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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헌터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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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작품등록일 :
2023.03.16 17:52
최근연재일 :
2023.04.01 23:5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72
추천수 :
65
글자수 :
134,839

작성
23.03.2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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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작별

DUMMY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익숙한 방안의 모습이 보였다.

푹신한 침대와 내가 덮고 있는 꽃무늬 이불. 누렇게 변해버린 새하얀 벽지. 그리고 옆에서 진지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최진욱까지.

어찌나 집요하게 쳐다보는지 부담스러워서 더 누워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최진욱의 기억은 아마 내가 악몽의 가루를 던졌을 때까지 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 내가 한 짓 때문에 끔찍한 악몽을 꿨을 테지.

피차 들어야 할 것이 있었기에 나도 입을 열었다.


“숲에 들어갈 때 나던 고약한 냄새 있잖아요.”

“고약한 냄새?”

“그 냄새가 사람들의 정신 교란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거기다 나침반이 고장 났을 리는 없을 것 같아서 생각을 하다가 어쩌면 꽃밭에 있는 꽃이 보스 몬스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근데 그걸 확인하려면 일단 다른 사람들을 진정시켜야 했는데... 제가 힘으로 제압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런 아이템을 써버렸어요.”


최진욱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안한 마음도 동시에 존재했다.


“죄송해요.”

“아니, 그래도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에 우리가 무사히 나올 수 있었던 거니까. 나중에 정신 차리고 나니까 네가 쓰러져 있더라. 우리는 그런 널 데리고 게이트를 빠져나왔고,”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리자마자 눈앞이 컴컴하게 변했었다. 그래서 쓰러진 나를 데리고 파티원들이 이곳까지 데려온 모양이었다.

그러다 최진욱이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


“혹시 이게 뭔지 알아?”


그가 건넨 것은 붉은색으로 된 동그란 구슬이었다.

이걸 왜 갑자기 물어보는지 의아해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뭔데요?”

“네가 쓰러트린 보스 몬스터의 마력석.”

“이게 마력석이라고요?”


일반적인 마력석이라 하면 자주색으로 된 마름모 모양의 돌이었다.

저번에 트리거를 쓰러트린 후에 내가 받은 것도 같은 것이었으니까.

근데 이건 아무리 봐도 마력석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내가 모르는 다른 마력석이 있는 건가?’


내 생각을 눈치챈 것인지 최진욱이 설명을 이었다.


“나는 이걸 예전에 본 적이 있어.”

“본 적이 있다고요? 언제요?”

“내가 저번에 말한 거 기억해? 동생을 잃어버렸다고.”


이틀 전에서 방문 앞에서 한 이야기였다.

그때 끝까지 듣지 못하고 그가 가버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기억나요. 헌터 협회 사람이 자세한 걸 알고 싶으면 돈을 들고 오라고 했었죠.”


최진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지만 그 헌터 협회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었어. 그저 나한테 돈을 뜯으려고 혈안이 된 사람이었지.”


돈에 눈이 멀어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놀다니. 무슨 그런 쓰레기 같은 사람이 다 있는가.

내 일이 아닌데도 화가 치밀었다.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그래서 어렵게 구한 돈은 돈 대로 잃고 정처 없이 돌아다닐 때였어. 그러다 갑자기 사라진 사람이 우리 동생만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지.”

“그러면요?”

“더 있었던 거야. 사연은 거의 비슷했어. 좋은 조건으로 파티원을 꾸렸다며 기뻐하던 가족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설마...”


최진욱이 눈을 질끈 감았다.


“맞아. 조직적인 납치였던 거지. 관련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는 깨진 붉은 구슬이 놓여있었어.”


내 시선이 그에 손에 있는 붉은 구슬에 닿았다.

저 붉은 구슬에는 대체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 그 실험을 하는 사람들은 뭐 하는 인간들이고.


“그럼... 동생분을 납치한 사람들이... 인공 게이트에서 연구를 하던 그 사람들인가요?”

“확신할 순 없지만 그렇게 추정하고 있어. 그리고 네가 어제 주려던 실험자 명단을 내가 먼저 살펴봤거든.”


안 그래도 선반 위에 종이가 올라와 있었는데 그게 실험자 명단이었나 보다.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최진욱을 돌아봤다.


“그런데요?”

“거기에 있더라고. 이전에 사라졌던 사람들이.”


그 말은 즉 동생도 그 실험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일까.

어쩌면 내가 베어버린 망자 중에 최진욱의 동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죽지도 못한 채 떠도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당황스러워하는 내 모습에 최진욱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단 거기엔 내 동생은 없었어.”

“후... 그건 다행이네요.”

“그러니까 앞으로 따로 행동하자.”

“따로 행동하자고요? 왜요?”

“나는 이제 놈들을 본격적으로 조사할 생각이야. 그럼 당연히 지금보다 위험해질 거고.”

“하지만...!”

“애당초 너랑은 관련 없는 일이잖아. 쉴 만큼 쉬다가 네 갈 길 가.”


냉정한 말이지만 최진욱의 말이 틀린 건 없었다.

애초에 본 지 오래된 것도 아니고. 위험을 감수해서 그를 도울 이유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강한 헌터도 아니라서 어쩌면 짐덩이가 될지도 몰랐다.

내가 아무 말 없자 최진욱은 그럼 좀 쉬라며 방을 나섰다.


“후우....”


내가 깊은 한숨을 쉬자 누군가 잘 덮고 있는 이불을 뻥 찼다.

확인을 해보자 현자의 찍찍이였다.


“찌이익, 찍?(무슨 한숨을 땅이 꺼져라 쉬는 거야. 뭐가 마음에 안 들어?)”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어요?”

“찌익, 찍.(처음부터.)”


현자의 찍찍이는 팔자 좋게 침대에 누워서 나를 돌아봤다.

나는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냥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닌데 찜찜해서요. 제가 정의로운 편은 아니지만 그런 비인간적인 일이 있었다는 걸 알아버려서 모른척하긴 그렇고. 하지만 그렇다고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까지 나서는 건 아닌 것 같아서요.”


내 말을 들은 현자의 찍찍이는 코를 후비적거리며 말했다.


“찌이익, 찍찍.(그럼 답 나왔네. 강해지면 되지.)”

“강해지면 된다고요?”

“찍찍, 찌익.(어차피 강해져야 무시하든 무시하지 않든 선택권이 생기는 거니까.)”


현자의 찍찍이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약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그 말이 맞아요. 저는 저대로 강해지는 거. 그래야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제가 나설 수 있으니까요.”


중간에 최예솔의 힐을 받았지만 완전히 컨디션이 돌아오는데는 며칠이 걸렸다.

나는 몸이 회복되는 대로 파티원들한테 떠나겠다는 말을 했다.


“정말 떠난다고? 이렇게 갑자기?”


최예솔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네, 저는 저대로 해야 할 게 있어서요.”


아쉬움을 표하는 건 황치수나 신형진도 마찬가지였다.

최진욱만이 짐작했다는 듯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떠나기로 한 오후가 되자 나는 몇 없는 짐을 챙겨서 집을 나왔다.

그간 정이 든 아이들은 나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형아, 나 저래 잊지마!”

“다음에 이곳에 들르면 꼭 다솔이 보러 와 줘!”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최진욱이 남았다.

그는 나를 보더니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게 맞는 선택이야.”

“저는 도망치는 게 아니라, 더 강해지려고 가는 거예요. 강해진 후에 다시 봐요.”


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몸을 돌려 길을 떠났다.


***


그렇게 한참 걸음을 내디뎠을 때 우리가 도착한 곳은 웬 시장통이었다.

그냥 지나치기엔 온갖 맛있는 냄새가 발걸음을 사로 잡았다.


“마침 출출한데 한 번 둘러볼까요?”

“찌익.(간만에 마음에 드는 의견을 내놓는군.)”


눈을 돌리는 곳마다 온갖 음식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잘 구운 은행과 매콤한 양념을 바른 닭꼬치. 그 외에도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이게 만드는 분식이라던가 길거리 스테이크들이 잔뜩 있었다.


“와, 뭘 먹어도 좋을 것 같은데요. 끌리는 거 있어요?”

“찌이익.(당연히 스테이크지.)”


순간 햄스터가 스테이크를 먹어도 되나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하지만 전에 알아봤을 때 햄스터가 잡식이라고 했었다. 애초에 진짜 햄스터가 아닌데 무슨 상관인가 싶은 마음도 들었다.


“일단 절반은 소스 없이 구워만 달라고 할게요. 혹시나 배탈 날까 봐.”

“찌익.(대답하는 시간도 아깝군.)”


나는 길거리 스테이크를 파는 대기 줄에 멈춰 섰다.

그리고 차례를 기다려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물론 양념은 반만 묻혀달라는 주문에 의아해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와 진짜 맛있겠다.”


방금 갓 구워진 스테이크는 일품이었다.

입안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렸다. 한 입 베어물 때마다 흘러나오는 육즙은 또 어떤가.

현자의 찍찍이도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무아지경으로 잘게 잘린 스테이크를 해치우고 있었다.


“이건 다음에 한 번 더 사 먹어야겠어요.”

“찌이익, 찍.(아니, 두 번 사 먹어.)”


벤치에 앉아 스테이크를 다 해치웠을 때쯤 웬 남자아이가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열 살은 되었을까.

앳되어 보이는 얼굴에 최진욱의 거처에 있던 아이들이 생각났다.


‘부모님은 어디 가고 혼자 다니는 거지?’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재빨리 다른 곳으로 도망을 가버렸다.

부끄러움이 많은가 보다 싶어서 잠시 시선을 두다가 걸음을 옮겼다.

우리가 향한 곳은 시장 한구석에 있는 반려동물용품점이었다.

현자의 찍찍이가 먹을 해바라기씨 가 다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들리게 되었다.


“찌이이익, 찍.(나 저거 살래. 이번에 새로 나온 딸기 맛인가 본데.)”


한동안 사용할 이갈이 용품과 사료, 해바라기씨를 전부 골랐는데도 현자의 찍찍이의 식탐은 끝이 나지 않았다.


“진짜 이것만 살 거예요. 우리 돈도 없어서 진짜 아껴야 한다고요.”

“찌이익. 찍.(나 참 잔소리는.)”


그렇게 계산을 마치고 용품점을 나오는데 골목길에서 알 수 없는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조금 전에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어린아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또 다시 멀리 도망가 버렸다.


“뭔가 할 말이 있나?”


알 수 없는 찜찜함을 뒤로한 채 걸음을 내딛는데 저 앞에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그곳으로 가자 사람들이 멱살을 잡은 채로 싸우고 있었다.


“이 새끼야, 이거 안 놔?”

“뭐? 이 새끼?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나한테 형님, 형님 거리던 놈이!”


두 사람 다 얼굴이 씨뻘개진 상태로 화를 냈다.

감흥 없는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누군가 내게 몸을 부딪혔다.

아니, 들이 박았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돌리자 아까 전부터 내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그 아이였다.

내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도망가는 모습에 뒷통수를 손으로 긁었다.


“뭐지, 진짜?”


다시 가던 길을 이어서 가려던 찰나, 어쩐지 주머니가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손을 넣어 확인해 보는데 있어야 할 지갑이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반려동물 용품점에 있다 나온 터라 그 전까지는 확실하게 지갑이 있었는데.

의심할 수 있는 거라곤 내 주위를 어슬렁 거리던 그 아이였다.

돈이야 많지 않아서 상관이 없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 거기에 내 헌터 자격증도 있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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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미로(2) 23.03.26 47 0 11쪽
19 미로(1) 23.03.25 47 0 11쪽
18 D급 게이트 23.03.24 63 3 11쪽
17 헌터 사냥꾼(2) 23.03.24 64 3 11쪽
16 헌터 사냥꾼(1) 23.03.23 64 3 11쪽
15 인신매매 조직단 23.03.22 62 3 11쪽
14 미확인게이트(3) 23.03.21 64 3 12쪽
13 미확인 게이트(2) 23.03.20 6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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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대장장이의 한(1) 23.03.17 10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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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삽질하는 광전사 23.03.17 14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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