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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헌터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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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작품등록일 :
2023.03.16 17:52
최근연재일 :
2023.04.01 23:5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80
추천수 :
65
글자수 :
134,839

작성
23.03.17 00:27
조회
140
추천
4
글자
12쪽

4. 삽질하는 광전사

DUMMY

내 말에 주인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삽질하는 광전사 스킬이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여러 의미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죠.”

“스킬은 어떻게 삽니까?”

“스킬마다 구매 포인트가 달라집니다. 어디보자... 삽질하는 광전사 스킬은 4포인트 정도 하겠군요.”


4포인트면 마침 내가 딱 가지고 있는 포인트였다.


‘찍찍이가 포인트는 아껴 쓰라고 했는데. 이걸 다 써도 되는 건가?’


하지만 아무리 봐도 다른 것들은 정말 개똥에도 쓸 곳이 없어 보였다.


“그럼 그걸로 사겠습니다.”

“쿨 거래 감사드립니다. 첫 거래 기념으로 소소한 선물도 같이 넣어 드리죠.”


스킬 창을 확인해 보자 텅텅 비어 있던 곳에 삽질하는 광전사가 생겼다.


[스킬] '삽질하는 광전사' Lv.1

- 삽질로 하는 아름다운 춤사위를 볼 수 있습니다.

- 연속으로 쓰면 위력이 강해집니다.

- ??????

- ??????

* 5회 이상 사용에 주의해주십시오. *


스킬은 대충 내가 예상한 대로였다. 공격용으로 적당할 듯 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물음표로 가려진 부분들이 존재했다.


“저기 스킬에 가려진 부분이 있는데...?”

“...... 그럼 다음에 또 이용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예...? 아직 설명 못 들었...!”


빙긋 미소를 지은 주인장이 나를 밖으로 내보냈다. 주변이 일그러지더니 찍찍이와 있던 공터로 다시 돌아와 버렸다.


“이거 완전 사기 먹은 거 아니야?”


설명 조금 더 얹어주는 게 뭐가 힘들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이상했다. 이 정도면 소비자 단체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

혼자 열불을 터뜨리는데 코를 후비적거리던 쥐새끼가 내게 물었다.


“찌익, 찍찍?(뭐야, 뭘 샀길래 그래?)”

“그게... 삽질하는 광전사라는 스킬을 샀는데요...”

“찍?(삽질하는 광전사? 무슨 그딴 쓰레기 같은 걸 사와? 참내. 몇 포인트나 썼는데?)”


어째 쥐새끼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이다음 말을 하면 잔뜩 혼이 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쭈뼛거리다 겨우 입을 열었다.


“..... 4포인트요.”

“찌익, 찍찍찍!(에라잇, 이 미친놈! 돈을 땅에 버려라, 버려!)”


아니 이렇게 마음에 안 들어 할 거면 애초에 뭘 사고라고 분명하게 말을 하던가.

이유 없이 갈구는 군대 선임과 다를 바 없는 놈이었다.

쥐새끼의 횡포가 끝날 때까지 어디서 개가 짖는구나 하고 딴생각을 떠올렸다. 패악을 다 부린 쥐새끼가 내게 말을 툭 던졌다.


“찌익, 찍.(이제 슬 배고픈데. 어디 독일산 해바라기 씨 없나?)”


이런 양심 없는 쥐새끼를 봤나. 내가 돈 없는 거 뻔히 알면서.

저번에 날강도들한테 들고 있던 돈을 다 털린 뒤로 나는 밥 다운 밥을 챙겨 먹은 기억이 없었다.

수련을 빙자한 쥐새끼의 삼 층짜리 로열 스윗홈을 만들며 산에 있는 나무뿌리를 캐 먹으며 간신히 버텼다.


‘지는 혼자 해바라기 씨나 뒤룩뒤룩 처먹고.’


서러운 나날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꽉 쥔 주먹이 바르르 떨렸다.

하지만 개겨서 뭐하겠는가.

어차피 쥐새끼와 상태 창이라는 놈들은 내 편이 아니었다. 자기들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족속들인 것을.


“돈이 한 푼도 없습니다. 가지고 있는 초급 포션을 잘 팔면 또 모르겠는데...”

“찌익? 찍찍.(없어? 그럼 돈 벌러 가야지.)”


그때 상태창이 띠링, 소리를 내며 허공에 떠올랐다.


[sss급 쪼랩 후계자 육성 시작]


[-> yes or no]


“이건 또 뭐야. sss급 쪼랩 후계자 육성?”


sss급 쪼랩 후계자라는 말에 묘하게 기분이 나빠졌다. 내 말을 들은 쥐새끼가 아는 척을 했다.


“찌이이이, 찍찍.(아, 그게 이제 떴나 보네. 당연히 yes지.)”


눌러도 되나 망설이는데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5, 4, 3, 2.....]


점점 줄어드는 숫자를 보며 마음이 조급해졌다. 생각을 깊게 하기도 전에 결국 대답을 외쳤다.


“예, 예스!”


[본격적인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오염 지역에 문제를 일으키는 두더지들을 처리하시오.]


[-> 두더지 잡기 성공 시 보상으로 재화 획득]


상태창은 친절하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지도까지 펼쳐주었다. 다행히 여기서 멀지 않은 거리였다.


‘두더지 잡기면 이거 완전 개꿀 아니야?’


그동안에는 포인트나 경험치를 줬는데 이번에는 보상이 재화였다.

오랜만에 돈 냄새를 맡을 생각에 절로 군침이 돌았다.


“퀘스트 장소까지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찌익, 찍.(그래. 어서 가자, 이 몸종아.)”


***


도착한 곳은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논두렁이 가득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면 한참 농사를 지어서 수확할 계절인데 여기는 무슨 허허벌판처럼 비어있다는 것.

그때 논두렁 앞에 앉아 한숨을 푹푹 내쉬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이번 농사도 아주 망했어. 나는 이제 어쩌면 좋나...”


앙상하게 말라버린 손은 거칠거칠했고 주름진 얼굴에는 우울감이 가득했다.

마음 같아서는 도와주고 싶지만 먼저 나서다 못 볼 꼴을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동안 어딜 주제넘게 F 랭커가 나서냐며 비웃음을 당하거나 온갖 모욕적인 언행을 들어야 했다.


‘세상이 각박한 걸 내가 어쩌겠어.’


그대로 지나쳐 가려는데 창태창이 허공에 말을 띄웠다.


[노인에게 말을 걸어 퀘스트를 받으시오]


‘할아버지한테 말을 걸라고?’


솔직한 마음으론 내키지가 않았다. 이제껏 먼저 나서서 좋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하지만 상태창이 지시를 하니 내 마음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걸음을 내디뎌 할아버지한테 다가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어르신.”


세월을 맞아 흐릿하게 변한 동공이 내게 향했다.

이윽고 들려오는 목소리는 삶의 회환과 절망으로 점칠되어 있었다.


“나는 이제 끝났단 말일세. 한평생을 여기서 농사만 짓고 살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두더지들이 나타나버렸지 말인가.”

“두더지들... 말씀입니까?”

“그래. 평범한 두더지들이 아니었지. 잡으려 하다간 오히려 다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어. 그렇다고 국가에 호소를 해도...”


노인이 말끝을 흐렸다. 뒤이어 나올 말이 어떤 것인지 예상이 되었다.

게이트 외에 종종 오염 지역이 생겨난다.

등급이 정해진 게이트는 몬스터를 죽이거나 업적을 달성하면 그에 대한 보상이 떨어지지만 오염 지역은 그렇지가 않았다.

마땅한 보상이 없으니 국가에서는 이를 모른 척하기에 십상이었고 결국에는 돈 없고 힘없는 자들만 죽어가는 판이었다.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겠군요.”

“그러니 나는 이제 어쩌면 좋단 말인가... 평생을 농사만 짓고 살았는데... 이젠 어딜 가라고... 하늘도 무심하시지 정말...”


이럴 때는 어쩌면 좋을까.

내가 아주 강한 사람이라면 고민 없이 도와주겠다고 말을 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스스로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망설이는 그때 상태창이 떠올랐다.


[퀘스트 발동]


[-> 인성 파탄 두더지 삼 형제를 처리하시오.]


[퀘스트 패시브로 두더지 언어 능력을 일시 지원합니다.]


[실패 시 사망]


역시나 어김없이 나를 사지로 몰고 가는 상태창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망설일 것 없이 어떻게든 퀘스트를 성공하는 것만 생각해야 했다.


‘근데 왜 하필 인성 파탄 두더지라고 하는 거지? 두더지 주제에 인성이 파탄 날 일이 있나?’


궁금증은 길지 않았다. 별안간 땅에서 거대한 형체들이 흙먼지를 내뿜으며 튀어나왔다.

두더지 삼 형제라는 말이 이해가 될 정도로 아주 거대한 두더지 세 마리는 근육질이 가득한 몸뚱이를 가지고 있었다.

흡사 3대 500을 가볍게 칠 것 같은 단단함이었다.


“두더지, 두더지!(저 할배 아직도 안 뒤지고 살아 있네!)”

“두더지, 두두더지?(이 정도 됐으면 그만 살고 가는 게 가성비에 맞지 않나?)”

“두, 두, 두더지!(킬킬킬. 그러니까 말이야.)”


‘이 미친 것들이 지금 뭐라는 거야?’


인성이 파탄 나도 정도가 있지. 듣고 있자니 화가 들끓었다.


“저 새끼들은 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하지만... 만만하게 보면 안 될 터인데...”


할아버지의 걱정을 뒤로 하고 삽을 손에 단단히 쥐었다.

이런 나를 보는 쥐새끼가 말을 얹었다.


“찌익, 찍찍(저놈들 개별 능력치는 아무것도 아닌데. 땅속에서 협공하면서 싸우는 게 꽤나 번거로울 거야.)”

“참고하면 좋을 점 있습니까?”


쥐새끼가 고민을 하는 듯 말을 멈췄다. 정적 후에 단호함이 서린 음성이 이어졌다.


“쮜이이이익. 찍찍.(일단 삽으로 후려쳐. 아주 세게)”


저걸 지금 조언이라고 하는 건가.


‘이 쥐새끼가?’


할 말은 많았지만 굳이 하지 않았다.

어쩌면 오히려 잘된 걸지도 모른다. 새로 얻은 스킬을 확인해 볼 겸 내 힘으로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덤버라 이 두더지 새끼들아.”

“두더지, 두두더지?(저 새끼가 지금 뭐라고 하냐? 딱 봐도 쪼랩처럼 보이는데.)”

“두두, 두더지!(저놈의 사지를 찢어서 비료로 써버리자!)”


놈들이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고 삽질하는 광전사 스킬을 사용했다.

손에 든 삽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내가 생각도 하기 전에 손이 허공에 궤적을 그렸다. 마치 춤을 추듯 자유로운 움직임이었다.

떠오른 삽은 그대로 두더지의 머리통을 후렸다.


꽈광-!


번개가 내려치듯 고막이 터질 것 같은 큰 소리가 울렸다.


“두, 두더...(끄으악...)”


맨 앞에 있던 근육질 두더지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이를 본 두더지 형제들이 절규를 내질렀다.


“두, 두더지!(형, 안 돼!)”

“두더지!(정신 차려, 첫째 형!)”


원망 어린 시선이 내게 향했다.

이래선 내가 나쁜 놈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애초에 저놈들도 좋은 놈들은 아니었다.


‘그러니 마음 단단히 먹자고.’


“두, 두더지.(막내야, 눈물을 멈춰라. 근손실 나니까. 형님의 복수는 우리 둘이서 하는 것이다.)”

“두더지...(형님 말이 맞습니다. 첫째 형님도 근손실이 나는 것은 원치 않을 겁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더니 땅속으로 파고 들었다.

이후 이어진 전투는 쉽지 않았다.

스킬을 사용해도 상대가 눈앞에 보여야 써먹을 텐데 내가 공격을 하려고 하면 귀신 같이 땅속으로 파고 들었다.


‘이래서는 아까운 스킬만 낭비하는 건데.’


해치워야 하는 두더지는 두 마리.

남은 스킬은 1번.

아까부터 상태창이 계속 붉은색 경고음을 날렸다.


[*주의*]


[스킬 소진 시 광전사 모드 돌입]


[광전사 모드 돌입!]


[무의미한 학살에 주의하시오!]


“광전사 모드라는 건 또 뭔데?!”


무의미한 학살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더 이상의 선택지는 없었다.

모 아니면 도.

나는 망설임 없이 마지막 스킬을 사용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 실패. 두더지 형제는 가뿐이 내 공격을 피했다.

제대로 된 전투라는 걸 치뤄본 적이 없는 나로선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한심한 새끼. 이제 끝이구나...’


나를 쳐다보던 쥐새끼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찌익, 찍.(떼잉, 이놈도 여기까지인가 보군.)”


그때 붉은색 상태창이 새로운 경고음을 울렸다.


[상태 이상!]


[광전사 모드 돌입!]


온몸에 붉은색 기운이 넘실거렸다.

힘이 빠지고 정신이 어디론가 떠내려가는 신기한 기분이었다.

시야가 흐릿해지려는 그때 갑자기 심장이 거세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온몸을 잠식하던 붉은 기운이 흉흉하게 날뛰었다.


[상태 이...$£※◇□]


[상태 이상을 제어하기 시작합니다!]


순식간에 주변을 둘러싼 기류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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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미로(2) 23.03.26 48 0 11쪽
19 미로(1) 23.03.25 47 0 11쪽
18 D급 게이트 23.03.24 63 3 11쪽
17 헌터 사냥꾼(2) 23.03.24 65 3 11쪽
16 헌터 사냥꾼(1) 23.03.23 64 3 11쪽
15 인신매매 조직단 23.03.22 62 3 11쪽
14 미확인게이트(3) 23.03.21 64 3 12쪽
13 미확인 게이트(2) 23.03.20 68 3 12쪽
12 미확인 게이트(1) 23.03.19 67 3 12쪽
11 속삭이는 숲 23.03.19 78 4 12쪽
10 대장장이의 한(5) 23.03.19 85 4 13쪽
9 대장장이의 한(4) 23.03.18 84 4 11쪽
8 대장장이의 한(3) 23.03.18 82 4 12쪽
7 7. 대장장이의 한(2) 23.03.17 87 4 11쪽
6 6. 대장장이의 한(1) 23.03.17 107 4 11쪽
5 5. 광전사 모드 on 23.03.17 119 3 12쪽
» 4. 삽질하는 광전사 23.03.17 141 4 12쪽
3 3. 첫 사냥 23.03.17 184 4 11쪽
2 2. 은혜도 모르는 쥐새끼 23.03.16 245 4 12쪽
1 1. SSS급 빙의자의 선택받은 후계자 +1 23.03.16 316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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