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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헌터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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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작품등록일 :
2023.03.16 17:52
최근연재일 :
2023.04.01 23:5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71
추천수 :
65
글자수 :
134,839

작성
23.03.18 23:57
조회
83
추천
4
글자
11쪽

대장장이의 한(4)

DUMMY

“두 눈 똑똑히 뜨고 다시 보십시오, 해골 어르신! 저는 장득춘이 아니라고요!”

“우워어어어!!”


특별한 반전은 없었다.

역시나 예상했던 것처럼 아무런 효과가 없었으니까.

거기다 더욱 맹렬한 속도로 내게 따라붙었다.


“찍찍, 찌익.(일단 머리부터 날려버려.)”

“머, 머리를요? 그건 너무 하지 않나 싶은...” “찍이이이익, 찌익?(이 답답아. 가만히 있어야 얼굴을 보여주든 말든 하지. 하루 종일 도망만 칠 거야? 어?)”


다른 것도 아니고. 동굴에서 난도질을 당해 죽은 사람이었다.

안 그래도 억울할 텐데 차마 내키지가 않았다.


‘이러다 천벌 받는 거 아니야?’


하지만 천천히 곱씹어보니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쥐새끼의 말대로 내 얼굴을 제대로 봐야 뭘 해결될 게 아닌가.

그리고 이미 죽은 사람인데 머리 좀 날렸다고 큰 상관이 있을까.


“일리가 있군요. 역시 현자의 쥐새끼!”

“찌익?(현자의 쥐, 뭐...?)”


때마침 해골이 바로 코앞에 당도했다. 이빨을 딱딱거리며 나를 물어뜯을 기세였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삽을 휘둘렸다.


까앙 -!


아주 명쾌한 소리였다.

뒤이어 해골 어르신의 비명이 이어졌다.


“으워어어어억!”


깔끔한 스윙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나이스 샷.”


벽에 부딪힌 해골 어르신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해바라기 씨를 까며 연마했던 섬세한 컨트롤로 힘 조절을 했다. 그 덕에 목뼈와 머리뼈가 분리된 것 말고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해골 어르신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는지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런 육시럴! 똥통에 넣어서 끓여 먹어도 시원찮을 놈! 너는 내가*@*&#...!”


말만 들으면 나는 이미 사지가 찢기고 또 난도질을 당한 기분이었다.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해골 어르신과 대화를 시도해 볼 차례였다.

나는 다가가서 양손으로 머리뼈를 잡았다. 그리고 눈높이를 내 얼굴 정면에 맞춰 들어 올렸다.


“과격한 방법을 사용한 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해골 어르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직도 제가 장득춘이라는 사람과 똑같이 보입니까?”

“당연히 장득...!”


말을 하던 해골 어르신이 눈을 껌뻑였다.

이제야 뭔가 이상함을 깨달은 것처럼 보였다.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나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장득춘 그놈이 이렇게 훤칠하게 생겼던가...? 코 옆에 점도 없고. 턱에 있던 혹도 안 보이잖아?”

“당연하죠. 제가 장득춘이 아니니까요. 저는 김천수입니다, 김! 천! 수!”


해골 어르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한참 동안 나를 응시했다.

이내 목소리에서 허탈감이 묻어나왔다.


“이제보니... 아예 다른 사람이군. 그럼 장득춘은 어디로 간 거지? 나는 정말로 그날 죽은 건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 보였다.

과연 진실을 아는 게 나을지 망설여졌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로 있는 것보단 나을 듯 싶었다.


“예, 어르신은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짐작도 못 할 정도라서요. 그러니 장득춘이라는 사람도 진작 돌아가셨을 겁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의식이 존재하는 거지?”

“게이트 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게이트 화...? 그게... 뭔가?”


해골 어르신이 살아계셨을 때는 게이트나 헌터의 개념이 없을 때였다.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과거에 갑자기 게이트가 생겨나고 힘을 가진 헌터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설명을 한들 어르신을 납득시킬 수가 있을까.

그리고 내가 퀘스트를 완료시켜 대장장이의 한을 풀면 그때도 어르신이 존재할지 의문이었다.


“음,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게 편할 겁니다. 어르신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요. 그래서 말인데 어르신께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제가 알 수 있습니까?”


해골 어르신이 눈을 찡그렸다. 과거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겨워 보였다.


“나는 마을에서 유명한 대장장이였다네. 내가 만든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매일 같이 줄을 이었지.”


이 부분은 할아버지한테 들은 내용과 똑같았다.

아마도 뒤부터가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내겐 오랜 시간을 함께해온 가족 같은 친구가 있었지. 처음에 대장간도 그 친구와 함께 시작했어.”

“설마 그 사람이. 조금 전에 말씀하셨던... 장득춘이라는 사람인가요?”

“그래, 모든 걸 믿고 나눌 수 있는 친구였지.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나와 대장간을 따로 하고 싶어하더군. 그래서 그렇게 하자고 했고. 그때부터가 문제의 시작이었네.”

“문제의 시작이요...?”

“사람들은 내가 만든 물건만 찾았어. 날이 갈수록 친구의 얼굴이 어두워졌지. 만나면 다툼이 끊이질 않았고.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친구가 좋은 일이 있다며 나를 찾아 왔다네. 그렇게 환한 얼굴은 너무 오랜만이라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더군.”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나 또한 그것을 물었지만 그냥 말해줄 수는 없다기에 함께 술을 마셨어.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친구와 술을 마시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 우리가 옛날로 돌아간 것만 같았지. 술이 거하게 취했을 때 내게 따라오라고 하더군.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고.”


점점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이야기의 끝을 듣지 않아도 그 끝에 무슨 일이 있을지 알 것만 같아서.

해골 어르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산을 올랐다네. 아무에게도 알리면 안 된다고 당부를 하는 통에 조용히 나가는 길이었지. 그렇게 동굴 안쪽으로 들어왔을 때쯤 언제 숨겨놨는지도 모를 도끼를 내게 휘두르더군. 그것도 몇 번이나. 그리고 그 후로는...”


해골 어르신이 눈을 질끈 감았다.

가족이라 믿었던 친구에게 죽임을 당하는 그 순간이 얼마나 끔찍했을까. 또 얼마나 두려웠을까.

감히 짐작도 가지 않았다.


“말하기 힘드시면 그만하셔도 됩니다.”

“후우...”


일단 해골 어르신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지는 대충 파악을 완료했다.

이제는 그의 한을 풀어서 퀘스트를 끝내야 했다.

그런데 이 뒤부터가 문제였다.


‘혹시 장득춘 그 사람을 죽여달라고 하면 어떡하지? 이미 죽어서 가루가 몇 번은 더 되었을 텐데.’


몇 번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지금 이루고 싶은 염원이 있으십니까?”

“염원...?”

“엄청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까...”


고민하던 해골 어르신이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는 예상외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마누라와 처자식이 보고 싶네. 그때 당시에 산달이 임박해 있었는데 내 자식을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그토록 허망하게 죽어버렸으니...”


해골 어르신의 눈에서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하지만 이미 돌아가신 분들이라...”

“역시... 그렇겠지? 다시는 볼 수 없겠지?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날 밤 따라가지 않았을 터인데... 아아...”


눈물이 점차 붉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피로 변해 바닥을 적시기 시작했다.


[대장장이가 절규를 합니다.]


[그의 한이 깊어집니다.]


[-> 대장장이의 저주 75% (+20)]


[눈물로 인해 대장장이의 저주가 가속화됩니다.]


이래서는 금방 100프로를 채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저 눈물로 인해 가속화가 되는 듯 싶은데.’


시간을 벌려면 해골 어르신을 진정시켜야 했다.

동굴에서 오래 있었으니 밖을 나가보면 기분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나는 조용히 현자의 쥐새끼한테 말을 속삭였다.


“혹시 해골 어르신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도 상관없습니까?”

“찌이이익, 찍찍.(일단은. 근데 오래는 안 돼.)”


그거면 되었다.

당장에 시간을 버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으니.


“어르신, 일단 진정하시고. 저랑 같이 동굴을 나가시죠.”

“동굴을...?”

“예.”


싫지는 않은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 그러고 보니 내가 살던 마을이 보고 싶군.”

“좋습니다.”


나는 해골 어르신의 머리를 챙겨 동굴을 나섰다.

혹시라도 나가는 길에 위험한 것들을 만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했는데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완전히 밖으로 나오자 밝은 세상이 훤히 보였다.

하늘 위에는 아직 해가 떠있었다.


“와, 진짜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것 같은데.”


그때 해골 어르신이 감탄하듯 말을 했다.


“밖이군... 정말 밖이야. 바람도 불고... 해도 뜨고... 새 소리도 들리고. 믿을 수가 없어.”


동굴에서 죽은 후로 얼마나 긴 시간을 혼자서 보냈을까.

오랜만에 보는 세상이 얼마나 벅차게 다가올지 예상이 안 갔다.


“천천히 둘러보세요. 저는 조용히 걸을 테니까.”


감상하는데 방해가 안 되도록 숨을 죽이며 걸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동굴을 벗어나 마을 할아버지가 추천해주었던 산책길로 나왔다.

그리고 저 멀리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마을 할아버지였다.

그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래, 산책길은 좀 어떤가?”

“아주 좋습니다.”

“역시 그렇지? 마음이 복잡해질 때면 나도 종종 걷는다네.”


그러다 마을 어르신이 내가 들고 있는 머리뼈를 발견했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살펴보더니 내게 물었다.


“이건 뭔가...?”

“음,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하면 좋을까.

이상한 오해를 사고 싶진 않은데 뭐라 설명해도 오해를 할 것만 같은 상황이었다.

그때 가만히 있던 해골 어르신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람을 보고 이거라니! 하여튼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 버릇이.”


큰일 났다.

사람의 머리뼈를 보는 것만으로도 놀랄 것 같은데.

머리만 달린 해골이 화를 내는 건 얼마나 기괴하게 느껴질까.

너무 놀라 쓰러질까 걱정했는데 마을 할아버지는 생각보다 별 반응이 없었다.


“오호라...”

“전혀 안 놀라시네요...?”

“놀랐네.”


그런 것 치곤 상당히 덤덤한 모습이었다.


“하나도 안 놀라신 것 같은데...”

“솔직히 헌터니 게이트니 하는 세상에 사람 죽이는 두더지까지 나타났는데. 이제 말하는 해골을 본 것 정도는 이상할 것도 없지 않은가.”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쩌면 잘 된 걸지도 몰랐다.

가능성은 없지만 마을 할아버지라면 뭐라도 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해골 어르신은...”


동굴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하자 마을 할아버지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내가 말을 끝냈을 때쯤에는 할아버지가 손으로 무릎을 탁 쳤다.


“내가 어떻게 이걸 까먹고 있었는지 몰라. 자네 말을 듣고 방금 생각이 났네.”

“뭐가요?”

“그 유명했던 대장장이 가족 말이야! 따라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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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미로(1) 23.03.25 4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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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헌터 사냥꾼(2) 23.03.24 64 3 11쪽
16 헌터 사냥꾼(1) 23.03.23 64 3 11쪽
15 인신매매 조직단 23.03.22 62 3 11쪽
14 미확인게이트(3) 23.03.21 64 3 12쪽
13 미확인 게이트(2) 23.03.20 68 3 12쪽
12 미확인 게이트(1) 23.03.19 67 3 12쪽
11 속삭이는 숲 23.03.19 77 4 12쪽
10 대장장이의 한(5) 23.03.19 85 4 13쪽
» 대장장이의 한(4) 23.03.18 84 4 11쪽
8 대장장이의 한(3) 23.03.18 82 4 12쪽
7 7. 대장장이의 한(2) 23.03.17 87 4 11쪽
6 6. 대장장이의 한(1) 23.03.17 107 4 11쪽
5 5. 광전사 모드 on 23.03.17 118 3 12쪽
4 4. 삽질하는 광전사 23.03.17 14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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