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햄버거킬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헌터를 주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햄버거킬러
작품등록일 :
2023.03.16 17:52
최근연재일 :
2023.04.01 23:5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69
추천수 :
65
글자수 :
134,839

작성
23.04.01 23:55
조회
26
추천
0
글자
11쪽

술 집 사장 김 씨(1)

DUMMY

우리는 할아버지와 함께 정육점으로 돌아갔다.

다시 도착했을 때쯤엔 따뜻하던 차가 전부 식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할아버지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게나, 금방 차 끓여서 올 테니. 꼬마야 너는 내가 냉장고에 있는 주스라도 줘야겠구나.”

“저는 식은 차도 좋아하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아이한테 주스만 챙겨주시면 될 것 같아요.”


거짓말이었다. 애초에 차를 즐겨 마시지를 않으니.

할아버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냉장고에 있는 오렌지 주스를 한 컵 가져왔다.

내 옆에 앉은 아이가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그럼 내가...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하면 되지?”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알려주세요.”


기억을 더듬는 듯 할아버지의 눈동자가 흐릿하게 변했다.

고민하던 그가 입을 연 것은 한참 후였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외지인들이 우리 마을에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어. 여행객들이 오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라서 그런가 보다 했지. 근데 어느 순간부터 무리를 지어 다니더니 사람들한테 위협을 하더군.”

“위협을 한다고요? 대체 어떻게요?”

“길을 가다가 자신들을 보고 인상을 찌푸리거나 한마디를 하면 그 자리에서 요절을 내놓더라고.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그 무리가 마을을 돌아다니면 다들 길을 피하기 일쑤였지.”

“그런 일이 있었으면... 신고는요?”


내 말을 들은 할아버지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곤 금세 굳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신고도 해봤지만... 무슨 협박을 한 건지 잘 합의를 봤다면서 항상 훈방조치를 하더군.”

“정말 믿을 수가 없군요.”


직접 듣고 있지만 정말 기가 차는 이야기였다.

이 정도면 사람들한테 뇌물을 먹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러다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여기까지는 차라리 나았어. 직접 적으로 엮이지만 않으면 피해를 주는 게 아니었으니까. 근데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붉은색으로 된 주사기를 사람들한테 놓기 시작했다는 거지. 우리 할멈도 그 피해자 중 한 명이었고.”


아이를 흘깃 돌아보자 잘 마시고 있던 오렌지 주스를 식탁 위에 내려놓은 채였다.

얼굴에는 어두운 먹구름이 내려앉았다.

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할머님은...?”

“놈들이 돈을 들고 오면 주는 약으로 연명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났어. 살아있는 순간 내내 고통스러워하다가 그래도 가는 날에는 마음이 편안했는지 처음으로 웃는 모습으로 떠나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아이는 다시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돌아가신 어머님이 생각난 게 분명해 보였다.

듣고 있는 내내 속에서 열이 끓어올랐다.

너무 화가 나고 안타까워서.


“혹시 그럼 신고는 안 해보셨습니까? 이 정도면 살인 사건인데 훈방 조치를 할 수 없을 텐데요.”


내 물음에 할아버지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렸다.


“이번에도 역시... 조사 하겠다고만 하고 진전이 없어. 그러니 내가 이 정육점마저 내놓고 헌터를 고용하려고 한 게 아닌가.”


역시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대충 짐작만 해봐도 피해자가 한둘이 아닐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소극적인 움직임이라니.


‘아무리... 뇌물을 줬다고 해도 이 정도는 심하지 않나? 사람이 죽었다는데.’


내 표정이 굳어지자 할아버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놈들이 정말 악질인 게 뭔 줄 아나? 꼭 우리 같이 힘없는 사람들만 노리고 그런 짓을 한단 말이지. 죽여도 별소리 못 할 인간들만 모아서... 그런 짓을...”

“그놈들은 꼭 천벌을 받을 겁니다. 그럼 혹시 다른 수상한 점은 없었나요?”

“음, 딱히... 아니, 그러고 보니. 우리 안사람이 죽고 울면서 그놈들을 찾아갔는데 이번에도 실패라는 말을 하더군. 그때는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상하긴 해.”


‘실패...?’


처음에는 놈들의 목적이 돈인가 하고 의심을 했었다.

왜냐하면 주사를 놓은 후에 돈을 들고 와야 어떤 약을 공급해 준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쩌면 그놈들은 실험을 진행 중인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설마...?’


얼마 전 최진욱의 일행과 갔던 인공 게이트가 떠올랐다.

미로에 갇혀 있던 망자들과 그곳에서 발견했던 실험 일지가 눈앞을 어른거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의심일 뿐 확신할만한 증거가 없었다.


‘좀 더 차분하게 알아보는 거야.’


별안간 할아버지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 있는 휴지를 급하게 가져다드리자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늘처럼 본 사람한테 이런 말 하는 것도 우습긴 한데...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은지 모르겠네. 젊었을 때부터 할멈과 함께한 정육점인데. 이 소중한 곳을 그런 날강도 놈들한테 뺏길 뻔 하다니. 정말 고마워. 자네가 아니었으면 나는 이제... 흐윽...”

“아닙니다. 작정하고 속인 놈들이 쓰레기인 거죠.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어떤 인간이 그런 놈들을 소개 시켜 준 것입니까?”

“시장에 있는 술집 주인 김 씨야. 우리 마을에 온 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사람 심성이 곱고 힘든 사람들을 나서서 도와주는 좋은 양반이지. 그래서 의심할 생각조차 못 했는데...”


‘술집 주인 김 씨...?’


아직 본 적은 없지만 할아버지님의 칭찬에 의심부터 들었다.

거기다 마을에 온 지 얼마 안 되었다는 말 또한 찝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때마침 상태창이 허공에 떠올랐다.


[마을 사람들의 눈물(2/5)]


[사람들의 사연을 수집하시오.]


[-> 보상으로 ‘개 쩌는 지도’]


안 그래도 확인해보려던 차 상태창도 적절한 보상을 준다고 하니 움직일 이유가 충분해졌다.

거기다 보상도 개 쩌는 지도라고 해서 구미가 당겼다.


“혹시 다른 피해자 분들에 대해서도 알고 계신가요?”

“그럼, 알다마다. 내가 이 동네에서 산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데.”

“저한테 알려주실 수 있나요? 궁금한 게 있어서.”


할아버지의 얼굴에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은인한테 그 정도도 못 해줄까. 따라오라고.”


그렇게 할아버지를 따라간 곳에는 얼굴에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람이 있었다.

세 번째 피해자는 그놈들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였던 쌍둥이 형제를 잃었다.

힘없는 사람들만 노린다는 할아버지의 말이 사실인지 어린 형제 둘이서 살아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새끼들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왜 제 동생이 그런 아픔을 겪어야 했던 건지... 흐윽.”


[마을 사람들의 눈물(3/5)]


그 후에 만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저마다의 사정은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힘없는 사람들이라는 거.

그리고 의외의 인물의 이야기가 자꾸만 따라왔다.


“그래도 술집 주인 김 씨 사장님이 도와줘서 그이를 보낸 후에도 버틸 수가 있었어요.”

“술집 주인 김 씨요?”

“네... 같이 신고하는 것도 도와주고 보내주는 것도 같이 해줬거든요. 그이 외에 다른 가족이 없어서 혼자 모든 걸 할 엄두가 안 났는데... 정말 좋은 분이시죠.”


의아함에 나와 함께 있던 아이한테도 물었다.


“혹시 너도 술집 주인 김 씨 사장님을 알아?”

“네에, 형.”

“어떻게 아는데?”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배고플 때마다 가게로 찾아오라고 했어요. 그러면 우유랑 빵을 챙겨줘서 배를 채울 수 있었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는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이 없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상당히 구린내가 나는 사람이었다.

피해자들과 알게 모르게 엮여있고 그들에게 마침 도움을 주고 있던 사람이라.

나는 어쩐지 그게 다음 피해자를 물색한 것처럼 느껴졌다.

다섯 번째로 만난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다 들었을 때 상태창이 허공에 떠올랐다.


[마을 사람들의 눈물(5/5)]


[사람들의 사연을 수집을 완료했습니다.]


[-> 보상으로 ‘개 쩌는 지도’]


[아이템] ‘개 쩌는 지도’

- 한 번 만난 적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위치를 대략 적으로 알 수 있음.

- 하루에 횟수 제한이 따로 없음.

- 대신 물에 치명적임.


마침 내 상황에 딱 맞는 물건이 뚝 떨어졌다.

이 물건이라면 술집 사장 김 씨가 어떤 식으로 이동을 하는지 확인하기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김 씨의 술집을 먼저 찾아가 그를 만나야 했다.


“혹시 술집 사장 김 씨라는 분이 어디서 장사를 하는지 알 수 있을까?”


내가 아이에게 묻자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떨려오는 목소리는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담겨 있었다.


“그건 왜요...?”


당연히 수상한 냄새가 난다고 하면 싫어할 게 분명할 테니 어느 정도 말을 꾸며낼 필요가 있었다.

나는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너무 좋으신 분 같아서 만나 보고 싶어서요.”


그제야 안심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조금만 이야기를 해봐도 아실 거예요. 얼마나 괜찮은 분인지. 김 씨 사장님은 광장 쪽에서 장사를 해요. 뭐 정확한 건 이 꼬마가 안내해주겠지만요.”


나는 함께 있던 정육점 할아버지와 아주머니한테 인사를 했다.

할아버지는 자꾸만 보답하고 싶다며 아쉬움을 표해서 마을을 떠나기 전에 다시 정육점에 들리기로 했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도착한 술집은 아주 촌스러워 보이는 가게였다.

겉에는 온갖 환영한다는 말로 도배가 되어 있었고 야외 테이블은 누가 저런 색으로 페인트 칠을 한 건지 아주 엉망이었다.

아마도 내가 여행객이라면 쳐다도 안 보고 떠났을 테지.


“정말 여기가 맞아?”

“맞아요, 형아.”


아이는 익숙한 듯 울타리를 밀고 뒷길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술집이다 보니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사장을 만나곤 한 것 같았다.

얼마 가지 않자 술집 뒷문이 나타났다.

아이는 문 앞에서 똑똑 문을 두드렸다.


“김 씨 아저씨, 저에요. 해찬이!”


아이가 그 앞에서 기다리자 잠시 뒤에 푸근하게 생긴 중년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환하게 미소 짓는 모습에서 나쁜 사람이라곤 생각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왔구나, 해찬아.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단다. 오늘은 이 아저씨가 샌드위치를 좀 만들어 봤어. 한참 성장기인 네가 제대로 못 먹는 게 신경 쓰여서.”

“우와아, 샌드위치라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술집 사장 김 씨가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이 사람은 누구니? 마을에서 본 적 없는 얼굴 같은데.”

“그러니까 이 형은...”


아차. 오기 전에 입을 맞춘다는 걸 깜빡해 버렸다.

이런 멍청한 실수를 해버리다니.


‘사실대로 말하면 백 프로 경계할 텐데...!’


이윽고 아이의 입이 움직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SS급 헌터를 주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술 집 사장 김 씨(1) 23.04.01 27 0 11쪽
25 사기꾼 23.03.31 29 0 11쪽
24 소매치기 23.03.29 26 0 11쪽
23 작별 23.03.29 36 0 12쪽
22 정신 교란 23.03.28 39 0 11쪽
21 불신 23.03.27 45 0 10쪽
20 미로(2) 23.03.26 47 0 11쪽
19 미로(1) 23.03.25 46 0 11쪽
18 D급 게이트 23.03.24 63 3 11쪽
17 헌터 사냥꾼(2) 23.03.24 64 3 11쪽
16 헌터 사냥꾼(1) 23.03.23 64 3 11쪽
15 인신매매 조직단 23.03.22 62 3 11쪽
14 미확인게이트(3) 23.03.21 64 3 12쪽
13 미확인 게이트(2) 23.03.20 68 3 12쪽
12 미확인 게이트(1) 23.03.19 67 3 12쪽
11 속삭이는 숲 23.03.19 77 4 12쪽
10 대장장이의 한(5) 23.03.19 85 4 13쪽
9 대장장이의 한(4) 23.03.18 83 4 11쪽
8 대장장이의 한(3) 23.03.18 82 4 12쪽
7 7. 대장장이의 한(2) 23.03.17 87 4 11쪽
6 6. 대장장이의 한(1) 23.03.17 107 4 11쪽
5 5. 광전사 모드 on 23.03.17 118 3 12쪽
4 4. 삽질하는 광전사 23.03.17 140 4 12쪽
3 3. 첫 사냥 23.03.17 183 4 11쪽
2 2. 은혜도 모르는 쥐새끼 23.03.16 245 4 12쪽
1 1. SSS급 빙의자의 선택받은 후계자 +1 23.03.16 316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