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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헌터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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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작품등록일 :
2023.03.16 17:52
최근연재일 :
2023.04.01 23:5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82
추천수 :
65
글자수 :
134,839

작성
23.03.21 20:00
조회
64
추천
3
글자
12쪽

미확인게이트(3)

DUMMY

“찌익, 찍?(아마도?)”


아마도는 또 무슨 아마도인지.

본인은 안 싸운다고 저렇게 태평한 소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전에 거미 떼와 싸웠을 때는 맨손으로 내가 이길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처럼 말을 했다.


‘마음에도 없는 말은 안 하는 타입인데...’


그런 와중에도 그림자 시계가 허공에 떠올라 째깍째깍 울렸다.


[time out] - 00 : 31 : 27


확연하게 줄어든 숫자가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최대한 생각에 집중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뭘까.’


그동안에도 트리거는 나를 잡기 위해 쿵, 쿵, 쿵, 발을 굴렸다.

아직까지는 기합 스킬이 들어있는 덕에 밟히지 않고 피할 수 있었지만 이것도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모를 일이었다.

현재 내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서라곤 속삭이는 숲과 그림자 나무들이었다.

현자의 쥐새끼의 말에 따르면 그림자 나무들도 일단은 몬스터라고 했다.


‘보통 게이트에 보면 몬스터들이 유기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럼 트리거는 뭘까.

생각을 곱씹자 이번에는 엉뚱한 추측이 떠올랐다.

설마, 트리거라는 몬스터의 이름 자체가 힌트가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러고 보니 트리거의 외형이 너무 거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발 빠르게 움직여 멀리서 확인해 보니 얼추 커다란 나무 모양과 닮아 있어 보였다.


“나무... 나무라면 역시... 불에 약하겠지?”


하지만 내가 가진 것은 불과 관련된 스킬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불씨를 구할 수도 없는 노릇.

때마침 나를 감싸고 있던 기합이 사라졌다.


“크워어어어어!”


트리거가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었다.

원래의 내 능력치만으로는 놈에게서 도망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한 번 ‘기합’을 사용했다.


“으랴아아압!”


그 순간 한 가지 번득이는 생각이 떠올랐다.

삽을 아주 뜨겁게 만드는 건 어떨까 하고.

나는 들고 있는 삽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도망을 다니면서 빠르게 지면과 마찰시켰다.


‘이걸로는 부족해. 더, 더, 더 빠르게...!’


놈에게 잡히기 전까지 삽을 뜨겁게 달궈야 했다.

있는 힘을 다해 손을 비비는데 거리가 좀 떨어져 있던 놈이 몸뚱이를 벌려 다시 한 번 광선을 쐈다.


콰과과광 -!


간발의 차로 피해냈다.

그리고 이번엔 내가 먼저 놈에게 달려갔다.


쿵, 쿵, 쿵 -!


워낙 빠르게 발길질을 해대서 공격을 피하기가 번거로웠다.

하지만 비어있는 틈새를 파고들어 놈에게 바짝 붙었다.

달군 삽으로 트리거의 일부를 힘껏 휘둘렀다.


퍼억 -!


이전에는 먹혀들지 않았던 공격이 이번엔 먹혀들었다.

삽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는 치이익, 소리와 함께 겉에 두르고 있는 검은 연기가 옅어졌다.

이때다 싶어서 온 힘을 다해 삽으로 가격했다.

그리고 안에서 드러나는 것은 새하얀 나무 기둥이었다.


“크어어어어어!”


이런 내 행동을 보고 있던 현자의 쥐새끼가 한마디를 던졌다.


“찌익, 찍?(제법인데?)”

“이 정도는 껌이죠.”


칭찬 한마디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트리거의 발길질을 미처 보지 못하고 그대로 걷어차였다.


“끄억....!”


땅바닥으로 몸뚱이가 꼬꾸라졌다. 복부가 가루처럼 바스라 진 것 같았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가스 배관이 새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눈앞으로는 섬광을 내뿜을 준비를 하는 트리거가 보였다.


‘이러다간 죽는다!’


나는 인벤토리를 열어 빠르게 포션을 마셨다.

상태 이상이 회복되자 고른 숨이 돌아왔다.


“후우!”


퍼붓는 섬광을 몸을 굴려 피해냈다.


'멍청한 놈. 벌써 포션이 두 개 밖에 안 남았잖아.'


두 번 다 부주의하게 기회를 날려버렸다.

앞으로는 최대한 포션을 아끼고 신속하게 트리거를 해치워야 했다.

일단 그러기 위해서 인벤토리에 있던 대장장이의 눈물을 꺼내 적당히 막아주는 방패에 뿌렸다.

환한 빛이 퍼지더니 금세 새것처럼 변했다.


[소모품] ‘적당히 막아주는 방패’

- 3회 한정 사용이 가능함.

- 이름 그대로 공격을 적당히 막아줌.

- 1/3의 확률로 안 막아 짐.


제때 피하지 못 하는 공격은 여차하면 이것으로 막아낼 생각이었다.

아직 삽에 열기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트리거의 몸뚱이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새하얗게 나무가 드러난 부분부터 삽을 박아 그대로 끌고 올라갔다.

속력을 올리면 올릴수록 타는 연기와 함께 불똥이 치솟았다.


“으아아아악!”


새하얀 기둥이 약점인지 트리거가 반항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괴롭게 몸부림쳤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더욱 맹렬한 기세로 트리거의 몸뚱이를 뛰어다녔다.


“어디 뜨거운 맛 좀 봐라!”


치이이익 -!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한 트리거가 제 몸뚱이를 마구잡이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크워어어어억!”


쿵, 쾅, 쿵, 쾅 -!


나는 트리거를 붙잡고 있는 상태로 이리저리 몸을 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분노할수록 파괴되는 것은 트리거 자신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버티자 이제는 몸뚱이의 많은 부분이 새하얗게 드러났다.

나 또한 적당히 막아주는 방패가 아니었다면 진작 죽었을지 모른다.


[time out] - 00 : 05 : 32


앞으로 남은 시간은 5분. 이제는 모든 걸 걸고 승부를 보아야 할 때가 왔다.


“이제 그만 끝을 내자!”


[광전사 모드 on]


[제한 시간 3분]


기합과 함께 스킬을 썼다.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이 차올랐다.

떠내려갈 것만 같은 의식을 다잡고 손에 쥔 삽을 그러쥐었다.

그리고 새하얗게 드러난 트리거의 몸통 중앙부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퍼억, 퍽, 퍽-!


최대 출력으로 힘을 실어 공격을 하자 거대한 놈의 몸뚱이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점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한 시간 2분]


몸뚱이를 거의 다 베어갈 때였다.

트리거가 또 다시 섬광을 퍼부었다.

이번엔 폭주 상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내가 있던 곳뿐만 아니라 사방의 모든 곳에 공격을 쏟아부었다.


“크워어어어억!!!”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날아오는 섬광을 피하기 위해서 제대로 공격할 수가 없었다.


‘설마 이대로 실패하는 건가?’


[제한 시간 1분]


그리고 딱 1분이 남았을 때 놈의 공격이 멈췄다.

나는 다시 뛰어올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퍼부었다.

베고, 가르고, 휘두르고.

내가 삽 그 자체가 된 것 같다. 아무 생각과 계산도 없이 자신을 불태웠다.

그러자 마침내 끝이 보였다.

절반 넘게 패인 몸의 몸뚱이가 우직끈 소리를 내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쿠워어어어억!”


그 즉시 올라타고 있던 몸뚱이에서 떨어져 내려왔다.

동시에 광전사 모드가 끝이 났다.


쿠웅, 쾅 -!


몸뚱이가 쪼개진 트리거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주변에 자욱한 검은 먼지들이 피어올랐다.

엉망이 된 트리거의 몸체는 새하얀 빛이 스며들더니 산산조각이 나며 가루가 되었다.

그리고 그가 있던 자리에 웬 물건들이 떨어졌다.


“아, 이젠 진짜 죽겠다.”


광전사 모드가 해제되면서 온몸의 기력이 빠져버렸다.

내가 숨을 쉬고 있는 것조차 기적이라 봐야 했다.


“찌이익, 찍.(너는 아마 내가 본 인간 중에...)”


지금껏 꾹 다물고 있던 현자의 쥐새끼가 입을 열었다.


“인간 중에...?”

“찍찍.(아마 제일 무식하게 싸우는 놈일 거다.)”


칭찬이라도 좀 해주는 줄 알았더니. 역시나 사람 속을 긁는 소리였다.

황천길에서 금방 돌아온 나는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사람 맥 빠지게 그런 소리 말고 제대로 된 칭찬이나 해달라고요!”

“찌익, 찍찍.(칭찬은 무슨 칭찬. 이렇게 시간을 꽉 채워서 단순 무식하게 때려 팰 줄이야.)”


내가 전투에 대한 감이 있나.

할 줄 아는 게 그런 것 밖에 없는데.

거친 숨을 몰아쉬자 물건들이 자동 적으로 인벤토리에 들어왔다.

얼핏 확인을 해보자 나무 방패, 악몽의 가루, 그림자 연기, E급 마력석, 물약과 재화가 조금 들어있었다.


‘이게 바로 몬스터 처치 보상이라는 거구나.’


여러 가지로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미확인 게이트에 들어왔다는 것도 그렇고.

파티원 없이 혼자 보스를 때려잡았다는 사실도 낯설었다.

그렇게 묘한 감각에 빠져드는데 그림자 시계 덕에 정신이 번득 들었다.


[time out] - 00 : 02 : 17


보스 몬스터를 없애는 것만으로는 아직 퀘스트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이곳을 완전히 탈출해야 했다.


“내 정신 좀 봐,”


바닥에 삽을 짚어 후들거리는 다리로 일어섰다.

아까 너무 정신없이 삽을 휘둘렀는지 손에 있는 살들이 다 까지고 진물이 올라오려 했다.

몸을 확인할 여유도 없이 최대한 빠르게 움직였다.

환한 빛이 반짝이는 문 앞으로 다가가는데 그때 누군가 내 다리를 붙잡았다.

뒤를 돌아보자 처음에 나를 이곳으로 밀어 넣은 미소 천사였다.


“가, 같이가...!”


고생을 꽤나 했는지 온몸이 피범벅에 엉망진창이었다.

여전히 다리 한쪽은 아작이 나 있었고.

나와 같이 얼마 남지 않은 그림자 시계가 허공에 막 떠다니고 있었다.

한 가지 의문점은 아까 그 난리통에 대체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 나타났냐는 것이다.


“그쪽 살아계셨나 봐요?”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사람 개고생이란 개고생은 다 시켜놓고.”

“그게... 나가면 전부 이야기할게! 아니, 내가 모아놓은 돈도 다 줄 테니까, 나 좀 이곳에서 나가게 해줘!”


두 손을 모아 애원하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지려 했다.

하지만 저 사람은 F랭커들을 속여 인신매매로 돈을 번 인간이었다.

과연 그런 인간을 돕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런 말 할 때 들어줬어요?”

“다, 다른 사람? 어떤 다른 사람...?”

“당신들이 죽인 사람들이요.”


미소 천사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나는 붙잡고 있던 그의 손을 내 다리에서 떼어냈다.

천천히 멀어지자 저 뒤로 놈의 절규가 들려왔다.


“그놈들은 어차피 죽어도 싼 F랭커들이었다고! 지들이 그렇게 태어난 걸 어떡해! 그걸 왜 나보고 지랄이야!”


‘그럼 그렇지.’


완전히 게이트를 빠져나오자 그림자 나무들과 어두컴컴한 밤하늘이 사라졌다.

대신에 미소 천사와 함께 왔었던 속삭이는 숲이 드러났다.


“와 이제 진짜 끝났다.”


지친 몸뚱이를 숲에 눕히자 상태창이 허공에 떠올랐다.


[미확인 게이트 예상 등급 : E]


[탈출 완료]


[-> 보상으로 ‘새로운 칭호’를 부여받습니다.]


[‘선택받은 후계자’ -> ‘각성의 씨앗’]

- 근력과 체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합니다.

- 기존 스킬 레벨이 자동 적으로 상승합니다.

- 새로운 스킬을 얻을 수 있는 슬롯이 추가됩니다.


상태창이 정신없게 허공에서 왔다갔다거렸다.

뭐가 번잡스럽게 추가가 되는데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 조용하던 사방에서 사람들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파스스스슷 -!


나무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그 끝에 드러난 것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었다.


“철용이는 어디 가고 넌 또 뭐야.”


저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뭔가 큰일이 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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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미로(2) 23.03.26 48 0 11쪽
19 미로(1) 23.03.25 47 0 11쪽
18 D급 게이트 23.03.24 63 3 11쪽
17 헌터 사냥꾼(2) 23.03.24 65 3 11쪽
16 헌터 사냥꾼(1) 23.03.23 64 3 11쪽
15 인신매매 조직단 23.03.22 62 3 11쪽
» 미확인게이트(3) 23.03.21 65 3 12쪽
13 미확인 게이트(2) 23.03.20 68 3 12쪽
12 미확인 게이트(1) 23.03.19 68 3 12쪽
11 속삭이는 숲 23.03.19 78 4 12쪽
10 대장장이의 한(5) 23.03.19 85 4 13쪽
9 대장장이의 한(4) 23.03.18 84 4 11쪽
8 대장장이의 한(3) 23.03.18 82 4 12쪽
7 7. 대장장이의 한(2) 23.03.17 87 4 11쪽
6 6. 대장장이의 한(1) 23.03.17 10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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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삽질하는 광전사 23.03.17 14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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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SSS급 빙의자의 선택받은 후계자 +1 23.03.16 316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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