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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헌터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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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작품등록일 :
2023.03.16 17:52
최근연재일 :
2023.04.01 23:5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66
추천수 :
65
글자수 :
134,839

작성
23.03.28 00:32
조회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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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정신 교란

DUMMY

이런 귀한 걸 어디서 얻었다고 말해야 할까.

사실 그대로 상태창이라는 게 갑자기 생겨났고 sss급 랭커인 햄스터가 나타났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 같은데.

하지만 최진욱도 대답을 듣지 않고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 같은 얼굴이었다.

결국 나는 비겁하게도 진실보다는 거짓을 택하기로 했다.


“저도 잘은 몰라요. 모르는 사람한테 선물을 받은 거라.”

“모르는 사람한테 선물을 받아?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최진욱이 나를 의심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끼리 이렇게 싸우는 것보다 더 큰 문제들이 있었다.

바로 우리를 잡아먹을 듯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짐승들과 이 망할 인공 게이트였다.


“믿고 싶지 않으면 믿지 마세요. 저도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하지만 지금 우리한테 중요한 건 뭐가 맞느냐가 아니라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 싶은데요.”


그에 맞춰 저 뒤에 있던 들개 한 마리가 또 다시 달려왔다.

이번엔 내가 아닌 최진욱을 노린 움직임이었다.

그가 무방비하게 나를 노려보고 있을 때 쥐고 있던 삽을 세게 휘둘렀다.


휘익 -!


삽은 그대로 들개의 머리통을 명중시켰고 바닥에 쓰러졌다.

뒤를 흘깃 돌아본 최진욱도 내 말에 동의를 하는지 겨누고 있던 장검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그리고는 무미건조한 말 한마디로 마무리를 했다.


“그럼 이곳을 나가서 다시 이야기하는 걸로.”


최진욱의 부름에 흩어져서 있던 파티원들을 금세 대형을 맞췄다.

맨 앞을 최진욱이 그리고 그 뒤에는 내가 붙었다. 황치수와 신형진은 우리를 엄호하듯 뒤에 섰다.


“싸우지 말고 최대한 방어하면서 앞으로 가자고.”


최진욱의 말에 차예솔이 의문을 드러냈다.


“안 해치우고?”

“어, 끝도 없이 몰려오기도 하고. 어차피 몬스터도 아니라서 죽여봤자 얻는 이득도 없고.”

“그건 그렇긴 한데.”


영 납득이 가지 않는 이야기는 아니었는지 최예솔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도중에 짐승들과 싸우며 작은 전투를 했지만 활잡이인 신형진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해주어서 우리가 다치는 일은 없었다.

다행히 뒤따라 오던 짐승들도 어느 순간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숲속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숲은 더욱 어둡게 변했다.

식물들마저 푸르른 색을 잃고 거뭇해졌다.

그리고 지독한 꽃향기마저 코를 찔러대서 숨을 쉬기가 힘겨울 정도였다.

나는 소매로 코를 가리며 현자의 찍찍이한테 조용히 물었다.


“악취가... 너무 심한 것 같은데요.”

“찌이익, 찍찍.(이 냄새 위험해. 오래 맡으면 안 돼.)”

“어떻게 위험한데요?”

“찌익, 찍찍찍.(정신 교란을 유도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 거 같거든. 예전에 훈련할 때 맡아본 적이 있어.)”


뒤를 돌아보자 따라오는 파티원들의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숨을 거칠게 헥헥거리며 식은땀을 유난히 많이 흘렸다. 눈을 확인해보자 상태가 안 좋던 짐승들처럼 동공이 풀려 흐릿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는 것 같은데.’


눈앞은 뿌옇게 흐려졌고 어디선가 사람들이 웅얼거리는 소리긴 들리는 것 같았다.

뒤를 돌아봤지만 파티원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문뜩 앞서 걷는 최진욱의 상태는 어떨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확인할 겸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아주 잠깐만 쉬어 가는 거 어때요?”


뒤를 돌아본 최진욱이 날카롭게 내 손을 쳐냈다.

이제 보니 최진욱도 나와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

얼굴에는 식은땀이 가득하고 동공이 흐릿하게 풀렸다.


“건들지 마.”


내가 뭘 했다고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건지.

나도 모르게 욱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제가 뭐 했어요?”

“건들지 말고 말로 하라고.”


어이가 없었다.

틈만 나면 본인도 나를 툭툭 쳤지 않은가.

내가 노려보자 최진욱도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상한 기류를 눈치챈 건지 뒤에 있던 일행들이 우리를 떼어놓기 시작했다.


“왜 그래 갑자기.”

“싸우지 마. 예민한 것도 이해하고 피곤한 것도 이해하는데 꼭 이래야겠어?”

“잠시 쉬었다 가면서 머리 좀 식히자.”


나를 데려간 건 황치수였다.

최예솔이 걸어준 힐이 효과가 있었는지 조금 전의 상처는 말끔히 사라져 있었다.

그가 내게 물을 건네주면서 조심스레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아무 일 아니에요.”

“아무 일 아닌데 그렇게 신경전을 벌여?”


황치수의 의문처럼 나 또한 의아했다.

잠시 쉬면서 물을 마시자 그렇게 화낼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제가 너무 예민했나 봐요.”


고개를 갸웃거리던 황치수가 나를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여기서 잠깐 쉬고 있어. 그럼 나는 최진욱이 어떤지 살펴보고 올게.”


황치수가 자리를 떠나자 한숨이 푹푹 새어 나왔다.

그 모습에 현자의 찍찍이가 입을 열었다.


“찌이이익, 찍찍.(다 저 냄새 때문이야.)”

“냄새 때문이라고요?”

물음에 현자의 찍찍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찍찍, 찌이익.(아까 말했잖아. 정신 교란을 시킨다고. 사람의 감정까지 건드리는 거지.)”


그제야 왜 말도 안 되는 걸로 신경전을 벌인건지 이해가 되었다.

생각해보면 최진욱도 평소에 저럴 사람은 아니었다.


“어쩐지 좀 이상하다고 했어요.”

“찌이익. 찍.(안쪽으로 깊게 들어가면 지금보다 더 심해질 거야. 각오 단단히 하라고.)”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찌이이익.(없어. 정신력으로 버티는 수 밖에.)”


파티원들에게 말을 해주려다가 이것까지 말하면 더한 의심을 받게 될 것 같다.

거기다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휴식을 좀 취하다가 우리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나침반이 강하게 반응하는 곳에 도착했을 땐 사방에 핀 새하얀 꽃들만이 가득했다.


“왜 나침반이 여기를...?”


아무리 봐도 보스 몬스터로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저 꽃들이 보스 몬스터라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는 소리 같았으니까.

뒤를 돌아보자 따라 오던 파티원들도 이제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 해보자는 거야?”

“지금 내가 비전투원이라고 개 무시하는 거지?”

“넌 전부터 그 눈빛 마음에 안 들었어. 이 개 같은 놈아.”


허공을 향해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고 서로의 멱살을 잡고 싸워대는 사람도 있었다.

나 또한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이 모든 게 냄새 때문인 거라는 걸 알아도.


‘진정하자, 진정해. 이건 내 감정이 아니야.’


파티원들을 진정시키기엔 이미 내 코가 석자였다.

그때였다.

허공에 상태창이 떠오른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보스 몬스터를 해치우시오.]


[보상 -> ‘새로운 스킬.’]


+ 정신을 맑게 도와주는 ‘허벅지 꼬집기’ 스킬 임시 지원.

+ 허벅지를 세게 꼬집을수록 정신이 돌아옵니다.

+ 마음껏 꼬집으세요.


‘허벅지 꼬집기라고...?’


이런 이상한 스킬은 살면서 처음 듣는 거였다.

하지만 지금은 스킬이 어떻든 따질 여유가 없었다.

나는 손으로 허벅지를 있는 힘껏 꼬집었다.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고통이 이어졌다.

정말 놀라운 것은 내가 허벅지를 꼬집자 흐릿해지던 판단 능력과 날뛰던 감정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숨을 몰아쉬자 머릿속이 완전히 맑아졌다.


“후우...”


진정되자마자 나를 노려보던 최진욱이 내 멱살을 휙 잡아채었다.

침을 질질 흘리면서 눈빛이 맛이 간 게 한눈에 봐도 제정신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이 새끼야!”

“지금 화가 나는 거 알겠는데 잠시만 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보스 몬스터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아무것도 없잖아. 네놈이 우리를 속인 거지? 함정에 빠트린 거 아니야?!”

“제가 파티원들을 함정에 빠트릴 이유가 없잖아요.”

“이유가 없긴 왜 없어. 실험 일지. 그것도 네가 쓴 거 아니야?”


최진욱의 말에서 논리가 사라졌다.

이미 나를 나쁜 놈으로 낙인찍은 채 제가 하고 싶은 말만 쏘아부쳤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도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


머리를 최대한 굴렸다.

나침반은 소모품이 아니었다. 그러니 고장이 났을 리도 없을 테고.

그리고 상태창이 내게 퀘스트를 줄 때는 지금 상황에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모래 사장에서 바늘 찾기라는 건...’


혹시 보스 몬스터와 관련이 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떠올랐다.

그러니까 저 많은 꽃밭에서 보스 몬스터를 찾아야 한다는 거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내게서 최진욱을 떨어트려 놔야 했다.


“최진욱 씨 제가 앞으로 하는 행동은 어떤 악감정도 없다는 걸 이해해주셨으면 해요.”

“뭐...?”


나는 인벤토리에 있던 악몽의 가루를 꺼냈다.

트리거를 쓰러트리고 얻은 아이템이었다.

저번에 효과를 확인했을 때 주변에 있는 사람을 기절시켜서 악몽을 꾸게 만들 수가 있다고 했다.

코를 막은 뒤에 그것을 최진욱에게 던졌다.


퍼엉 -!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주변에 퍼져나갔다.

핏발 선 눈으로 나를 노려보다가 그대로 바닥에 픽픽 쓰러졌다.

저 뒤에서 주먹다짐을 하던 신형진과 황치수 그리고 허공을 향해 삿대질을 하던 최예솔도 금새 잠이 들었다.

나 또한 잠들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행히 허벅지를 꼬집으니 정신이 맑아졌다.


“쥐인님은 어때요, 괜찮아요?”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미리 코를 막으라고 언질을 줄 걸 그랬나.

하지만 잠시 뒤 현자의 찍찍이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찌이익, 찍.(...... 나도 언제 잠들지 몰라.)”


정신력으로 버틴다더니 그게 사실인가 보다.


“저 꽃밭을 전부 없애버리려고 해요. 아쉬운 대로 하나하나 파해쳐야겠지만요.”

“찌이익, 찍찍.(너무 노가다일 텐데.)”

“어쩔 수 없죠. 황치수가 불 화살만 날려도 해결될 일이지만 이미 잠들어 버려서.)”


어느 순간부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현자의 찍찍이도 잠이 든 모양이었다.

나는 정신이 흐려지려고 할 때마다 허벅지를 꼬집었다.

그리고 광활하게 펼쳐진 꽃밭을 하나하나 파해쳤다.

내가 가진 모든 스킬을 사용해도 반나절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새햐얀 꽃 하나를 삽으로 뭉개버리려는 순간 땅에 박혀있던 꽃 하나가 뿌리를 다리처럼 이용하여 도망가기 시작했다.


“놓칠 수 없지!”


저거 하나 잡겠다고 허벅지에 피멍이 들면서 온갖 개고생을 했는데.

도망가는 꽃을 향해 삽을 휘둘렀다.


휘이익 -!


그리고 허공에서 그대로 절반으로 동강이 나버렸다.

주변에 자욱하던 꽃향기도 사라지고 퀘스트를 성공했다는 상태창이 떠올랐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꽃으로 위장한 보스 몬스터를 해치우는데 성공]


[보상 -> ‘도둑 삽질.’]


도둑 삽질이라.

상당히 생소한 스킬명이었다.

그것을 제대로 확인하기도 전에 눈앞이 새카만 어둠으로 변해버렸다.


‘아. 게이트 탈출해야 하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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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미로(2) 23.03.26 47 0 11쪽
19 미로(1) 23.03.25 46 0 11쪽
18 D급 게이트 23.03.24 63 3 11쪽
17 헌터 사냥꾼(2) 23.03.24 64 3 11쪽
16 헌터 사냥꾼(1) 23.03.23 64 3 11쪽
15 인신매매 조직단 23.03.22 62 3 11쪽
14 미확인게이트(3) 23.03.21 64 3 12쪽
13 미확인 게이트(2) 23.03.20 68 3 12쪽
12 미확인 게이트(1) 23.03.19 67 3 12쪽
11 속삭이는 숲 23.03.19 77 4 12쪽
10 대장장이의 한(5) 23.03.19 85 4 13쪽
9 대장장이의 한(4) 23.03.18 83 4 11쪽
8 대장장이의 한(3) 23.03.18 82 4 12쪽
7 7. 대장장이의 한(2) 23.03.17 86 4 11쪽
6 6. 대장장이의 한(1) 23.03.17 10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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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삽질하는 광전사 23.03.17 140 4 12쪽
3 3. 첫 사냥 23.03.17 18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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