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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헌터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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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작품등록일 :
2023.03.16 17:52
최근연재일 :
2023.04.01 23:5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73
추천수 :
65
글자수 :
134,839

작성
23.03.17 00:28
조회
118
추천
3
글자
12쪽

5. 광전사 모드 on

DUMMY

뜨거운 피가 온몸을 타고 흘렀다. 그 흐름 하나까지 모두 제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동시에 머리가 들끓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서 어지러웠다.

붙잡고 있는 의식을 놓치지 않으려면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광전사 모드를 제어합니다.]


[제한 시간 3분]


[적을 섬멸하시오.]


이상함을 눈치챈 두더지 형제는 땅속으로 숨어들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이 마지막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계속 땅속으로 숨으면 제대로 싸울 수가 없잖아.’


싸우기 위해서는 저 두 놈을 최대한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손에 있는 삽을 꼭 쥐었다.

그리곤 동그랗게 뚫려있는 구멍에 온 힘을 다해 내리쳤다.


쿠웅 -!


쿠웅 -!


쿠우웅 -!!


폭발음과 함께 땅이 울렸다. 흡사 지진이라도 난 듯한 진동이었다.

두더지 형제가 오가던 구멍에 먼지가 자욱하게 퍼졌다.

얼마 안 가 흙 속에 있던 두더지 형제들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두, 두더지!(으윽, 시끄러워!)”

“두, 두더?(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두 마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삽을 휘둘렀다.

방심했던 이전과 달리 제대로 싸울 맘이 생긴 두더지는 생각보다 성가신 상대였다.

근육이 우람한 몸뚱이로 유연하게 피해 다녔다.

이번엔 상대편에서 먼저 주먹을 날렸다.


휘익 -!


피하려는 그때 반대쪽에 있던 다른 두더지가 내 눈을 향해 흙을 날렸다.


“두, 두더지!(앞이 안 보이면 이제는 어떻게 못 하겠지!)”


[남은 시간 2분]


다행히 눈을 감아도 움직이는 소리나 인기척으로 상대편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싸움을 포기한 사람처럼 가만히 멈춰서 있다가 두더지가 가까이 온 순간 온 힘을 다해 삽을 휘둘렀다.


까앙 -!


명중이었다.

맑고 청아한 소리와 함께 두더지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두, 두더...!(아, 아우야...!)”


울음 섞인 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주변 기류가 달라졌다. 섬찟한 살기가 피부를 따끔따끔 찔러왔다.


“두더지!(네놈만은 내가 죽이고 간다!)”


마지막 남은 두더지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때를 기다리며 녀석이 가까이 오는 순간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두더지의 목표는 내가 아니었다.

내가 들고 있는 삽이었다.

삽을 이빨로 낚아챈 두더지는 그대로 삽을 문 채 땅속으로 들어갔다.

나도 삽과 함께 땅속으로 끌려갔다.


“으윽!”


땅속 깊은 곳은 빛 하나 들지 않는 암전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살갗이 파묻힌 돌에 부딪혀 아팠다.

이대로 간다면 답이 없었다.


[남은 시간 1분]


설상가상으로 광전사 모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한 방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붙잡고 있던 삽을 놓았다.

무기에 연연해 하다간 시간만 낭비할 것임을 뻔히 예상했다.

삽을 문 두더지가 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주변 흙이 진동하며 흔들렸다.


두두두두두 -!


‘온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진동이 손끝까지 울릴 정도가 되었을 때는 나는 온힘을 다해 녀석을 막아냈다.


퍼억 -!


“두더지, 두더지?(무, 무슨 일이?)”


돌진하는 녀석에 의해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결국에는 완전히 막아서자 녀석은 당황스러워하는 기색이었다.

이제부터는 순수한 무력으로 승부를 내야 했다.

내가 주먹을 날리면 녀석도 이에 맞서 주먹을 내던졌다.


퍼억, 퍽, 퍽- !


서로가 공평하게 맞았다.

그리고 똑같이 주먹을 날렸다.

이 싸움의 끝은 버티는 자가 승리하였다.

의식이 흐려지려는 찰나 어느 순간부터 주먹이 날아오지 않았다.


“두, 더...(끄억...)”


주먹을 내던지려던 두더지는 그대로 바닥으로 엎어졌다.

아득한 죽음이 두더지를 감쌌다.


[광전사 모드 off]


[적을 섬멸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재화를 습득합니다.]


[-> 지워졌던 스킬이 나타납니다.]


[-> 스킬의 레벨이 향상됩니다.]


“겨우... 이겼다...”


적을 섬멸했다고는 하지만 이런 몰골로는 이겼다고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멀쩡한 곳 없이 온몸이 엉망진창이었다. 뼈가 몇 군데는 부저린 것 같았다.

전신에 힘이 빠져나갔다.


‘여기서 나가야 하는데. 이대로 잠들면 안 될 것 같은데.’


의식이 촛불처럼 희미해지려는 그때 저 위에서 희미한 빛줄기가 내려왔다.

무언가 다가오는 진동음도 울렸다.


“찌익, 찍!(김천수, 정신차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말이었다.


***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났다. 군침이 돌아 입을 쩝쩝거리는데 저 멀리 스프 그릇이 보였다.

수프 먹으러 가는데 갑자기 수프 그릇에 근육질 다리 두 개가 생겨났다.

내가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멀어져 약이 바짝 올랐다.

그때 어디선가 쥐새끼가 휙 튀어나왔다.

녀석은 나를 보며 피식거리더니 날강도처럼 감자 수프를 들고 도망가 버렸다.


“안 돼! 내 감자 수프···!”


순간 눈이 번쩍 떠졌다. 주위를 돌아보자 처음 보는 곳이었다.

내가 덮고 있는 이불 맡에는 양쪽 볼에 무언가를 빵빵하게 채우고 있는 찍찍이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제 몸집보다 더 커다란 해바라기 헤드가 그 앞에 놓여 있었다.


‘하여간 해바라기 씨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고.’


서로가 탐탁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나 보다.

쥐새끼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혀를 찼다.


“찌익, 찍찍(떼잉, 잠꼬대하고는.)”


‘얄미운 쥐새끼 같으니라고.’


마음 같아서는 한 대 콩 쥐어박고 싶지만 성격 더러운 쥐새끼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었다.

뻐근한 몸을 뒤척거리는데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괴로웠다.

누가 밤새 나를 몽둥이로 때리고 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으윽...”

“찌익, 찍찍찍.(포션 좀 마셔놓는 게 좋을걸. 어차피 초급 포션은 아끼면 똥 되니까.”


웬일로 쥐새끼가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했다.

그 즉시 상태창을 열어 포션을 꺼냈다. 그리고 꿀꺽꿀꺽 들이마셨다.

시장에 팔 수 있는 포션 한 병이 줄어든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효과는 확실했다.

가슴에 따뜻한 온기가 맴돌더니 전신으로 기운이 퍼져나갔다.

뼈가 부서진 듯한 고통도 어느 순간 멎어 들었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마지막 기억을 더듬어 보니 두더지와의 전투가 떠올랐다.

분명 마지막 승자는 나였다.

그런데 왜 이런 낯선 곳에 있는 것인가.

마침 답을 줄 수 있는 자가 눈앞에 있었다.


“여긴 어딥니까?”

“찌익, 찍찍.(거기 있던 할배 집.)”

“왜 여기로 온 겁니까?”

“찌익, 찍찍찍.(낸들 알아? 무작정 둘러업고 달리는 걸 막을 수도 없고. 그냥 따라왔지.)”


말 끝나기가 무섭게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들고 있는 그릇에서는 모락모락한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안 그래도 깨우려고 했는데 마침 딱 일어났구먼.”


꿈에 나온 감자 수프가 바로 앞에 있었다.

할아버지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수프 그릇을 건네자 나는 그것을 허겁지겁 떠먹었다.

얼마 만에 먹는 식사다운 식사인지. 눈물이 다 나려고 했다.


“더 있으니까 필요하면 얼마든지 말하려무나.”


금세 한 그릇을 뚝딱 비워내자 할아버지는 더 들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켜섰다.

할아버지가 방을 나가자 나는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퀘스트는 성공한 것 같은데.’


재화를 확인해봤지만 주머니를 털어봐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 내 보상은?’


그때 상태창이 허공에 떠올랐다.


[환전하시겠습니까?]


옆에 있는 국가명을 선택한 후 환전하기 버튼을 누르자 허공에서 돈이 떨어졌다.


“와···. 이게 다 뭐야. 진짜 돈이잖아.”


이 돈이면 당장에 먹을 것과 필요한 옷가지를 사는 데 보탤 수가 있었다.

밀린 핸드폰 요금까지도 문제가 없었다.

없는 살림에 핸드폰이라고 하면 무슨 사치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헌터 관련 소식지를 접하려면 핸드폰은 필수였다.



‘이제 보니 상태창이라는 거 완전 개꿀이잖아?’


본인이 하기에 따라 강해질 수도 있고. 퀘스트를 완료하면 다른 보상까지 챙겨줬다.

이번에는 스킬을 확인해볼 차례였다.

스킬 확인 버튼을 누르자 상세 설명이 떠올랐다.


[스킬] ‘삽질하는 광전사’ Lv.2

- 삽질로 하는 아름다운 춤사위를 볼 수 있습니다.

- 연속으로 쓰면 위력이 강해집니다.

- 광전사 모드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 ??????


스킬 레벨이 올라가고 물음표로 가려진 글자가 드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아직 안 보이는 부분이 존재했다.


‘스킬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저 조건을 알아내야겠어.’


헤드 헌팅 토끼와 인성 파탄 두더지와의 전투를 생각해보면 이전의 나였을 때는 싸울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후계자가 된 뒤로는 없던 스킬도 생기고 몬스터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 나는 한참은 약한 존재였다.


“두더지는 어떤 놈이었습니까?”

“찌이익, 찍.(걔네? 완전 개쪼랩이었지.)”

“그럼 저는요?”

“찍찍.(말도 못 할 정도로 허접한 놈.)”


그때 감자 수프를 가지러 갔던 할아버지가 돌아왔다.

이번에도 허겁지겁 그릇을 비워냈다.

두 그릇을 해치우자 그제야 포만감이 올라왔다.


“이 모든 게 자네 덕분이야. 골칫덩이 두더지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난생처음으로 제대로 된 감사의 인사를 듣자 몸 둘 바를 몰랐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려고 한 게 아닌데.

나는 자본주의의 개로써 퀘스트 보상을 얻기 위함이었다.


“제가 뭐 한 게 있습니까, 어르신.”

“아닐세. 국가도 도와주지 않는 일을 자네가 해낸 것이야. 먹고 살기 위해 집을 떠난 가족들도 이 소식을 들으면 분명 돌아올지도 몰라.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할아버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죽음을 앞둔 노인처럼 흐리멍덩하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자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건 별거 아니지만···.”


할아버지는 문 앞에 놔두었던 은색 삽을 들고 왔다. 그리고 내게 건네었다.


“소소한 보답일세. 옛날부터 우리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던 삽인데 자네라면 좋은 곳에 사용할 것 같아서.”


안 그래도 두더지 놈 때문에 사용하던 삽을 잃어버렸다.

그걸 찾으려면 땅속을 다 뒤져야 할 텐데 어느 세월에 그 짓을 하고 있냔 말이다.


“제가 이걸 받아도 될지...”

“당연히 받아도 되지. 어차피 쓰는 사람도 없으니 자네에게 줘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네.”


할아버지가 건네는 삽을 받아들자 그립감이 예술이었다.

원래부터 내 것이었던 것처럼 손에 맞아떨어졌다.

묘한 기분에 젖어 있을 때 상태창이 또 한 번 눈치 없이 창을 띄웠다.


[대장장이의 땀과 눈물이 젖은 삽 획득]


[돌발 퀘스트 발동]


[대장장이의 한을 풀어주시오.]


[-> 보상으로 선택받은 삽의 주인이 됩니다.]


[-> 실패 시 대장장이의 저주]


삽이 갑자기 우웅 소리를 내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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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미로(2) 23.03.26 47 0 11쪽
19 미로(1) 23.03.25 47 0 11쪽
18 D급 게이트 23.03.24 63 3 11쪽
17 헌터 사냥꾼(2) 23.03.24 64 3 11쪽
16 헌터 사냥꾼(1) 23.03.23 64 3 11쪽
15 인신매매 조직단 23.03.22 62 3 11쪽
14 미확인게이트(3) 23.03.21 64 3 12쪽
13 미확인 게이트(2) 23.03.20 6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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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대장장이의 한(5) 23.03.19 85 4 13쪽
9 대장장이의 한(4) 23.03.18 84 4 11쪽
8 대장장이의 한(3) 23.03.18 82 4 12쪽
7 7. 대장장이의 한(2) 23.03.17 87 4 11쪽
6 6. 대장장이의 한(1) 23.03.17 107 4 11쪽
» 5. 광전사 모드 on 23.03.17 119 3 12쪽
4 4. 삽질하는 광전사 23.03.17 140 4 12쪽
3 3. 첫 사냥 23.03.17 183 4 11쪽
2 2. 은혜도 모르는 쥐새끼 23.03.16 245 4 12쪽
1 1. SSS급 빙의자의 선택받은 후계자 +1 23.03.16 316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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