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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헌터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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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작품등록일 :
2023.03.16 17:52
최근연재일 :
2023.04.01 23:5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81
추천수 :
65
글자수 :
134,839

작성
23.03.19 17:00
조회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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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미확인 게이트(1)

DUMMY

꼴깍, 꼴각 -


물약을 마시니 녹아내리는 듯한 속이 편안해졌다.

언제 아팠냐는 듯 금세 기운이 솟아올랐다.


“후우...”


눈을 뜨자 시야에 비치는 모습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놈들은 현자의 쥐새끼를 보며 이건 또 뭐냐고 짓밟으려 했다,

정제되지 않은 분노가 터져 나왔다.


“죽기 싫으면 그 발 치워.”


내 말에 그들이 나를 비웃었다.


“뭐? 죽기 싫으면?”

“다 죽어가는 놈 주제에!”


미소 천사가 보란 듯이 발을 내딛는 순간 현자의 쥐새끼가 검지 하나만으로 막아섰다.

다리가 더 내려가지 않자 미소 천사가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어, 이게 왜 이래...?”


현자의 쥐새끼가 검지를 툭 가볍게 치자 미소 천사의 다리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우드득 거리며 뼈 마디마디가 부러지는 살벌한 소리가 들렸다.


“으으윽, 으아아악!”

“찌이익, 찍찍.(잔챙이들의 싸움에 나까지 끼어들게 하지 말아라.)”


잔챙이들의 싸움이라.

현자의 쥐새끼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진지 나는 아직 모른다.

SSS급 랭커라는 것도 현실감을 느끼기엔 턱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이건 나의 싸움이었다.

내가 자초한 일이었고.


‘그러니까 이제는 내가 싸워야 해.’


오른손에 삽을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내게 호응하듯 삽이 우웅거리며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으윽, 내 다리...!”


미소 천사는 뭉개진 한쪽 다리를 붙잡으며 발버둥을 쳤다.

그 옆에 있던 E급 랭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넋을 놓았다.


“이, 이 무슨...”

“싸울 준비를 하든 무기를 쥐든 알아서 해. 처맞기 싫으면.”

“네놈은 또 어, 어떻게 일어난 거야! 분명 죽어야 하는데...!”

“난 분명 경고했어.”


손에 쥔 삽을 E 랭커를 향해 휘둘렀다.


휘익 -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울렸다.

E 랭커는 본능적으로 두 손을 올려 가드했다.


“으윽...!”


만약 일반인이라면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순식간에 그의 두 손이 커다랗게 변했다.

아마도 신체 부위를 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인 것 같았다.


“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


이제 움직임에 망설임 따위는 사라졌다.

나는 삽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것은 하나의 음율과도 같았다.

흘러가는 대로 움직이니 춤사위와 다를 바 없었다.

가볍게 내지르는데도 그 공격력이 상상을 뛰어넘었다.


“오, 오지마...!”


처음에 몇 번 맞받아치던 E 랭커는 어느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점점 거리가 좁혀졌다.

궁지에 몰린 E 랭커가 온 힘을 다해 주먹을 휘둘렀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소리가 제법 매서웠다.

하지만 그 공격이 눈에 보일 정도로 하찮게 느껴졌다.


‘느려.’


“맞아! 맞으라고, 좀!”


휘이익, 빡 -!!


마침내 내 공격을 피하지 못한 상대가 맥없이 쓰러졌다.


“끄, 끄아악...”


허무하기 짝이 없는 승부였다.

내가 부러워하던 E급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차라리 거미 떼와의 전투 때가 더 박진감이 넘쳤다.

나는 돌아서서 미소 천사에게 다가갔다.

그는 뭉개진 다리 한 짝을 질질 끌며 뒷걸음질 쳤다.


“오, 오지마. 이 괴물!”

“지금 누굴 보고 괴물이라는 건지.”

“오지 말라고!!”


놈이 손에서 날카로운 칼날을 만들어냈다.

위협스럽게 허공을 휘둘렀지만 모두 허공을 스쳤다.


“너 같은 놈한테는 삽질도 아까워.”


미소 천사의 공격을 가볍게 피한 후 맨주먹을 얼굴에 내리꽂았다.


퍼억, 퍽 -!


주먹이 스칠 때마다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다.

놈이 외마디 비명을 내질렀다.

멈추지 않고 되려 주먹을 더 휘둘렀다.

얼굴을 완전히 곤죽으로 만들어 놓은 후에야 공격을 멈췄다.


“으윽, 끄억....”


그리곤 놈의 멱살을 잡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옆에 있던 뽀삐가 으르렁거리며 내게 짖어댔다.


“말해. 대체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건지.”

“윽, 나, 난... 아무것도 몰라!”

“지금 그걸 믿으라고?”

“지, 진짜야...!”

“그럼 나머지 한쪽 다리도 똑같이 만들어주지.”


손에 쥔 삽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그대로 내려치려 한 순간 그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자, 잠깐...! 그래. 말해! 말한다고!”


고개를 까딱거리자 침을 꼴깍 삼킨 미소 천사가 말을 이었다.


“사, 사실 우리는... 인신매매를 일삼는 조직단이야.”

“인신매매?”

“그래, 랭커의 장기를 먹으면 일반인도 랭커가 될 수 있다는 속설이 있어서...”

“설마...!”

“너 암암리에 거래되는 돈이 얼마나 큰지 모르지? F급 쓰레기 랭커라고 하더라도 다들 없어서 안달이니까!”


이제 보니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

터무니없던 구인 구직 전단지도.

C급이라니까 함께 할 수 없다며 되돌려 보내던 모습도.

F급은 환영이라며 반기던 가증스러운 행동까지도.

하나하나 모두 인신매매를 위한 이유에서였다.


“이 쓰레기 새끼.”

“뭐? 쓰레기 새끼? 솔직한 말로 요즘 같은 시대에 우리 같은 뒤떨어진 놈들은 그런 방법 아니고서야 살아남을 수 없다고! E급이라 하더라도 스킬이 쓰레기면 뭐해! 사람 취급도 안 해주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순 있잖아! 사람을 죽이지 않더라도!”

“그래. 말 그대로 살아남을 순 있겠지. 입에 풀칠만 하고. 근데 그게 어디 사람 사는 건가? 하수구 벌레 새끼보다 못한 삶이지.”


화가 났다.

이딴 놈이 겨우 E랭커라는 사실이.

그리고 나 또한 현자의 쥐새끼와 상태창의 힘이 없었더라면 죽어간 다른 이들과 똑같은 신세가 되었을 게 뻔해서.

동시에 강해지고 싶다는 열망이 들끓었다.

그렇다면 이런 놈들을 싹 다 없애버리고 말 텐데.


“그렇다면 정말로. 하수구 벌레 새끼처럼 어디 한 번 살아 봐.”


삽으로 멀쩡한 다리마저 내려치려고 할 때 놈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저건 절망이 아닌 승리에 취한 자의 얼굴이었다.


“그래, 잘했어. 뽀삐야!”


‘뽀삐...?’


그제야 뒤를 돌아보자 뽀삐가 입에 이상한 문양이 그려져 있는 나무막대기를 하나 물고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이전보다 더한 컴컴한 어둠이 몰려왔다.


“너도 몰랐겠지? 여기에 미확인 게이트가 있다는 걸.”

“미확인 게이트?”

“그래. 나 혼자 죽을 순 없지. 어디 한 번 파티원 하나 없이 발버둥 치다가 뒈져보시라고!”


놈이 낄낄거리며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나 또한 금세 놈과 함께 어둠 속으로 집어 삼켜졌다.


***


눈을 잠시 감았다 뜨자 숲의 모습이 확 바뀌었다.

나무였던 것들은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로 일렁거렸다.

바람 하나 나부끼지 않는 곳이건만 그림자 나무가 흔들거리며 저들끼리 말을 속삭였다.

그 말소리가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작았다.


“여긴 또 어디야.”

“찌이익, 찍찍.(아까 그놈 말대로 미확인 게이트네.)”


익숙한 현자의 쥐새끼 목소리였다.

분명 아까 저 멀리 떨어져 싸우는 걸 보고 있었는데 언제 내 어깨에 올라온 건지.


“뭐야. 언제부터 여기 있었습니까?”

“찍찍?(조금 전부터?)”


기척도 느끼지 못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었다.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찌이익, 찌익, 찍찍.(뭐, 개 한 마리가 미확인 게이트를 끌고 올 거란 건 예상하지 못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야.)”


현자의 쥐새끼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미소 천사 놈의 수작을 알아차리지 못한 건 분하더라도 이건 내게 기회였다.

일반적으로 공식 게이트에 입장하려면 헌터들과 파티를 맺어서 출입한 기록이 필요하다.

그러나 F랭커인 나와 파티를 맺을 사람들을 찾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라 봐야 했다.

이런 상식을 벗어던지려면 예외적인 방법이 하나 있는데 그게 미확인 게이트다.


‘미확인 게이트를 처음으로 통과한 사람이 되는 거야.’


그렇게 된다면 내 출입 기록이 정식으로 남고 이후에는 파티원 없이도 게이트에 입장할 수가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이 미확인 게이트를 통화해야겠지만.


“여기가 몇 등급 정도 되는 게이트일까요?”

“쮜이익, 찍찍.(글쎄,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좀 봐야 알겠는데.)”

“그럼 일단 좀 움직여 봐야겠네요.”


첫걸음을 내딛자 지금까지 잠잠하던 상태창이 허공에 떠올랐다.


[미확인 던전 예상 등급 : (???)]


[자력으로 보스를 잡아 이곳을 탈출하시오]


[-> 보상 ‘새로운 칭호’]


“오호...”

“찌익?(갑자기 왜?)”

“상태창이 떴는데 이곳 보스를 자력으로 잡으라는데요? 성공하면 새로운 칭호를 준다고.”

“찌익, 쮝쮝쮝.(뭐, 그런 거로 놀라. 어차피 안 도와줄 거였는데.)”

“말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하던데... 거 말이라도 참...”

“찌이익?(뭐? 맞고 싶다고?)”

“아니요, 오늘따라 쥐인님의 얼굴에 후강이 비친다고요.”


현자의 쥐새끼가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다른 고민거리가 머릿속에 불쑥 떠올랐다.


‘분명 전에 해골 어르신의 한을 풀어주러 동굴에 들어갔을 때 아직 게이트 화가 된 곳도 아닌데 거미 떼와 싸우기가 버거웠었지. 그런 내가 미확인 게이트에 파티원도 없이 혼자 탈출이 가능할까?’


현자의 쥐새끼는 강한 전력이지만 자력으로 해내라는 상태창의 조건 때문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차라리 제대로 된 몬스터를 만나기 전에 재정비를 하고 가야는 게 나을 듯 싶었다.

인벤토리를 확인하자 전에 쓰다만 적당히 막아주는 방패 하나와 포션 하나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걸로는 한 번의 싸움에 제대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되었다.


‘지금 상점에 다녀오는 게 낫겠어.’


어차피 죽으면 모아 놓은 돈은 쓰지도 못한다.

그러니 이럴 때 펑펑 써야 했다.


“저 상점 좀 다녀올게요.”

“찌익.(그러든가.)”


상태창 구석에 있는 상점 버튼을 누르자 주위가 순식간에 오래된 구멍가게로 변해 있었다.

오늘로 세 번째 오는 곳이지만 올 때마다 적응이 안 되었다.

이번에도 상점 주인은 허공에 겹겹이 쌓여 있는 경고창으로 얼굴이 가려져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우, 안녕하십니까! 손님 우리 구면이시죠?”

“예, 얼마 전에 왔다 갔는데.”

“그때 제가 첫 거래 선물도 드렸지요. 어떻게 선물은 잘 쓰셨습니까?”

“아, 안 그래도 덕분에 겨우 살아남았어요. 다시 만나면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하고 싶었어요.”


상점 주인은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설마 맨입으로 인사만 하는 건 아니겠지요?”


‘맨입으로 인사만 하려고 했는데.’


큰일이었다.

상점 주인의 얼굴이 보이지가 않아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자의 기분을 안 좋게 해서 좋을 게 하나 없다는 것을 짐작했다.


“당연히 맨입으로 인사할 건 아니었지요. 다음에 제가 좋은 거 하나 챙겨 오겠습니다.”

“오호. 좋은 거라니 기대를 해봐도 좋을 것 같군요.”


상점 주인이 턱으로 추정되는 허공을 쓰다듬고 있을 때 나는 진열대에 놓인 물건들을 살폈다.

이전과 크게 바뀐 것은 없어 보였다.

초급자를 위한 포션, 스킬 회복 물약, 비상 탈출석,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 초코바. 그 외에도 잡동사니 같은 무언가가 잔뜩 널려 있었다.

그중 그나마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어서 상점 주인에게 물었다.


“이건 얼마입니까?”

“아, 그건 좀 권유하고 싶지가 않은데...”


상점 주인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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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미로(2) 23.03.26 48 0 11쪽
19 미로(1) 23.03.25 47 0 11쪽
18 D급 게이트 23.03.24 63 3 11쪽
17 헌터 사냥꾼(2) 23.03.24 65 3 11쪽
16 헌터 사냥꾼(1) 23.03.23 64 3 11쪽
15 인신매매 조직단 23.03.22 62 3 11쪽
14 미확인게이트(3) 23.03.21 64 3 12쪽
13 미확인 게이트(2) 23.03.20 68 3 12쪽
» 미확인 게이트(1) 23.03.19 68 3 12쪽
11 속삭이는 숲 23.03.19 78 4 12쪽
10 대장장이의 한(5) 23.03.19 85 4 13쪽
9 대장장이의 한(4) 23.03.18 84 4 11쪽
8 대장장이의 한(3) 23.03.18 82 4 12쪽
7 7. 대장장이의 한(2) 23.03.17 87 4 11쪽
6 6. 대장장이의 한(1) 23.03.17 107 4 11쪽
5 5. 광전사 모드 on 23.03.17 119 3 12쪽
4 4. 삽질하는 광전사 23.03.17 141 4 12쪽
3 3. 첫 사냥 23.03.17 184 4 11쪽
2 2. 은혜도 모르는 쥐새끼 23.03.16 245 4 12쪽
1 1. SSS급 빙의자의 선택받은 후계자 +1 23.03.16 316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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