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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헌터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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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작품등록일 :
2023.03.16 17:52
최근연재일 :
2023.04.01 23:5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87
추천수 :
65
글자수 :
134,839

작성
23.03.19 00:05
조회
85
추천
4
글자
13쪽

대장장이의 한(5)

DUMMY

10화.


할아버지를 따라간 곳에는 웬 무덤들이 줄지어 있었다.

의아하다는 얼굴로 쳐다보자 할아버지가 때맞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여기가 우리 집안 선산이라네. 아까 자네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우리 선조가 왜 이 마을에 정착했는지 떠올랐지 뭔가!”

“어떤 이유 때문입니까?”

“우리 할아버님이 아주 옛날에 말을 해줬는데 우리 조상 중에 일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평생 이곳에서 살다간 분이 계셨다네. 그로 인해 이 마을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고.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그걸 유명했던 대장장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들었더군.”


그러니까 일하러 갔다는 사람은 해골 어르신이고 남편을 평생 기다린 분은 아내 분이라는 말씀인 것 같았다.

정말 들으면 들을수록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홀로 아이를 키웠을 것인데.

조심스레 해골 어르신의 눈치를 살피자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럼 혹시 이곳에 그분도 계신 겁니까?”

“그렇지. 아마 저 맨 위쪽에 계실 걸세.”


해골 어르신이 바란 만남이 이런 것 아니었을 텐데.

잠깐 고민을 해봤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아내 분의 묘지를 들리는 게 좋을 듯 싶었다.


“혹시 부인분 성함이 어떻게 되었습니까.”

“한... 옥자...”


천천히 길을 올라 묘비명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저 멀리 한옥자라고 적힌 묘비명을 발견했다.

벌써 돌아가신 지 500년이 지나있었다. 묘비에는 죽어서도 당신을 기다리며 잠들겠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여기입니다, 어르신.”


묘지 앞에 선 해골 어르신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허탈감인지 서글픔인지 모를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가 한데 뒤 섞여 휘몰아쳤다.


“갔구먼, 진짜 갔어... 이 못난 남편 때문에... 나를 평생 기다리다가... ”


해골 어르신이 흐느끼며 울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물이 핏빛으로 변했다.

검붉은 피눈물이 후두둑 떨어져 묘비를 적시기 시작했다.


“장득춘...! 그놈만 아니어도! 그놈만 아니었어도!!!”


갑자기 해골 어르신의 주변에서는 붉은 기운이 일렁거렸다.

거센 바람이 풀어왔다. 맑은 하늘에서 폭풍이라도 몰아칠 것 같은 기세였다.

이대로 가면 큰일이 날 것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어, 어르신...? 잠시 진정하시고...!”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진정? 진정하라고? 내가 사지가 찢겨서 죽었는데! 처자식 얼굴도 못 보고. 이리 허망하게 죽어버렸는데 진정이 되겠냐는 말이다!”


벼락같은 고함에 우르르쾅쾅 천둥이 내리쳤다.

붉은 안광이 서슬하게 빛났다.


[대장장이가 절규를 합니다.]


[그의 한이 깊어집니다.]


[-> 대장장이의 저주 90% (+15)]


저주가 순식간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무서울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조금 전에는 기지를 발휘하여 동굴 밖으로 나오기라도 했는데.

지금은 해골 어르신의 기분을 나아지게 할만한 것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봤자. 당장 시간만 벌고 퀘스트는 해결할 수가 없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머리를 최대한 굴려보는데 붉게 변한 상태창이 음산하게 떠올랐다.


[저주 패널티가 적용됩니다.]


[-> 저주가 시작합니다.]


[-> 죽은 자의 선율이 들려 옵니다.]


[-> 그들이 당신의 육체를 탐내 합니다.]


‘저주 패널티...?’


그게 뭔가 싶었는데 얼마 안 가서 바로 알 수 있었다.

누가 내 가슴을 쉬고 있는 것처럼 숨이 콱 막혔다. 눈앞에 어두운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일그러진 사람의 형상으로 변했다.

그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말소리는 뇌를 사각사각 파고들어 어지럽게 떠들었다.

귀를 막아도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찢어질 듯한 절규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으윽...!!”


[-> 대장장이의 저주 92% (+2)]


[-> 대장장이의 저주 94% (+2)]


[-> 대장장이의 저주 96% (+2)]


“해골 어르신...! 제발 그만!”


그때 한옥자라 적힌 묘비 옆에 있는 무덤에서 환한 빛이 올라왔다.

눈앞을 떠다니는 어두운 형체와는 또 달랐다. 작고 따스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해골 어르신의 앞으로 날아왔다.


“아빠. 보고 싶었어요!”


그 순간 빠르게 치솟던 저주가 그 자리에서 뚝 멈췄다.


[-> 대장장이의 저주 99% (+1)]


해골 어르신의 절규도 멎은 채였다.

그의 목소리가 바람에 흩날리듯 떨리기 시작했다.


“아아, 아들아...”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어요. 엄마도 아빠를 보고 싶대요. 그러니까 저랑 빨리 가요!”

“아아아.... 내가, 내가... 미안하구나. 정말 어리석었어. 임자는 이리도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그깟 원한에 얽매여 이승을 떠나지 못하다니...”


해골 어르신이 흘리던 눈물에서 환한 빛줄기가 뿜어졌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먼지처럼 바스라지기 시작했다.

흩어진 먼지는 연기처럼 사람의 형태로 변했다. 작은 빛과 함께 저 멀리 둥둥 떠올랐다.

그게 왠지 손을 잡고 가는 아빠와 아이의 뒷모습을 닮아있었다.


“고맙고 미안하네, 젊은이...”


흐릿한 목소리가 살랑거리며 불어왔다.

그리고 나를 괴롭히던 저주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어르신...?”


눈을 한 번 비비고 다시 쳐다보자 연기는 사라졌다. 손에 있던 해골 뼈도 사라져 바람에 전부 흩어졌다.

그리고 해골 어르신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대장장이의 원한이 사라집니다.]


[진행률 98%]


[게이트 화가 멈춥니다.]


[-> 보상으로 삽의 선택을 받은 주인이 됩니다.]


[-> 추가 보상으로 3포인트 적립]


“아...”


지금 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퀘스트도 끝났고 무사히 성불도 했는데. 내가 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도움을 준 것 또한 없었고.

근데 이렇게 쉽게 끝나버리니까 허무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고.


“떠난... 걸까요?”

“찌이익, 찍.(그래, 완전히 떠났어.)”

“기분이 이상합니다.”


현자의 쥐새끼가 나를 흘깃 쳐다봤다.


“찌이이익, 찍.(원래 망자의 한이란 게 뭐 별 게 있나. 애초에 다른 시간 속을 살아가는 존재인 것을.)”

“이번에는 제가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찌익, 찍찍.(과연 그럴까? 네가 아니었으면 저 해골은 지금도 동굴에 갇혀서 한 맺힌 절규만 하고 있을 거다.)”


웬일로 현자의 쥐새끼가 비아냥거리지 않고 멀쩡한 답을 했다.

마침 들고 있던 삽도 우웅 거리며 빛을 밝혔다.


“근데 어째서 이렇게 쉬운 일이면. 왜 그동안 아무도 해골 어르신을 꺼내주지 않은 걸까요? 동굴이 마을 바로 옆에 있는데.”

“찌이이익, 찍찍.(당연하지, 이 멍청아. 조금 전에는 상태창이 널 이리로 이끌어준 거고. 일반 사람들이라면 찾지 못할 길이니까.)”


어쩐지. 바로 앞에 동굴을 두고 지금껏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모든 게 상태창의 영향이었나 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마을 할아버지는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고마움을 받을 일까진 아니었는데.


“어르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좀 더 있다 가지 그러나.”


푹신한 침대와 부드러운 스프가 머릿속을 어른거렸다.

하지만 퀘스트도 끝났고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다른 누군가를 만나도 이번처럼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어서 빨리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부터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어서. 다음에 근처를 지난다면 또 들리겠습니다.”

“바쁜 사람을 오래 붙잡고 있을 순 없지.”


정말 마지막으로 할아버지한테 인사를 드리고 길을 나섰다.


“도시로 가면 뭐부터 할까요?”

“찌이익, 찍찍.(일단 이탈리아산 해바라기 씨부터 사자고. 저번에 보니까 신상으로 나왔던데.)”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해바라기 씨 밖에 모르는 현자의 쥐새끼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예이. 예. 그러죠.”


***


마을에 도착한 뒤 제일 먼저 해바라기 씨 수입 매장에 들렸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자고 하도 협박을 해서 겨우 벌어놓은 재화를 반이나 털렸다.

남은 돈으로는 거렁뱅이 같은 옷도 좀 바꿔입고 편하게 삽을 들고 다닐 주머니를 구매했다.

마지막으론 사람다운 식사를 좀 하는데 그러다 보니 있던 재화가 바닥이 났다.


“햐, 인생 참 부질없구나.”


식사를 마치고는 뭘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여기서는 딱히 상태창이 퀘스트를 주는 것도 아니고.


‘시내나 좀 돌아다녀 볼까?’


아주 오랜만에 여유를 만끽하는데 벽면에 웬 전단지가 잔뜩 붙어져 있었다.

확인해 보자 게이트를 함께 할 파티원을 구한다는 전단지였다.


“이걸 왜 헌터 사이트에 안 올리고 번거롭게 하는 거지?”


일반적으로는 파티원을 구할 때 헌터 사이트를 많이 이용한다.

헌터 사이트를 보려면 기본적으로 인증도 해야 하고 그 외의 다른 이력을 확인하기가 좋기 때문이다.

의아함에 전단지를 살펴봤다.


☆구인 구직☆

E급 게이트 함께 돌 파티원들 구합니다.

‘지원 요건’

- 손발 멀쩡히 있는 사람

- 네, 아니요 정도는 대답할 수 있는 사람

- 최근에 큰 수술을 한 이력이 없는 사람

- 큰 지병이 없는 사람


딱히 까다로운 조건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구미가 당겼다.

여기라면 나 같은 F 랭커도 군말 없이 받아주겠지.


“보상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최근에 얻은 스킬을 몬스터한테 제대로 써보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파티원들이랑 함께 싸워보고 싶었다.

그때 현자의 쥐새끼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찌이익, 찍?(설마 지원하게?)”

“네, 파티원을 제대로 구하려면 게이트 출입 기록도 필요하고. 여기라면 저 같은 F급도 받아줄 것 같아서요.”

“찍찍, 찌익!(이런 등신 같으니라고, 떼잉!)”


설명도 없이 갑자기 등신이라니.


“왜 그럽니까. 무슨 문제 있어요?”

“찌이익, 찍.(말해봤자 입만 아프지. 차라리 호되게 데여 보는 게 나을 수도.)”


뭐라 혼잣말을 작게 중얼거리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몇 번을 더 물어봐도 제대로 답을 해주지 않아서 일단 전단지에 적힌 곳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웬 덩치가 우락부락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지원자는 나 말고도 몇 명 더 있었는데 강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나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 얼굴에 칼자국이 진하게 난 남자가 내게 다가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 파티원을 구한다고 해서 왔는데요.”


남자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매의 눈처럼 날카로운 시선이었다.


“성함이...?”

“김천수라고 합니다.”

“혹시 헌터 랭커가 어떻게 됩니까?”

“........ F랭커입니다.”


바로 비웃음이 날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험악하게 생긴 남자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F랭커이시군요. 마침 잘 됐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그동안 봐왔던 사람들의 태도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재수 없다며 욕을 하거나 침을 뱉어야 하는데.

이렇게 친절한 태도라니.


“저야 받아주시면 감사한데...”

“혹시 알러지 같은 건 따로 있습니까?”

“알러지요? 그건 왜 물으시는 거죠?”

“게이트에 들어갈 때 비상식량을 챙겨갈 건데. 못 먹는 게 있으면 안 되니까요.”

“아... 따로 알러지는 없습니다.”


그러자 또 한 번 빙긋 미소를 지었다.

흉악하고 나쁜 인상과는 달리 살아있는 미소 천사가 따로 없었다.


‘역시 사람은 첫인상으로 판단을 하면 안 되구나.’


“잘 됐습니다. 그럼 잠시 안쪽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나눌까요?”


걸음을 내딛으며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다.

게이트에 들어가면 어떤 역할을 맡을지. 어떤 식으로 행동을 해야 할지. 듣는데 저 뒤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언뜻 들렸다.


“등급이 어떻게 됩니까?”

“아 저는 D등급입니다.”

“D등급이요...? 음, 아쉽지만... 다른 곳을 찾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급 던전을 가는데 D등급이 있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겨우 가라앉혀놨던 의심이 살그머니 고개를 드는 순간이었다.


“저기 잠깐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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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미로(2) 23.03.26 48 0 11쪽
19 미로(1) 23.03.25 47 0 11쪽
18 D급 게이트 23.03.24 63 3 11쪽
17 헌터 사냥꾼(2) 23.03.24 65 3 11쪽
16 헌터 사냥꾼(1) 23.03.23 65 3 11쪽
15 인신매매 조직단 23.03.22 62 3 11쪽
14 미확인게이트(3) 23.03.21 65 3 12쪽
13 미확인 게이트(2) 23.03.20 68 3 12쪽
12 미확인 게이트(1) 23.03.19 68 3 12쪽
11 속삭이는 숲 23.03.19 78 4 12쪽
» 대장장이의 한(5) 23.03.19 86 4 13쪽
9 대장장이의 한(4) 23.03.18 84 4 11쪽
8 대장장이의 한(3) 23.03.18 83 4 12쪽
7 7. 대장장이의 한(2) 23.03.17 87 4 11쪽
6 6. 대장장이의 한(1) 23.03.17 107 4 11쪽
5 5. 광전사 모드 on 23.03.17 119 3 12쪽
4 4. 삽질하는 광전사 23.03.17 141 4 12쪽
3 3. 첫 사냥 23.03.17 184 4 11쪽
2 2. 은혜도 모르는 쥐새끼 23.03.16 246 4 12쪽
1 1. SSS급 빙의자의 선택받은 후계자 +1 23.03.16 31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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