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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書友)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외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서우(書友)
작품등록일 :
2017.09.03 20:15
최근연재일 :
2017.10.26 14:3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26,684
추천수 :
295
글자수 :
165,961

작성
17.09.29 08:12
조회
696
추천
9
글자
12쪽

힘없는 자의 설움이란...

DUMMY

"아저씨??"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철기와 호진이는 이것이 무슨 물건인지 설명 좀 해달라는 눈치를 보였다.


"이건... 저희 할아버지께서 야명주(夜明姝)라고 하시던데..."


"야.. 명.. 주...? 음... 어디선가 분명 들어봤는데..."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도통 기억이 안 난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기억 속 깊이 잠들어있던 야명주란 단어를 찾느라 한참을 헤매고 있는듯했다.


"아! 이제 기억났네... 분명 야명주라고 했지?"


"네. 할아버지가 이걸 중원에 가지고 나가면 엄청 비싸다고 했는데... 그래서 이거 팔아서 나중에 돌아올 때 사 오라고 명단까지 쭈욱- 적어줬거든요 이거 팔면 한... 백 냥은 받는다고 들었는데..."


"컥!"


쌀 한가 마니가 두 냥이고, 농사짓는 사람 한 달 벌이가 스무 냥 정도인데 그렇게 구하기 어렵다는 야명주를 고작 백 냥이라고 하니 얼마나 놀랐겠는가!


'음... 아니지 내가 잘못 들었을 거야, 어찌 저런 물건을 고작 백 냥이라니...'


너무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이철기와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우서였으니...


"하하하!... 아무래도 저희 할아버지께서 너무 비싸게 불렀죠? 그럼... 구십 냥?"


우서의 할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몇 백 년의 시간을 천공산(天孔山) 동굴에서 보냈으니, 모든 물가 개념이 몇백년 전 일터, 그러니 할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사실이었다.


점점 가격을 올려도 모자랄 판에 낮추고 있으니 아무리 물가에 대해 까막눈이라 할지라도 귀한 것을 보면 귀한 티가 나는 법인 것을... 한밤중에 밝은 빛을 발하는 야명주를 어찌 귀하다 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런 것을 별거 아닌 듯 저런 빛바랜 봇짐에 대충 넣어놓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보았다면 필히 정신 나간 놈이라고 손가락질했을 것이다.


"음... 진 대협? 아무래도 자네의 할아버지께서 물가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네만...

이런 것을 본적도 없지만 이런 물건은 아주 값비싼 물건이란 것만큼은 확실하네!"


'헛! 그럼 검둥이 이 괘씸한 녀석! 이렇게 값비싼 물건을 미리 알고 그리 꽁꽁 싸매고 있었다니!'


뭐가 괘씸한 줄은 모르겠으나, 검둥이의 구슬픈 눈망울을 보고, 마음이 먹먹해서 몇 개 안 챙겨온 거를 뒤늦게 후회하고 있었다.


"아마, 내가 들은 기억으로는 야명주는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으로 나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정도 밝기와 영롱한 빛을 보면... 분명 상급 아니면 최상급으로 분류될걸세...

적어도... 금화 오십 냥 정도...?"


아직 셈 계산에 익숙지 않은 우서는 손가락으로 몇 번 펴보다 접었다 반복하길 여러 번...


"음... 그럼 이 정도면

오향장육(五香醬肉) 몇 그릇이나

먹을 수 있나요?"


무슨 골똘히 손가락셈을 해대며, 계산을 열심히 하고 있길래 미래를 위해 무언가 계산하는 줄 알았던 이철기는 자신이 지금 누워있길 잘했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만약 일어나 있던 상태였으면, 놀래기도 놀래거니와, 어이없는 대답에 혈압으로 쓰러질뻔했으니...


"오향장육은 내가 먹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만, 그런 음식이 얼마나 값나갈지는 몰라도 몇 백 그릇은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거네. 그리고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중소 문파 정도의 장원은 거뜬히 살 수 있을 걸세..."


중소 문파 정도의 큰 장원 같은 건 귀에 들리지 않은지 오직 오향장육 몇 백그릇 이상 먹을 수 있다는 것에만 온 신경이 쏠려있는지 침 넘어가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렸다.


꿀... 꺽!


"영웅 형아 배고프세요? 벽곡단 이라도 구워올까요?"


호진이의 말에 머쓱한지 오른손으로 뒷머리를 열심히 긁으며 말했다.


"아니야, 괜찮아 그냥 누가 그러는데, 오향장육이 낙...? 뭐, 거기서 제일 맛있는 요리라고 하더라고!"


"아... 나도 먹고 싶다."


꿀꺽!


"하하하! 알았다 알았어! 아저씨 하고 다 같이 낙...? 으로 오향장육 먹으러 가자!"


"아싸! 영웅 형아 꼭 약속지키셔야되요!"


지금 당장 먹는 것도 아니건만 그저 다 같이 어디 가서 먹자는 소리 한마디에 저렇게 폴짝폴짝_뛰며, 좋아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니, 가슴 한편 이 아려왔다.


"일단 그건 그렇고, 아저씨 그럼 야명주는 대현상단에서 사겠죠?"


잠시 아무 말 못하고 무언가 깊이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대답했다.


"아마, 대현상단(帶炫商團)은 규모가 작아서 그런 물건을 구입할 여력이 안될 걸세, 아마... 옆 마을에 있는

금화상단(金貨商團) 이라면 또 모를까..."


이름만 들어도 상단치고 꽤 크다는 게 느껴질 만큼 실제로도 꽤 큰 축에속했다.


비록 중원 오대 상단에는 미치지 않지만, 십 대 상단에는 충분히 들어가는 상단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이철기의 말을 듣고, 우서는 꺼내놓은 야명주를 빛바랜 봇짐에 주섬주섬_집어넣으며, 벽에 기대어있는 묵강봉을 들고 밖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저기 아저씨, 저 잠시 옆 마을 에 있는 금호상단좀 다녀올게요! 호진이 너는 아버지 잘 모시고 있고, 금방 다녀오마!"


호진이는 나가려던 우서의 바지깃을 잡으며 대답했다.


"저번에 보니... 영웅 형아 여기 내려온 지 얼마 안 돼서 길을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요..."


길을 물어볼까 말까 하고 고민고민하다가, 차마 체면 때문에 물어보지 못하고 그냥 나가려고 했던 찰나였기에, 얼굴에서는 굳이 알려줄 필요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말하고 있는 모든 것을 머릿속에 담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저기 앞으로 쭉 가시다 보면요... 큰 나무로 지어져있는 정자가 있는데 거기서 오른쪽으로 쭉 가시다 보면......"


어린아이 답지 않게 얼마나 이길 저길 많은길을 돌아다녔는지 수많은 길 줄에 제일 빠르고 안전한 길을 구석구석 설명하기 시작했다.


샤샤샥


우서는 경공을 펼치며 길을 나아갔다.


다만 특이한 점이 아까 호진이가 알려준 길과는 다른 방향이라는 점과, 누굴 찾고 있는 듯이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었다.


"썅!"


"어이 죽고 싶어? 옆 마을 금화상단도 우리한테 관비를 내는데 별 듣도 보도 못한 상단이 왜 관비를 안내냐고! 새끼야!"


아까 용해라는 자와 그 밑에 수하로 보이는 네 명은 대현상단에 와서 행패를 부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 저희는 옆 마을이 아니잖습니까..."


쨍그랑!


상단 옆 기둥 바닥에 있던 도자기를 발로 차고 거친 숨을 내뿜으며 험상궂은 얼굴로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여기 마을보다 더 큰마을도 관비를 내는데 네까짓 게 왜 안내냐고! 이거 정말 미친놈이네!"


"제발... 한 번만 용서를..."


쨍그랑!


탕! 찌이익


"이 새끼 좀 봐라? 귓구멍이 막혔나,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그런 대가리 가지고 무슨 상단을 운영한다고 쯧쯧..."


온갖 쌍스러운 욕을 해가며, 대현상단에 있는 물건이란 물건을 던지고 부수기 시작했다.


"아이고... 형님들... 관비는 관에서 걷는 것이지 어찌... 저희들 보고 관비를 내라 하시는 겁니까..."


대현상단의 주인은 다섯 사내 중 한 명의 사내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너무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가득 머금고 하소연하고 있었다.


더 이상 듣고있는게 짜증이 났는지 용해는 수하 중 한 명인 똘치를 부르면서 음흉한 눈빛으로 대현상단의 주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야! 똘치!"


"네 형님!"


"이 새끼 마누라 어딨어! 시 벌 것들이 우리가 관비라고 하면 관비지! 얻다 대고 아니라고 지랄이야!

우리가 이 마을을 지켜주고 있으니 응당 줘야 할 돈을 안주는 새끼들이 어디서!

야 이 새끼 마누라 데려와!"


말도 안 되는 이론으로 자기만의 틀을 잡고 말하고 있으니 과연 어느 상대가 그의 이론에 안 당할 수 있겠나...


"아...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제발 ..."


마누라 잡아오란 소리에 잔뜩 겁먹은 상단의 주인은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듯 상단 안쪽으로 들어가서 주섬주섬 상자를 들고 나오며, 상자 안에서 이십 냥을 꺼내주었다.


"아! 잠깐!"


용해의 큰 외침에 상단 주인은 놀란 눈으로 멀뚱멀뚱 쳐다보는 사이 용해는 주인이 들고 있는 상자를 손으로 잽싸게 낚아채고는 남아있는 돈을 천천히 세며 말했다.


"일냥,이냥,삼냥... 합이 백십냥 이건 모두 압수!"


"아... 아니...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저희 대현상단 식구들의 몫이 전부 들어가 있습니다... 제발..."


대현 상단의 주인은 무릎을 숙이며, 머리는 땅 밑까지 조아린 상태로 눈물을 흘리며 바짓가랑이 잡고 사정사정했다.


퍽!


자신을 바라보며 무릎 꿇고 앉아서 빌고 있는 상단 주인의 얼굴을 향해 냅다 걷어찼다.


"야 이 미친놈아! 그러니 진작에 주라고 할 때 줄 것이지. 뭐 잘났다고 이리 버티냔 말이다!


그리고 네가 지금 잡고 있는 바지가 자그마치 오백 냥짜리 바지란 말이다! 이런 바지를 너 까짓께 다 늘어틀어 놓았으니, 백십 냥 만 가지고 가는 걸 다행으로 알도록! 더 이상 귀찮게 하면 마누라까지 데려간다?"


"흐흑... 흑..."


힘없는 연처럼 대(大) 자로 뻗어버린 상단의 주인의 얼굴은 넘어질 때의 바람 때문인지 흙먼지가 바람에 날려, 눈과 코, 입 사이마다 흙가루가 잔뜩 묻어있었으며, 그의 두 눈에는 실핏줄마저 터졌는지 흰 자가 시뻘겋게 물들어 피눈물을 흘리며 큰소리로 울지도 못하고 몸만 바들바들-떨며, 손톱이 다 뽑아져 나가도록 맨바닥만 긁어댔다.


힘없는 자의 설움이랄까...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우서는 얼마나 화가 났는지 우서의 발자국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다못해 눈에 있는 핏줄까지 곤두섰다.


허나, 지금 우서가 나선다면 평생 여기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상단이었기에, 괜한 오해로 평생을 괴롭힐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우서는 그들이 제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만을 바라고 있을 때였다.


그런 우서의 의중을 모르고 있는 용해와

네명의 사내들은 자신들이 앞으로 휘몰아 치는 폭풍우에 빨려 들어갈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체, 눈앞에 놓여있는 백십 냥이라는 돈에만 온 신경을 쏟아부은 체 희희낙락 거리며, 상가 쪽이 아닌 산길로 셈을 세며 걸어 들어고 있었다.


"우하하하!"


"저 새끼한테 추가로 받은 게 백십냥이니깐... 두당 이십 냥씩 나눠갖는다! 불만 있냐?"


자기 딴 데는 최대한 정확히 공평하게 나뉘었다는 듯이 의기양양(意氣揚揚) 했다.


"역시 형님밖에 없습니다... 흐흐흐"


용해의 말에 이십 냥이라도 감지덕지한지 네 명 모두 손을 비비며, 아부를 떨고 있을 때.


쩌억!


몇백 년을 살아왔을 법한 큰 아름드리나무가 맑은 하늘에 천둥번개가 치는 것고 아니 한데,

귀청이 따가울만한 소리와 함께 칼날처럼 예린한 것도 아닌 짓이겨진 듯한 모습으로 반으로 쩌억- 갈라지고 있었다.


"허걱!"


용해와 네 명의 사내는 헛것이라도 본 것 마냥 양손으로 눈을 몇 번이나 비비고 나무를 쳐다보다 이윽고, 짓이겨진 나무 사이로 흙 안개가 거치면서 한 인영이 손에는 거대한 묵강봉을 들고 뚜벅_뚜벅_걸어 나왔다.

우서를 바라보고 있던 다섯 명은 차마 알지 못했다.


우서의 한 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지금의 심정을 대변하듯이 땅바닥이 움푹 움푹 파이면서 걸어오고 있었다는 것을...


작가의말

선작과 관심은 글쓰는 작가에게 소중한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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