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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헌터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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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작품등록일 :
2023.03.16 17:52
최근연재일 :
2023.04.01 23:5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89
추천수 :
65
글자수 :
134,839

작성
23.03.17 14:00
조회
107
추천
4
글자
11쪽

6. 대장장이의 한(1)

DUMMY

'대장장이의 한은 또 뭐야.'


어째 쉽게 흘러가는 일이 없었다.

삽이 반응하듯 또 한 번 우웅 진동했다.

상태창이 의미하는 바를 알려면 조금 더 정보가 필요할 것 같았다.


“어르신, 혹시 이 삽 어떻게 얻은 건지 알 수 있습니까?”

“삽을 어떻게 얻었냐고? 어디 보자...”


할아버지가 주름진 눈을 껌뻑거렸다.

희미하게 빛바랜 기억을 더듬는지 대답을 듣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나도 우리 할아버지한테 들은 거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주 옛날에 솜씨 좋은 대장장이가 우리 집안에 있었다고 했지. 만드는 것마다 어찌나 걸작인지 문밖을 나서면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로 한가득하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상태창에서 말한 대장장이가 그 사람인 것 같았다.

만드는 것마다 걸작이고 사람들한테도 인기가 많았으면 꽤 성공한 삶을 살았을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이 어째서 깊은 한을 가지는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요?”

“그 정도로 유명했다고 하더군. 그리고 그 대장장이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만든 삽이 바로 자네한테 준 그 삽이야.”

“마지막이요? 그 후로는 더 안 만들었습니까?”

“나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따로 들은 바가 없구먼.”


대장장이가 이 집안사람이라는 것 외에는 딱히 그렇다 할 정보가 없었다.

이 이후부터는 내가 직접 알아내야 할 듯싶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어르신께서 주신 귀한 삽은 제가 잘 쓰겠습니다.”

“자네가 날 도와준 것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지. 우리 집에 있으면 결국에는 고철덩이로 남겨질 건데.”


훈훈한 덕담이 오가는 찰나 또 한 번 상태창이 떠올랐다.


[대장장이가 절규를 합니다.]


[그의 한이 깊어집니다.]


[-> 대장장이의 저주 +15%]


역시 눈치도 없는 상태창이 저런 말로 산통을 깼다.


‘아니, 이거 선물이 아니라 저주받은 물건 떠넘기는 거 아니야?’


내 표정이 어두워지자 할아버지는 아픈 사람을 오래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며 방을 나섰다.

방에 쥐새끼와 둘이 남게 되자 속에 있던 말을 꺼냈다.


“지금 살짝 곤란한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요.”

“찌이익?(무슨 문제?)”

“제가 받은 삽이 대장장이의 저주를 받아서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데요?”

“찌익, 찍찍찍.(뭐? 받아도 무슨 그런 재수 없는 걸 받아 와?)”


그러는 주제에 쥐새끼는 해바라기 씨를 야무지게 손으로 까먹고 있었다.


‘저것도 할아버지한테 받은 거 아니야? 돼지처럼 먹고 있으면서.’


말을 해봤자 내 입만 아플 터.

당장에 받은 삽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막막했다.


‘일단 한숨 자고 생각할까.’


솔직한 말로 얼마만에 누워보는 푹신한 침대인지.

저주는 일단 나중으로 미뤄두고 당장에 이 편안함을 만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삽을 대충 저 멀리 치워버리고 잠을 자려는데 뒤척거리다 반대로 몸을 돌렸을 때였다.

바로 내 옆에 딱딱한 무언가가 만져졌다.


‘이게 뭐지?’


손으로 더듬거려 물건을 확인하는데 내가 저 멀리 던져놓은 삽이었다.


“뭐, 뭐야. 이게 왜 여기 있어?”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불쾌한 기분이 들어 이번엔 삽을 커다란 장롱 안에 넣어버리고 문을 쾅 닫았다.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이번에는 내 얼굴 위로 삽이 떨어졌다.


“아윽, 내 코!”


분명 장롱에 넣은 삽이 왜 허공에서 나타나냔 말이다.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았다.

벌써부터 저주의 시작된 게 아닐까.


“아니, 내가 왜 얼굴도 모르는 대장장이의 한을 풀어야 하냐고!”


억울한 마음에 소리쳤다.

상태창은 이런 내가 괴씸하다는 듯 숫자를 올리기 시작했다.


[-> 대장장이의 저주 20% (+5)]


“겨우 그런 거에 내가 쫄 것 같아?”


[-> 대장장이의 저주 +25% (+5)]


“아니, 나보고 뭘 어쩌라고!”


[-> 대장장이의 저주 +30% (+5)]


이러다간 금세 100퍼센트를 채울 기세였다.

이러나저러나 찝찝하기는 마찬가지.

결국 돌덩이처럼 무겁게 내려앉는 몸을 침대에서 일으켰다.


“아오, 진짜! 그래 내가 한다해!”


[-> 대장장이의 저주 +31% (+1)]


1이 추가된 저 수치가 묘하게 신경을 긁었다.

이쯤 되면 상태창은 내가 화내는 걸 즐기는 거 아닌가.


“대체 왜 또 저러는 거야. 한다고 해도 난리. 안 한다고 해도 난리!”


분통 터트리는 모습에 쥐새끼가 먹던 해바라기 씨를 집어 던졌다.


"찌이이이이익!(에잇, 해바라기 씨 맛 떨어지게 왜 이렇게 시끄러워!)"


쥐새끼가 던진 해바라기 씨를 가볍게 피해버리자 녀석이 눈을 번득였다.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고 한참을 반복하다 내가 먼저 항복 의사를 밝혔다.


“우리 이러지 말고 산책이라도 가는 게 어떻습니까.”

“찌익?(웬 산책?)”

“어차피 잠도 안 올 것 같고 저주도 신경 쓰이고.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요.”

“찍찍, 찍.(마침 나도 요즘 몸이 좀 무거워진 것 같은데. 같이 좀 가지 뭐.)”


토실토실해진 볼을 긁적이던 쥐새끼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은 정작 걷기는 싫은지 내 어깨에 올라탔다.


‘이래선 산책의 의미가 있나?’


집을 나서는 길에 할아버지가 이 근처에 걷기 좋은 산책로가 있다며 뒷길을 알려주었다.

가보니 확실히 산책길이 아주 잘 정돈되어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길이 험하게 변하더니 점점 안쪽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잘못했다간 길을 잃겠는데.’


그만 왔던 길로 돌아가려는데 언제 또 따라온 건지 삽이 웅웅 거리며 빛을 냈다.

그리곤 막을 겨를도 없이 저 멀리 보이는 동굴 안으로 휘익 날아가 버렸다.


“어, 어....?!”


무슨 귀신이 들린 것도 아니고.

이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겉에서 본 동굴은 딱 봐도 으스스해 보이는 게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삽을 놔두고 간다면 어르신을 뵐 낯이 없어진다.


“아무리 그래도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물건인데. 잃어버렸다고 하면 너무 개자식인 것 같은데...”

“찌이익, 찍.(아무래도 개자식이긴 하지.)”


깊은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결국 움직이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동굴 쪽으로 다가갔다.


***


습기로 가득 찬 동굴 안은 어둑어둑했다.

금방이라도 뭐가 휙 튀어나올 것처럼 으스스한 분위기였다.


“은색 삽아, 어디 있니? 좋은 말로 할 때 나와라. 이 개 같은 삽아.”


삽이 대답할 리가 없다는 걸 아는데도 빨리 동굴을 나가고 싶은 마음에 소리쳐 외쳤다.

그때 저 안쪽에서 퍼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삽인가 싶어 쳐다보는데 웬 박쥐들이 떼를 지어서 날아갔다.


‘뭔 일이라도 있나?’


동시에 동굴 안이 우웅거리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사방이 울렁거리고 흙먼지가 자욱하게 퍼졌다.

남자의 울음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대장장이의 한이 깊어집니다.]


[대장장이의 저주 40% (+9)]


상태창이 일렁이더니 동굴 입구에 투명한 벽이 생겼다.

입구로 다시 달려갔지만 투명한 벽에 막혀 나갈 수가 없었다. 온 힘을 다해 부숴버리려 해도 역부족이었다.


“이게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찌익, 찍.(이거 게이트 화 진행 중이던 동굴이었나 본데.)” “게이트 화요?” “찍찍, 찌이이익?(간혹 그런 곳이 있거든. 게이트는 아닌데 게이트처럼 이상 현상이 일어나는 곳. 아마 얼마 안 있으면 여기도 게이트로 변할걸?)”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찍찍찍찍.(어떻게 하긴. 원인을 찾아내서 없애 버려야지.)”


별 것 아닌 말이지만 오히려 이해하기엔 쉬웠다.

혼자 날아다니는 삽과 대장장이의 저주, 그리고 게이트 화가 진행되는 동굴, 이 세 가지가 모두 관련이 있는 사항이겠지.

아주 좋게 생각해보면 서브 퀘스트를 한 번에 해결할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몰랐다.


‘어차피 나갈 수도 없는데. 까짓거 될 때까지 해보지, 뭐.’


동굴은 오랜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했다.

간혹 짐승의 뼈나 사채가 보일 뿐 그 외의 다른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안쪽으로 점점 더 깊게 들어갈수록 날카로운 짐승의 발톱 자국이 벽면에 커다랗게 남아 있었다.


‘뭔가 위험한 게 안쪽에 있나 본데.’


이왕이면 동굴을 빠져나갈 때까지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안 가 두 갈래로 나뉘는 갈림길을 마주했다.

둘 중에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을 했다. 왼쪽에는 날카로운 발톱 자국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발톱 자국 하나 없이 아주 깨끗했다.


‘당연히 오른쪽 길로 가야지.’


삽도 없는 지금 위험 요소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최대한 안전해 보이는 길로 선택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길게 따라왔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수십이었다.


“여기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찌이익, 찍찍?(그걸 이제 알았냐, 멍청아. 벌레 놈들 고치 안으로 제대로 찾아온 것 같은데.)”


저 멀리 구멍이 숭숭 파인 진흙더미가 보였다. 그 안에는 새하얗게 칭칭 감긴 고치가 있었다.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섬찟한 인기척에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사람만 한 커다란 거미가 뒤에 서 있었다. 몸뚱이와 연결된 여덟 개의 다리에는 날카롭게 벼려진 발톱이 달려 있었다.

심지어 한 마리도 아니고 몇 마리인지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아까 그 벽면은 이놈들이 훼이크를 놓은 거구나!’


주둥이에 튀어나와 있는 이빨들도 어찌나 뾰족한지.

잘못 물리면 어깨가 뼈째로 뜯겨 나갈 것 같았다.


“제가 맨몸으로 저놈들하고 싸우면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찌이이익, 찍찍?(아마 0.001퍼센트 정도?)”

“역시 그렇겠죠?”


내가 삽이라도 들고 있었으면 뭐라도 해볼 텐데. 이놈의 삽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거대 거미들이 이빨을 딱딱거리며 다가왔다.


따딱. 딱딱딱딱.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치는 놈들이었다.

계속해서 뒤로 물러서는데 이제는 뒷걸음질 칠 공간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 이렇게 죽는구나.’


제대로 된 게이트 한 번을 못 가보고 허무하게 죽자니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목숨 줄이 여기까지인 것을.

죽음을 직감하는 그때 어디선가 휘이잉 거리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자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은색 삽이었다.


“어?!”


삽은 내 바로 앞에 있던 거대 거미의 몸통을 관통하여 그대로 내 손까지 날아왔다.

그때 상태창이 또 한 번 울렸다.


[거대 거미 떼 박멸]


[-> 성공 시 두 번째 스킬 생성]


손에 잡히는 그립감이 여전히 예술이었다.

이제는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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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미로(2) 23.03.26 48 0 11쪽
19 미로(1) 23.03.25 47 0 11쪽
18 D급 게이트 23.03.24 63 3 11쪽
17 헌터 사냥꾼(2) 23.03.24 65 3 11쪽
16 헌터 사냥꾼(1) 23.03.23 65 3 11쪽
15 인신매매 조직단 23.03.22 62 3 11쪽
14 미확인게이트(3) 23.03.21 65 3 12쪽
13 미확인 게이트(2) 23.03.20 68 3 12쪽
12 미확인 게이트(1) 23.03.19 68 3 12쪽
11 속삭이는 숲 23.03.19 78 4 12쪽
10 대장장이의 한(5) 23.03.19 86 4 13쪽
9 대장장이의 한(4) 23.03.18 84 4 11쪽
8 대장장이의 한(3) 23.03.18 83 4 12쪽
7 7. 대장장이의 한(2) 23.03.17 87 4 11쪽
» 6. 대장장이의 한(1) 23.03.17 108 4 11쪽
5 5. 광전사 모드 on 23.03.17 119 3 12쪽
4 4. 삽질하는 광전사 23.03.17 141 4 12쪽
3 3. 첫 사냥 23.03.17 18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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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SSS급 빙의자의 선택받은 후계자 +1 23.03.16 31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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