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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헌터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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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작품등록일 :
2023.03.16 17:52
최근연재일 :
2023.04.01 23:5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88
추천수 :
65
글자수 :
134,839

작성
23.03.27 00:20
조회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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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불신

DUMMY

착각인가 했지만 아무리 봐도 사막이 기울어지고 있는 게 맞았다.

사방에 가득한 모래가 스르륵 소리를 내며 굴러내렸다.

이런 모습을 본 현자의 찍찍이가 혀를 쯧 하고 찼다.


“찌이익, 찍찍.(미로가 폭발하면 사막도 변하게 설정을 해뒀나 본데.)”

“그럼 어떡하죠?”

“찌익, 찍.(어떡하긴 뭘 어떡해. 당장 피해야지.)”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전에 얻은 마력석 측정 나침반을 꺼냈다.

인공 게이트라고 하더라도 보스가 있긴 한 건지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으로 당장 달려가려고 하다가 골렘과 싸우던 파티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여기서 흩어지면 다시 만나기 힘들지도 몰라.’


주변을 둘러보다가 바로 뒤에 피라미드처럼 쌓여 있는 바위가 보였다.

그곳으로 올라가자 확 트인 사막이 한눈에 들어왔다.

위에서 올려다보니 사막 중심부 쪽으로 모든 모래가 기울고 있었다.

그리고 저 먼 곳에 골렘의 잔해와 함께 모여 있는 파티원들의 모습이 있었다.


“여기에요, 여러분! 이쪽으로 가야 해요!”


목이 터져라 소리치고 손을 휘저었지만 나를 돌아보는 사람 하나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저들이 있는 곳을 찾아가기엔 사막이 점점 더 가파르게 기울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이동을 하던 중에 일행들도 이동을 하면 자칫 길이 엇갈려 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뭐 좋은 게 없나?’


혹시나 도움이 되는 물건이 있을까 싶어서 인벤토리를 뒤적거렸다.

그러자 이전에 트리거와 싸우고 챙긴 아이템 하나가 눈에 띄었다.


[소모품] ‘그림자 연기’

- 허공을 향해 던지면 하늘 위로 컴컴한 연기가 떠오른다.


‘이거라도 한 번 써볼까.’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하늘을 향해 그림자 연기 아이템을 던졌다.

그러자 맑은 하늘에 순식간에 검은 그림자가 차올랐다.


“다들 여기 좀 보시라고요!”


제일 처음 뒤를 돌아본 사람은 최진욱이었다.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것인지 검게 변한 하늘을 쳐다보다가 이후에는 손을 열심히 흔들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이때다 싶어서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쪽으로 가야 해요! 그래야 이곳을 탈출할 수 있어요!”


저들에게 내 뜻이 전부 전해졌을 지는 모르겠지만 온갖 손짓 발짓을 동원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


‘이쯤 하면 대충 알아들었겠지?’


물론 나 또한 상황이 좋지는 않았다.

모래 사막이 점점 더 가파르게 변하는 게 빨리 이곳을 벗어나지 않으면 저 아래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빨리 움직여야 하니까 안 떨어지게 꽉 잡으세요.”

“찌익.(어서 달리거라, 이 몸종아.)”


올라가 있던 바위에서 내려와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달렸다.

도중에 미끄러지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하지만 굴러떨어져도 온 힘을 다해 기어 올라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하아, 하아, 하아, 하...!”


그렇게 나침반을 따라 한참을 달려간 곳에는 생뚱맞게 울창한 숲이 있었다.

푸릇한 식물들과 중간중간 들려오는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진짜 숲이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향긋한 꽃내음마저 진하게 불어왔다.


“무슨 사막 바로 옆에 숲이 있지...?”


내 눈으로 보고 있지만 믿을 수가 없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게 상식적인 범주를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찌이익, 찍.(여기도 무슨 장치가 있을지도 몰라. 살아남으려면 아무것도 믿지 마.)”

“그래야겠어요.”


얼마 안 있자 저 멀리서 달려오는 파티원들이 보였다.

모두가 지친 기색이었다. 그중 가장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건 노란 머리 황치수였다.

골렘과의 전투 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머리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다리를 쩔뚝거렸다.

그 모습에 황급히 그에게 달려갔다.


“다쳤어요? 몸은 좀 괜찮아요?”

내 걱정이 무색하게 황치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었다.


“설치다가 골렘한테 맞아서.”


그 말에 옆에 있던 신형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길래 적당히 하라고 했지? 꼭 말 안 듣고 저런 꼴이 된다니까. 어서 예솔이한테 힐 해달라고 해.”

“됐어. 돌아가서 좀 쉬면 낫는데.”

“게이트에서 언제 나갈 수 있을 줄 알고.”


두 사람이 투닥거리자 이를 보고 있던 차예솔이 팔을 걷어 올렸다.


“둘 다 그만해. 황치수 너는 내가 힐 해줄 테니까 앞으로는 좀 조심하고.”


차예솔이 황치수의 몸에 손을 대자 환한 빛이 퍼져 나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상처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는데 표정이 잔뜩 굳어 있던 최진욱이 내게 물었다.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야. 골렘은 네가 멈췄어?”

“네, 어쩌다 사막 아래로 떨어졌는데 거기에 미로가 있었어요. 나오는 길에 골렘 주문진을 발견해서 파괴했고요.”

“미로라고...?”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그럼?”

“여기는 일반적인 게이트가 아닌 것 같아요.”


내가 미로에 가서 보고 들은 것을 파티원들에게 설명했다.

미로 안에서 챙겨 온 실험 일지를 건네주자 이를 본 최진욱과 다른 파티원들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이런 미친 놈들...!”

“그리고 그곳에 실험에 참여한 150명의 사람들 명단이 있었어요. 혹시나 싶어서 챙겨왔는데...”


명단을 건네주려던 찰나, 풀숲에서 낯선 인기척이 났다.

주위를 둘러보자 어느새 짐승들이 우리를 포위한 상태였다.

불곰과 사자, 늑대, 멧돼지까지. 이빨을 날카롭게 드러내는 것을 보니 당장이라도 우리를 물어뜯을 것만 같았다.


“크르르릉...!”


최진욱이 허공에서 긴 장검을 소환했다.

그리고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뭔지는 몰라도 이 숲은 우리가 잠시 쉴 시간은 안 주려는 것 같은데. 일단 싸우고 난 후에 다시 이야기 하자고.”


불곰을 닮은 짐승이 달려오자 최진욱이 장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무거운 장검인데도 젓가락을 드는 것처럼 가뿐한 움직임이었다. 허공에서 춤추던 장검은 단숨에 불곰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푸욱 -!


“케에에엑!”


불곰은 장검에 찔린 채로 최진욱을 공격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장검이 살을 파고드는 더한 고통에 몸부림쳐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지?’


뒤를 확인해보자 아직 치료가 덜 끝났는지 차예솔은 황치수에게 힐을 해주고 있었다. 그 주위를 신형진이 엄호했다.

저 멀리서 멧돼지 한 마리가 달려오자 황치수가 미련 없이 화살을 당겼다.


티잉 -!


화살이 날아가며 불이 붙었다.

그리고 정확하게 멧돼지의 목덜미를 꿰뚫었다. 달려오던 멧돼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저기는 내가 신경 쓸 필요도 없겠어.’


때마침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사자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맹렬한 기세로 내게 달려왔다.

나는 쥐고 있던 삽을 다시 그러쥐어 사자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내 팔을 물어뜯을 만큼 가까워졌을 때 삽을 그대로 휘둘렀다.


까앙 -!


머리를 정통으로 맞았다. 그런데도 사자는 주춤거리는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았다.

되려 더욱 성난 얼굴로 다시 한 번 달려들었다.

물릴 뻔했지만 삽을 이용해 사자의 주둥이를 겨우 막아냈다.


“크르르릉...!”


가까이서 마주한 사자는 어딘가 이상했다.

눈이 꼭 어디에 홀린 것처럼 초점이 없고 자꾸만 침을 질질 흘렸다.


‘상태가 안 좋아보이는데.’


그러고 보니 몬스터도 아닌 짐승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거기다 여기에 있으면 있을수록 코를 찌르는 꽃향기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얘네 어딘가 좀 맛 간 것 같지 않아요?”


방금 막 늑대 한 마리를 베어낸 최진욱이 답을 했다.


“이상하긴 해. 사막에 있던 골렘처럼 조종이라도 당하는 것 같거든.”

“조종이요?”

“그래, 생명체라면 무력 앞에 공포를 느껴야 하는데. 얘네는 그런 게 없어. 죽으려고 뛰어드는 것 같아.”


그제야 한 가지 의심이 떠올랐다.


‘만약, 이 숲에도 다른 장치를 해놨다면?’


홀린 듯 달려드는 짐승들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투. 꽃향기가 짙어질수룩 의식이 점점 흐릿하게 변하는 것 같았다.

시간을 길게 끌면 우리한테만 불리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어쩌면 이 짐승들처럼 우리도 변할 수도 있었고.


‘최대한 빨리 보스를 처치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달려오는 사자의 목을 삽으로 단번에 꿰뚫었다.


후드득 -!


전신에 검붉은 핏방울이 튀었다.

얼굴에 튄 피를 소매로 훔친 후에 주머니에 있던 나침반을 살폈다.

그러자 숲속 깊은 곳을 가리켰다.

전투에 집중하는 최진욱의 모습을 흘깃 쳐다보고는 말을 꺼냈다.


“이렇게 싸우다간 끝이 없을 것 같지 않아요? 숲에 있는 짐승들이 다 몰려올 수도 있고.”

“그래서?”

“일단 안쪽으로 들어가는 거 어때요?”

“안쪽에 뭐가 있을 줄 알고.”

“보스 몬스터가 있겠죠.”


최진욱이 의심의 눈길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내게 성큼 다가왔다.

어딘가 무시무시한 분위기에 뒷걸음을 치는데 최진욱이 장검을 내가 있는 곳으로 휘둘렀다.


‘마, 맞는다...!’


그대로 삽으로 막아내려는 순간 장검이 향한 곳은 내가 아닌 내 뒤쪽이었다.


“깨개갱!”


최진욱이 휘두른 검에 맞은 들개 한 마리가 피를 뿜어냈다.


‘나한테 휘두른 게 아니라 개를 죽인 거구나!’


안심하는 것도 잠시. 최진욱이 칼을 빼내며 다시 내게 물었다.


“아까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 여기에 숲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음, 그건...”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를 여기로 안내했잖아. 상당히 수상한 거 알지?”


이렇게 된 이상 나침반의 존재를 말할 수 밖에 없어졌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 주머니에 있던 나침반을 꺼내들었다.


“사실 이거 덕분에 알았어요.”

“이게 뭔데?”

“마력석을 감지해주는 나침반이요. 저번에 혼자 간 게이트에도 이거 덕분에 혼자서 빠져 나올 수 있었어요.”

“마력석을 감지해주는 나침반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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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미로(1) 23.03.25 47 0 11쪽
18 D급 게이트 23.03.24 63 3 11쪽
17 헌터 사냥꾼(2) 23.03.24 65 3 11쪽
16 헌터 사냥꾼(1) 23.03.23 65 3 11쪽
15 인신매매 조직단 23.03.22 62 3 11쪽
14 미확인게이트(3) 23.03.21 65 3 12쪽
13 미확인 게이트(2) 23.03.20 68 3 12쪽
12 미확인 게이트(1) 23.03.19 6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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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대장장이의 한(4) 23.03.18 84 4 11쪽
8 대장장이의 한(3) 23.03.18 8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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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대장장이의 한(1) 23.03.17 10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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