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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헌터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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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작품등록일 :
2023.03.16 17:52
최근연재일 :
2023.04.01 23:5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86
추천수 :
65
글자수 :
134,839

작성
23.03.18 23:56
조회
82
추천
4
글자
12쪽

대장장이의 한(3)

DUMMY

나는 여왕 거미를 막아선 거대 거미들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거대 거미를 죽이지 않고 그들의 다리만 교묘하게 잘라냈다.

다리가 잘린 거대 거미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소리였다.


“키에에에엑!”


나는 개인적으로 목숨을 단번에 끊지 않고 장난식으로 질질 끄는 것을 혐오했다.

이 같은 행동에 눈살이 지푸려졌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여왕 거미가 중간중간 나를 보며 거미줄과 산성액을 토해냈다.

내가 재빠르게 피해내자 공격은 다리가 잘린 거대 거미들에게 향했다. 그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갔다.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 했나.’


[제한 시간 2분]


이제 거대 거미의 다리를 전부 도려냈다.

절반이 넘는 수가 이미 여왕 거미의 산성액에 당해 죽어버렸다.


[95/100]


[-> 거대 거미 떼 박멸 95%]


남은 놈들마저 없애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마침내 성가시던 방패막이들이 전부 무력화되었다.

이제 남은 건 여왕 거미뿐이었다. 그것을 확인하고 다시 여왕 거미에게 달려들었다.


휘이이익 -!


확실히 여왕 거미를 상대하기가 직전보다 수월해졌다.

그리고 대충 공격 패턴이 눈에 보였다.

여왕 거미가 주둥이를 벌리면 그것이 공격 신호였다. 나는 황급히 거리를 띄웠다.

한 차례 공격을 퍼붓고 나면 다음 공격까지 텀이 좀 있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삽을 휘둘렀다.


끼잉 -!


여왕 거미는 다리로 몸체를 감싸 보호했다.

확실히 몬스터 화가 진행된 여왕 거미는 거대 거미와 또 달랐다. 다른 거미에 비해 지능이 높은 것 같았다.

그리고 몸체도 강도가 더 높아서 삽으로 내려쳐도 단번에 잘려나가지 않았다.

공격을 막아낸 여왕 거미가 반대편 다리를 휘둘렀다.


쉬이이익 -!


‘이건 못 피하겠는데.’


공격이 피할 틈 없이 날아왔다.

결국 아껴놓으려고 했던 적당히 막아주는 방패를 꺼냈다.

다행히 이번에도 확률에 지지 않고 공격을 막아냈다.


[제한 시간 1분]


광전사 모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큰일났다.’


적당히 피해가며 싸우다간 내가 먼저 쓰러질 것 같았다.

이제는 사릴 것 없이 빠르게 승부를 봐야 했다.

온 힘을 모아 삽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여왕 거미를 향해 휘둘렀다.


빠각 -!


막아선 다리들을 삽이 뚫었다.

몸통을 꿰뚫기 위해 버티는데 여왕 거미가 날카로운 이빨이 덕지덕지한 주둥이를 짜악 벌렸다.

피하려고 하면 삽을 쥔 손에 힘이 빠질 것이다.

그러면 사실상 이번 승부는 패배했다고 봐야 한다.


‘이번 한 번에 모든 걸 건다!’


여왕 거미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온몸으로 막아냈다.


“으아아아악!”


살점이 녹아내렸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고통이 나를 덮쳤다.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났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붙잡고 있는 삽은 여전히 놓지 않은 채였다.


‘아, 이번엔 진짜 죽는구나.’


그때 머릿속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보이는 기분이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하기가 힘든데 대충 그랬다.


[불굴의 의지]


[-> 히든 조건 달성]


빰빠라밤 -!


번쩍거리며 오락실 게임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 모든 게 아주 짧은 찰나 내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일이었다.


[숨겨진 스킬 개방]


[스킬] '삽질하는 광전사' Lv.3

- 삽질로 하는 아름다운 춤사위를 볼 수 있습니다.

- 연속으로 쓰면 위력이 강해집니다.

- 광전사 모드 제어가 가능해졌습니다.

- 인생은 한 방


가려져 있던 스킬의 마지막 부분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인생은 한 방...?’


잡고 있던 삽이 뜨거워졌다.

분명 힘에서 밀리고 있었는데 삽이 점점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여왕 거미의 몸통을 꿰뚫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찢어질 듯한 비명이 바로 앞에서 들렸다.


“키에에에에에엑!”


마지막 울음소리를 끝으로 아무런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 또한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거미 떼 박멸 성공]


[-> 서브 보상으로 상태 이상 회복]


그 말을 시작으로 타들어 가던 고통이 멎었다.

흐릿하던 시야도 금방 돌아왔다.

몸뚱이를 살펴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매끈하게 피부가 돌아와 있었다.

안도하는 것도 잠시.

기나긴 전투가 끝났다는 사실에 긴장이 확 풀렸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바닥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와아... 진짜 끝났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 많은 거미 떼와 싸워서 내가 이겼다니. 한두 마리도 아니고 무려 100마리였다.


“이번에는 진짜 죽을 뻔했네.”

“찌이익, 찍(하여간 엄살은.)”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자 언제 도망간 건지 쥐새끼는 멀찍이 떨어진 채였다.

어깨에서 사라지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찌이이익?(한참 전부터?)”


하여간 하는 거라곤 하나도 없는 쥐새끼였다.

알고 보면 sss랭커라는 것도 구라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그때 허공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거미 떼 박멸 성공]


[-> 보상으로 두 번째 스킬 생성]


[초속/ 기합/ 전율]


스킬 세 가지가 떠올랐다.

아마도 이 중 하나를 고르라는 뜻인 것 같았다.

문제가 있다면 스킬 명만 떠오르고 내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뭘 알아야 고르든 말든 하지.”

“찌이익?(보상으로 뭐가 떴는데?)”

“초속, 기합, 전율이라는 스킬 세 개가 떠올랐는데...”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쥐새끼가 피식 웃었다.


“찌이익.(딱 봐도 셋 다 쓰레기네.)”


화가 나는 건 얄미운 쥐새끼의 말에도 반박할 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봐도 짬처리를 당한 것처럼 보였으니.


‘상태창 이 망할 놈. 이왕 줄 거면 제대로 된 걸 주던가.’


[???]


[제한 시간 30초]


허공에 숫자 30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숫자가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와 진짜 치사하네.”


내가 입을 열 때마다 숫자가 반이 줄었다.


'미친 상태창 같으니.'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이제는 뭐가 됐든 일단 선택부터 해야 했다.


“아, 어떡하지? 초속? 이걸로 해버려? 이게 제일 그럴듯해 보이는데...”


기합이나 전율은 설명을 보지 않아도 딱 봐도 쓸모없는 쓰레기 같았다.

일단 이름부터 촌스러웠으니까.


“그렇다면 초속...!”


그때 가만히 있던 쥐새끼가 말을 툭 내뱉었다.


“찌익, 찍.(기합 골라. 기합.)”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쥐새끼지만 말을 허투루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탈룰라를 시전했다.


“.... 말고 옆에 있는 기합!”


[.....?]


하필이면 내가 초속을 외친 순간 시간 초가 다해버렸다.

상태창도 당황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길거리 생활 15년 차.

생떼에는 장사가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기합이라니까?”


[흠...]


“기합이라고! 기! 합!”


[....... ㅇㅋ]


[-> 보상으로 ‘기합’ 스킬이 지급]


[스킬] '기합' Lv.1

- 기합을 내지릅니다.

- 기본 능력치가 모두 오릅니다.

- 파티원들도 함께 버프를 받습니다.

- 유지 시간 5분


스킬은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기본 능력치가 모두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파티원들까지 영향을 받았다.

나중에 게이트를 돌게 된다면 그땐 나도 파티원을 구해야 하는데.

꽤나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 다른 스킬은 무슨 내용인지 못 봐?”


그러자 허공에 나머지 두 개의 스킬 명과 상세 설명이 떠올랐다.


[스킬] '초속' Lv.1

- 속도가 0.01초 빨라집니다

- 유지 시간 10초


[스킬] '전율' Lv.1

- 전율을 느낍니다.

- 빠르게 경험치가 오릅니다.

- 게이트 입장 시 보상 확률이 올라갑니다.


“미친...”


초속이 그나마 제일 나아 보였는데.


‘제일 똥이었잖아?’


쥐새끼의 말을 들은 게 신의 한 수였다.

내 마음대로 했더라면 그런 개고생을 하고 똥을 고를 뻔했으니.

그래도 그 결과물이 괜찮아서 다행이었다.

혼자 안도를 하는 그때 쥐새끼가 슬슬 재촉하기 시작했다.


“찌이이익, 찍찍.(스킬도 얻었으면 이제 좀 움직이지? 이러다 하루가 다 지나가겠다.)”

“예이,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자리에서 일어나 몸에 덕지덕지 묻은 초록색 점액질을 털어냈다.

그리고 길을 나섰다.


***


동굴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도중에 갈림길이 나오면 삽이 우웅 거리며 빛을 밝혔다.

그게 꼭 길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삽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따라 걸었다. 뭐가 됐든 나 같은 똥손이 길을 정하는 것보단 낫겠지 싶어서.

그렇게 한참을 걷자 길가에 토막 난 뼈가 떨어져 있었다.

마치 사람의 다리처럼 보이는 뼈였다.


“이거 제 눈에만 사람 다리처럼 보입니까?”

“찌이이익.(아니,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데. 적어도 몇백 년은 지났겠네.)”


하도 오래된 뼈라 수습을 하는 것도 그렇고.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던 길을 이어서 걸어갔다.

그리고 나는 막다른 길을 마주했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공간 끝에는 상체만 있는 해골이 놓여 있었다.

아마도 아까 그 다리뼈의 주인공인 듯 싶었다.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찍찍, 찌이익.(뭔지 모르지. 근데 웬만한 원한이 아니고서야 사람을 이렇게 만들까.)”


그때 구석에 있던 해골이 번득 눈을 떴다.

번들거리는 붉은 안광에 심장이 쿵 떨어지는 줄 알았다.


“으아아아악!!”

“장... 득춘...!”


해골이 소리를 질렀다.

음산한 목소리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리고 해골이 두 팔로 땅을 짚더니 앞으로 기어오기 시작했다.


“장득춘. 이 개자식! 샹놈의 호로자식 같으니!”


구수한 욕을 하며 기어오는 해골은 정말이지 기괴했다.

공포 영화가 따로 없었다.

나는 빠르게 발을 놀리며 해골에게서 거리를 넓혔다.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데...! 어, 어, 어...! 해골 어르신, 저는 장득춘이 아닙니다!”

“이번에도 나를 죽이러 왔나?!”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리세요!”

“으워어어어어!”


도무지 사람 말을 들어 먹지를 않는 해골이었다.


‘일단 도망부터 쳐야겠는데.’


이곳을 당장 벗어나려 하던 그때 허공에 상태창이 또 한 번 울렸다.


[대장장이가 절규를 합니다.]


[그의 한이 깊어집니다.]


[-> 대장장이의 저주 + 55% (+24)]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해골의 염원을 이루어주시오.]


‘잠깐.’


도망 다니던 발걸음을 급히 멈춰 섰다.

혹시나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다닌 탓이었다.


“갑자기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해골이라고? 설마 그 대장장이가... 저 해골은 아니겠지?”


때마침 삽이 우웅 거리며 빛을 냈다. 마치 그렇다고 답하는 것 같았다.

이건 정말이지 좋지 않은 신호였다.


‘거짓말...!’


뒤를 돌아보는데 해골의 눈빛이 이미 맛이 가 있었다.

맛이 가도 한참은 가버린 상태였다.

이번 퀘스트를 끝내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한을 풀어줘야 하는데.

크나큰 문제가 있다면 저 미친 해골이 내가 장득춘인지, 장득칠인지 구분도 못 하고 죽이려 든다는 것이다.


‘이거 완전 망한 것 같은데...’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걸음을 멈춰서 심호흡을 내쉬었다. 그리고 분노한 해골을 향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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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미로(2) 23.03.26 48 0 11쪽
19 미로(1) 23.03.25 4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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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헌터 사냥꾼(2) 23.03.24 65 3 11쪽
16 헌터 사냥꾼(1) 23.03.23 65 3 11쪽
15 인신매매 조직단 23.03.22 62 3 11쪽
14 미확인게이트(3) 23.03.21 65 3 12쪽
13 미확인 게이트(2) 23.03.20 68 3 12쪽
12 미확인 게이트(1) 23.03.19 68 3 12쪽
11 속삭이는 숲 23.03.19 78 4 12쪽
10 대장장이의 한(5) 23.03.19 85 4 13쪽
9 대장장이의 한(4) 23.03.18 84 4 11쪽
» 대장장이의 한(3) 23.03.18 83 4 12쪽
7 7. 대장장이의 한(2) 23.03.17 87 4 11쪽
6 6. 대장장이의 한(1) 23.03.17 107 4 11쪽
5 5. 광전사 모드 on 23.03.17 119 3 12쪽
4 4. 삽질하는 광전사 23.03.17 141 4 12쪽
3 3. 첫 사냥 23.03.17 184 4 11쪽
2 2. 은혜도 모르는 쥐새끼 23.03.16 246 4 12쪽
1 1. SSS급 빙의자의 선택받은 후계자 +1 23.03.16 31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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