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영주 - 수련과 사건 2
나는 남은 돈이 하나도 없다!
길거리에서 노숙하라는 소린가?
빌어먹을 귀족새끼들!
바하는 어렸을 적 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아아.
그래 난 15살 때 5일을 굶다가 너무 배가고파 처음으로 도둑질을 했었지.
뭘 훔쳤더라?
그래.. 맞아.
빵이었다.
밀빵.
냄새가 너무 향긋해서 나도 모르게 손이 갔지.
그래 그 짓을 다시하게 된 것인가?
하.하하..
바하는 기가 찼다.
지금 남아있는 돈이 대충 10실버. 바하는 이걸로는 두 달은 택도 없다는 판단을 내었다. 그리고 여기서 돈을 모두 탕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도망가야하나? 젠장. 마가 낀건가?
오크에게 배나 찔리고! 내 피 같은 상급 포션도 날아가고!
전생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나!
뭐.. 지금은 꽤나 도움이 되지만 말이지..
어쨌든. 이것은 마가 낀 것이다.
분명해..
바하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울컥울컥 올라오는 화를 가라앉히고 침착해지려 노력했다.
젠장!젠장!젠자앙!!
쿵!!!!
콰드득!
갑자기 뒤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바하와 바하를 보며 재밌다는 듯이 낄낄 웃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 소리가난 쪽을 흠짓 본능적으로 쳐다보았다.
두두두두두!
갑자기 은색 갑옷을 입은 병사들 수십이 들이닥쳤다. 들이 닥친 병사들 중 한 명이 바하를 보더니 앞으로 뚜벅뚜벅 다가왔다.
가까이 오자 바하의 정강이를 발로 세게 찼다.
퍽!
“윽!”
바하는 영문도 모르고 당한 아픔에 신음을 내었다. 그 병사는 그대로 바하를 무릎 꿇게 한 뒤 머리를 꾹꾹 눌렀다.
“고개를 숙여라!”
병사는 낮게 깔린 음성으로 크게 말했다. 그 목소리에 당황한 중년의 남성은 카운터에 앉아있다가 자신도 내려와 무릎을 꿇었다.
중년남성은 고개를 땅에 파묻고는 입을 열었다.
“아이고고고. 나으리 이게 무슨 일이십니까? 아이고. 무슨 일인지 몰라도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요.”
그때였다.
뚜벅.뚜벅.뚜벅.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바하의 머리를 꾹꾹 누르고 있던 병사는 멈짓 하더니 바짝 긴장을 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입을 때었다.
“에이튼 기사님 오셨습니까!”
그 병사는 한쪽 무릎을 꿇어 에이튼 장군에게 예를 표했다.
그러자 다른 병사들 또한 같이 무릎을 꿇며 말했다.
“오셨습니까!”
바하는 병사가 꾹꾹 고개를 눌렀던 채로 숙이고 있었다. 보이지 않은 바하의 얼굴은 복잡해진 상황에 이를 으득으득 갈며 인상을 찌푸렸다.
뚜벅.뚜벅.뚜벅.
바하가 보고 있는 바닥에 쇠로 만든 갑옷 신발이 천천히 보였다.
얼마나 닦았는지 눈이 부셔 전등으로 써도 될 정도였다. 바하는 아마 에이튼 장군일 꺼라 예상했다.
에이튼 장군의 발이 천천히 걸어와 바하의 앞에 멈췄다.
“흠. 용병은 지금 이놈이 전부인가?”
“예!”
“흐음. 그렇군. 크흠흠.”
에이튼 장군은 목을 가다듬더니 큰 소리로 쩌렁쩌렁 울리게 말했다.
“카다르 영지의 에이튼 장군이다! 카다르의 영주님이신 아르안 영주님을 대신해 고한다!
몇 일 뒤에 있을 나르트 영지와의 전투에 카다르의 모든 용병들은 참가한다!”
바하는 깜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에이튼 장군을 번뜩 쳐다보았다.
에이튼 장군은 중년의 남성으로 약간의 풍채가 있어보였다.
바하가 쳐다보자 에이튼 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에이튼 기사는 기분이 나빴는지 인상을 구겼다.
그러나 별 다른 말 없이 고개를 돌리더니 카운터에 앉은 사내에게 시선을 주었다.
“길드장은 어디에 있지?”
“지금 출타중이십니다.”
“돌아오는 데로 영주님의 명을 전하도록. 만약 불응한다면 반역으로 다스리겠다.”
기사는 그 말을 하고는 두루마리를 던지고는 그대로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바하로서는 어이가 없는 노릇이었다.
뭐 저런 새끼가 다 있지?
기사가 나가고, 바하가 고개를 돌렸다. 카운터에 있던 사내가 두루마리를 펼쳐 보고 있었다.
“엿 됐군. 젠장할.”
“무슨 일입니까?”
“계엄령이야. 이 영지 안에 있는 장정은 모두 전쟁터에 끌려간다는 이야기지. 우리 용병들이야 용병길드가 있어서 함부로 다루지야 않겠지만...”
용병길드는 하나의 연합체와 비슷하다. 이 세계에 용병들은 수를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데, 그들에게 일거리를 알선해 주는 게 용병길드였다.
용병 길드의 건물은 어지간한 큰 도시 마다 하나씩은 있다. 그리고 용병 길드를 억압하는 귀족은 용병 길드의 표적이 되어 배척 받게 된다.
용병들이 귀족보다 지휘가 낮다 하여도 길드로 뭉쳐버리면 답이 없다.
첫째 용병길드의 무력은 무시 할 수 없기 때문이고, 두 번째 귀족이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용병들이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귀족이 나서서 할 수 없는 살인이라던가, 호위 등 여러 가지를 용병들의 힘을 빌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전쟁에서 빠질 수는 없겠어. 돈이야 받긴 하겠다만. 엿 같은 일이지.”
그래서 귀족이라고 해도, 용병을 돈 한푼 안 주고 부려 먹을 수는 없다. 반대로 말하면 돈을 주면 조금 거칠게 대해도 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영지전에서 계엄령을 내리면 용병들은 하기 싫어도 강제적으로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
전쟁이 끝나고 돈이야 받겠지만,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귀족들의 권력 싸움과 사리사욕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젠장할.”
바하도 욕설을 내뱉었다.
영지전 때문에 계엄령 까지 내릴 줄이야!
이 카르트 영지의 영주가 똥줄이 타고 있는 것이 여실히 들어나는 점이다.
“전쟁에 참가해야한다는 소린데.. 저는 어디로 가야합니까?”
“성지 문 앞으로 가면 될 걸세. 내일부터 모집이라고 써있구만.”
바하는 중년 사내의 이야기를 듣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이보게 이게 무슨 개소리인가.
내가 전쟁에 참가하다니.
전쟁에 참가하다니이!
바하는 한숨 쉬면서 모든 것을 놓은 듯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하.
마가 끼었다.
확실히.
***
바하는 저번에 잤던 여관에서 잠을 잤다. 다음날 해도 아직 올라오지 않은 새벽에 일어났다.
어쨌든 이 빌어먹을 전쟁에 참가해야하니.
내 몸 하나는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바하는 오크에게 배를 내어 줬던게 생애에 가장 쓰라린 기억이었다. 맞았던데 또 맞으면 싫지 않겠는가.
학교 선생들 중 머리를 자주 때리는 선생이 있을 것이다. 그 선생이 머리를 때릴 줄 알고 있지만 또 맞으면 기분이 더럽다.
그것과 같은 이치이다.
지금까지 훈련해 왔던 여관 뒤 공터로 갔다.
- 작가의말
매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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