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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헌터를 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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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킬러
작품등록일 :
2023.03.16 17:52
최근연재일 :
2023.04.01 23:5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84
추천수 :
65
글자수 :
134,839

작성
23.03.16 18:10
조회
245
추천
4
글자
12쪽

2. 은혜도 모르는 쥐새끼

DUMMY

혹시 내가 꿈을 꾸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쥐가 사람 말을 할 리가 있나.

그 생각이 다 끝마치기도 전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찌익, 찍찍. 찌이이이익. 찌찍!(나는 너를 죽이고 이곳을 떠나려 했다. 그래서 쳇바퀴 단련을 밤낮으로 하고 있었거늘. 하지만 한심하다 못해 미련한 모습에 너를 특별히 후계자로 삼았느니라!)”


‘이 쥐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한심한 모습에 나를 죽이고 떠나?

그래서 쉬도 때도 없이 쳇바퀴 단련을 하고 있었다고?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이런 쥐새끼를 위해 없는 돈까지 아껴서 수입산 대왕 해바라기씨를 구해다 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쥐새끼 같으니.”


저건 쥐의 탈을 쓴 악마가 분명했다.


“찍? 찌이익, 찍?(뭐? 방금 너 뭐라 나불거렸냐. 쥐새끼?)”


내 말에 쥐새끼의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한 걸음씩 다가오는데 옆에 있던 커다란 바위가 쥐새끼가 휘두른 주먹에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어, 어...?”

“찌익, 찍.(그 주동이 다시 놀려 보라고.)”


한 주먹이면 나가떨어질 것 같은 햄스터한테서 이런 위압감이라니. 그때 허공에 떠있던 글자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당신은 SSS급 빙의자의 분노를 샀습니다.]


[살고 싶으면 그의 호감을 사십시오.]


[실패 시 사망.]


‘아니,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이유가 없었다. 갑자기 떠오른 저 이상한 글자들은 또 뭐고 내가 왜 SSS급의 후계자가 된 것이란 말인가.

내 말에 허공에 떠오른 글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


[요놈 봐라?]


하얀빛이 미러볼처럼 번쩍거리더니 붉은색으로 글자가 바뀌었다.


[반항할 시 사망.]


이거 무슨 날강도가 따로 없었다.

한쪽은 반항하면 사망한다고 하고. 또 한쪽은 쥐새끼를 쥐새끼라 불렀다고 죽일 듯 걸어오는데.

하지만 나는 천하제일의 쫄보였기에 일단은 저 이상한 글자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근데 말이 쉽지. 어떻게 갑자기 호감을 사라고.’


나를 쳐다보는 까만 해바라기씨 같은 쥐새끼의 눈동자는 이미 맛이 가 있었다.

귀엽고 깜찍한 외모와 다르게 당장이라도 나를 도륙해버릴 것 같은 눈빛이었다. 그래서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겨우 움직였다.


“음, 그러니까... 꼭 은혜를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저보다 늠름하고 위대하신 존재인데.”

“찌익... 찍찍?(그건 그렇긴 한데... 그럼 쥐새끼는?)”

“제가 어찌 감히 그런 상스러운 말을 했겠습니까. 쥐인님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쥐인님.”

“찍?(확실해?)”

“당연하습죠.”


의심쩍은 시선이 나를 향했다. 이어서 못마땅하다는 듯 혀 차는 떼잉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다행히 일단은 넘어가 주기로 한 것 같았다. 햄스터는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적거리더니 이젠 대놓고 아빠 다리를 하고 앉았다.


“찌익, 찌익, 찍찍!(내 후계자가 된 이상 이제는 강해져야 한다. 쓰레기 취급이나 받는 F급이 아니라 S급은 되겠다는 각오로!)”

“하지만 등급이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찌익, 찍찍찍찌익?(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상태창이 떴을 텐데?)”


‘상태창...?’


아까부터 허공에 번쩍거리는 저 이상한 걸 상태창이라고 부르나 보다. 지금도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듯 휘황찬란하게 빛났다.

그것을 다시 확인하자 조금 전과 다른 말로 변해있었다.


[당신은 SSS급 랭커의 분노를 잠시 피했습니다.]


[-> 보상으로 2포인트 적립]


“확실히 뭐가 생기긴 했는데...”

“찍?(상태창이 뭐라고 하지?)”

“보상으로 2포인트를 준다고 하는데요?”

“찌이이익, 찍찍.(처음치곤 운이 좋네. 그럼 상점 가서 회복 포션이라도 사오던가.)”


상점?

갑자기 무슨 상점 말하는 거지?

회복 포션도 나 같은 F급 랭커는 살면서 구경할 일이 없어서 어떻게 생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말대답을 하면 저 조막만한 주먹이 날아올 것 같아서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일단 뭐라도 찾아보자고.’


상태창을 훑어보는데 포인트 적립 옆에 새로 뜬 붉은색 상점 버튼이 마침 보였다.


‘이건가?’


그걸 손으로 툭 건드리자 주변이 순식간에 변했다. 아빠 다리를 한 햄스터와 조금 전까지 내가 있던 골목길이 뿌옇게 흐려졌다.

그 대신 시골 어딘가에 있는 한산한 슈퍼마켓의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흡사 내 영혼이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게 가능한 일이라고?”


얼떨떨한 기분에 주변을 둘러보는데 계산대에는 ‘지금은 외출 중’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주인장이 외출 중이라면 쥐새끼가 시킨 대로 회복 포션을 살 수 없을 터.

난감한 심정으로 있다가 바로 옆에 놓여 있는 자판기를 발견했다.

자판기를 대충 훑어보는데 맨 위에 ‘초심자 회복 포션x10’이라 적힌 버튼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1포인트로 회복 포션 10개를 살 수 있다고 적혀 있다는 것 정도.


“이게 싼 건지, 비싼 건지 알 수가 없네.”


그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가기도 뭐해서 결국 자판기 버튼을 눌렀다.


띠리링-!


오락실 동전 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어느새 내 손에는 붉은색 작은 약병들이 들려 있었다.


“이게 다 뭐야. 진짜 회복 포션인가?”


내게 벌어지는 모든 일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붉은색 약병은 만져도 사라지지 않았다. 딱딱하고 서늘한 유리 질감이 손끝에서 묻어났다.

그리고 때마침 새로운 선택지가 허공에 떠올랐다.


[쇼핑을 더 하시겠습니까?]


[-> yes or no]


상점 내부를 좀 더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이었으나 밖에 시간은 또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볼 것도 없이 ‘no’ 버튼을 눌렀다.

눈을 한 번 깜빡거리기도 전에 나는 쥐새끼와 함께 있던 거리로 돌아와 있었다.


“와......”

“찌익, 찍.(상점에 다녀왔나 보군.)”

“이게 다 무슨... 제가 눈앞에서 사라진 겁니까요? 시간은 얼마나 흘렀습니까?”


내가 경험하고도 믿기 지가 않았다. 그래서 얼빠진 놈처럼 물어댔다.


“찍.(일단 회복 포션부터 하나 마시고.)”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쥐새끼의 말대로 회복 포션을 마셨다. 회복 포션은 어릴 때 먹던 딸기 맛 감기 시럽이랑 비슷했다.

회복 포션을 마신 순간 몸 전체에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욱신거리던 고통이 전부 사라졌다. 그뿐 아니라 얼룩덜룩한 멍 자국마저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와, 미친! 효과 미치잖아? 내가 마신 게 진짜 회복 포션이면 이게 다 얼마야!”


하나를 마셔도 아직 수중에 9개나 남아 있었다.

회복 포션 하나만 잘 팔아도 한동안은 밥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고기 구경을 제대로 못 한 지가 오래되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조건 오겹살부터 달리자고.’


시내로 내려갈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근엄한 표정을 짓던 쥐새끼가 다리에 있는 먼지를 툭툭 털며 일어났다. 그리고 내게 명령했다.


“찌이익, 찍.(마셨으면 이제 포션 값 하러 가야지.)”

“예...? 저는 이제 회복 포션을 팔고 오겹살 먹으러 가야 하는데. 어디로 따라오라는 말씀인지...?”

“찌익, 찍.(뼈에서 가루 날 때까지 맞기 싫으면. 그만하고 따라와.)”

“예, 옙...”


***


살벌한 소리에 어쩔 수 없이 뒤를 따랐지만 틈틈이 도망갈 기회를 엿봤다.

내가 각을 잡을 때마다 귀신 들린 쥐새끼처럼 나를 돌아봤다.


“쮜익?(잘 따라오고 있겠지?)”

“예이,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험산한 산세인데도 쥐새끼는 뒷짐을 지고 가볍게 올랐다. 짧은 팔다리로 힘들지도 않은가.

그러다 어느새 하급 몬스터가 출연하는 깊은 곳까지 도달했다.

나는 얼씬도 해본 적이 없었던 터라 풍경이 낯설었다.

하지만 겁대가리를 상실한 햄스터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 보였다.


“찌익, 찍.(여기 있는 나무가 딱이겠군. 넉넉하게 베어라 일꾼.)”

“나무를요? 그러다간 몬스터가 나타날지도 모르는데...”

“찍찍! 찍익, 찍!(이게 다 훈련의 일부니까 토 달지 말고 따라!)”


억울한 마음에 입이 한가득 나왔다. 훈련이고 뭐고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아서.

하지만 빌어먹을 상태창마저 내 편이 아니었다.


[훈련 실패 시 사망]


[사망!]


[사망!!!]


붉은색 상태장이 번득이며 따라다니자 못 본 척을 할 수도 없고.

여전히 sss급 랭커라는 햄스터와 상태창이 왜 내게 나타난 건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쥐새끼가 설명해주지 않아서 상점의 개념도 아직까진 모호하고.


'그래도 상태창이 있으면 F랭커는 벗어날 수 있다고 했으니까.‘


그동안 F랭커라며 평생을 무시당해왔다.

지금이야 시궁창 같은 현실에 순응하기로 마음 먹었어도 예전에는 나도 강해지기 위해 별짓을 다 해봤다.

산에 들어가 훈련도 받아보고. 돈을 벌어서 랭커를 바꿀 수 있다는 의식도 치러보고. 뼈를 부러뜨리고 다시 붙이면 신체가 강해진다는 말에 그렇게도 해보고.

하지만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었다.

당장에라도 포션을 팔아 돈 방석에 앉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고 있는 건 아주 혹시나 하는 희망 때문이었다.


’속는 셈 치고 조금만 해보지 뭐. 변한 게 없으면 그때 때려쳐버리는 거야.‘


겸사겸사 포인트를 모아 상점에서 돈 되는 것들을 구하면 그야말로 일석이조였으니까.

그렇게 몇 날 며칠이 이어진 훈련은 별다를 게 없었다.


“찌익. 찍!(저 나무는 엔틱해 보이는 게 아주 딱이겠어. 넉넉하게 구해오도록!)”

“여부가 있겠습니까!”


“찌익, 찍직!(자고로 남자라면 팔뚝이지. 터가 좋은 이쪽에 땅굴 좀 파놓으면 좋겠는데!)”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찌익, 찍찍!(힘을 다루기 위해서는 섬세함이 반동되어야지. 여기에다 이번에 들어온 수입산 해바라기 씨를 전부 까놓도록!)”

“예, 여부가 있겠...?”


이쯤 되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쥐새끼가 알아본 곳에 내가 열심히 땅을 파고 그곳에 베어온 나무들을 쌓았다. 그렇게 며칠 뚝딱뚝딱하니 쥐새끼의 아늑한 3층 펜트하우스가 완성되었다.

내가 춥다 하면 밖에서 있는 것도 훈련의 일종이라며 듣는 시늉도 안 하고. 이 악랄한 쥐새끼는 이제 해바라기 씨 까는 셔틀까지 시켜댔다.

마침 펜트하우스를 나온 쥐새끼를 보는데 얼마 전과 다르게 포동포동 살이 올랐다. 그에 비하면 나는 제대로 먹지도 못해 피골이 상접한 수준.

결국 참다 못한 내가 손질하고 있던 해바라기 씨를 집어 던졌다.


“퉤, 안 해! 이런 게 무슨 강해지는 훈련이야! 이 악랄한 쥐새끼 같으니!”

“찌익?(요놈 봐라?)”

“산에 와서 마음대로 부려먹는 게 다잖아! 솔직히 말해 봐. 강해질 수 있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지?”


내가 소리를 질러도 쥐새끼는 허허 웃는 것을 반복했다. 잘 베어놓은 장작도 패대기치고 바로 옆에 있던 삽도 돌덩이에 쾅쾅 내리치는데 어디선가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쿠웅, 쿵, 쿵-!


돌아보자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지옥의 헤드 헌팅 토끼‘가 보였다. 덤으로 왼손에는 누군가의 머리로 추정되는 흉악한 것을 쥔 채였다.


‘미친. 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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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미로(2) 23.03.26 48 0 11쪽
19 미로(1) 23.03.25 47 0 11쪽
18 D급 게이트 23.03.24 63 3 11쪽
17 헌터 사냥꾼(2) 23.03.24 65 3 11쪽
16 헌터 사냥꾼(1) 23.03.23 65 3 11쪽
15 인신매매 조직단 23.03.22 62 3 11쪽
14 미확인게이트(3) 23.03.21 65 3 12쪽
13 미확인 게이트(2) 23.03.20 68 3 12쪽
12 미확인 게이트(1) 23.03.19 6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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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대장장이의 한(5) 23.03.19 85 4 13쪽
9 대장장이의 한(4) 23.03.18 84 4 11쪽
8 대장장이의 한(3) 23.03.18 82 4 12쪽
7 7. 대장장이의 한(2) 23.03.17 87 4 11쪽
6 6. 대장장이의 한(1) 23.03.17 107 4 11쪽
5 5. 광전사 모드 on 23.03.17 119 3 12쪽
4 4. 삽질하는 광전사 23.03.17 141 4 12쪽
3 3. 첫 사냥 23.03.17 184 4 11쪽
» 2. 은혜도 모르는 쥐새끼 23.03.16 246 4 12쪽
1 1. SSS급 빙의자의 선택받은 후계자 +1 23.03.16 316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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