 뵙습니다.”


제갈량은 언제나처럼 단정한 의관으로 정무를 보고 있었다. 그의 옆자리에는 먼저 온 양의가 앉아 있었다.


“양 장사도 와있었군.”


위연이 그를 바라보며 말하자 양의는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며 목례를 했다.


‘건방진 놈, 다리가 부러져 앉은뱅이라도 된 모양이구나.’


“어떤 일로 오신 겁니까?”


“승상, 저에게 적들을 공격할 기회를 주십시오. 반드시 위수를 건너 사마의의 본진을 박살 낼 것입니다.”


“... 장군의 용맹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기다려 주시오. 손오가 군을 일으켜 합비와 강하를 공격하고 있으니 저들도 곧 빈틈을 드러낼 것입니다.”


“어찌하여 지척에 있는 이 위문장의 용맹을 믿지 않고, 저 천리 밖에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를 우군(友軍)을 믿으시는 겁니까!! 어찌하여 항상 물러나라 기다리라 하는 말만 하시는 겁니까!! 오늘은 진군을 허락해 주실 때까지 물러가지 않을 것입니다!”


“어린아이 때 쓰듯 하는구나. 쯧쯧”


제갈량이 답을 하기도 전에 양의가 흘리듯 말했다. 분명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위연은 격분하여 말했다.


“뭐라. 양의 네놈이 드디어 미친 것이냐?”


“장군이 위수를 건너면 사마의가 목을 씻고 나와 기다리기라도 하는 겁니까?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대국을 볼 줄도 모르는 놈이 감히 나와 전장에 대해 논하려 하는구나, 왕평과 맹염이 이끄는 무당비군이 사곡구 일대를 장악하고 위수를 건널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느냐? 그들은 정예 중의 정예이고 이미 사마의의 본대를 박살 낸 전력이 있다. 당장 틈만 보이면 미성을 점령할 준비가 되어있지. 미성만 점령하면 사마의는 고립되게 된다. 내가 위수를 건너겠다고 하고 있는 것은 그들을 위해 틈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도 내가 떼를 쓰고 있는 것이냐!!”


“흥~ 병참을 담당하고 있는 내가 그러한 것을 모르겠습니까? 그들에게 보내줄 병량을 정하고 있는 것이 접니다. 우리 군의 전력이 어느 정도 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바로 저란 말입니다. 장군의 말처럼 무당비군은 우리 군의 정예이지만 숫자가 많지 않지요. 틈을 노려 미성을 점거한다고 해도 위수와 장안에서 달려 올 적군의 공격을 버텨낼지는 의문입니다. 지킬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군량은 어찌할 겁니까? 일시적으로 미성을 함락시킨다 해도 곧 적들에게 포위당할 텐데 풀이라도 뜯어먹으며 싸우려는 겁니까? 장군이야말로 대국을 좀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나에게 쫓겨갈 위군이 어떻게 미성을 공격할 생각을 한단 말이냐. 그리고 미성만 함락되면 승상도 전군을 진격시킬 것이다. 또한 위군은 만족의 병사들과 싸워본 경험이 적다. 장합이 하평... 아니 왕평에게 번번이 패배했던 것도, 우리가 남만을 복속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린 것도 그러한 이유였지. 전장을 모르는 네놈이 그런 것을 알 리가 없지만... 아무튼 그들이라면 충분히 미성을 함락시키고 또 지켜낼 것이다.”


“그저 모든 것이 장군의 추측이지 않습니까? 장군이 위수를 건너 사마의를 치면 저들이 틈을 보일 것이라고 장담하실 수 있으십니까? 그들이 미성을 지킬 수 있다는 것에 목이라도 걸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렇다면 당장...”


“하하하!!”


거기까지 양의가 말했을 때, 위연은 크게 웃다가 칼을 뽑아 들고 양의에게 다가갔다. 양의는 당황하여 의자에서 일어나 상석에 앉아있던 제갈량의 뒤로 도망치려 했으나 다리가 풀려 넘어지고 말았다. 제갈량은 급히 제지하고자 병사들을 불렀으나 위연의 행동이 더 빨랐다.


위연은 칼을 들어 넘어진 양의의 눈앞에 꽂아세웠다. 제갈량의 명으로 그를 제지하기 위해 왔던 병사들은 그의 살기에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 그는 겁에 질린 양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선제(先帝)를 따라 조조에게 쫓기며 강하로 도망하던 시절부터 이곳 오장원에 이르기까지 단 한순간도 내 목을 걸지 않은 전투가 없었다. 그런 이 위연이 그딴 것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보는가? 좋다. 난 언제나처럼 우리 군이 이긴다는 것에 목을 걸 것이다. 너는 무엇을 걸 생각이냐? 당장에라도 떨굴 수 있는 그 하찮은 목을 걸 것인가?”


공포에 떨던 양의는 울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이 못된 종놈아!! 네 놈이 촉을 망하게 할 놈이구나!! 어찌 네놈의 용맹만 믿고 그리 설치는 것이냐!!”


“문장! 그만하시게!!”


아무도 그를 막지 못하자 제갈량이 나섰다. 위연은 혀를 차고는 박혀있던 칼을 뽑아 다시 칼집에 넣었다. 그러고는 제갈량을 향해 다시 무릎을 꿇고 간청했다.


“승상, 부디 출진을 허락해주십시오. 제가 목숨을 걸고 이 원정을 성공시킬 것입니다.”


제갈량은 머리가 아팠는지 이마를 쓰다듬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차후에 다시 이에 대해 그대와 논할 것이니 오늘은 일단 물러나시게.”


“승상!!”


“위연!! 정령 군령의 지엄함을 맛보고 싶은 것인가!!”


제갈량의 호통에 위연은 고개를 숙인 채 뒤돌아 막사를 나섰다.


양의는 울며 제갈량에게 하소연했다.


“승상!! 저 오만 방자한 놈을 저대로 놔두실 겁니까!! 승상이 지켜보는 와중에도 감히 칼을 뽑아 설치지 않습니까!! 흉폭한 놈입니다!! 필시 큰 일을 벌일 놈입니다!!”


“그대도 오늘은 그만 물러가도록 하시게.”


양의는 분하고 수치스러웠는지 한참을 그 자리에서 울다가 자리를 떠났다.


용맹한 위연도, 정예인 무당비군도, 병참을 맡아 온 양의도....

지금 촉에서 잃어도 되는 것은 없었다.


곧이어 올 자신의 부재를 받아들여야 할 촉에서 이제 잃어도 되는 것은 없었다.


홀로 남은 막사에서 마른기침을 내뱉던 제갈량은 한 움큼 피를 토해냈다.


자신의 손에 묻은 검붉은 선혈을 내려다보며...


관모에 가려져 있던 제갈량의 주름은 한층 더 깊어져만 갔다.


작가의말

선호작, 추천, 댓글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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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후기 +36 21.10.11 1,766 71 3쪽
107 외전 - The Last Dance(4) +6 21.10.10 1,615 56 16쪽
106 외전 - The Last Dance(3) +5 21.10.09 1,353 47 11쪽
105 외전 - The Last Dance(2) +2 21.10.07 1,421 49 11쪽
104 외전 - The Last Dance(1) +8 21.10.06 1,592 49 16쪽
103 에필로그 +13 21.10.04 1,934 67 6쪽
102 의지의 실현(6) +11 21.10.04 1,572 57 13쪽
101 의지의 실현(5) +3 21.10.02 1,379 47 15쪽
100 의지의 실현(4) +6 21.10.01 1,305 48 11쪽
99 의지의 실현(3) +4 21.09.30 1,377 44 12쪽
98 의지의 실현(2) +7 21.09.29 1,372 46 12쪽
97 의지의 실현(1) +3 21.09.27 1,357 53 10쪽
96 대장의 의미(7) +9 21.09.26 1,356 54 10쪽
95 대장의 의미(6) +4 21.09.17 1,427 45 11쪽
94 대장의 의미(5) +5 21.09.17 1,354 50 13쪽
93 대장의 의미(4) +5 21.09.16 1,393 50 11쪽
92 대장의 의미(3) +13 21.09.12 1,484 53 12쪽
91 대장의 의미(2) +4 21.09.11 1,484 52 13쪽
90 대장의 의미(1) +6 21.09.09 1,465 58 10쪽
89 선택(2) +5 21.09.08 1,405 55 13쪽
88 선택(1) +3 21.09.05 1,527 47 11쪽
87 기회(3) +8 21.09.04 1,442 52 9쪽
86 기회(2) +1 21.09.02 1,461 47 10쪽
85 기회(1) +1 21.09.01 1,516 48 11쪽
84 촉한대장위연 +3 21.08.27 1,717 54 9쪽
83 각자의 길(6) +8 21.08.26 1,519 61 15쪽
82 각자의 길(5) +3 21.08.25 1,500 5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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