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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가R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촉한대장위연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완결

조작가R
작품등록일 :
2021.05.23 18:30
최근연재일 :
2021.10.11 01:14
연재수 :
10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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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53,687

작성
21.09.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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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기회(1)

DUMMY

“상처가 아물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


왜 낫지 않느냐는 위연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러니까, 잠도 잘 자고 먹는 것도 잘 먹고 있다니까. 이 사람이 내 말을 듣고 있는 것인가?”


답답한 위연이 언성을 높이자, 나이 든 의원은 한숨을 내쉬고 답했다.


“장군, 만물(萬物)은 모두 시간이 지나면 노쇠(老衰)하게 되어있습니다. 인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예전 같으셨으면 별거 아닌 상처였겠으나, 그러한 만물의 이치가 있기에 지금은 쉽게 아물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전보다 더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휴식을 취하십시오.”


그를 진정시키려던 의원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이 때문이라는 그의 말은 위연의 조급증을 더하게 하였다.


“쳇, 아무리 그래도 이러한 상처가 낫질 않는다니... 몇 해 전만 해도 이러지 않았어. 이것은 분명 자네의 실력이 줄어든 것이 분명하네.”


여러 해 그를 알고 지낸 의원은 위연의 도발에도 크게 웃으며 답하였다.


“허허허~, 아무래도 그런 모양입니다. 저 또한 만물의 이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니까요.”


이 또한 의원은 그를 위로하고자 했던 말이었으나, 위연은 그 말에 그저 한숨을 내쉬고 답하지 않았다.


그저 창이 가볍게 살가죽을 스쳐 지나간 상처였다. 호준의 아들 호열, 그가 원한과 혼신의 힘을 담았기에 상처가 낫지 않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으나, 그런 것 때문에 상처가 낫질 않는다면 이미 위연은 죽어 한 줌 흙으로 돌아갔어야 했다.


차라리 독이 발라져 있다 하였으면 믿었을 것이지만, 그런 비열한 수까지 쓰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눈앞에 의원은 익주에서 명의로 이름을 날렸던 사람이었으니, 그런 것이었다면 대번에 알아보았을 것이다.


결국 그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나이를 먹었고, 만물의 이치에 따라 노쇠하여 상처가 쉽게 낫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그냥 다치질 말아야겠군.”


그 말에 의원은 미소 지으며 답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이제는 다른 이들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오늘따라 이 얄미운 영감이 위연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고 있었다. 그는 결국 한마디도 그 의원을 이기지 못하고 의원을 떠나보냈다.


이렇게 마음이 심란할 때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 최고였다. 그는 훈련장에라도 나가볼 생각으로 의관을 갖추려 하였으나, 머지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정말로 되는 일이 없는 날이었다.


크게 한숨을 내쉬고 침상에 몸을 눕히니, 바닥이 가볍게 진동하며, 잔뜩 쌓아놓았던 죽간 더미에서 죽간 하나가 떨어져 나오며, 모든 죽간들이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정말 되는 일이 없는 날이군.’


위연은 짜증을 내며 죽간들을 주어 다시 쌓아놓던 중


가장 먼저 떨어져 나온 죽간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승상이 물려주었던 죽간, 자신에게 기연을 가져다준 죽간이었다.


...


233년


몇 달 전부터 시작된 기침이 멈추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여 의원을 만나보니, 나의 기력이 쇠하고, 마음의 화를 다스리지 못해 몸이 심각하게 상하고 있다 하였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기에 크게 우려되어 그에게 회복할 수 있는 방도를 묻자, 모든 일을 잊고 물러나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을 권하였다.


다른 방법에 대하여 물었으나, 그는 고개를 저으며 그저 휴식을 취하고, 충분한 음식을 먹는 것 같은 통상적인 치료 방법에 대해서만 말할 뿐이었다.


나는 다른 방도가 없음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인 후 그를 보냈다.


의원과 함께 왔던 공염(장완의 자)은 이것을 들었고, 이후 몇 시진이 지나도록 나를 설득하였으나, 나는 끝내 휴식을 취하는 것을 거절하였다.


언제 기회가 생길지 모른다. 당장 내일일 수도 있다. 기회는 많지 않으며, 그 기회가 생기는 순간 사력을 다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10만의 정병을 양성하고, 차분히 군량을 준비하며, 그 밖의 군수 물자를 만드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또한 전쟁이 지속될 것을 대비하여, 군량을 이동시킬 수단을 강구해야 하고, 공성을 위해 병기의 연구를 게을리해서도 안된다.


그렇게 해야만, 당장의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그 기회를 위하여 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공염은 끝내 눈물을 흘렸으나, 결국 나의 뜻을 이해하였다.


이제 곧 다가올 마지막 일지도 모르는 그 순간을 위해 난 사력을 다하여 준비를 계속할 것이다.


하늘이 이 공명을 버리지 않았다면,


하늘은 분명 이것을 그저 바라보지 않고 반드시 기회를 줄 것이다.


...


승상, 나를 격려하는 겁니까.


아니면 준비를 게을리하지 말라, 다그치시는 겁니까.


이 위연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노복(奴僕)이 와서 위연을 다급하게 찾았다.


“무슨 일인가.”


“폐. 폐하께서 보낸 칙령(勅令)이 왔습니다.”


그 말에 위연은 다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어느덧 비는 그치고 밝은 햇살이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칙령을 가지고 온 것은 장완이었다. 그 또한 미소로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칙령을 펼쳤고, 위연은 곧 그 앞에 엎드려 절하였다.


“용맹을 천하에 떨쳐 두려워하지 않는 적이 없고, 촉한을 위해 쌓은 전공은 이미 비견할 만한 이가 없으니, 그러한 충심이 변함없도록, 옹주자사 표기장군 남정후 위연을 대장군에 임명하니, 촉한의 장졸들은 모두 그를 따라 대업을 완수하라.”


“소장 위연은 충심을 다하여 폐하의 명을 수행할 것입니다.”


칙서를 접은 장완은 곧이어 대장군의 인수를 전하고자 하였으나


위연은 엎드린 채로 쉽게 고개를 들지 못했고,


주변의 모든 이들은 그가 진정될 때까지 잠시 시간을 두었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고, 칙서를 가져왔던 궁내부의 사람들은 길을 떠났으나.


장완은 남아서 위연과 마주하였다. 그는 고개를 숙여 먼저 위연을 축하하였다.


“대장군, 승진을 감축드립니다.”


위연은 웃으며 농을 던졌다.


“일이 너무 많아서 이 노부에게 떠넘긴 것인가?”


장완 또한 농으로 받았다.


“업무가 과중하여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크게 웃었다.


하지만 곧 장완은 크게 기침을 하였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것을 멈추었다. 위연은 비슷한 병을 앓았던 이를 알기에 이것을 크게 경계하였다.


“자네 업무가 과중하다는 것이 농이 아니었군.”


“승상에 비하자면, 군무를 완전히 장군에게 넘겼으니, 이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어찌 업무가 과중하다 할 수 있겠습니까? 차차 나아질 것입니다.”


“자네는 아직 승상보다 젊지 않은가... 자네를 승상처럼 보낼 수는 없네, 일은 비의나 진지에게 맡기시고 잠시 휴식을 취하시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제야 철옹성이 무너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장안이 무너지고 하동, 그리고 홍농이 무너졌으니, 이제는 낙양입니다. 기회는 언제나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오면 잡을 수 있도록 우리는 항상 대비해야 합니다.”


위연은 그렇게 말하는 장완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누구보다 비장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마도 승상은 그에게 이런 눈빛으로 똑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누군가의 이러한 결심을 어떻게 막을 수가 있겠는가. 위연은 탄식하며 말했다.


“자네는 승상의 병을 알고 있었다지?”


그 말에 놀란 장완은 답을 하지 못했다.


“승상께서 나에게 남기신 것이 있다네, 그곳에 그날에 일이 적혀있었네.”


“그렇다면 감출 것도 없겠군요. 그렇게 하셨던 승상께서 저에게 중임을 맡겨주셨는데, 어찌 제가 목숨을 아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사력을 다하여 다음 기회를 위해 모든 것에 대비할 것입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위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승상처럼 모든 것을 짊어질 필요는 없네, 내가 그때 이렇게 승상의 짐을 덜어드리지 못했던 것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네, 그것은 자네도 같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러니 우리는 함께 준비하도록 하세, 기회가 오면 언제든 잡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여, 그렇게 한다면 반드시 승상이 말했던 것처럼 기회가 올 것이네.”


장완 또한 위연의 손을 꽉 잡으며 답했다.


“반드시, 기회가 올 것입니다.”


...


술잔을 단숨에 들이켠 영호우는 분노하며 말했다.


“전하! 사마사의 전횡(專橫)을 이대로 보고만 계실 겁니까? 자신을 따랐던 인사들만을 선출하여 조정의 관료로 삼고 있으니, 조상과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저자는 위국을 위하여 조상을 몰아낸 것이 아니라 조상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그를 몰아낸 것입니다. 이대로라면 위국은 조만간 사마싸의 것이 될 것인데, 무황제(조조) 폐하의 핏줄을 이은 자로서, 이대로 좌시 하셔서야 되겠습니까!?”


조표는 지금껏 마신 술기운이 모두 날아가 버렸는지 연거푸 술잔을 들이켰다. 그 모습을 보던 영호우는 한번 더 그를 압박하였다.


“사마사는 등애의 시신이 도착하여, 쓰러진 이후 아직까지 제대로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어, 순의와 왕숙이 이를 대신하고 있으며, 우송은 처소와 조정을 오가며 그의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그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기다리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찌 제가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폐하가 어리다 해도... 신하 된 자로서 어찌 폐하를 기다리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가 분노하는 모습을 보자 영호우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몰아쳤다.


“그렇습니다. 저들은 이미 반역의 뜻을 품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조정은 사마씨의 수족으로 채워지고 있으니, 이대로라면...”


결국 조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나는 그대들에게 협조하겠다.”


“믿어주시는 겁니까?”


“그래, 천하의 무황제의 아들로 태어나, 몸조차 일으키지 못하는 산 송장을 두려워해서야 되겠는가.”


“과연, 전하야말로 만고의 충신이라 할 것입니다.”


“결행일은 언제인가.”


그러자 영호우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직입니다. 그의 의식이 남아있는 것 같으니, 그가 좀 더 쇠약해지는 순간을 기다릴 것입니다. 그리고 사마소, 사마부, 사마망, 순의, 왕숙 등을 사로잡는다면... 그들을 일거에 제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니, 때를 기다리십시오.”


조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말

댓글, 추천, 선호작 등록 감사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오늘은 조금 빨리 올라갑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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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후기 +36 21.10.11 1,759 71 3쪽
107 외전 - The Last Dance(4) +6 21.10.10 1,612 56 16쪽
106 외전 - The Last Dance(3) +5 21.10.09 1,351 47 11쪽
105 외전 - The Last Dance(2) +2 21.10.07 1,418 49 11쪽
104 외전 - The Last Dance(1) +8 21.10.06 1,590 49 16쪽
103 에필로그 +13 21.10.04 1,930 67 6쪽
102 의지의 실현(6) +11 21.10.04 1,567 57 13쪽
101 의지의 실현(5) +3 21.10.02 1,374 47 15쪽
100 의지의 실현(4) +6 21.10.01 1,302 48 11쪽
99 의지의 실현(3) +4 21.09.30 1,374 44 12쪽
98 의지의 실현(2) +7 21.09.29 1,370 46 12쪽
97 의지의 실현(1) +3 21.09.27 1,354 53 10쪽
96 대장의 의미(7) +9 21.09.26 1,352 54 10쪽
95 대장의 의미(6) +4 21.09.17 1,425 45 11쪽
94 대장의 의미(5) +5 21.09.17 1,352 50 13쪽
93 대장의 의미(4) +5 21.09.16 1,391 50 11쪽
92 대장의 의미(3) +13 21.09.12 1,481 53 12쪽
91 대장의 의미(2) +4 21.09.11 1,481 52 13쪽
90 대장의 의미(1) +6 21.09.09 1,463 58 10쪽
89 선택(2) +5 21.09.08 1,402 55 13쪽
88 선택(1) +3 21.09.05 1,525 47 11쪽
87 기회(3) +8 21.09.04 1,439 52 9쪽
86 기회(2) +1 21.09.02 1,459 47 10쪽
» 기회(1) +1 21.09.01 1,513 48 11쪽
84 촉한대장위연 +3 21.08.27 1,714 54 9쪽
83 각자의 길(6) +8 21.08.26 1,516 6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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