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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헌터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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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작품등록일 :
2023.03.16 17:52
최근연재일 :
2023.04.01 23:5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79
추천수 :
65
글자수 :
134,839

작성
23.03.17 00:18
조회
183
추천
4
글자
11쪽

3. 첫 사냥

DUMMY

원래 대로라면 게이트가 아닌 일반 지역에는 몬스터가 나올 일이 없다. 하지만 간혹 오염 지역에는 간이 게이트처럼 출몰하기도 했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 오염 지역이 이곳이었다.


‘어떡하지? 일단 도망부터 가야 하나?’


헤드 헌팅 토끼와 싸울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다.

일반 랭커들 사이에서는 쪼랩 몬스터지만 나처럼 스킬도 없고 능력도 없는 최하급 F랭커한테는 위험 그 자체였다.


‘저거랑 싸우면 백 프로 죽을 거라고.’


헤드 헌팅 토끼는 평소에는 귀여운 외모로 사람들을 무장 해제시킨다. 그러다 먹잇감이 가까이 다가오면 순식간에 몸짓을 곰처럼 키운다.

가죽은 또 얼마나 질기고 뼈는 철근보다 튼튼한지.

날카로운 손톱이 스치고 지나가면 몸뚱이는 두 동강이 나버린다고 봐야 했다.

이런 내 마음을 모르는 정신 나간 쥐새끼는 까놓은 해바라기 씨를 주워 먹으며 느긋하게 음미하고 있었다.


“찍찍? 찌이이익.(건조가 덜 되었나? 이번 해바라기 씨는 씹는 맛이 덜 하잖아.)”

“아니 이럴 때가 아니라, 진짜 좆됐다고!”

“찍, 찌이익.(좆되긴 뭐가 좆 돼. 저거 완전 쪼랩인데.)”

“쪼랩은 무슨 쪼랩! 나 같은 인간은 한 대 맞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찌이익.... 찍.(하여간 엄살은... 빨리 가서 싸우기나 해.)”


내가 무슨 스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손에 든 삽이나 챙겨서 대충 몸빵이나 하라는 말인데.

이건 그냥 몇 대 맞고 죽으라는 소리와 똑같았다.


‘아니, 무슨. 정육점 고기처럼 난도질당할 일이 있나.’


누구보다 빠르게 도망가려는 찰나, 원수 같은 상태창이 또 한 번 말도 안 되는 명령어를 도출했다.


[헤드 헌팅 토끼와 전투]


[실패 시 죽음]


[성공 시 3포인트 보상]


이것들이 이젠 쌍으로 미친 것도 아니고.


‘그동안에 고분고분 말을 들으니까 누구를 만만이로 아나.’


지금 이 상황은 아무리 좋게 봐도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었다. 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눈에 보이는 자살행위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그때 헤드 헌팅 토끼가 손에 쥐고 있던 무언가의 머리뼈를 내던졌다.


휘이익-!


“으악!”


가까스로 몸을 던져 겨우 피했다. 조금만 반응이 늦었어도 뼈가 몇 개는 부러졌을 것이다.

안도를 하는 것도 잠시. 날아간 머리뼈는 쥐새끼의 로얄 스위트홈인 삼 층 집에 꽂혀 그대로 개박살이 났다.

순간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이 흘렀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스위트홈을 지켜보던 쥐새끼가 벼락같은 포효를 내질렀다.


“찌익, 찍. 찍...!! 찍!!(저, 저 토끼 새끼가...!! 감히 *@#(#%^)”


쥐새끼가 도끼 눈을 뜬 채 조막만 한 발을 바닥에 쿵쿵 굴렸다. 흙먼지가 나부꼈지만 아무런 위협감은 없었다.

지옥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욕설을 마구잡이로 내뱉은 쥐새끼가 내게 명령했다.


“찌익, 찍찍찍, 찍!(이건 내 권위에 대한 도전이다. 어이 따까리, 당장 내 로얄 스윗홈의 복수를 하고 오도록!)”

“아니, 그게 가능했으면 내가 진작했지!”


우리가 입씨름을 하는 동안 헤드 헌팅 토끼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살기 어린 시선이 향한 곳은 나였다.


“아악!!!!”


나는 삽을 쥔 채 살기 위해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곳으로 달렸다.

헤드 헌팅 토끼는 금새 따라붙었다. 그것이 손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손톱에 스친 나무들이 우직끈 소리를 내며 무너졌다.


‘미친. 이러다 진짜 죽는 거 아니야?’


겨우 도망만 다니는 내 모습에 쥐새끼가 혀를 끌끌 찼다.


“찌익! 찌이이! 이이익!(아니, 좀! 도망만 다니지 말고 제대로 싸워 보라고! 그동안 나랑 수련도 잘했잖아!)”


수련은 무슨 수련.

그동안 한 것이라곤 로열 스위트홈을 만들기 위해 자재를 납품하거나 해바라기 씨를 손으로 깐 게 다였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좀!”


이리저리 잘 피하다가 하필이면 툭 튀어나온 나무줄기에 걸려 그대로 넘어졌다. 뒤를 돌아보자 헤드 헌팅 토끼의 눈동자에 한 줄기 희열이 스쳐 지나갔다.

허공으로 높이 띄운 손톱이 그대로 내 심장을 향해 날아온 순간 들고 있던 삽으로 그것을 막았다.


끼잉-!


날붙이가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어어...?”


이게 막이진다고?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자 쥐새끼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찌이익, 찍찍.(그동안 내가 시킨 거 할 때마다 상태창이 경험치를 줬을 텐데. 그리고 그걸 전부 근력에 몰빵했고.)”


그랬다. 상태창이 띄워주는 걸 말해주니 쥐새끼는 이래선 답이 없다며 모든 포인트를 근력에 투자했다.

그때도 그냥 시키니까 하는 것일 뿐이었는데. 사람이 이렇게나 달라질 줄이야.


“찌익, 찍!(그니까, 멍청한 짓 그만하고 싸우라고!)”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부터 상대가 안 된다고 판단이 들면 도망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가만히 죽을 필요까진 없지 않은가.

나는 들고 있던 삽을 바로 잡았다.

기세가 변했다는 것을 상대도 눈치챈 듯 보였다.

헤드 헌팅 토끼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시 땅을 박차고 올랐다. 그리곤 하늘 높이 올라 나를 향해 내리꽂을 듯 내려왔다.


‘스킬도 없는 내가 지금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건 이 근력뿐.’


잡고 있던 삽을 바로 잡았다. 그리고 내게 날아오는 헤드 헌팅 토끼의 머리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까강-!


날카로운 손톱이 내 목덜미에 도달하기 전에 삽이 먼저 헤드 헌팅 토끼의 머리통을 스쳤다.

맑고 명쾌한 종소리가 울리고 도약하던 헤드 헌팅 토끼는 저 멀리 날아갔다.

바닥에 떨어진 헤드 헌팅 토끼는 일어서지 못했다. 경련하다가 얼마 안 가 상태창이 새로운 사실을 알렸다.


[헤드 헌팅 토끼 사망]


[처음으로 사냥에 성공했습니다.]


[-> 보상으로 3포인트 적립]


“어라...? 이게 된다고?”


내가 했다지만 믿기지 않았다. 그동안에 잡은 몬스터라곤 돌멩이로 내려찍기만 해도 죽어 버리는 ‘부유하는 도독풀’이 전부였기에.

삽을 쥔 내 손을 멍하니 보는데 쥐새끼가 밉살스러운 말을 찍 내뱉었다.


“찌익, 찍(등신 같은 놈. 제대로 싸워볼 생각도 안 하고.)”


살이 뒤룩뒤룩 오른 쥐새끼의 모습에 신뢰가 안 갔지만, 부끄럽게도 그의 말이 맞았다.

맞서 싸운다는 건 내게 죽음을 의미했기에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들렸다. 흡사 지진이라도 난 듯 땅에서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쿠구구궁-!


시선을 돌린 곳에는 지옥의 헤드 헌팅 토끼가 무리로 달려오고 있었다. 적게 잡아도 백 마리는 되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토끼는 무리 동물이라고 했는데.’


그걸 왜 이제 떠올린 것일까.

걱정하는 것도 잠시 나는 좀 전에 내 힘으로 헤드 헌팅 토끼를 쓰러트렸다. 거기다 나를 지원해주는 쥐새끼와 상태창이 있으면 세상 무서울 게 하나 없었다.

기대를 잔뜩 담아 쥐새끼를 쳐다보는데 오동통한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먹던 해바라기 씨도 땅에 툭 떨어트렸다.


“설마...?”

“찌이이익, 찍찍찍!(멍청하게 뭘 가만히 서 있는 거야. 빨리 도망쳐야지!)”

“안 싸우고? 정말로?” “찍찍?(이놈이 정신을 놨나! 다구리엔 장사 없는 거 몰라?)”


믿었던 상태창마저 나를 배신했다.


[잔혹한 학살로 헤드 헌팅 토끼의 분노를 샀습니다.]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는 그들에게서 도망치시오.]


[실패 시 사망.]


평소에는 별의별 짓을 다 시키더니. 아무리 봐도 이것 답이 없나 보다. 나는 한 손에는 삽을 쥐고 또 반대 손으로는 찍찍이를 붙잡았다.

그리고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달렸다.


‘진짜 미치겠네.’

***


헤드 헌팅 토끼들과 죽음의 레이스를 펼쳤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맹렬히 나를 쫓아왔다.

붙잡힐 뻔하다가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그러다 결국 험한 산세를 벗어나 민가로 내려왔을 때쯤 겨우 그들을 완전히 따돌릴 수 있었다.


“하아, 하아, 하...! 와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심장이 아직도 쿵쿵거리며 뛰었다. 하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조금 전의 상황을 다시 떠올리면 오히려 짜릿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죽음의 끝에서 살아 돌아온 것이 이런 것일까.

내가 조금만 더 강해진다면 매일매일을 이런 일상을 보낼 수 있을 텐데.


‘어서 빨리 강해지고 싶다.’


바닥에 누워 맑게 떠오른 하늘을 쳐다보며 웃고 있는데 쥐새끼가 이런 나를 보며 찍찍거렸다.


“찌찍찍?(바보 같은 놈. 왜 실실 쪼개?)”

“처음으로 살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서.”

“찌이익?(말이 좀 짧다?)”

“기분이라서...... 요.”

“찌이익? 찍찍.(그래? 그럼 이제 기본 스킬을 살 때가 된 것 같군.)”


쥐새끼의 말에 누워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기본 스킬을 살 수가 있습니까?”

“찍이, 찍찍.(그래, 상점에서는 가능하지.)”


놀라운 말이었다.

한 번 부여된 스킬은 따로 사거나 바꿀 수가 없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처음 자신의 랭크가 정해질 때 앞으로의 인생이 정해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나 같은 무능력자도 스킬을 살 수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어떻게요? 애초에 그 상점은 대체 뭡니까? 뭐길래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거죠?”

“찌익, 찍찍.(상태창의 선택을 받은 자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지. 그래서 포인트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고 잘 모아야 한다는 거야. 지금쯤이면 상점 주인도 와 있을 테니 가보는 게 좋겠군.)”


늘 그렇듯 저 찍찍이는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결국에는 내가 경험을 해야 알 수 있다는 듯.

나는 그의 말에 따라 상점 버튼을 눌렀다. 심장이 두근거려 멈출 수가 없었다.

이윽고 주변이 일그러지고 한산한 슈퍼마켓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라곤 이번에는 계산대에 상점 주인이 있었다는 것이다.


“오오, 새로운 손님이 왔군요.”


상점 주인의 외양은 특이했다. 일단 눈코입이 보이지 않았다. 몸뚱이는 존재하는데 얼굴 부분이 ‘주의’라고 적힌 컴퓨터 경고창 화면으로 잔뜩 범벅이 되어있었다.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이질적인 기분이 들었다.

내가 아무런 말도 못 하자 상점 주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필요한 게 있어서 오신 게 아닙니까?”

“아..... 스킬을 살 수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요.”

“스킬을 사러 온 손님이군요! 그럼 바로 보여드려야죠.”


상점 주인이 허공을 한 번 휘젓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스킬창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하나 같이 죄다 쓸데없는 스킬들이였다.

산에 올라 벌목하기, 바닥 디깅하기, 고속으로 해바라기 씨 까기 등. 찍찍이가 환장할 것만 같은 항목들이었다.


‘이 무슨 쓰레기 같은...’


그때 맨 구석에 있는 번쩍이는 스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삽질하는 광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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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미로(2) 23.03.26 48 0 11쪽
19 미로(1) 23.03.25 47 0 11쪽
18 D급 게이트 23.03.24 63 3 11쪽
17 헌터 사냥꾼(2) 23.03.24 65 3 11쪽
16 헌터 사냥꾼(1) 23.03.23 64 3 11쪽
15 인신매매 조직단 23.03.22 62 3 11쪽
14 미확인게이트(3) 23.03.21 64 3 12쪽
13 미확인 게이트(2) 23.03.20 68 3 12쪽
12 미확인 게이트(1) 23.03.19 67 3 12쪽
11 속삭이는 숲 23.03.19 78 4 12쪽
10 대장장이의 한(5) 23.03.19 85 4 13쪽
9 대장장이의 한(4) 23.03.18 84 4 11쪽
8 대장장이의 한(3) 23.03.18 8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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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대장장이의 한(1) 23.03.17 10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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