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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헌터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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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작품등록일 :
2023.03.16 17:52
최근연재일 :
2023.04.01 23:5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67
추천수 :
65
글자수 :
134,839

작성
23.03.16 18:05
조회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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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1. SSS급 빙의자의 선택받은 후계자

DUMMY

“빌어먹을.”


오늘도 시간만 날렸다. 게이트가 갑자기 생겨서 전력이 될만한 사람들은 모두 와 달라는 전갈에 달려갔건만 최하위 F랭커라는 말에 그들의 표정은 싸늘히 굳어졌다.


당장 오늘치 밥값을 충당하기 위해 따끔한 시선에도 자리를 지켰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F랭크는 필요가 없어서...”


말을 빙빙 돌리더니 결국에는 꺼지라는 소리였다.


참나. 누군 F랭크가 되고 싶어서 된 줄 아나.


운 좋게 A랭크나 B랭크가 된 인간들은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벌레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가며 살아간다는 것을.


껍데기나 다름없는 F랭커. 헌터들의 수치.


하다못해 기본 스킬이라도 있었더라면 좀 나았을 것을.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스킬이나 부여된 속성이 하나도 없었다.


“하아. 오늘도 벌레나 잡으러 가야 하나.”


나 같은 쓰레기한테 의뢰를 주려는 사람은 찾기가 드물었다. 그나마 꾸준히 하고 있는 게 있다면 하수구에 있는 벌레를 잡는 일 정도.


몬스터도 아니고 일반 벌레들이었다. 워낙 더럽고 냄새나서 하려는 사람이 잘 없다. 그러니 내 입에 겨우 풀칠할 정도나 되는 거지.


하지만 문제는 내겐 책임져야 하는 식솔이 있다는 것이다. 하수구 청소를 하다가 주운 햄스터 한 마리.


얼마나 못 먹고 지낸 건지 뼈밖에 없었다. 털은 꾀죄죄해서 저게 털인지 먼지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쥐새끼 주제에 입맛만 까다로워서는.”


쥐면 쥐답게 주는 거나 대충 먹을 것이지. 대왕 해바라기씨가 아니면 아주 소리를 지르고 발광을 한다. 쓸데없이 주워서 팔자에도 없는 뒤치다꺼리나 하고 다니고.


그래서 조만간 적당한 사람을 찾아 떠넘겨 버릴 계획이었다.


“찌익, 찍!”


이런 속내를 알아차렸는지 쥐새끼가 찍찍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어찌나 시끄러운지 귀청이 다 울릴 정도였다.


“그만 좀 울어라. 안 그래도 밥 값하러 가잖냐.”


대답해 놓고선 이런 자신이 한심해 헛웃음이 나왔다.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할 쥐새끼한테 뭐하는 짓인지.


***


하수구 처리장에서 오늘치 일을 거의 끝냈을 때쯤 좀처럼 울리지 않는 구형 핸드폰이 울렸다. 확인해보자 헌터 사이트에 올려놨던 게시글 알림이었다.


[뒷골목파이터Lv.D] : 그 햄스터 제가 입양하겠습니다.


좋은 집사를 찾는다는 글을 일주일 전에 올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댓글을 다는 사람이 없었다.


조금 전에 올라온 따끈따끈한 댓글이었다. 아이디 뒤에 붙은 D 랭커 인증 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D랭커라...’


나와 별다른 건 없지만 그나마 나은 처지라고 볼 수 있었다. 나는 퀘스트를 받지도 못해서 더러운 해충이나 처리를 하고 있는데. D랭커라면 그럭저럭 몬스터 사냥도 할 수 있을 터.


그 밑에 장문으로 적힌 댓글을 보는데 햄스터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칭송이 적혀 있었다.


이 정도 정성이면 퍽이나 알아서 키우겠지. 그동안 귀찮은 쥐새끼 뒷바라지하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는데.


대왕 해바라기씨 국내 수급이 어려워서 생각보다 가격이 높았다. 입이 하나 줄면 그 돈으로 내 맥주 값에 보탤 수나 있겠지. 시원한 맥주를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찍찍아, 드디어 네 주인 찾았다.”


흘깃 나를 돌아본 햄스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쳇바퀴를 굴렸다. 매일 같이 굴리는 쳇바퀴가 질리지도 않은지 항상 볼 때마다 저것만 열중했다.


“그래, 우매한 네가 뭘 알겠냐. 이 인간의 노고를.”


나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대댓을 달았다. 토독, 톡톡. 울리는 자판 소리가 명쾌하게 들릴 정도였다.


[셋으코Lv.F] : 그럼 언제 뵐까요.


D 랭커도 내 게시글을 주시하고 있었는지 빠르게 댓글이 달렸다.


[뒷골목파이터Lv.D] : 최대한 빠를수록 좋습니다. 저희 딸이 햄스터를 빨리 데려오고 싶어 하거든요.


딸을 생각하는 아버지라. 대충 단란해 보이는 가족의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왕 보내버릴 거 최대한 빠르게 서두르는 게 쥐새끼한테도 좋을 듯 싶었다.


[셋으코Lv.F] : 오늘 저녁 6시까지 목뼈 골목 어떻습니까.

[뒷골목파이터Lv.D] : 좋습니다. 그때 뵙는 거로 하죠.


오늘따라 모든 게 순탄하게 흘러갔다. 일당 챙겨주는 것을 아까워하던 하수 처리장 영감이 좋은 일이 생겼다며 돈을 더 얹어 줬다.


“이게 웬일입니까, 영감님!”“예끼. 이놈아. 내가 짠돌이 같아도 쓸 때는 쓰는 놈이여. 이걸로 오늘 저녁 술값이나 더 보태라고.”

“아이고, 감사드립니다. 무병장수 하십쇼!”


기분 좋게 하수 처리장을 나서는데 길바닥에 웬 종이 쪼가리가 떨어져 있었다. 뭔가 싶어 쳐다보는데 돈이 아닌가. 남들이 볼까 봐 내가 먼저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다.


‘이게 웬 떡이냐.’


쥐새끼를 잘 돌봐줘서 복을 내리려는가. 술 취한 놈처럼 헤실헤실 웃음이 나왔다.


이대로 쥐새끼를 새 주인에게 보내버린 뒤에 두 발 뻗고 술이나 한 잔 거하게 마시면 모든 게 완벽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약속한 6시에 목뼈 골목에 도착했는데 사람은커녕 아무도 보이지가 않았다.


“좀 늦으려나 보네.”


약속 시간이야 일이 있으면 좀 늦어질 수도 있는 거. 여유롭게 마음을 먹고 기다리기로 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저 멀리서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이제 왔나?’


고개를 드는데 한눈에 봐도 껄렁껄렁해 보이는 남자 셋이 걸어 오고 있었다. 괜히 시비라도 붙으면 오늘 같은 날 재수만 없어질 것 같아서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하지만 놈들은 정확히 내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왔다.


“야, 저 새끼 같은데.”“누가 루저 아니랄까 봐 생긴 것도 뭣 같네.”“나쁜 새끼들. 얼굴은 건들지 말자. 안 그래도 F 랭커라 사는 게 엿 같을 텐데.”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웠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저들이 말하는 사람이 아무리 봐도 나 같다는 것이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애써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자연스레 자리를 피하려는데 화살처럼 날카로운 목소리가 날아왔다.


“어디 가냐. 이 븅신아.”

확실했다. 이제는 아니라고 더 부정할 수가 없었다. 요즘 하위 랭커를 노린 범죄률이 높아졌다는 말이 들리더니. 경계라도 좀 해 볼 것을.


당연히 D 랭커라면 공격에 능한 스킬 하나쯤은 들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들과 내가 붙어서 이길 확률은 0에 수렴한다고 봐야 했다.


‘젠장!’


이젠 뛰다시피 도망가려는데 순식간에 달려온 놈이 내 멱살을 붙잡고 바닥에 패대기를 쳤다다. 괴물 같은 힘이었다.


“으윽...!”

“어딜 쥐새끼처럼 도망가려고.”


어쩐지 오늘따라 운이 좋더라니. 재수 없는 일이 생길 조짐이었을까. 뭣 같은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재빨리 바닥에 무릎을 꿇는 것이었다.


“왜, 왜이러십니까. 형님들...!”


저들은 내 말투를 따라 하며 비아냥거렸다.


“와. 이 새끼 말투 좀 봐. 진짜 븅신 같네.”

“이왕이면 좋게 넘어가고 싶으니까 좋은 말로 할 때 가진 돈 다 꺼내.”


이들은 돈이 목적이었나 보다. 하수구 일을 하려면 일주일은 지나야 하는데. 가진 돈을 전부 빼앗겨버린다면 거의 일주일은 꼬박 굶어야 했다.


하지만 그깟 밥보다는 당장의 목숨줄이 더 소중했다. 오늘치 추가 수당과 운 좋게 주운 돈이 아까웠지만 하는 수 없다.


나는 주머니에 있는 돈을 전부 꺼내 그들에게 내밀었다.


“여, 여기 있습니다.”“농담이지?”

“농담... 이라뇨?”

“진짜 이게 끝이라고? 구라치지 마, 새끼야.”

“지, 진짜입니다. 저 같은 F 랭커 놈이 어떻게 큰돈을 만지겠습니까.”

“말대답하고는.”


악독한 놈들이 이 돈으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내가 입고 있던 다 낡아 빠진 외투와 신발까지 빼앗아갔다. 구형 핸드폰도 알뜰하게 챙겼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짐덩이나 다름없는 햄스터를 데려가려고 할 때였다.


“저기, 죄송하지만... 그 햄스터는 왜...?”“아, 이거?”

나를 바닥에 패대기쳤던 놈이 웃으며 빠진 앞니를 씨익 드러냈다. 정말 역겹기 짝이 없는 미소였다.


“내가 키우는 뱀한테 먹이로 던져 주려고. 살아있는 쥐새끼는 더 좋아할 것 같아서.”

아무것도 모르는 햄스터는 케이지 안에 있는 쳇바퀴를 열심히 굴려댈 뿐이었다. 한심한 쥐새끼. 처음 볼 때는 나처럼 볼품없는 모양새였는데 그간 열심히 해바라기씨를 먹인 보람이 있는지 그래도 포동포동한 것이 털빛 하나만큼은 고와졌다.


저 쥐새끼는 알까. 이제 뱀 먹이가 된다는 사실을. 아마도 모르겠지. 곧 있으면 대왕 해바라기씨나 달라며 눈치 없이 찍찍거릴 텐데.


이상하게 짐덩이처럼만 느껴지던 햄스터를 저놈들에게 넘겨주고 싶지가 않았다. 당장에라도 치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귀찮았는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저들이 들고 가려던 케이지를 손으로 붙잡았다. 그들은 이런 내 행동에 같잖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당장 이거 안 놓냐.”

“진짜 죄송한데요, 형님들. 제 빤스는 달라고 하면 드리겠는데 이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하, 이 새끼 봐라?”


앞니 나간 놈이 내 뺨을 살짝 때렸다. 뺨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고통과 함께 고개가 반대로 휙 돌아갔다.


이번엔 반대편 뺨을 날렸다. 쫘악. 또 한 번 힘없이 날아갔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자 얼굴 살이 퉁퉁 부어올라서 바람만 불어도 아플 지경이었다.


“놔.”

“....... 안됩니다.”

“이 새끼야. 놓으라고.”“싫습니다.”


이번에는 대놓고 품 안으로 케이지를 감싸 안았다. 나를 보는 놈들의 표정이 흉폭하게 변했다. 다가올 일들을 직감하고는 눈을 감고 몸을 웅크렸다.


이어지는 무차별 폭행. 온몸이 아팠다. 순간 눈앞에 별이 반짝였다. 중간중간 험악한 욕설이 튀어나왔다. 게 중에 누군가는 나 같은 버러지한테는 스킬을 쓰는 것조차 아깝다는 말을 했다.


발에 한 번 채일 때마다 이리저리 길바닥을 굴렀다. 케이지 안에 있는 햄스터가 괜찮을지 걱정이 되었다. 한쪽 귀를 맞았을 때는 고막이 나간 것처럼 잘 들리지가 않았다.


그렇게 인내의 시간 동안 나는 몇 번이고 죽었다 살아났다. 그리고 결국엔 독한 놈이라며 놈들이 먼저 떨어져 나갔다.


“이 미친놈. 쥐새끼나 끌어안고 죽으라지!”


놈들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품에 안고 있던 케이지에 힘을 풀었다. 피를 너무 흘렸는지 머리가 빙글빙글 돌았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햄스터가 괜찮은지만 고개를 돌려 확인을 하는데 케이지 안에 있던 햄스터가 웬일로 가만히 있었다. 원래 대로였다면 한참 쳇바퀴를 굴리고 있어야 하는데.


해바라기 씨를 닮은 검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어쩐지 햄스터가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고 느껴지면 드디어 내가 미친 걸까.


“찌익, 찍!”


그러고 보니 벌써 밥줄 시간인가 보다. 하지만 내겐 남은 돈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손 하나 까딱할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이대로 내가 죽으면 저 햄스터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렇게 점점 눈앞이 흐려지는데 별안간 나를 지켜보던 햄스터가 케이지 철장을 두 손으로 벌렸다. 끼이익. 딱딱한 쇠가 종잇장처럼 반으로 접혔다.


‘뭐지...?’


그리곤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로 내 앞에 다가왔다. 눈을 껌뻑이는 것조차 버거워질 때쯤 햄스터가 허공에 뛰어올랐다. 그리곤 정확히 내 이마에 뒷발차기를 날렸다.


뻐억-!!


두개골이 쪼개지는 듯한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허공에 이상한 글자가 마구잡이로 떠올랐다.


[상태 이상! 상태 이상! 상태 ^*(*%@$!]

.

.

.

[빙의된 SSS급 헌터의 발차기를 맞았습니다.]

.

.

.

[선택받은 후계자 칭호를 습득합니다!]

.

.

.

[당신은 쥐의 언어를 깨우치게 됩니다!]

.

.

.

[당신은 SSS급 빙의자의 선택받은 후계자가 됩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벼락 고함이 울려 퍼졌다.


“찍찍찍! 찍찍!(이런 약골 같으니! 떼잉!)”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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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미로(2) 23.03.26 47 0 11쪽
19 미로(1) 23.03.25 46 0 11쪽
18 D급 게이트 23.03.24 63 3 11쪽
17 헌터 사냥꾼(2) 23.03.24 64 3 11쪽
16 헌터 사냥꾼(1) 23.03.23 64 3 11쪽
15 인신매매 조직단 23.03.22 62 3 11쪽
14 미확인게이트(3) 23.03.21 64 3 12쪽
13 미확인 게이트(2) 23.03.20 68 3 12쪽
12 미확인 게이트(1) 23.03.19 67 3 12쪽
11 속삭이는 숲 23.03.19 77 4 12쪽
10 대장장이의 한(5) 23.03.19 85 4 13쪽
9 대장장이의 한(4) 23.03.18 83 4 11쪽
8 대장장이의 한(3) 23.03.18 82 4 12쪽
7 7. 대장장이의 한(2) 23.03.17 86 4 11쪽
6 6. 대장장이의 한(1) 23.03.17 107 4 11쪽
5 5. 광전사 모드 on 23.03.17 118 3 12쪽
4 4. 삽질하는 광전사 23.03.17 140 4 12쪽
3 3. 첫 사냥 23.03.17 183 4 11쪽
2 2. 은혜도 모르는 쥐새끼 23.03.16 245 4 12쪽
» 1. SSS급 빙의자의 선택받은 후계자 +1 23.03.16 316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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