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햄버거킬러 님의 서재입니다.

SSS급 헌터를 주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햄버거킬러
작품등록일 :
2023.03.16 17:52
최근연재일 :
2023.04.01 23:5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76
추천수 :
65
글자수 :
134,839

작성
23.03.19 00:38
조회
77
추천
4
글자
12쪽

속삭이는 숲

DUMMY

“예...?”


내 부름에 미소 천사가 의아하다는 듯 돌아봤다.

저 선한 웃음에 속아서는 안 된다. 애초에 F랭커인 나를 파티원으로 써준다고 했을 때부터 뭔가 이상했다.


“저기 저 사람. 왜 돌려보내는 겁니까? D등급이면 E등급 게이트에 좋은 전력이 될 텐데.”


미소 천사가 머리를 긁었다.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리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게... 저런 분들이 오면 당연히 좋겠지만 인력 낭비라고 생각됩니다.”

“인력... 낭비요?”

“이미 우리 파티에는 E등급, F등급 헌터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당연히 같이 안으로 들어가면 D등급 헌터가 활약을 다 하겠죠. 그럼 나머지 분들한테 배분할 아이템이 줄어버리니까요.”


다른 헌터들도 이렇게 하는지는 의문이었다.


‘내가 파티원들이랑 게이트를 뛰어 봤어야지.’


고민하는 기색이 느껴졌는지 미소 천사가 말을 이었다.


"저는 모든 헌터들한테 기회가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F랭커라고 멸시받는 현실이 아니라요."


하지만 듣다 보니 묘하게 설득이 되었다.

애초에 전단지에 붙어 있던 보상 또한 D등급이 활약을 해버리면 모조리 그에게 갈 것이다.

거기다 F 랭커라고 멸시 받는 현실이라. 그건 내가 매일 같이 느끼던 환멸감이었다.

고민하는 내게 그가 환하 미소를 두르며 물었다.


“이제 답이 되었습니까?”

“.... 예.”


아직 찜찜함이 전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이상한 점이 생기면 그때 다시 의문을 표하면 되겠지.

그렇게 길을 나섰다.


***


미소 천사와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우리가 가야할 곳은 '속삭이는 숲'이라는 E급 던전이라고 했다.

던전 명이 너무 생소했지만 그야 내가 잘 모르니까 어련히 던전이겠거니 하고 넘겨버렸다.

헌터들은 총 아홉 명 남짓.

기존에 있던 헌터가 6명, 나처럼 등급 낮은 헌터들은 3명 정도가 새로 투입되었다.

모두가 3인 1조로 총 3팀이 나뉜다.

각각 F랭커 하나, E랭커 둘로 구성이 되었다.


"그래서 제가 할 일이 뭐라고 하셨죠?"

"좀 가다가 제가 신호를 줄 겁니다. 그럼 저기 표시된 곳까지 가서 시선만 끌어주세요."


'이거 뭐 거의 미끼 역할인 것 같은데.'


미끼역이든 뭐든 크게 상관은 없었다.

나야 뭐 파티원이랑 게이트에 함께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경험이 될 거니까.

그래도 하나 찜찜한 게 있다면 현자의 쥐새끼가 입을 한 번도 열지 않고 가만히 있다는 것.

나는 사람들이 내게 시선을 뗏을 때 조용히 현자의 찍찍이한테 속삭였다.


"혹시 화난 거 아니죠?"

"찌익, 찍직.(내가 왜 화가 나.)"

"오늘따라 너무 조용하셔서 한 번 물어 봤습니다."


그러자 현자의 쥐새끼는 주먹으로 가슴을 팡팡 쳤다.


"찌이이익, 찍!(네놈이랑 말하면, 내 속이 터질 것 같아서 그렇다!)"


아까부터 왜 이러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괜히 엄한 불똥 안 튀게 입이나 다물고 있자.'


얼마 안 가 속삭이는 숲이 나타났다.

일반적인 숲이랑은 확연하게 달랐다. 빛이 들지 않는 숲은 어둠과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나무가 컴컴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만 같았다.


"다들 랜턴을 드십시오."


마법사가 있더라면 랜턴이 아니라 빛 속성 마법을 사용했을 텐데.

마법사는 그 존재가 워낙 귀해 파티원으로 데려오기가 힘들다고 들었다.

그래서 나 또한 마법을 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내가 강해지면 언젠간 마법사도 파티원으로 데려올 수 있겠지?'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하는데 같이 가던 파티원 두 사람이 걸음을 멈춰섰다.

그리곤 조용히하라는 뜻으로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었다.

조용히 귀를 기울이자 파스슷, 하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여기에 뭔가 있다!'


미소 천사가 내게 신호를 줬다.

저 앞에 가서 서있으면 나머지는 파티원들이 해치우겠다고.

사선을 함께하는 동료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한껏 무거워진 어깨로 미소 천사가 신호하는 곳에 가는데 도착한 순간 발밑이 아래로 꺼져버렸다.


"으, 으악...!!"


다행히 간발의 차로 바닥이 무너지는 순간 그 자리를 피했다.

아마도 평소에 현자의 쥐새끼와 수련을 한 게 빛을 발하는 듯 하였다.


"어익후.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네!"


그때까지도 뒷일을 책임진다던 미소 천사와 E랭커 헌터는 그 자리에 서서 얼빠진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인데. 대체 멀뚱히 뭘 하는 건지.


"두 분 다 안 움직이고 뭐하십니까?"


내가 말을 꺼낸 순간 파스슷 소리를 내며 가까워진 그것이 나를 덮쳤다.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 삽을 손에 쥐었다.

그대로 휘두르려는 찰나 들려온 소리가 나를 멈춰서게 만들었다.


"멍!"


'멍...?'


삽은 강아지의 목덜미에 닿기 바로 직전에 다행히 멈췄다.

하마터면 죄 없는 강아지를 죽일뻔 했다.


"...... 몬스터가 아니라 강아지였잖아?"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는 내 뺨을 햝더니 뒤에 있는 미소 천사한테 달려갔다.


"멍, 멍!"


강아지는 미소 천사에게 몸을 비볐다. 그러다 깡총깡총 뛰어오르며 온 몸으로 제 마음을 표현했다.

아무리 사람 좋아하는 강아지라 하더라도.

상상 이상의 과한 반김이었다.

주인이 아닌 이상 저럴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었다.


"혹시... 키우는 강아지입니까?"


내 물음에 미소 천사가 침을 꼴깍 삼켰다.

강아지를 밀쳐내도 언제 밀어냈냐는 듯 다시 돌아와 꼬리를 흔들었다.


"어, 어, 어...? 그, 그렇네? 뽀삐가 왜... 여기 있을까? 거 참 이상한 일일세."


누가 봐도 당혹스러움이 가득해 보였다.

나는 미소 천사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다가 몸을 돌렸다.


"긴장 좀 하십쇼. 몬스터였으면 큰일 났을지도 몰랐다고요."

"내... 좀 더 긴장 하지."


속삭이는 숲은 안으로 들어갈 수록 더욱 컴컴하게 변했다.

랜턴을 들고 있어도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때 잘 가고 있던 두 사람의 기척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어디로 간 거지?'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휘이익 소리를 내며 거대한 돌덩이 같은 게 굴러웠다.


'이건 무조건 피해야 해!'


옆으로 몸을 돌렸다.

간발의 차이로 거대한 것이 옆으로 지나갔다.

안심 하기도 전에 또 한 번 내가 있는 곳으로 돌덩이가 또 한 번 휘이익 굴러왔다.


"이쪽이다!"


계속 피하기만 해서는 결판이 안 날 듯 싶었다.

나는 손에 쥔 삽을 가볍게 휘둘렸다.


채엥, 챙, 챙-!


우웅 하며 빛이 감돌자 랜턴 없이도 시야가 밝아졌다.

삽에 맞은 거대 돌덩이가 산산 조각나며 부서졌다.

그렇게 굴러오는 돌덩이를 전부 처리했을 쯤 나무 뒤에 숨어 있는 두 인영이 보였다.

미소 천사와 E 랭커였다.


"거기 아저씨들... 설마 지금 숨으신 거에요?"


나보다 랭커도 높은 양반들이 어쩜 이렇게 모양 빠진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한심함에 허를 내둘렀다.

얼마 안 가 나무 뒤에 숨어있던 두 사람이 머뭇거리며 앞으로 걸어왔다.


"분명 F랭커라고 했는데...?"

"저게 어떻게 F랭커야! 구리친 거 아니야?"


쑥떡 거리는 소리는 흐릿해서 잘 들리지가 않았다.

귀를 후벼도 희미한 음성에 그들에게 되물었다.


"지금... 뭐라고요?"


이에 미소 천사가 발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 납득이 안 갈 수 있는 말인데... 사람은 지킬 게 있으면 겁이 많아지는 게 사람이지."


무게 있게 말하려는 것 같은데 전혀 멋있어 보이지가 않았다.

미소 천사의 품에 꼭 안긴 강아지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뽀삐를 지키고 싶으셨다고요?"

"그, 그런 셈이지...?"

"어휴, 이 위험한 곳에 강아지는 왜 데려와서. 저도 F랭커라 제 코가 석자인데... 그럼 일단 제 뒤에 서세요."

"뭐, 뭣...?"

"강아지 지키고 싶다면서요. 최대한 도와드리겠다고요."


미소 천사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아무래도 자존심이 상한 듯 싶었다.

E 랭커가 F랭커의 뒤에 숨는다고 하면 무슨 망신인가 싶긴한데.

미소 천사의 품에 안긴 채 멍, 멍 거리는 뽀삐를 보자 납득은 갔다.


'가족이나 다름 없을 텐데. 이해는 가지.'


갑자기 의지가 샘솟았다.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긴장의 끈을 내려놓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걷고 걷고 또 걸어도 몬스터 한 마리 보이질 않았다.


"여기서 얼마나 더 가야합니까?"

"어, 음... 거의 다 왔네!"


하지만 내가 물을 때마다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어딘가 묘하게 똑같은 곳을 맴도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 왜 아까 왔던 길 같지?'


그때 뒤에서 투닥거리는 말소리가 들렸다.


"이 색히야. 이대로 가면.... ..... ..... 실패한다고...!"

"하지만 이것 말고는...!"


점점 시끄러워지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어색한 미소를 내게 보였다.


"혹시... 무슨 문제 있어요?"

"아... 길을 찾는데 가벼운 의견 다툼이 있어서..."

"그래요?"


좀 걷자 점점 출출해졌다.

때마침 미소 천사가 가방에서 맛있어 보이는 육포를 꺼냈다.

뽀삐가 침을 흘리며 덤벼들었지만 미소 천사는 육포를 절대 사수했다.


"슬 배도 고플 텐데 육포나 좀 먹는 거 어떤가?"


괜찮은 제안이었다.

붉은 색으로 번들 거리는 육포는 한 눈에 봐도 맛있어 보였다.


"마침 딱인데요?"


미소 천사가 건네는 육포는 아주 환상적이었다.

한 입 씹을 때마다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이걸 내 혼자 먹기엔 양심에 찔려서 현자의 쥐새끼한테 물었다.


"같이 드실래요?"

"찍익.(아니.)"


현자의 쥐새끼가 평소보다 더 삐딱선을 탔다.

이유를 물어보려는 찰나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졌다.

활활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으윽, 커억, 켁...!"


산 채로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괴롭다. 너무 괴로웠다.

그대로 바닥을 구르며 가슴을 두드렸지만 내 파티원들은 나를 보며 낄낄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아, 아저...!"


미소 천사는 허공을 휘젓는 내 손을 그대로 걷어 찼다.

팔이 부러진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타들어가는 고통이 더 컸다.


"뭐? 내 뒤에 서? 쓰레기 같은 F랭커 주제에. 누가 누굴 지키겠다고!"

"그러길래. 적당할 때 죽어줬으면 이렇게 안 괴로울 거 아니야! 사람 번거롭게 하고 있어!"


중간중간 이상하다는 낌새를 눈치 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았고.

그냥 조금 믿고 싶었나보다.

나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파티원을.


'어쩐지, 나 같은 F랭커를 누가 파티원으로 쓰고 싶어하나 했다.'


그때 가래침이 날아왔다.


퉷 -!


그대로 얼굴로 날아오려는 그 순간 멀찍이 서 있던 현자의 쥐새끼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허공을 손으로 휘저어 날려버렸다.


"쮜익, 쮝쮝, 쮝!(떼잉, 못난 자식! 대체 언제까지 누워있을 거야!)"


때마침 상태창이 허공에 떠올랐다.


[상태 이상 회복]


[-> 인벤토리에 있는 '물약'을 사용하겠습니까?]


[-> 'yes']


이제는 복수의 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SS급 헌터를 주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술 집 사장 김 씨(1) 23.04.01 27 0 11쪽
25 사기꾼 23.03.31 29 0 11쪽
24 소매치기 23.03.29 26 0 11쪽
23 작별 23.03.29 37 0 12쪽
22 정신 교란 23.03.28 39 0 11쪽
21 불신 23.03.27 45 0 10쪽
20 미로(2) 23.03.26 48 0 11쪽
19 미로(1) 23.03.25 47 0 11쪽
18 D급 게이트 23.03.24 63 3 11쪽
17 헌터 사냥꾼(2) 23.03.24 65 3 11쪽
16 헌터 사냥꾼(1) 23.03.23 64 3 11쪽
15 인신매매 조직단 23.03.22 62 3 11쪽
14 미확인게이트(3) 23.03.21 64 3 12쪽
13 미확인 게이트(2) 23.03.20 68 3 12쪽
12 미확인 게이트(1) 23.03.19 67 3 12쪽
» 속삭이는 숲 23.03.19 78 4 12쪽
10 대장장이의 한(5) 23.03.19 85 4 13쪽
9 대장장이의 한(4) 23.03.18 84 4 11쪽
8 대장장이의 한(3) 23.03.18 82 4 12쪽
7 7. 대장장이의 한(2) 23.03.17 87 4 11쪽
6 6. 대장장이의 한(1) 23.03.17 107 4 11쪽
5 5. 광전사 모드 on 23.03.17 119 3 12쪽
4 4. 삽질하는 광전사 23.03.17 140 4 12쪽
3 3. 첫 사냥 23.03.17 183 4 11쪽
2 2. 은혜도 모르는 쥐새끼 23.03.16 245 4 12쪽
1 1. SSS급 빙의자의 선택받은 후계자 +1 23.03.16 316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